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66화 (26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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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

“지금부터 성욕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AV에서나 등장할 법한 여교사의 복장을 차려입은 율리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에게 접근해 왔다.

꿀꺽.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도 애써 시선을 돌리는 류안.

‘이런 게 현실일 리가 없어.’

자각몽, 어쩌면 예지몽.

평소였다면 ‘루시드 드림이라니! 그렇다는 말은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는 소리잖아?’라고 외치면서 동물귀 미소녀들을 소환해서 목장이야기를 즐긴다거나, 전생에서 죽을 때까지도 출시되지 않았던 ‘절반 인생3’같은 명작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인생은 원래 삼세번이다 개발자 XX들아!”라고 외쳤을 터.

하지만 현재의 그는 율리안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어디를 보시는 건가요? 수업에 집중하세요. 류안 학생!”

“네, 네. 선생님……이 아니라. 헉!”

휘리리릭!

마치 마법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상의의 윗단추들이 주르륵 풀려나가면서 드러나는 매혹적인 두 개의 골짜기.

거기에 묘한 색기를 뿜어내면서 예쁜 연분홍빛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시치미를 떼는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표정으로 자신을 도발해오고 있었다.

‘넘어가면 안 돼. 저건 남자였다고……넘어가면 안 돼. 넘어가면 안 돼. 넘어가면 안 돼. 넘어가면 안 돼. 덮쳐! 넘어가면 안 돼……’

크오오오오!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기도 전에 GO사인을 외쳐버리는 흑염룡과 남자를 덮칠 수는 없다는 생리적인 거부감 속에서 혼돈의 카오스를 경험하는 류안.

척.

“!!”

그런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작고 부드러운 양손으로 그의 뺨을 상냥하게 붙잡은 율리안이 서큐버스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

“아, 아니다. 이 악마야……”

크오오오오오!

애써 부정했지만 흑염룡은 힘차게 기지개를 펴면서 그(♀)의 편으로 가담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배신자 새끼가……’

“후후후후. 저한테 발기해버리는 일이 그렇게까지 굴욕적인 일인가요? 그렇다면 아침마다 텐트를 치는 일이라던가, 천장을 보고, 동물이 교미하는 걸 보고, 아니면 마장기에 탑승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발기해버리는 일은 역사에 남을 흑역사겠네요. 그것들은 심지어 사람도 아니었잖아요?”

“그, 그건 그렇지만……그럴 듯한데?!”

겉모습만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입고 있는 모든 옷들을 만화처럼 한 순간에 벗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색기가 흘러넘치는 율리안.

“그러니까 예쁜 여자의 겉모습을 보고 흥분하는 건……하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후우. 지금도 자신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는 있지만 당장이라도 달려고 싶잖아요? 할짝……”

자신의 귓가로 야릇한 신음소리를 토해내다가 급기야 핥아버리기까지 해버리자 류안은 전신에 소름이 돋으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러지 마. 너는 선생이고……나는 학생이야! 너는 선생이고 나는 학생이라고!! 아, 아니. 도대체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으아아아악!!”

“꺄악! 후후후후후.”

참다못해서 이성을 잃어버린 그는 그대로 달려들어서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정신없이 그(♀)를 탐닉해 나가기 시작했다.

“츄읍, 츄르릅, 할짝, 할~~짝! 촤압, 촤압, 촤아아압! 헉헉헉헉!”

‘굉장해! 마치 꿈처럼 부드럽고 꿈처럼 달콤하고 꿈처럼 기분이 좋아……이게 정말로 현실일까? 이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득 묘한 시선을 느끼면서 자신이 덮치는 인물을 바라보자 율리안(♂)이 평소의 그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신의 하이퍼 병기를 개방시키면서 중후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왔다.

“하지 않겠나?”

***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악?!”

“아오오오?!”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에 꿈나라에 곤히 잠들어있던 여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덩달아 깨어버리고 말았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무, 무슨 일이야 류안?”

“적이냐? 적인 거냐? 아르르르르르!!”

류안은 걱정해주는 탈리아와 네 발로 엎드려서는 꼬리를 세우며 사방을 경계하는 리키아.

자신의 방, 자신의 침대에 자신의 여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간신히 안정을 되찾으면서 그대로 다시 털썩 누워버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악몽을 꿔서 그래……”

“그래?”

“악몽이었어? 휴우……아, 아니. 지금 한숨을 내쉰 건 딱히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니까 말이야! 흥, 흥!”

츤츤거리면서도 맹렬하게 꼬리를 흔들면서 류안의 반대쪽 품속으로 파고들어오는 리키아.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탈리아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매서워졌지만 드림 이터의 능력으로 게슈탈트 붕괴를 모면한 다음부터는 묘하게 너그러워져서, 별다른 불만 없이 류안의 반대쪽으로 파고들어오며 그의 머리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무슨 꿈을 꿨는지 이야기하고 싶어?”

“아, 아니……가능하면 기억하고 싶지도 않아.”

“혹시 나랑 관련된 일이야?”

“그랬으면 흉몽이 아니라 길몽이었겠지.”

“오호, 아부하는 솜씨가 제법이신데?”

나른한 목소리로 시답잖은 대화가 이어졌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일상적인 교류만큼 효과적으로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것은 없었다.

다시 한 번 평화로운 침묵이 찾아오면서 잠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다시 한 번 구해줘서 고마워, 류안.”

“……”

***

율리안을 구출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압바우에서 한동안 맹위를 떨치던 정체불명의 검은 태풍은 운명의 추로 약화시킨 덕분인지 2일 만에 자연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추가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원채굴에 상당한 트러블을 가져다줬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처리하는 방법을 궁리했지만, 결국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책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음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천족들이나 정령술사, 우주군의 과학자들이라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말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

초기조사가 끝난 며칠 후에는 연맹의 종군기자들이 영매사들을 이끌고 찾아와서 조사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결과, 검은 태풍이 발생했을 당시에 제 2기지를 점거하고 있던 로젠 바이스의 사제들과 제국군, 그리고 그들이 사로잡은 포로들이 모조리 생기가 빨려나갔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심연의 악마가 저지른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사태의 원흉(?)인 류안은 자신도 모르게 츤데레를 해버리고 말았다.

“따,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니까. 크흠.”

현재 원정대와 압바우에서 일어난 사태는 길로틴과 엔포서들이 손을 잡고 저지른 반란시도였다는 게 공식적인 발표 내용이다.

드림 이터의 소유권은 잠시 동안 루치아에게 이전되었고 탈리아의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는, 불쌍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잔인하게 두들겨 맞고는 지옥으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저 녀석이 다시 인간계로 나오려면 적어도 5000년 동안은 힘을 회복시켜야 할 거다.]

탁탁 손을 털면서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루치아.

[편리한 아이템(?)이었는데 아쉽군.]

[서방……아니, 그대가 크로이츠 법국에게 선전포고를 할 생각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선봉장이 되어주지.]

[잘 생각해보니까 지나친 욕심이었던 것 같아.]

아네타와 발할라 커뮤니티의 수완으로 이번 사태에 드림 이터가 개입되었다는 증거를 감쪽같이 숨길 수 있었지만, 검은 태풍 현상이 지나치게 유명해지는 바람에 조만간 연맹에서 파견한 천족이 방문한다는 모양이다.

참고로 드림이터에게 홀려버린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차렸고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단체로 백일몽을 꿨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설마 발할라 도전자 중에서 악마의 힘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는 엑소시스트가 있었을 줄이야……’

그 덕분에 드림이터에 대한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율리안과 류안이 자신들을 길로틴의 마수에서 구출해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원정대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벤 체스터는 굉장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버렸지만.

그 이외에 마크넬 원수를 비롯한 원정대의 상층부도 드림이터의 세뇌에서 정신을 되찾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차가운 감옥과 수갑뿐이었다.

방위군 역사상 최악의 반란사건으로 기록되는 이 사태에서 그들은 율리안의 군대가 길로틴의 본부를 제압하는 도중에 찾아낸 비밀장부를 통해서, 터무니없는 부정행위와 횡령, 그리고 반란모의에(자의는 아니었지만)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역죄로 군사재판을 받게 되었다.

사실상 율리안을 제외한 지휘부 전체가 개입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초유의 사태였기 때문에 공화국 전체가 시끄러운 상황.

하지만 확실한 증거와 증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명정대하기로 유명한 그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뛰어다니면서 혼란을 가라앉혔기 때문에, 대중들은 목소리를 모아서 그가 다시 한 번 위대한 일을 이룩했다고 칭송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율리안은 대장으로 진급했으며 원정대의 총사령관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사소한 문제는 대중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가 예전과는 다르게 터무니없는 색기를 뿜어내고 있어서, 남자 군인들의 시선이 못 박힌 것처럼 고정되어버린 상태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는 것.

[……저, 저기 말이야. 이거 지금 나만 느끼고 있는 거야?]

[말하지 마! 말하면 지는 거라고! 젠장……]

[남자 맞지? 정말로 남자가 맞는 거지?! 아니……분명히 겉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인데……어째서……어째서 이런 감정이?!! 우어어어어어어!!]

[헤헤헤헤! 이런 혼란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나는 생각이라는 걸 그만두고야 말겠어! 율리안 대장님, 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주세……읍읍!!]

[저, 저 새끼들 잡아!!]

사람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특수 분장과 타이트한 키높이 슈츠를 착용하는 것으로 예전과 똑같은 남자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확실하게 달라져버린 그(♀).

‘저 새끼들이 감히 내 여자한테……헉! 지,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심지어는 류안마저도 그 정체불명의 끌림에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나무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 작품 후기 ============================

예전에 어디에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독이 든 성배!

오늘 편을 쓰다가 갑자기 그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크흠.

그나저나 오늘은 날씨가 한 결 시원해져서 정말로 다행이네요.

부디 이대로 날씨가 시원해져서 사람들이 누진세 폭탄에서 살아남기를 기원합니다.

농담 아니고 6단계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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