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64화 (26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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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

류안은 자신이 패배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무승부라는 결과가 나온 이후로도 변함이 없는 생각이었다.

후우우우웅!!

토벌대가 전멸하고 미노타우르스의 도끼가 자신의 아바타로 날아오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푸슉! 촤아아아악!

헨드릭의 배후에 나타난 검은 인영이 그의 뒤통수를 단도로 꿰뚫어버리고 말았다.

털썩!

결과는 양패구상.

삐이이이이이익!

[게임 결과는 무승부로 판결되었습니다. 잠시 후에 시합을 종료합니다.]

쾅!!

“이건 말도 안 돼! 신월의 암살자라니 도대체 무슨 속임수를 쓴 것이냐 올 마이티?!”

말도 안 되는 결과라는 듯이 경기석을 내리치면서 분노하는 헨드릭이지만 어안이 벙벙하기는 류안도 마찬가지였다.

‘신월의 암살자가 뭔지는 이쪽에서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젠장. 그나저나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누군가가 이 승부에 개입했다면……설마?’

[쉬잇! 이쪽을 바라보지 말고 평소처럼 행동해라!]

[브륜힐트!]

혹시나 하고 그녀를 바라보자 역시나 호들갑을 떨어대는 그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브륜힐트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손바닥 사이즈의 그녀를 붙잡고, 열렬하게 키스세례를 퍼부으며 커밍아웃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고, 물에 빠졌다가 구해지면 보따리의 안부가 궁금해지듯이 자연스럽게 적반하장의 질문을 던지는 류안.

[그런데 기왕에 도와주는 거 아예 승리하게 만들어주면 안 돼?]

[……크흠.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내 정체를 들키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그게 한계였으니까.]

브륜힐트의 설명에 따르면 헨드릭에게 크로스 카운터를 날린[신월의 암살자]는 원래부터 게임에 존재하는 시스템이고, 그녀는 약간의 속임수(치트)를 사용해서 그것을 발동시켰다는 모양이다.

‘어쨌든 살기는 살았군……’

자칫 잘못하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류안은 시합이 종료된다는 말에 본전을 챙긴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납득할 수 없다……납득할 수 없다고! 이제 와서 또다시 올마이티에게 패배한다고?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로키!! 지금 당장 6단계를 가동시켜라, 로키!!!”

‘로키라니……’

[로키라고?!]

마지막 순간에 헨드릭의 입에서 튀어나온 터무니없는 이름 때문에 두 사람이 합창하듯이 외쳤지만 그 순간에 미니게임이 종료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들려오는 시스템 알림음.

[심연의 각성과 미니게임의 보상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특전이 주어졌습니다. 일시적으로 운명의 천칭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활성화됩니다.

[당신에게 5개의 추가 제공되었습니다.]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 플레이어에게 행운에 따른 불행이 동시에 적용됩니다.]

“이건 또 뭐야?”

그것이 조금 전의 류안에게 벌어진 사건이었다.

***

율리안에게 빙의해서 다시 유라디스 은하로 돌아온다는 헨드릭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두 사람의 능력이 충돌하면서 뒤섞여졌기 때문인지 심연의 각성이라는 능력과 미니게임이 융합되어버리고 말았는데, 덕분에 운명의 천칭이라는 생소한 보상을 받아버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이건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추가 지급되었다는 알람은 나왔지만 그에 따른 사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는 상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눈동자를 굴리면서 계산을 하고 있으려니 잠시 후에 전방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졌다.

쿠구구구궁!

[대, 대장님 전방을 봐주십시오!]

레드 폭스의 외침에 시야를 돌리자 제 2기지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엄청난 규모의 검은 태풍.

“저게 도대체 뭐야?!”

[하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서방님의 곁에서는 지루할 일이 끊이지를 않는구나!!]

사방으로 레일건을 발사하며 엔포서들을 학살하는 괴물을 바라보면서 즐거워(?)하는 루치아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눈앞에서 시스템 알림창이 나타났다.

[운명의 추를 사용해서 검은 태풍을 제거하시겠습니까?(필요한 숫자: 5개)]

“운명의 추를 5개나 사용하라니……설마 저게?”

자신이 얻은 행운의 대가로 만들어진 괴물이라는 생각에 잠시 동안 고민하는 류안이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보니, 검은 태풍이 날뛰어주는 덕분에 엔포서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제거할 때는 제거하더라도……일단은 길로틴부터 확보하고 난 다음에 제거하도록 하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기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잖아?’

“유리! 세뇌한 제국군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검은 태풍으로부터 길로틴의 사령부를 보호하라고 명령해! 그 틈에 길로틴과 드림이터를 확보하고 제시카 대령님을 구출한다!”

[세뇌한 병사들을 고기 방패로 사용하실 생각이로군요! 아아아아! 역시나 멋지신 분……]

“……”

그녀의 말 덕분에 잠시 동안 잊고 있던 양심의 가책과 쓰레기가 되는 상쾌한(?)기분을 느끼는 류안이었지만, 내로남불의 정신을 발휘하면서 대의를 위한 사소(?)한 희생은 잊어버리자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후방에 있는 군대는 지금 즉시 기동사령부를 호위하라!!]

[하, 하지만……지금 저 속으로 뛰어드는 건……]

길로틴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검은 태풍에 압도당해버린 엔포서들 대부분이 겁먹고 우왕좌왕하고 있었지만, 류안이 이끄는 특공대와 세뇌된 제국군들은 거침없이 사령부를 향해서 전진해 나갔다.

[저들을 따라서 움직여라! 길로틴 준장님을 보호해야만 한다!!]

덕분에 그 숭고한(?)영웅적인 행동에 쓸데없는 자극을 받아버린 소수의 엔포서들이 뒤따라서 달려가기 시작한 게 문제였지만.

“근처로 따라붙은 날파리들은 기회를 봐서 들키지 않게 제거해버려.”

[후후후후. 걱정하지 마라……서방님이여. 자신들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도록 만들어버릴 테니까.]

“그, 그래……”

전투를 앞두고 흥분하는 모양인지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믿음직스럽게 대답해오는 루치아.

[그런데 길로틴을 확보하자는 취지는 좋은데……저거에 대한 대책은 있는 거야?]

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아악!]

[대대급의 마나 실드를 한 방에 뚫어버리는 위력이라니……젠장! 나는 이 미친 전장에서 빠져나가고야 말겠어!!]

검은 태풍의 공격으로 생지옥이 따로 없는 처참한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엔포서들.

“걱정하지 마. 이래보여도 다 방법이 있으니까……”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질문해온 레베카를 안심시켜주는 류안이었지만 예상외의 사태는 그의 생각보다도 훨씬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슈우우우웅-펑!

기동사령부로 도달하기 직전에 발사되는 레일건의 탄환과 함께 시간이 멈추면서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

[기동사령부를 확보하기 위해서 운명의 추를 사용하시겠습니까?(필요한 숫자: 2개)]

‘2개라니……1개도 아니고 레일건 한 발을 막으려고 2개나 사용해야 된다는 거야?!’

터무니없는 바가지로 느껴지는 가격이었지만 걸려있는 대가가 대가인 만큼 어쩔 수 없이  YES를 클릭해버린 류안.

퍼퍼퍼펑!

덕분에 레일건의 탄환이 빗나가면서 그 충격파로 기동사령부가 뒤집어졌지만 그 다음에 흘러나오는 메시지가 그의 안색을 어둡게 만들어 버렸다.

[검은 태풍을 소멸시킬 수 있는 추의 최소 숫자를 유지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검은 태풍을 약화시키시겠습니까?(1개에서 3개까지 자유선택.)]

‘이런 젠장……’

그 직후에 기동사령부로 돌입해서 극적으로 제시카를 구해내고 길로틴과 드림 이터를 사용하는 병사의 신변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류안이지만, 남아있는 추로는 제 2기지를 근거지로 삼고 날뛰는 검은 태풍속으로 뛰어들어가서 율리안을 구출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그였다.

하지만 그 순간에 그의 머릿속으로 심연으로 사라졌다고 생각한 헨드릭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와 운명의 추를 놓고 마지막 승부를 하지 않겠나? 올 마이티……]

============================ 작품 후기 ============================

이번 편이 나름대로 반전이라면 반전인데...

일이 바쁘고 더워 죽을 것 같아서 분량이 시원찮습니다.

내일은 열심히 쓰겠습니다. 자, 자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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