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52화 (25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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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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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유행하는 괴담이 하나 있었다.

야심한 밤에 거울로 가득한 방에 혼자 앉아서 장자처럼“거울에 비친 내가 나인가? 아니면 거울을 바라보는 내가 나인가?”라는 고민을 하다보면 급기야 어느 쪽이 자신인지를 모르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마치 거울 속에 영혼을 빼앗겨버리는 것 같은 현상이라고나 할까.

몇몇 사람들은 여기에 게슈탈트 붕괴라는 그럴듯한 이름까지 붙여줬지만 실제로는 근거 없이 떠도는 도시 전설 같은 거라서, 나이가 들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추억으로 흘려보냈다.

그 단어를 다시 한 번 목격하기 전까지는.

‘게슈탈트 붕괴라니……탈리아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갑자기 왜 그런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거야? 혹시……많이 심각해?”

“아니, 별로 심각하지는 않아. 그냥 조금 예상하지 못한 걸 발견해서 그래.”

“그래? 예상하지 못한 게 뭔데?”

탈리아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를 고민하던 류안은 잠시 후 결심을 굳히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볼 게 있으니까 똑바로 대답해 줘.”

“뭐, 뭔데?”

심상치 않은 그의 기세에 당황하는 그녀.

“네 이름이 뭐지?”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면서 물어보는 게 겨우 그거야?”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니까 제대로 대답해 줘!”

“아, 알았어. 갑작스럽게 소리는 지르고 그래……탈리야잖아. 탈리야! 이제 됐어?”

물론, 괜찮을 리가 없었다.

“탈리야라고? 탈리아가 아니라?”

“응? 아, 아니야. 물론 턀리아지……아, 아니. 턀리야였던가? 어라……내가 왜 이런 걸 헷갈리는 거지? 자, 잠깐만 기다려봐……어라?”

그제야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눈동자가 뒤흔들리는 그녀.

[게슈탈트 붕괴의 진행률이 상승합니다.]

시스템 알림음에 정신이 번쩍 든 류안은 무너지려고 하는 탈리아를 곧바로 끌어안았다.

“괜찮아!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내가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고쳐 줄 게!!”

“류안……나……”

“아무 말도 하지 마! 생각하지 마! 고민하지 마! 언제나처럼 나한테 모든 걸 맡겨. 그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모조리 해결해 버릴 테니까!!”

“……아파, 멍청아.”

탈리아의 불만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너무 세게 끌어안아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류안은 그녀를 끌어안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두근, 두근, 두근.

격렬하게 요동치던 심장소리가 안정되는가 싶더니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시스템 알림음.

[상태가 진정됩니다. 현재 진행률 91%]

‘그 짧은 순간에 2%나 상승해 버리다니……’

한 눈에 봐도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콘트라베이스의 저주를 확인한 류안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에 탈리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맹세하는데 유라디스 은하에 존재하는 펜져스란, 펜져스는 모조리 씨를 말려버리겠어. 그리고 네놈들이 튀어나왔다는 심연으로 쳐들어가서 정말로 악마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존재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가르쳐주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를 마주 끌어안으며 살포시 눈을 감는 탈리아.

하지만 그렇게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버리는 상황이 불편했는지 루치아가 그녀답지 않게 헛기침을 하면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참견을 하기 시작했다.

“큼, 크흠, 두 사람 모두 거기서 자리를 깔고 교미를 할 게 아니라면 적당히 하고 떨어져라. 하여간에……아무리 연중무휴로 발정기에 시달리는 게 인간이라지만 조금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혹시 질투하는 거야?”

“누, 누가 질투한다는 것이냐?!”

“딱 봐도 질투가 맞네. 후처 주제에 잔망지기는……”

“후, 후처라고……”

탈리아의 일침으로 충격을 받았는지 휘청거리는 루치아.

그대로 내버려두면 자존심이 강한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화학반응을 일으킬지 몰랐기 때문에 류안은 어쩔 수 없이 탈리아를 놓아주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업무가 끝나면 곧바로 올게.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하고……별 일 없어도 그냥 마구잡이로 연락해.”

“후후후. 이렇게 기특하다니 가끔씩은 저주에 걸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후훟후. 이런 어리석은 여자 친구 같으니라고……이게 다 나중에는 복리이자처럼 불어나서 돌아온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다니. THE 류안 LOAN TM에서 뭔가를 공짜로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이 개드리퍼 새끼가……”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따가운 시선을 받아버리기는 했지만 격리실을 빠져나온 류안은 순식간에 심각한 표정으로 돌변해서 루치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도 목격했지?”

“아아, 두 눈으로 확실하게 보았다. 서방님이여.”

“뭔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사실은 저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여러 가지가 있지.”

“그게 뭐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루치아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던 그녀는 이번에도 역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역시 서방님께서는 그 년이 유난히 특별스러운 모양이군. 흐음, 원래대로라면 순순히 해결법을 알려주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차라리 저대로 망가져버리도록 내버려두는 게……읍, 흐읍?!”

그러자 그런 그녀의 입술을 단숨에 막아버리는 류안.

“기, 길 한복판에서 지금 무슨 짓을 하시는 거예요?!”

성적인 부분에서는 유난히 약한 면모를 드러내는 아우라가 당황하면서 외쳤지만, 그는 루치아를 벽으로 밀어버리고는 강압적인 키스로 그녀를 오르가즘에 도달시켜버렸다.

“후읍, 우읍, 우으으읍!!! 하아, 하아……이, 이게 갑자기 무슨 짓이야?!”

쿵!

“닥치고 내가 시키면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해!! 루치아, 다른 건 다 용서할 수 있어도 내 여자에 관한 문제는 양보할 수 없어. 그건 탈리아가 아니라 너라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감히 시답잖은 질투심으로 내 일을 방해한다면 두 번 다시는 그런 건방진 생각이 들지 않도록 격렬하게 사랑해주겠어! 침대의 위쪽을 원하거나 아니면 네가 그토록 원한다는 목숨을 건 전쟁터나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야!!”

“……”

벽치기를 하면서 사납게 자신을 위협해오는 류안의 모욕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에 보기 좋게 압도당해서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하는 그녀.

“먼저 집무실로 갈 테니까. 거기에 서서 차분하게 머리를 식히고 와! 그러고도 징징거린다면 얼마든지 들어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바람에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던 아우라는 재빨리 루치아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혹시라도 기분이 상했다면 이번에는 눈감아주세요. 대장님도 지금은 제정신이 아니시잖아요?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같아.”

“네?”

“……신혼생활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네???”

터무니없는 대답을 들어버린 아우라는 두 번이나 같은 반응으로 대꾸해버리고 말았지만, 루치아는 홍당무처럼 붉어져버린 모습으로 류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

잠시 후.

집무실로 들어와 앉은 류안은 자신이 조금 전에 저질러버린 만행을 떠올리면서 얼굴을 감싸 쥐고 있었다.

“……미안해, 탈리아.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아무래도 이번 발할라는 여기까진가 보오.”

사자의 코털, 아니. 용의 역린을 대놓고 자극해버리고 말았으니 자신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엔딩은 NICE BOAT.

심지어는 싸우고 싶어서 환장한 전투광에게 “언제 어디서라도 도전을 받아주겠다!”라는 프로레슬링 선수 같은 발언을 해버리고 말았으니, 지금 당장 칼바람이 몰아친다고 그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하필이면 로스탐을 카프에게 메인터넌스 보내버린 상황에서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나라는 놈은 얼마나 생각이 없는 거야! 아니야……자학하지만 말고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자. 그, 그래. 당하기 전에 먼저 전군을 소집해서 기습을 거는 거야! 아무리 지상최강의 괴물이라도 물량공세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니까! 그렇게 하면……우리군은 절반쯤 박살나고 내 명줄도 확실하게 끝장나 버리……다니 이렇게 되면 의미가 없잖아, 젠장!!’

루치아의 분노를 감당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승산을 따져나가는 류안.

급기야는 발할라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아네타에게 엎드려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구두를 핥는 시뮬레이션을 연습하고 있는 도중에, 집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아우라가 안으로 들어왔다.

벌컥!

“!!”

교차하는 시선과 시선.

그리고 잠시 동안의 침묵.

“……지금 바닥에 엎드려서 뭐하시는 거예요?”

“……콘택트렌즈를 흘려서 찾고 있었어.”

“그런데 왜 혓바닥을 내밀……아니, 그 이전에 콘택트렌즈는 사용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크흠,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마. 그나저나 노크도 없이 갑자기 들어오다니……아우라야말로 성실하지 못한 거 아니야?”

“……대장님에게 그런 말을 들을지는 몰랐지만……알겠어요. 저도 자세히는 물어보지 않을 테니 사소한 건 넘어가도록 하죠. 그나저나……쌓여있는 업무부터 처리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이것부터 먼저 처리해야 되겠네요. 받으세요! 루치아씨가 보낸 전언이에요.”

그렇게 말한 아우라는 류안을 향해서 한 장의 편지를 내밀었다.

“……겨, 결투장인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렇게 되물어보자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나가는 그녀.

“결투장이라기보다는……러브레터라고 보는 편이 맞을 거예요.”

“러브레터라니?”

“복잡한 여심이라고나 할까……뭐, 나이 = 솔로 인생을 살아온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지만 아무튼 받아주세요. 거기에 대장님이 원하는 해결책이 들어있다고 하더라고요!”

은근슬쩍 슬픈 발언을 해버리는 아우라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그것보다는 갑작스러운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고 멍청하게 되물어보고 말았다.

“왜 직접 찾아오지 않고……”

“오늘 하루는 대장님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나 뭐라나……아, 진짜! 그나저나 계속해서 이런 거나 물어보실 거예요? 빨리 편지나 읽어보라고요!”

“아, 알았어.”

다소 한심스러운 태도로 대답한 류안은 루치아가 보냈다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개봉하고 적혀있는 내용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가식적썩소님은 또 다른 제가 아니라 수정 요정님이십니다.

저는 제가 보유하고 있는 한 개의 아이디를 제외하면 다른 아이디가 없어요.

애초에 가족들도 한 명을 제외하면 제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크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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