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50화 (25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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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카가가가강!!

갑작스러운 기습이었지만 그녀들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비록 파고토가 초진동 롱소드에 리엑터 시스템으로 만들어낸 검강(오러 블레이드)을 덮어씌웠지만 위력에는 +가 가중되지는 않은 상태.

병기의 파워는 호각이었지만 그는 무기가 부딪치는 순간에 두 사람의 죽음을 확신하면서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트렸다.

‘죽어라, 죽어……죽어!!’

그가 사용한 기술은 데스 시저스scissors.

이름대로 적의 병기와 부딪치는 순간에 검 끝에서 검은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솟아나오며 적의 심장을 뚫어버리는 일격필살의 기술이었다.

후우우웅!!

[냐아아아앙?!!]

[꺄아아악!!]

아니나 다를까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공격이 날아오자 반응하지 못하고 굳어버린 두 사람.

하지만 파고토는 그녀들의 목숨을 취하기 직전에 후방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를 감지하고 급하게 자리를 회피해야만 했다.

쿠구구구구구, 서컹!

그러자 그가 서있던 지면에 긴 호선을 만들어내며 뻗어나가는 녹빛의 참격

찰나의 틈을 노리고 날카롭게 파고들어오는 일격에 식은땀을 흘린 그는 자신을 공격해온 수수께끼의 시라이온을 발견하고 롱소드 하나를 검집에 돌려놓았다.

“누구냐 네놈은……”

[내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다.]

[도와줘서 살았다냥, 감사하다냥, 하우저냥!]

[딱히 고맙지는 않지만 고마워요, 하우저씨!]

[……크흠]

일부러 숨긴 정체를 외부스피커로 밝혀버리는 두 마리(?)의 만행에 얼굴을 붉히면서 헛기침을 해대는 하우저.

“하우저라니……설마, 네놈. 검종에 소속되어 있는 검사인 것이냐?!”

[그렇다면 어쩔 셈이지?]

“웃기지 마라! 감히 검종에 소속되어 있는 검사가 제국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역적의 편에 서다니……네놈에게는 수치심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이냐? 내 사문을 걸고 맹세하는데 네놈의 사문을 찾아내서 그 책임을 따져볼 것이다!”

피보다 진하다는 끈끈한 사제관계로 묶여있는 소수정예의 [검종]의 검사들.

사문의 명예와 의리를 중시하는 그들에게는 파고토의 말보다 무서운 협박이 없었지만 하우저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면서 가볍게 무시해버렸다.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라. 사제……]

“누가 너처럼 근본없는 녀석의 사제라는 것이냐?!!”

쾅!!

분노한 파고토가 두 사람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공격들을 퍼부었지만, 하우저는 마장기의 성능이 밀리는 상황인데도 놀라운 검술실력을 선보이며 그를 상대해 나갔다.

후웅, 후웅, 후웅, 후우우웅!!

탕, 타탕, 탕, 타타타탕!!

펑!

“크아아아악!”

[심연의 악마에게 몸을 내준 사람치고는 별 볼일 없는 실력이로군.]

“크으윽……저, 정체가 뭐냐. 네놈?!”

겨우 대여섯합의 격돌로 상대방에게 굴욕적으로 걷어차이면서 기본실력의 압도적인 차이를 경험해버린 파고토.

‘이 정도면 문파의 장로급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실력이다. 게다가 펜져스도 아닌 것 같은데……도대체 어디에서 갑자기 이런 놈이?’

[대, 대단하다냥!]

[저렇게 강한 상대를 어린아이처럼……]

[이 남자는 제가 맡을 테니 두 분께서는 아군을 지원해주십시오.]

[알았다냥! 맡겨달라냥!!]

[무운을……]

그렇게 대답한 그녀들은 수인족 특유의 야생적이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난전에 뛰어들어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젠장……상황이 안 좋아.’

가능하면 빠르게 정리하고 퇴각하려고 생각하던 파고토는 의외의 거센 저항에 부딪치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승부는 둘째 치고 자신이 엄선한 정예부대가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전열을 유지하면서 대항해오는 트라이엄프 부대.

전체적인 우위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이대로 시간을 끌면 적의 증원이 도착해서 전세가 역전되어버릴 게 분명했다.

‘녀석들을 살려 보내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게 분명하다……하지만 여기에서 전멸하면 웃음거리도 되지 못해.’

[눈앞에 상대를 두고 어디에다가 정신을 팔고 있는 것이냐?!!]

쿠와아아아아앙!

카가가가강!

“크으으윽!!”

빈틈을 노려서 날카롭게 날아오는 참격에 왼쪽의 어깨가 날아가 버린 파고토.

자신을 붙잡고 거대한 산처럼 막막하게 다가오는 하우저의 기세에 더 이상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그는 부하들을 향해서 퇴각명령을 내렸다.

“섬광탄 일제 발사!! 전 부대원은 퇴각지점으로 후퇴한 후 포인트 베타에서 전열을 다듬는다!”

[네, 알겠습니다!!]

펑, 퍼퍼퍼퍼펑!!

섬광탄을 터트리는 것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을 쏟아내며 거리를 벌려나가는 제국군.

그에 맞서서 트라이엄프 부대도 시라이온과 재규어들의 방패를 앞세워 방어를 굳히면서 재빠르게 대응사격을 시작했지만, 폭풍이 지나가고 시야가 회복된 이후에는 적들이 이미 상당한 거리를 벌려놓은 상태였다.

[냐아아아앙! 기습하고 도망치다니 비겁하다냥!! 쫓아가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냥!!]

[머리를 식히고 주변을 돌아보라고 멍청한 야옹이! 우리 부대가 입은 피해가 안 보여?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냐앙?!]

리키아의 말대로 숫자에서 압도적인 열세에 놓였던 트라이엄프 부대가 입은 피해는 막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자치령군의 지원까지 합쳐서 약 5천에 이르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불과 10분도 안 되는 짧은 교전으로 절반이 넘는 숫자가 당해버렸고, 200대의 마장기 중에서 무려 120기가 파괴당하는 뼈아픈 손실을 경험하고 말았다.

반면에 4배가 넘는 규모를 가졌던 제국의 매복부대가 입은 피해는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전멸을 면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표현해야 되는 처참한 패배였다.

[하, 하지만 하우저냥이가 선봉에 서준다면……]

[죄송하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무리입니다.]

[어째서냥?!]

카티아의 주장에 고개를 흔든 하우저는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자신의 마장기를 바닥으로 주저앉혔다.

[하아, 하아……면목이 없는 이야기지만 며칠 전에 죽음과 싸웠을 때 입은 부상이 아직 낫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조금 전의 싸움으로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그 상태로 계속해서 싸웠다면 당하는 건 오히려 제 쪽이었을 겁니다.]

[그, 그랬었냥? 사정도 모르고 무리한 부탁을 해서 미안하다냥.]

[의무병을 불러줄까요? 따, 딱히 걱정되는 건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응급조치를 취했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이번 일의 복수를 하는 것도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이쪽 방면으로는 도가 튼 스페셜리스트가 출동을 한 모양이니까요……]

[스페셜리스트냥?]

화상통신을 열고 귀엽게 고개를 갸우뚱하는 카티아의 사랑스러움에 하우저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면서 헛기침을 하고 말았다.

***

“젠장……그랑시아 정거장을 이렇게 눈뜨고 내줘야 하다니!!”

어이없는 발각으로 작전을 실패한 파고토는 포인트 베타에서 군대를 재편하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전황이 이렇게 어려워져버린 이유는 물론 뇌신의 출현 때문이기도 하지만 2번째 원인은 병력의 압도적인 열세.

15구역에 주둔하고 있는 제국군의 숫자를 합치면 아직도 50만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워낙에 넓고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는 언더월드의 여기저기로 흩어져서 고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병력을 집결시키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적의 발목을 잡고 싶지만……전투를 승리하려고 전쟁을 포기할 수는 없지.’

내심으로는 그랑시아 주민 전체를 강제로 징집하거나 기계강화병으로 만들어서 도시 전체를 불태우는 일전을 치루고 싶은 유혹이 밀려들어왔지만, 지금처럼 전선이 넓고 레지스탕스들의 눈치가 무서운 상황에서는 아무리 펜져스라도 그런 비인도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일단은 로마노 정거장에 병력을 집중시키며 적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때까지 막아낸다. 그리고 그곳마저도 뚫려버리면 그 때는……15구역의 언더월드 전체를 매장시켜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곳을 무덤으로 만들어 주지.’

연합군이 알았다면 등골이 오싹해질만한 계획을 떠올리면서 작전을 구상하는 가운데, 누군가가 그의 개인실 문을 두드려 왔다.

똑똑똑똑!

“누구냐?”

[발린 중령입니다! 실례지만 급하게 보고드릴 내용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자신의 실력과 포인트 베타의 삼엄한 경비를 신뢰하고 있던 파고토는 부하의 요청에 별다른 의심 없이 허락을 주었다.

“Si vis pacem, para bellum!! 갑작스럽게 실례를 해서 죄송합니다.”

“뒤에 있는 여자는 누구지?”

후드를 뒤집어쓰고 따라서 들어오는 여자를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리는 그.

“이 분은……”

“오랜만이야. 파고토! 보아하니까……하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가 않아서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은가 봐?”

“……유리, 브라스?!”

죽었다고 생각했던 무지크의 동료가 후드를 벗고 태연스럽게 웃음을 터트리자 파고토는 깜짝 놀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바로 나야! 호호호호!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는데 서운하게 멍청이처럼 서 있을 거야? 자, 재회의 기쁨을 무지크의 방식으로 표현하자고!!”

“너는……죽은 게 아니었나? 아니, 살아있었으면 지금까지 연락도 하지 않고 어디에 있었던 거야?! 네가 있었다면 전황이 이렇게 악화되지는……”

“미안, 미안! 하지만 이쪽도 여러 가지로 사연이 많았다고……그 빌어먹을 년을 뿌리부터 개조시키느라 얼마나 고생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빌어먹을 년이라니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지?”

“누구기는 누구야? 바로 카스티야지.”

유리의 입에서 터무니없는 거물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파고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너 지금……자치령의 총사령관을 세뇌시켰다고 말하는 거야?!”

“호호호호, 당연하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필살기를 사용할 수 없는 처지라서 약간은 고생했지만 결국에는 해내고야 말았지!!”

“하하, 하하하하하! 대단해, 브라스! 정말로 대단해!! 네 말이 사실이라면 15구역을 탈환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야! 아니, 잘하면 15구역만이 아니라 자치령과 몬스터 군단까지도 손아귀에 넣을 수 있어! 정말로 잘 했어, 하하하하하!!”

하지만 미칠 듯이 웃음을 터트리는 파고토와는 다르게 유리는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내가 카스티야를 손에 넣었다고 전세가 역전되지는 않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의문을 표시하는 그에게로 똑바로 다가오더니 고글을 착용하고 있는 눈으로 시선을 마주쳐오는 그녀.

“왜 그렇게 접근하는 거지?”

불길함을 느낀 파고토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자비의 검으로 손을 움직였지만, 다음 순간에 그의 등 뒤에 서있던 발린 중령이 터무니없는 괴력으로 그의 팔을 붙잡아버렸다.

“지, 지금 무슨 짓을……큭! 무슨 놈의 힘이……커어억!”

다음 순간에 유리와 눈을 마주친 파고토는 그 상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거 알고 있어? 파고토……최면을 거는 대상에게 적절한 암시를 걸면 그 사람에게 잠재되어 있는 힘을 100%끌어낼 수 있다는 걸. 후후후. 하기야, 같은 무지크라도 동료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네가 그런 사실을 알 리 없겠지. 나와는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상식마저 어설프게 인지하고 있는 상태로 말이야!”

‘네 이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유리를 필사적으로 노려보는 그였지만 그녀는 배낭에 약물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그 이름은 돌 메이커.

느긋한 걸음으로 파고토의 등 뒤로 걸어간 그녀는 주사바늘을 척추로 꽂아 넣으면서 고혹적인 목소리로 귓가에 자신의 메시지를 흘려 넣었다.

[HAIL, 류안!]

============================ 작품 후기 ============================

류안: 내가 없어도 의외로 잘 돌아가는데?!

참고로 리키아가 멍멍거리지 않는 건 늑대라서 그렇습니다.

늑대라서 성교할때 아오오오하고 외치...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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