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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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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볼 때 류안이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웠다.
‘호탕하게 큰소리를 치기는 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정말 어려울지도 몰라.’
승리조건은 적의 던전 마스터를 쓰러트리는 것.
패배조건은 토벌대의 대장인 자신이 쓰러져버리는 것.
승패조건만 보면 어떻게든 적의 보스를 암살할 수 있다면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문제는 류안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소수정예의 특공대 흔들기가 조금도 먹히지 않는 헨드릭의 실력이었다.
‘지금까지는 괜히 전력을 분산시켰다가 녀석의 함정에 빠져서 특공대를 잃어버리고 본대마저도 한 방 싸움에서 완벽하게 밀려버리고 말았어. 그러니까 이번에는……모든 전력을 집중해서 일점돌파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자!’
잡념을 버리고 오직 한 방 병력에 자신의 모든 실력을 쏟아 붓기로 결심한 그.
[지금부터 최후의 전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 던전 공략이 시작을 알렸다.
“진군하라, 전사들이여! 최후의 한 사람이 쓰러질 때까지 투쟁과 저항을 멈추지 마라!! 비록 오늘 전투가 인류의 마지막 몸부림이 된다고 해도, 적들에게 우리들의 분노와, 우리들의 좌절과, 우리들의 존재를 각인시켜라!!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한 사람까지!!]
모든 것이 암울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었지만 헨드릭이 창조한 디스토피아에서도 투쟁의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토벌대의 합류한 인류저항군의 사기는 훌륭했다.
그 광경에 잠깐이지만 현실을 잃어버리고 희망을 떠올렸을 정도로.
하지만 헨드릭이 준비한 첫 번째 방어선과 마주치는 순간에 희망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적들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던전 마스터님!]
시종으로 보이는 아크 리치의 질문에 그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대도무문大道無門.]
[네, 알겠습니다! 전군 공격!!]
크아아아아아아!!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몬스터 군단이 토벌대를 향해서 쏟아져 들어가는 가운데, 헨드릭은 더 이상은 지켜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등을 돌려버리고 말았다.
***
1차 방어선 돌파, 2차 방어선 돌파, 그리고 3차 방어선에서의 처절한 사투.
고오오오오오!
[골렘이 쓰러진다. 피해!!]
[으, 으아아아아악!]
쿵! 파직!
6m가 넘는 거대한 골렘이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미처 도망가지 못한 토벌대의 병사 2명이 그대로 짓뭉개져버리고 말았다.
[루디, 햄튼!]
동료들의 죽음에 스켈레톤 전사와 사투를 벌이던 병사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 순간에 후방에서 뛰어든 웨어울프가 그의 목덜미를 물고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으아아악! 떨어져라, 이 더러운 짐승 새끼……떨어져!!]
퍽! 퍽! 퍽! 퍽!
푸슉!!
무아지경으로 웨어울프를 떨쳐내려고 발악하는 병사의 심장을 뚫고 튀어나오는 스켈레톤 전사의 새하얀 검신.
털썩!
흐릿해지는 눈동자와 함께 차가운 바닥으로 쓰러져버리면서 토벌대에 남아있는 희망의 불꽃이 또 하나 꺼져버리고 말았다.
가룩, 가우욱, 가루룩!!
[으, 으으으으으……]
그리고 그렇게 쓰러져버린 동료들의 시체를 뜯어먹으면서 입으로 뚝뚝 피를 떨어트리는 구울들의 소름끼치는 모습은 사기를 떨어트리는데 충분한 광경이었다.
사방에서 적과 아군이 뒤엉켜서 혼란스러운 전투를 펼치고 있었지만 시야로 들어오는 건 열에 아홉이 던전의 괴물들이다.
그나마 그 하나의 아군마저도 적들에게 둘러싸여서 일방적으로 도륙당하는 상황.
우르르르르!
그 상황 속에서 아직까지 전열을 유지하고 있는 엘프 부대가 대지의 정령들을 사역해서 적 몬스터 부대의 한가운데에 일직선의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냈다.
쿠오오오?
갑작스럽게 자신들이 서있는 땅이 낮아지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어리둥절 하는 몬스터 무리들.
그리고 다음 순간에 토벌대를 지휘하는 류안의 악에 받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방패를 들어라, 팔라딘들이여! 전력으로 부딪쳐서 적들을 지옥으로 떨어트려라!!”
[최후의 한 사람까지!!!]
토벌대의 결의를 나타내는 구호를 일제히 제창하면서 아군들을 공격하고 있는 몬스터들의 무리를 균열로 밀쳐버리는 팔라딘 부대의 실드 차지.
쿠우우우웅!!
크오오오오?!!
첫 번째의 기습적인 충격으로 후방에 있던 몬스터들이 밀리면서 균열로 떨어졌지만, 상황을 깨달은 몬스터들이 힘으로 맞서면서 지쳐있던 팔라딘들은 순식간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
[크윽, 큭……]
[토벌대의 형제자매들이여! 모두들 힘을 합쳐서 팔라딘 형제들을 돕자! 저 빌어먹을 괴물들을 지옥으로 보내버려라!!]
[오오오오오오!!]
곧바로 상황을 깨달은 사람들이 팔라딘들을 도와서 적들을 밀어붙이자 곧바로 힘의 균형이 회복되면서 밀고, 밀리는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밀어!!]
크아아아아아아악!!
쾅! 쾅! 쾅!
그 상황에 분노한 오우거나 트롤 같은 대형몬스터가 괴력을 발휘하면서 팔라딘과 토벌대의 병사들을 뭉개버리려고 시도했지만, 덩치가 큰 괴물들은 곧바로 류안의 지시를 받은 궁수들에게 집중사격을 받았다.
[석궁으로 적 몬스터들의 얼굴을 침착하게 조준해라! 가능하면 눈을 쏴서 장님으로 만들어 버려!!]
후두두두둑!
크오오오오오!!
약점부위를 공격받고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대형몬스터들이 균형을 잃어버리는 틈을 타서 팔라딘과 토벌대가 적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밀어라, 밀어! 밀어!!]
[우오오오오오오!!]
크오오오오? 크오오오오오오!!
땀과 진흙, 상처투성이에 피범벅으로 누구하나 멀쩡한 사람이 없었지만 마치 악귀처럼 사력을 다해서 만들어낸 승리.
크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균열의 밑바닥에 있는 몬스터들과 떨어지는 몬스터들이 충돌하면서 균열의 앞쪽에 있던 몬스터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처리할 수 있었고, 곧 이어 터져 나오는 토벌대의 우렁찬 함성에 겁먹은 적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3차 방어선의 승리를 기뻐하기에는 병사들의 상태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허억, 허억, 허억!]
[으으으으으……의무병, 의무병!]
[파, 팔이 떨려서 손이 올라가지를 않아.]
[제크, 정신차려! 정신차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와 의무병을 찾는 부상자들.
탈진한 상태로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린 상태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살려보려고 마나와 신성력을 쏟아 붓는 치료사들과, 무기조차 던져버리고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리는 전사들의 모습이 현재 그들의 상태를 알려주고 있었다.
“허억, 허억……몇 명이나 살아남았지?”
“……지금 당장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한 번 확인해 봐.”
“그렇게 계산한다면 한 사람도 없습니다!! 하악, 하악, 하악!”
류안의 질문에 대답한 부관은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우면서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시야를 전환시켜서 자신이 직접 토벌대의 숫자를 체크했지만 불과 2~3천이 되지 않는 극소수의 인원들이 전투불능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3차 방어선에서 입은 피해와 지체되어버린 시간이 지나치게 치명적이야……이대로 가다가는 최후의 희망마저도 사라져버리게 된다. 어쩔 수 없군. 싸울 수 없는 전력들은 여기에 내버려두고 던전 마스터를 잡기 위한 최후의 특공대를 조직하는……’
두두두두두두두두!!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나가던 류안은 던전을 진동시키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발소리가 토벌대를 향해서 접근해오는 것을 확인하고 얼굴이 굳어버렸다.
“전군! 지금 즉시 이 지역을 이탈한다! 꾸물거리다가는……”
크라라라라라라!!
하지만 미처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퇴로를 차단해버리는 고블린 군단.
곧이어 헤아릴 수도 없는 숫자의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하며 파도 속에 떠있는 조각배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버린 토벌대는, 지쳐버린 상태에서 간신히 만들어낸 방진 속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최후의 시간에 숨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 무리 속에서 던전 마스터인 헨드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심으로 물어보는 말인데……이렇게까지 뻔 한 결말을 꼭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어야만 했나, 올 마이티.”
“나도 처음에는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설마 던전 마스터가 이렇게 친히 왕림하셔서 기회를 만들어주는 모습을 보니까 시도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걸?”
그렇게 말하면서 허세를 부리는 류안이었지만 실재로는 강력한 가디언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그를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이곳에서 자신의 운명을 확인하고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려라.”
크아아아아아아아!!
[대, 대형을 갖춰! 대장님을 보호해라!!]
[최후의 한 사람까지!! 으아아아악!!]
몬스터들의 공격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토벌대의 병사들의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류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끼면서 던전 마스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그람만 사용할 수만 있었어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었을 텐데……후후후. 녀석의 말대로 매번 1등만 하던 사람치고는 마지막까지 꼴사나운 모습이구나. 나는……’
“도망치십시오! 대장님……반드시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크아아아악!!”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감싸면서 죽어버리는 부관의 모습을 덧없이 눈동자에 담아내던 류안은 자신을 향해서 날아드는 미노타우르스의 도끼를 바라보면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미안해 탈리아……그리고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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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부터는 헨드릭 황제의 "중2병이지만 은하를 정복해도 괜찮은 거겠죠?"가 시작됩니다.
죄송합니다...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드립이라 저도 모르게 그만...크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