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55화 (25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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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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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눈을 뜬 율리안은 마치 부유령이 되어버린 것 같은 나른함에 시달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어디지?’

조그마한 극장의 무대 위.

나무의자에 걸터앉아있던 그는 고개를 숙이는 순간에 시야를 가리면서 내려오는 모자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것을 벗어 들었다.

‘광대모자라니……’

쿵!

다음 순간에 무대의 조명이 일제히 켜지면서 그의 시야를 채워버렸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힘찬 환영의 박수로 맞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무대의 주인공인 공화국의 왕자, 율리안 중장님을 소개해 드립니다!!]

[우와아아아아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던 객석에서 요란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우레와 같은 함성.

간신히 시야를 회복해서 다시 주변을 살펴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많은 인기척들이 일시에 사라져버렸고, 당황하는 그의 눈앞으로 자신이 쓰고 있던 광대 모자를 착용한 한 명의 피에로가 허깨비처럼 불쑥 튀어나오면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

‘아무래도 나는 악몽을 꾸고 있는 모양이군.’

[하하하하하! 악몽이라니 생각보다 위트가 넘치는 분이시로군요. 아무래도 이번 도전자는 생각보다 전망이 밝으신 분 같습니다! 잘하면 스테이지 4……아니, 모두가 염원하는 스테이지 5에 올라 가실지도 모르겠군요!!]

확성기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광대의 말에 율리안은 자신의 생각이 읽혀버렸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어째서 이렇게 이상한 장소로 떨어지게 되었는지를 떠올리면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하하! 아무래도 참가자 분께서도 준비가 되신 모양인데 그렇다면 주저할 필요도 없이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우선은 가벼운 몸 풀기 게임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아주시기를 바랍니다. 10명의 공화국 인형!!]

쾅! 쾅! 쾅! 쾅! 쾅!

[우와아아아아아아!!]

광대의 외침과 동시에 조명들이 차례로 터져나가면서 그림자들이 춤을 추며 환호성을 질러대었다.

잠시 후에는 한 치 앞도 확인할 수 없는 어둠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가 싶더니 침묵과 함께 새로운 풍경의 율리안의 눈앞에 펼쳐졌다.

“유, 율리안 중장님!”

“중장님이다! 하하하하, 이, 이제는 살았어! 만세!!”

“세상에 맙소사……정말로 율리안 중장님이세요? 꺄아아악!! 어쩌면 좋아?!”

백색의 타일로 덮여있는 방에는 그를 포함해서 10명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5명의 남녀와 정신병자로 보이는 3명의 사람들. 그리고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는 종양으로 뒤덮여져있는 끔찍한 형상의 생물이 피와 고름을 뿜어내면서 부풀었다가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굉장히 익숙한 얼굴을 한 명 발견할 수 있었다.

“필승, 율리안 중장님! 이런 끔찍한 장소에서 중장님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로 영광입니다.”

자신의 직속부대에 소속되어있는 노먼 중사.

고개를 끄덕인 율리안이 상황을 설명하라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자 의미를 알아채고 익숙한 모습으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저희들도 지금 막 이 장소로 도착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룰 마스터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보다시피 저 괴물 때문에 모두가 겁에 질린 상태입니다.”

“제발 저 괴물을 쓰러트리고 저희들을 구해주세요, 율리안 중장님! 이곳에 있다가는 저까지 정신이 이상해져버릴 것 같아요!!”

“맞습니다! 우리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룰 마스터를 쓰러트리기만 한다면 이 끔찍한 장소를 탈출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 사이에서 피에로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모두들 사이좋게 지내고 계십니까?]

“끼야아아악!!”

“루, 룰 마스터!!”

“히이익, 히이익, 히이이이익!!”

“키에에에에에엑!!”

태연한 모습으로 서있는 율리안과는 다르게 그를 발견한 모든 사람들(심지어 종양덩어리의 괴물까지도)은 공포에 찬 비명을 지르면서 서둘러서 거리를 벌렸다.

[하하하하하! 모두들 따듯한 환영의 인사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기대에 부응해서 곧바로 10명의 공화국 인형을 시작하도록 하죠! 모두들 준비는 되셨……]

“잠깐만 기다려!!”

피에로를 멈춰 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노먼 중사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네놈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더 이상은 네 마음대로 되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룰 마스터!! 율리안 중장님. 받아주십시오, 라이트 세이버입니다!!”

그렇게 외치고는 곧바로 율리안을 향해서 라이트 세이버를 집어던지는 그.

탁!

후우우웅!

새파란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오자 피에로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호오……그것으로 어쩌시려는 속셈입니까?]

“……”

그의 질문을 받은 율리안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오러 블레이드를 회수하고는 라이트 세이버를 자신의 무기 홀더로 집어넣어 버렸다.

“주, 중장님? 도대체 어째서……”

[하하하하하하! 율리안 중장님께서는 굉장히 현명한 분이시로군요!! 아주 좋습니다. 그래야 제가 기대하는 다크호스다운 모습이시죠……반면에, 당신에게는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노먼 중사님.]

“히이이익! 오, 오지 마! 오지 마!! 꼬르르르륵!!”

피에로가 손을 뻗어 올리자 공중으로 몸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면서 입게 게거품을 물고 발버둥을 치는 그.

잠시 후에는 눈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하던 그는 율리안을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그대로 절명해버리고 말았다.

쿵!

그러면서 허공에 5:00이라고 쓰여져 있는 전자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으로 여러분에게는 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이 생겼습니다. 부디 이 시간을 소중하게 써주십시오! 왜냐면 이 시간을 모두 소비해버리면 여러분은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몰살당하고 말 테니까요!! 그러니 모두 서둘러서 다수결을 통해서 다음으로 희생당할 사람을 선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웅성웅성.

피에로의 터무니없는 제안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

그런 그들을 소름끼치는 눈동자로 바라본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면서 곧바로 카운터를 작동시켜 버렸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이 스테이지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밖에 없습니다.]

쿵!

“저, 저 괴물부터 먼저 죽여 버려요!”

피에로가 사라지자마자 종양덩어리의 괴물을 가리키면서 소리 지르는 묘령의 여인.

“쉬이이익-쉬이이이익!”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하는[그것]이었지만 주저하던 사람들은 곧바로 앞 다퉈서 찬성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그래! 저 역겨운 괴물은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이 기회에 깔끔하게 죽여 버리자!”

“옳소, 옳소!!”

“찬성하는 사람들을 곧바로 손을 들어주세요!!”

순식간에 여론을 모은 사람들이 앞 다퉈서 손을 들어 올렸지만 종양덩어리의 괴물을 제외한 3명의 정신병자들은 그들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처럼, 허공을 바라보면서 말을 건다던지, 벽으로 머리를 박으면서 뭔가를 중얼거린다던지, 침을 흘리면서 낄낄대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결국 율리안을 제외하고 손을 들은 사람은 불과 4명.

다수결을 충족하기에는 정확하게 한 명이 모자란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선이 곧바로 그에게 집중되었다.

“율리안 중장님. 부탁드려요……”

“괴로운 건 알겠지만 여기에서 이렇게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팔짱을 낀 상태로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잠시 후, 뭔가를 결정한 것처럼 다시 라이트 세이버를 집어 들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율리안 중장님……?”

후우우우웅!!

다음 순간에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베어버리는 그.

달칵!

그 순간에 곧바로 카운터가 올라가면서 5분의 추가시간이 늘어났지만 그 상황에 놀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율리안 중장님.”

후우우우웅! 후우우우웅!!

촤아아아악!

달칵, 달칵!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라이트 세이버를 휘두르며 2명의 사람들을 죽여 버린 율리안은 공포에 질려서 주저앉은 여성을 향해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르실 수가 있어요. 제, 제발 살려주세요. 율리안 중장님은 이런 분이 아니잖아요!”

부우우웅.

하지만 그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오러 블레이드를 꺼내자 그녀는 곧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트리면서 저주의 말을 쏟아내었다.

“그래, 죽이려면 죽여라, 이 쓰레기 새끼야!! 자기 혼자만 살아남으려고 죄 없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다니……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이런 짐승만도 못한 악마……”

촤아아아악!

그리고 그녀마저도 단숨에 베어버린 율리안은 다음에는 정신병자들에게 다가가서 역시 차례대로 한 사람씩 죽여나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종양덩어리의 괴물과 단 둘이 남아버린 그.

“쉬이이이익-쉬이이익.”

“……”

자신의 운명을 예감해서인지 안정된 호흡으로 숨을 내쉬는 그를 바라보면서 아무런 말없이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는 율리안.

하지만 그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직전에 갑작스럽게 피에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험을 통과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의도했던 것과는 다소 다르게 흘러가기는 했지만 훌륭하게 최후의 한 ‘사람’이 되셨군요!! 크……용서 없이 민간인들을 베어버리는 그 용맹함에서는 저도 모르게 카타르시스를 느껴버렸습니다! 역시나 공화국의 희망, 공화국의 구원자, 율리안 중장님! 이거야, 이거야, 다음 스테이지가 오금이 저릴 정도로 기대되는 순간이로군요.]

“……”

뚜벅뚜벅.

시험을 통과했다고 말하는 그를 무시하면서 다시 종양덩어리의 괴물에게로 발걸음을 옮기는 율리안.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시험은 이미 끝나버렸는데 정말로 이 불쌍한 사람마저도 잔인하게 죽여 버릴 생각입니까? 한 번만 더 생각해보세요. 이미 충분히 불행한 사람이 아닙니까……]

“지금……”

[네?]

“지금 편안하게 만들어 주겠다.”

촤아아아아악!

자신의 패턴을 깨고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서 단숨에 종양덩어리의 괴물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푸시시식-푸시시시식-.

그러자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활동을 멈추는 그.

잠시 후 얼룩과도 같은 주름덩어리의 검은색 형상이 얼굴처럼 근육을 움직이더니 율리안을 바라보며 조그마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다시 무표정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면서 자신의 앞에 서는 그를 바라보는 피에로의 표정은 급격하게 굳어 있었다.

[……흠. 죽음으로 자비를 베푼다……확실히 저 남자가 진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신 데에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죽여 버린 것을 덮을 수는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전부 다 살기를 바랐습니다. 적어도 정신병자들을 제외한 4명은 그랬죠!! 당신은 학살자입니다. 율리안! 학살자라고요!!]

“……”

하지만 그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다가 새롭게 열린 출입구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 중에서 살아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었다는 소리냐?’

[……]

잠시 후,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면서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는 피에로.

[후후후후후. 정말로 장래가 촉망되는 분이십니다. 설마 이렇게까지 눈치가 빠르다니……로젠 바이스들이 이번에는 제법 재미있는 분을 떨어뜨렸군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의 주변에 쓰러져있던 사람들의 시체들은 어느새 인형으로 변해버렸다.

혼돈과 증오, 그리고 절망.

모든 것이 속임수로 구성되어있는 악몽의 장소.

율리안은 지금 심연에서 나락의 도약을 진행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율리안 공주님을 구하는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네

류안: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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