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59화 (25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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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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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안은 인식조사를 통해서 사람들이 어째서 던전을 기피하는지를 조사해 나갔다.

[토벌대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던전을 공략하지 않으면 세계가 멸망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잖아요? 후손들이야 어떻게 되거나 무슨 상관입니까. 나만 아니면 돼!!]

[어둡고 더럽고 냄새나고 칙칙하고 끈적끈적하고 습기 차고 먼지투성이에 함정 투성이. 사람고기라면 환장을 하는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던전을 모험하자고요? 차라리 귀신의 집에 처녀귀신으로 취직하겠습니다. 커플 금지!!]

[그런 3D 직업은 원래 용밀레들에게 맡기면 되는데. 옛날이 좋았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던전 탐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

그리고 그것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토벌대에 지원을……크흠! 갑작스럽지만 지병인 복합성 대인기피증이 도지는 바람에 면회를 지속하기가 어렵군. 이만 실례하겠네!]

[아니 세계연합에서 종합대책기구도 만들어주고 자금지원도 정기적으로 해주고 있는데 왜 계속해서 지원금을 늘려달라고 난리야? 뭐? 전부 다 유명무실하다니……안 돼. 돌아가! 안 꿔줘. 누구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

[저 거지새끼들이 또 왔군.]

[이봐……솔직하게 말해서 툭 까놓고 말하면 던전은 돈벌이가 안 된다고. 게다가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그런 위험천만한 장소로 어느 나라가 자국의 정예 병력을 파병하고 싶겠나?]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 게임 속에서는 던전이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의 사양사업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던전 공략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주로 사형수나 중범죄를 저지른 죄인들, 돈이라면 뭐든지 하는 용병들, 아니면 이 세계에서는 굉장히 희귀한 던전 공략을 생업으로 삼는 모험가들이다.

‘던전 마스터와의 대결은 모두 5번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어……사람들의 인식은 천천히 고쳐나가더라도 지금 당장 해야 되는 일은 명확하군.’

약 5분 동안에 인식조사를 끝낸 류안은 정공법으로는 제대로 된 지원을 받아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빠르게 작업을 시작해 나갔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모두 해고다, 이 비정규직 용병 새끼들!!”

[크아아아악!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는 이야기만 믿고 열심히 일했는데……]

한 푼의 퇴직금도 지불하지 않는 쉬운 해고로 막대한 사내보유금을 확보하게 된 그는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세계연합의 간부들과 종교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시작했다.

“크흠, 이거……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렵게 구한 물건입니다. 받아주시오. 영생불멸.”

“오오오오오! 이, 이것은 초 은하아이돌인 이델린의 사인이 들어간 데뷔 싱글 앨범이 아닌가? 워, 원하는 게 뭔가? 뭐든지 말해주게. 영생불멸!!”

그렇게 구워삶은 인사들로 세계연합에 영향력을 확보한 류안은 곧바로 그들을 움직여서 토벌대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이름도 악명 높은 십자군 법.

[던전 토벌대에 참가하시면 모든 세금, 형량, 생전에 지은 악업들을 공짜로 면제해드립니다! 오직 한 번만 제시하는 놓칠 수 없는 기회! 지금 즉시 참여하세요!!]

중세시대의 십자군 전쟁을 흉내 내서 토벌대에 더 많은 범죄자들과 부랑자, 외국인, 난민, 거지들 같은 사회소외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 모은 류안.

어떤 나라에서는 모병으로, 어떤 나라에서는 징병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토벌대를 확보한 그는, 이번에는 부족한 보급품을 마련하기 위해서 소집한 사람들의 숫자를 담보로 상속권이 없는 귀족의 자제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누가 던전을 절망의 땅이라고 말했습니까? 여러분들에게 이 장소야말로 기회의 땅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지금 즉시 토벌대 펀드에 투자하십시오! 당신의 투자로, 당신의 이름으로 던전을 공략하는 저 용맹한 전사들의 전리품은 모조리 당신들의 물건이 될 겁니다! 세계연합에서 작위와 영지를 받고 싶습니까? 아니면 몬스터를 몰아내고 던전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하시겠습니까?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그 이상을 받아낼 수 있을 겁니다!!”

[오오오오오오오오!!]

능수능란한 변론으로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돈 많은 차남들에게 막대한 투자를 받아낸 류안.

장남이 가문을 계승해버리는 순간에 개밥의 도토리 신세로 전락해버리는 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서, 던전을 3D업종이 아니라 훌륭한 투자처로 생각하도록 세뇌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은 10분……이 시간을 이용해서 어중이떠중이들을 최대한 교육시켜야 되겠군.’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류안은 곧바로 병장기와 보급품을 구입하고 던전공략의 스페셜리스트들과, 훈련교관들을 고용해서 토벌대의 훈련을 시작했다.

[오늘 아침은 신선한 몬스터 고기입니다. 점심도 신선한 몬스터 고기죠, 저녁식사는 예상하겠지만 야채를 곁들인 신선한 몬스터 고기입니다. 갓 잡아서 요리도 안 했어요!]

[말도 안 돼! 사람이 도대체 그걸 어떻게 먹습니까?!]

[야! 내가 초보 모험가였을 때는 식량이 떨어져서 바닥의 돌도 씹어 먹었어! 그런 녀석들이 겨우 타이어보다 120%밖에 질기지 않고, 탄력적이고 염산 + 독극물이 들어있는 맛있는 몬스터 고기도 못 씹어 먹어? 아가리 닥치고 당장 처먹어!]

[아가리……아, 아니. 입을 다물고 어떻게 식사를 합니까? 그렇게 맛있으면 교관님께서 먹어보십시오!]

[크흠! 내가 지금 치과치료중이라 질긴 걸 씹으면 안 돼.]

[비겁한 변명입니다아아아아악!!]

탕탕탕탕탕!

훈련 도중에 약간의(?)트러블이 발생하면서 이탈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단기집중의 스파르타 훈련은 굉장한 효과를 발휘해서, 오합지졸이 따로 없었던 토벌대는 순식간에 강력한 정예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소집한 병력이 약 5만.

30주 같은 30분을 알차게 활용하면서 1차 토벌의 모든 준비를 끝낸 류안은 본격적으로 던전 공략을 시작하기 전에 맞은편에 앉아있는 심연의 악마를 노려봤다.

‘우선은 실력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지만……1차전으로 확실하게 기선제압을 해주도록 하지.’

[ON YOUR MARK!]

준비시간이 끝나자 곧바로 던전 내부로 화면이 전환되면서 울려 퍼지는 시스템 알림음.

자신만만했던 마음과는 다르게 막상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이 다가오자 긴장으로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READY……START!!]

“모험가를 중심으로 선발대가 길을 연다! 적의 규모와 함정을 파악하는 초계임무에 집중하도록! 명심해라! 여기에 용밀레와 영웅들은 없다! 모두 일치단결해서 던전마스터를 쓰러트리자!!”

[우오오오오오오!!]

류안은 사회에서 무시당한 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막대한 보상을 약속했기 때문에,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정예군으로 다시 태어난 토벌대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았다.

[전방에 약 500마리의 무장한 오크 전사들을 발견했습니다!]

[중무장 보병대는 방패를 들고 방어대형을 갖춰라! 마법사들은 즉시 전술 마법진을 활성화하고 공격마법을 준비해라! 우라아아아아!!]

[우라아아아아!!]

콰콰콰콰쾅!

선발대의 교전에서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순식간에 오크 부대를 전멸시켜버린 류안.

그러자 맞은편 경기석에 앉아있던 심연의 악마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정말로 대단해, 굉장하다고 올 마이티! 이 게임을 처음으로 플레이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강력한 토벌대를 만들어낸 건 처음으로 본다고!”

‘……이런 게임을 예전에도 경험했다고?’

양 쪽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게임이라는 전제로 플레이하던 류안은 그 말에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마이크로 컨트롤에 집중하면서 더욱 더 조심스럽게 던전을 탐험하기 시작했지만, 완전히 손을 놓아버린 그를 발견하고는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들이……없어!’

엄청난 규모의 던전이지만 초반의 교전을 제외하면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는 몬스터들과 함정.

웅성웅성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몬스터도 없고 보물 상자도 없어! 이러면 안 되는데……이런 식으로 끝나버리면 우리들의 보수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던전이 지나치게 싱겁게 끝나버릴 기색을 보이자 토벌대의 병사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2차전도 이런 식으로 잘 해보자고……올 마이티!”

그렇게 말한 심연의 악마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던전 마스터를 자결시켜버렸다.

[축하합니다! 1차전은 토벌대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당했다……’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 퍼졌지만 류안은 자신의 승리를 조금도 기뻐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다시 주어지는 30분의 준비시간.

아니나 다를까 5차전을 치루는 동안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토벌대의 멘탈은 1차 토벌에서 아무런 수확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완전히 박살나버리고 말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수확이 0는 아니다.

던전을 공략하고 승리를 거두자 지하세계의 오염이 정화되면서 토벌대에 우호적인 세력들이 해방되었고, 그에 따른 포상금과 지원군을 받아내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5만에 이르는 토벌대와 수많은 귀족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같은 일이 2차전에서도 반복될 거야.’

아니나 다를까 2차 토벌에서도 던전 마스터가 자살해버리면서 싱겁게 승리를 쟁취한 류안.

“좋은 사실을 알려주도록 할까. 올 마이티?”

“……”

“우리가 겨루는 5차전은 말이야……한 경기, 한 경기마다 운명이 조율되는 그런 시시한 싸움이 아니야. 무조건 3승을 쟁취하기만 하면 상대방이 받을 보상을 모조리 빨아먹어버리고 그 패널티는 2배로 대가를 치르게 만들지. 그래, 마치……승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었던 로드스타처럼 말이지.”

“너는……”

“이제야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겠어?”

“혹시 아틸라인가?”

전생에 자신에게 패배했던 도전자의 이름을 떠올린 류안이 질문을 던지자 그가 유쾌하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아틸라라니……정말로 그리운 이름이군. 하지만 먼 옛날에 흘려보낸 낡아빠진 이름이기도 하지. 내가 유라디스 은하에서 사용하는 이름은 따로 존재하는데 말이야……좋아, 이참에 명함이라도 교환해 볼까?”

그렇게 말한 아틸라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믿을 수 없는 이름을 꺼내들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새로운 세계의 올 마이티. 나를 어떻게 부르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이름으로 가르쳐주지. 내 이름은 헨드릭 폰 엔지그 프리우스. 슈발츠 제국을 다스리는 카이저이자 이 은하를 지배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발할라의 도전자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나락의 도약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이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다!!”

============================ 작품 후기 ============================

후기는 원래 점 하나 찍으면 된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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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없어서 올림픽도 못 보고...그래도 내일 축구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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