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46화 (24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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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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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를 통해서 3군단이 대패했을 뿐만이 아니라 드림이터까지 길로틴의 손아귀에 넘어갔다는 첩보를 전해들을 류안은 루치아를 찾아가서 질문을 던졌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루치아 사부님?”

“……귀여운 새색시를 다짜고짜 사부님이라고 부르면서 존댓말을 사용하다니, 오히려 이쪽에서 영문을 물어보고 싶구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를 귀엽다고 말하는 뻔뻔함이 얄미웠지만 겉모습만 살펴보면 그 주장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서방님이라던가 마누라라고 부르는 건 성급한 것 같아서 말이야. 따, 딱히 이 사실이 탈리아에게 알려지면 진심으로 살해당해버릴까봐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니……아무튼 지금 중요한 사실은 드림 이터가 길로틴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루치아 사부님?!”

“아아, 그 녀석에 관한 일인가……”

드림 이터라는 단어에 그녀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카타콤에서 드림 이터를 처리한 게 아니었어?”

“사실은 그게……결정타를 날리려는 순간에 로젠 바이스의 수도사 놈들이 어딘가로 전송시켜버렸다. 애초에 물질체가 아니라 정신체에 가까운 녀석이니……뭐, 요약하자면 방심하는 바람에 놓쳐버렸다는 소리지.”

“이런 젠장……”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다가 역시나라는 답변을 받아내자 류안의 표정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길로틴이 드림 이터를 사용해서 벌일 짓거리라면 보나마나 뻔한데……젠장. 하필이면 하리잔을 빠져나가려는 순간에 이런 소식을 전해 듣다니……’

펜져스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는 루치아라는 완벽한 대항마를 섭외해서 화려한 왕의 귀환을 꿈꾸던 그는,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입맛을 다시고 있을 길로틴을 생각하며 내우외환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어쩔 수 없군. 부대에 복귀하는 대로 제국은 내버려두고 우선적으로 길로틴부터 제거해야 되겠어.’

드림 이터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떠올린 류안이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있으려니, 갑작스럽게 그의 앞으로 다가온 루치아가 눈동자를 치켜뜨면서 새초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가,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사부님.”

“아잇, 참. 사부님이 아니라니까요, 기왕이면 우리 아기라고 불러주세요. 서방님!”

“……네?”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어버리는 애교로 자신도 모르게 되물어보자 한술 더 뜨면서 콧소리를 내는 그녀.

“루치야한테 화났쪄요, 서방님?”

‘턀리아라고?’

자신이 창조시킨 가공의 이상형과 겹쳐 보이는 루치아. 아니, 루치야의 행동으로 정신적인 충격과 급격하게 상승하는 심장박동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식은땀과, 동공을 확장시키는 류안.

“셔방셔방님. 루치야를 얼굴을 봐서라도 화를 풀어주세요! 네? 아이이잉~~”

“그러어엄. 물론이지! 류안은 하나도 화나지 않았어요. 하하하하! 루치야는 귀엽구……헉?! 도, 도대체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후후후. 겨우 이 정도로 흔들리다니 서방님도 쉬운 남자로구나.”

“아, 아니다. 이 악마야!!”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면서 부정하는 그였지만 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붙잡고는 고양이처럼 샛노란 눈동자를 빛내오면서 진득한 미소를 피워 올렸다.

“츤츤거리지 말고 그대의 욕망을 솔직하게 말하거라. 지금 당장이라도 나를 끌어안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는 주제에……나의 마시멜로우처럼 부드러운 뺨에 부비부비를 하고 싶지 않은가? 앙증맞은 입술로 키스하고 싶지 않은가? 발바닥에 냄새를 맡으면서 킁가킁가를 하고 싶지 않은가?! 이런 변태 녀석!!”

“하아아악! 맞습니다, 여왕님. 아, 아니……어떻게 그 사실을……지금 당장 내 머릿속에서 나가!!”

“후후후후. 어디까지나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냐. 이런 사랑스러운 녀석. 자아……망설이지 말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는 거다. 루치야와 달콤한 한 여름 밤의 꿈을 지새우고 싶다면 이렇게 대답하거라. 나, 류안은 루치아님의 종입니다. 루치아님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라도 목숨을 건 승부에 응할 것을 맹세합니다.

“나, 류안은 루치아님의 종입니다. 루치아님께서 원하신다면……적당히 좀 해!”

버럭 하며 소리를 지르고는 황급하게 거리를 벌리는 류안을 보면서 루치아는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후후후후. 자신의 욕망을 정면으로 파고들어오는 유혹에도 그 정도의 자제심을 발휘한다면 드림 이터가 찾아온다고 그래도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딱히……걱정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닌가? 서방님이여.”

“……그것 때문에 지금 나를 시험한 거야?”

“서방님이 자기 스스로의 힘과 용기사의 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처럼 보여서 말이다. 설령, 드림 이터가 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걱정할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다음에 내 시야로 들어온다면……두 번 다시는 지옥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주면 그만이니까.”

“……”

그렇게 말하면서 터무니없는 기운을 발산시키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류안은 새삼스럽게 자신이 얼마나 든든한 사람을 아군으로 만들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맞아. 아르카리우스가 인간의 욕망을 시험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질 나쁜 장난감이 그가 만들어낸 최종병기를 당해낼 수는 없겠지.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멀리 있는 드림이터보다 지금 당장 자신의 눈앞에 닥친 부부싸움을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

“타리잔의 밖으로 빠져나다니……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크리스토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자 류안은 차를 들이키면서 답변을 해줬다.

“후우……로젠 바이스가 드림 이터를 사용해서 바깥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런 상황이니 타리잔에 남아있는 로젠 바이스들을 조사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일이겠죠.”

“의미가 없는 일이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화이트 필립 기사단이 지금 그들의 손아귀에 있는데, 우선은 그들부터 구해내야만 하는 게 아닙니까?!”

“진정하세요. 도련님! 저 또한 기사단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지금 더 큰 문제는 드림 이터를 어떻게든 처리하는 겁니다!!”

“하, 하지만 로제님……”

류안의 역성을 드는 로제의 모습에 크리스토퍼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움츠러들었다.

“화이트 필립 기사단이 걱정이라면 도련님은 타리잔에 머무르셔도 괜찮습니다. 애초에, 당신을 이 일에 끌어들이자고 주장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로제님이니까요.”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벌어지는 일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만……로제님께서 어떻게 해서라도 도련님과 함께하고 싶다고……”

“크흠……류안님의 염려는 이해하지만 도련님은 충분히 감당하실 수 있을 겁니다.”

“……로제님.”

감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크리스토퍼의 시선에는 동경을 넘어서는 열망이 담아졌기 때문에 류안은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연기를 중단하기로 결심했다.

“뭐……대략적인 계획은 말씀드렸으니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도련님께는 죄송하지만 로제님과 단 둘이서만 긴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숙소에서 기다려주세요. 도련님.”

“아, 알겠습니다. 자리를 피해드리죠……”

두 사람의 축객령에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물러났다.

잠시 후, 그의 기척이 충분하게 멀어졌다는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류안은 로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숙여서 사과했다.

“정말로 미안해, 로제.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렇게 더러운 일에 끌어들여서……”

“괜찮습니다. 그대……아니, 류안이 하려는 일은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으니까요. 후후후. 그대도 참 다정한 사람이군요. 조금 더 야멸치게 이용해주셔도 상관없는데……매번 이런 식으로 용서를 구하시다니……”

“크, 크흠.”

그녀의 말에 류안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헛기침을 했다.

처음에 그는 크리스토퍼를 수중에 넣어서 파비안과의 접촉방법을 알아내려고 생각했지만, 사전조사를 통해서 그가 알고 있는 정보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를 확보하려는 계획을 중단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류안을 설득한 사람이 다름 아닌 로제.

[도련님께서 저에게 몸을 의탁하셨을 때 파비안 전하께서 직접 메시지를 보내오셨어요. 도련님의 교육을 부탁한다고……제가 아는 그 분은 어지간한 일이 아니라면 신경조차 쓰지 않는 분이세요. 그것이 설령 가족에 관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무엇인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실 리 없어요.]

그녀의 주장으로 생각을 고쳐서 프로젝트 NTL을 통해서 크리스토퍼의 질투심을 각성시켜서 농락하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상당한 미남에다가 순애보의 해바라기 청년이 자신의 여자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로 그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젠장……로제가 다른 마음을 품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부담스러운 이유가 뭐지? 이것이 말로만 듣던 NTR의 두려움이라는 녀석인가?’

연기를 위해서[주인님과 암캐]놀이까지 하면서 야외플레이를 펼쳤던 류안이지만 트라우마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그것을 곧바로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아니라서 아직까지도 로제를 대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불편했던 그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극약처방을 한 덕분인지 잠자리를 가지는 상황에서 주눅이 들어버리는 건 고쳐졌다는 사실이지만, 문제는 그녀를 대할 때마다 항상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이유모를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로제를 사모하는 크리스토퍼를 바라볼 때의 불편함.

‘……차라리 깔끔하게 죽여 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어. 파비안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자고 데리고 있다지만……어차피 악당두목이 꾸미는 계획이 실현되어봤자 좋은 일은 없을 거잖아? 그냥 죽여 버리는 게……아니, 하지만 파비안을 꾀어 낼 수만 있다면 이 전쟁을 한 방에 끝내버리는 것도 가능한데……젠장.’

스스로의 우유부단함과 한심함에 울분을 터트리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결정 장애의 딜레마에 빠져버린 류안.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고 있는 도중에 문득, 크리스토퍼를 뒤따라온 여자를 감옥에 가둬놓고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확실하게 이름이……아우라라고 그랬지?’

별다른 전투능력이 없는 일반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똑바로 마주보며 당당함을 잃어버리지 않았던 여인.

그녀의 존재를 떠올린 류안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또다시 휴재해서 죄송합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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