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56화 (25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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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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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그 시기에 길로틴은 로젠 바이스들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율리안을 납치해버렸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노발대발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라미스 주교! 율리안에게는 아직 이용가치가 남아있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그랬을 텐데?!”

[우리들은 약속대로 정당한 보수를 챙겼을 뿐입니다. 각하께서는 원하시던 대로 드림이터를 손에 넣었으니 정당한 거래가 아닙니까?]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그가 없으면 파비안을 암살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져버린다. 간신히 여기까지 진행시킨 계획을 모조리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소리냐? 이런 더러운 배신자 녀석들!!”

[배신이라니 듣기 거북하군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각하. 우리들의 계획은 각하께서 세운 알량한 음모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당황스럽고 두려우실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각하께서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그 때까지 살아있다면 말이죠. 하하하하하하하!!]

뚝!

비열한 웃음소리와 함께 통신을 끊어버리는 곱추 남자의 행동으로 길로틴은 이를 뿌드득 갈아대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쿵!!

“감히 이 자식들이 내 사령부의 한복판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가지고 놀아? 코로! 뭘 멀뚱하게 쳐다보고 있는 거냐? 지금 당장 드림이터를 사용해서 저 사이비 새끼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네,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을 받은 젊은 엔포서가 곧바로 드림이터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가능하다. 저들이 있는 장소에는 내가 접근할 수 없는 강력한 방어장이 펼쳐져 있다. 그것을 제거해주지 않는 이상에는 그대의 명령을 따를 수 없다.]

“그렇다면 직접 군대를 이끌고 가서 모조리 쓸어버려주지! 지금 당장 기술부에 연락해서 그[신병기]를 투입시키라고 전달해라!]

“네, 알겠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로젠 바이스들의 배신으로 한바탕 폭풍이 몰아치려고 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시각에 류안 일행은……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비상, 비상! 로젠 바이스들이 제 2기지를 점거하고 반란을 일으켰다! 전 군은 지금 즉시 전투태세를 갖추고 연병장으로 집결해라! 반복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복도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엔포서들의 발소리가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

철컥, 철컥, 철컥!

보안레벨이 올라가는 것과 동시에 각 구역이 폐쇄되기 시작했으며 자동감시 시스템과 자동포탑, 환풍구에도 불가시 레이저망이 활성화되며 사령부 전체가 요새처럼 변해버리고 말았다.

[작업 인부들은 병사들의 인솔을 따라서 침착하게 움직여주시기 바랍니다.]

아니나 다를까 류안 일행이 숨어있는 화물차량을 운반하고 있던 스피아 일행에게도 헌병들이 달라붙으면서 인솔을 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는 꼼작 없이 대기실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할까요? 스피아 대장님. 차라리 이렇게 된 거 플랜 A를 포기하고 전 병력을 후퇴시킨 다음에 집행자 함대에게 연락을 보내는 게……]

[아니, 아직 우리들의 정체가 발각된 건 아니니까 기회는 있다. 일단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

스피아의 판단으로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류안은 입술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젠장.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납치당한 위기의 공주님 놀이라니……율리안, 이 쓸모없는 녀석!’

경계상태가 올라가버린 것만으로도 상황을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아졌지만, 갑작스럽게 그가 잡혀버리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다녀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해버리고 말았다.

‘만약을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놓기는 했지만……성공시킬 수 있을까? 혹시라도 어느 한쪽이 실패해버리면……’

류안이 구상하는 계획에는 길로틴을 처리하고 드림이터를 손에 넣는 것보다 더 큰 그림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번 기회에 악마에게 홀려버린 썩어빠진 상층부를 모조리 실각시켜버리고, 그 자리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을 채워 넣으면서 원정대를 통째로 장악해버리는 것.

물론, 원정대에 별다른 기반도 없는 중령에 불과한 그가 단독으로 쿠테타를 일으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을 이 일에 끌어들이기로 했다.

첫 번째는 트리니티를 이끌고 있는 혁명의 여신, 아네타.

[훌륭한 계획이에요! 이번 기회에 원정대의 상층부로 장악해서 군부로 진출할 수만 있다면……독재로 탄압받는 가온 공화국을 구원하는 계획은 크게 진전될 거예요! 발할라 커뮤니티의 전력을 동원해서 당신을 도와드릴게요!]

비록 그 규모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실각한 사람들을 어느 정도 보충해줄 수 있는 고위 장교들을 조직원들로 보유하고 있는 그녀.

게다가 연맹과 우주군. 정재계에 넓고 다양한 인맥들을 보유하고 있는 아네타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장 든든하면서도 조심해야하는 우방이었다.

두 번째는 바키 대통령의 딸이자 공화국의 공주님으로 불리는 레베카.

[크흠……뭐, 그, 그런 사정이라면 가능하면 도와주도록 할게! 악마에게 홀려버린 사람들이 원정대를 지휘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나도,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던 참이니까……내가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몇몇 추천해 줄게!]

물론, 그녀가 말하는[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건 대부분 바키에게 아첨하는 간신배들이지만, 적어도 그녀가 이쪽 진영에 서있는 동안에는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고 눈치를 볼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런 마지막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사람이 바로 방위군의 얼굴, 율리안 중장.

‘사전 허락을 받지는 않았지만……일단 상황을 정리하고 설득하면 틀림없이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일 거야. 그도 현재의 체제로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사실, 이번 작전의 성패는 율리안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림이터라는 악마의 존재는 연맹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비밀로 묻어버려야 되는 일.

아네타의 설명에 따르면 악마에게 홀린 사람들은 발할라 커뮤니티의 도움을 빌려서 은밀하게 치료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기간이 얼마나 소모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을 경질시켜버리는 것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절차다.

문제는 그렇게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상층부를 날려버리면 쿠테타나 다름없는 그 행위를 원정대의 군인들. 아니,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에게 누가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느냐는 것이었다.

드림이터에 관한 내용이야 적당히 변명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발표내용을 사람들이 [믿을 수 있게]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가 바로 율리안 중장이다.

‘로젠 바이스가 무슨 목적으로 그를 납치했는지는 대략적으로 감이 와. 운이 나쁘면……그는 더 이상 사람들이 알고 있던 율리안이 아니게 되어버릴 수도 있어. 하지만 정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가 이대로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거야. 그렇게 되면 원정대는 물론이고 가온 공화국도 끝장이야. 어쩌면……우주군의 스카우트 제의도 물거품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지.’

끔찍한 나비 효과 연쇄작용을 차례대로 떠올려버린 류안은 갑작스럽게 오한이 밀려드는 기분을 느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특공대를 두 그룹으로 나눠야 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작전이 탄로 나서 길로틴과 드림이터가 도망쳐 버린다거나, 율리안이 죽어버리면 모든 게 끝장인데. 젠장, 이런 더러운 운빨x망게……아니야! 정신 차리자, 류안. 침착하게 생각하면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그렇게 머리를 감싸 쥐면서 고민을 하고 있자니 같은 화물칸 속에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루치아가 귀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으음……어째서 그렇게까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려고 고민하는지를 모르겠구나. 약간은 눈치 없는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적들이 서로 싸운다면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아니겠느냐? 이참에 양쪽 그룹을 모조리 쓸어버린다면……”

“그러는 사이에 율리안은 죽고 길로틴과 드림 이터는 멀리 도망치겠지. 이 드라코패스야!!”

싸움판이 벌어졌다는 말에 어린아이처럼 흥분한 그녀가 꺼낸 말이었으니 조크 같은 이야기지만 반쯤은 진심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류안이 그렇게 일침을 날렸다.

“크흠……”

헛기침을 하는 루치아를 뒤로하고 계속해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을 계속하는 류안.

‘하다못해 영체화라도 사용할 수 있으면 로젠 바이스와 대립하는 길로틴 정도는 손쉽게 처리해버릴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영체화에 그런 약점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엑스가 심연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고스란히 영체화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완벽한 스텔스 암살마저도 길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삼엄한 경계를 뚫으면서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루치아의 말대로 정말 이판사판으로 한 번 힘으로 밀어붙여 볼까?’

급기야는 그런 생각마저 해버리는 류안.

하지만 그 순간에 대기실의 문이 열리면서 현병대의 병사들이 우르르 안으로 몰려들어 왔다.

철컥, 철컥, 철컥!

============================ 작품 후기 ============================

오늘도 일이 바빠서 분량이 조금 짭니다....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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