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49화 (24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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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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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아무리 리사님의 명령이라지만 수비는 적성에 안 맞아. 라인데커 영감님처러 마조스러운 성격이 아니라면 즐길 거리가 없다고……”

그늘에 기대서 휴식을 취하던 파고토는 한숨을 쉬면서 그렇게 투덜거렸다.

본대로 귀환해버린 무지크들을 대신해서 15구역을 방어한지도 5일째.

[전황이 어려우면 퇴각할 때는 퇴각하더라도 최대한 오랫동안 적들의 발목을 붙잡아야한다.]

[후후후. 그렇게 말씀하시면 전부 쓸어버려도 상관이 없는 겁니까?]

[……해낼 수 있다면 특별히 구두를 핥게 해주지.]

[하악하악!]

특별한 포상(?)에 환호하면서 120%의 의욕을 끌어올려 적들에게 맞섰지만 전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갔다.

뇌신의 공격으로 군사거점의 4할이 넘게 파괴당했고 적들은 그렇게 초토화된 군사거점들을 무혈로 점령해갔다.

기세를 타서 대군을 일으킨 적들은 파죽지세로 카이오 정거장을 탈환해버렸고 8개의 소도시들과 100여개가 넘는 중계역들을 점령하면서 기세를 더해나갔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사태는 15구역과 자치령의 지상통로를 차단해주던 랑스도르프 요새의 사령관이 적들의 기세에 겁을 집어먹고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해버린 것이었다.

‘30년을 버틸 수 있는 비축물자와 지하벙커를 보유하고 있는 놈들이 한심하기는……’

그리고 통로가 열리기가 무섭게 자치령의 대군이 물밀 듯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전군 진군하라! 자치령의 강화몬스터 군단의 힘을 제국의 압제자들에게 과시할 시간이다!!]

크오오오오오!!

자치령의 총사령관인 카스티야의 출격명령으로 진군을 시작한 300만의 강화몬스터 군단.

감정에 지배당하는 인간과는 다르게 주인의 명령만을 따르는 이 괴물들은, 자신들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선봉으로 뛰어들어 자신들의 피와 시체로 승리를 위한 주춧돌을 쌓아올리는 무시무시한 돌파력을 가지고 있었다.

투타타타타타!!

[사격! 사격!! 기동지뢰들을 가져와, 통로를 무너트려!! 쏟아 부을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쏟아 부어!!]

[젠장!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끝없이 밀려드는 괴물들이라니……]

[한 마리도 놓치면 안 돼! 한 군데라도 뚫려버리면 모든 게 끝장이라고!!]

[중력장 활성화! 에너지가……올라가지 않아! 젠장! 괴물들이 전선을 갉아먹고 있잖아?!]

[저, 적들이 땅굴을 파고 지하로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천장에서도……아니, 온 사방에 적들의 병력이 깔렸습니다! 이제 다 틀렸어!!]

[하, 항복! 항복!!]

크오오오오오!!

[100만이 죽어도 상관없다! 200만, 아니 300만의 강화몬스터가 모조리 쓰러져도 상관없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길이 동포들의 해방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들은 승리를 위해서 쓰러진 숫자보다 더 많은 군단을 진군시킬 뿐이다! 그러니 용기를 들고 총칼을 들어라, 제국의 형제자매들이여. 저 더러운 압제자들을 몰아내고 우리들의 손으로 독립을 쟁취해내자!!]

우와아아아아아!!

카스티야의 패기 넘치는 연설과 자치령군의 무시무시한 진군속도에 고무 받은 지역주민들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분노를 폭발시키듯이, 무기고를 습격하고 레지스탕스가 되어 15구역 전체에서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젠장, 멍청한 조그 녀석……질 때는 지더라도 마스터 코드만은 확실하게 파괴시켰어야지! 그 자식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도대체가 이게 무슨 고생이야?“

지난밤에도 로마노 정거장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느라 배신자들의 피로 마장기 전체를 붉은색으로 물들여야만 했던 파고토.

하지만 쉴 새도 없이 이번에는 그랑시아 정거장으로 밀려들어오는 적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새벽나절을 달려와, 열세의 전력을 이끌고 도박적인 매복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적의 강화몬스터 군단이 주 선로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보고 있어. 녀석들은 내버려 둬. 우선은 머리에 지능이 있는 놈들부터 처리하고 생각하자고……”

[알겠습니다!]

부하의 보고에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파고토.

매복부대를 선로를 포위하는 형태로 배치한 그는 적의 음향탐지를 피하기 위해서 숨 쉬는 소리조차 조심하라는 명령을 전달했다.

‘스텔스 장비 때문에 화력이 조금 부족해지기는 했지만……부대 전체를 희생해서라도 적 돌입부대의 사령관을 해치울 수 있다면 그랑시아에 충분한 방어준비를 갖출 수 있다.’

그가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적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상전용 아르고스 시스템은 오직 하나.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가 없어서 실전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과감하게 주력부대를 투입해서 적들과 난전을 펼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계속해서 적의 선봉대가 돌입해 옵니다. 적의 부대는……프, 플래닛 이터. 트라이엄프 부대입니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린 장본인들이 나타났군.’

조그를 시작으로 브라스, 거기에 콘트라베이스와 죽음까지 격퇴해버리며 아군을 궁지로 몰아넣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들.

뇌신만 발동하지 않았다면 콘트라베이스가 남겨놓은 저주를 폭발시켜서 그 혼란을 틈타 자신의 주인인 리사 슈미트와 함께 토벌시킬 수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모든 전황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는 상대하기가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다.

‘특히나 콘트라베이스를 한 방으로 날려버린 그 남자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말이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부대의 본대가 아니었는지 전력이나 구성 자체는 대수롭지 않다는 것.

[어떻게 할까요?]

“녀석들도 그대로 통과시킨다. 오리들의 목표는 조종 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자치령의 기동사령부가 타켓이다. 사소한 복수는 뒤로 미루고……지금은 오직 승리를 위한 작전에만 집중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렇게 명령을 내린 파고토는 트라이엄프 부대가 통과하기를 기다렸지만 진군을 계속하던 적의 마장기 한 대가 갑작스럽게 걸음을 멈춰 세웠다.

[……뭔가 수상하다냥!]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리키아냥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거냥? 카티아냥이의 야생의 감은 요란하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냥! 뭔가 수상하다냥!!]

[……마장기에 탑승하고 있으면서 무슨 야생의 감이야? 보나마나 기분 탓이겠지. 나도 야생의 감이라면 뒤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따, 딱히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에잇! 둔해 빠진 강아지냥은 가만히 있으라냥! 전군, 지금 즉시 천장을 겨냥하고 사격을 퍼부으라냥!!]

“젠장, 들켰다. 전군 공격!!”

적의 총구가 자신들을 향해오자 다급함을 느낀 파고토는 재빠르게 스텔스를 해제하고 전투를 시작했다.

투콰콰콰콰콰쾅!!

선공을 취한 것은 카티아의 명령으로 재빠르게 움직인 트라이엄프 부대.

[크아아아악!!]

[당황하지 마! 적은 소수에 불과하다. 공격, 공격!]

하지만 기선을 제압한 것은 압도적인 숫자와 지형의 이점을 살려 완벽하게 매복준비를 갖추고 있던 제국군이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에는 후퇴하기 전에 최소한 네년만은 지옥으로 보내주마!!”

매복을 들키면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버린 파고토는 소드피쉬를 조종해서 자신의 계획을 틀어지게 만들어버린 캣피쉬 커스텀을 제거해버리기 위해서 돌진해 들어갔다.

[적의 소드피쉬가 분대장님을 노린다! 카티아 분대장님을 지켜!!]

[사랑스러운 동물귀 미소녀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켜야 한다! 세계 동물귀 미소녀 보호협회 만세!!]

[만세!!]

“비켜라, 잡놈들!!”

스컹!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시라이온 3기를 단숨에 베어버린 파고토는 당황하며 물러나는 카티아의 조종석을 노리며 초진동 롱소드를 겨냥해 들어갔다.

[냐, 냐아아앙?!]

[위험해, 카티아!!]

쾅!!

“크으으윽!”

위기일발의 순간에 섬광 같은 발차기로 그녀를 구해준 사람은 레오파드 커스텀에 탑승하고 있는 츤데레 늑대소녀 리키아였다.

[괜찮아?]

[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냥! 구해주지 않았어도 카티아냥이의 순발력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냥! 하, 하지만……고맙다냥.]

[나, 나도 딱히 구해주고 싶어서 구해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조심해. 이 남자……위험한 냄새가 나.]

[맞는 말이다냥.]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제각각 자신들의 스타일로 근접전의 자세를 취해나가기 시작했지만, 파고토는 롱소드를 한 자루 더 꺼내들면서 가소롭다는 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큭, 고작해야 수인족 년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일검이 수포로 돌아가다니……제국 검종의 명예도 땅바닥으로 추락하겠군. 어디, 야생에서 굴러먹던 년들이 오랫동안 전 우주의 바바리안을 도살해온 제국검사의 이검을 받아낼 수 있는지 시험해보지……”

그렇게 말하면서 리엑터 시스템을 작동시킨 그는 두 자루의 검에 검은색의 검강을 덮어씌우면서 흉맹한 기세를 피워내기 시작했다.

[위, 위험하다냥, 아무런 틈이 안 보인다냥……]

[일단은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아.]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기세를 확인하고 움츠러드는 두 사람이지만 카티아는 겁먹은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도 고개를 저으면서 물러나기를 거부했다.

[그, 그럴 수 없다냥. 대장냥이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여기에서 물러나면 안 된다냥!]

[하지만……]

슈웅!

두 사람이 그렇게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에 파고토는 엄청난 가속으로 순식간에 두 사람의 품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각자의 묘비명은 그렇게 새겨주면 되겠나?”

[냥?!]

[안 돼!!]

두 사람의 비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검은색의 섬광이 그녀들을 관통해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또 다시 휴재를 해서 죄송합니다.

열대야 때문인지 글에 집중하기가 어렵네요.

이번 편은 한 2~3번은 갈아 엎었는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결과물이 크게 만족스럽지는...크흠.

그래도 정말 재미없던 부분을 그나마 조금 볼만하도록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두겠습니다. 어제는 제가 봐도 너무 심하더라고요...

하지만

세계 동물귀 미소녀 보호협회 회원으로서는 이번 편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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