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45화 (24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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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에스메랄다의 활약(?)으로 기갑부대를 투항시킨 볼케이노 군단은 1분도 안돼서 사령부를 제압해버렸다.

세상모르게 곯아떨어진 파에타는 뒤늦게 라인데커가 나타났다는 말에 놀라서 팬티바람으로 도망치다가 사로잡혔고, 약 2만에 이르는 군인들이 저항다운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항복해버렸다.

비유하자면 체스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전쟁을 지휘해야 되는 King이 죽어버린 상황이랄까.

고지대에는 아직 수십만에 이르는 3군단의 군인들이 포진하고 있었지만 지휘체계가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제국군의 야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크아아아악! 젠장,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이야!!]

[사방으로 적이 깔렸다고! 모두 살해당할 거야!]

[지시를 내려달라, 사령부! 제 3사단의 기갑연대는 아직 건재하다! 반복한다, 우리 부대는 건재하다. 젠장, 누군가가 빌어먹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가르쳐달라는 말이다!!]

[뇌신은 도대체 뭐하는 거야! 어째서 아무것도 안하고 멍청하게 내려다보는 거지?]

자신들을 지켜주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믿었던 병기가 아무런 활약을 못하자 수많은 군인들이 원망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올려봤지만, 오퍼레이터들이라고 좋아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젠장! 아군과 적들이 지나치게 뒤엉켜져 있어! 이래서는 지원을 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잖아?!”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 장소도 마찬가지야! 저 비겁한 새끼들이 포로들을 인질로 잡고 움직이고 있어. 하필이면 고급사관들이 무더기로 잡혀버리다니……”

공격하고 싶으면 공격하라는 듯이 사로잡은 원정대의 고위장교들을 인질로 붙잡고 진군하는 볼케이노 군단을 눈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

“진정해! 이렇게 된 이상은 주시자의 오퍼레이터들과 함께 3군단의 사령부 역할을 대신하도록 한다. 이미 전황을 뒤집는 건 어려우니, 한 명이라도 많은 아군들을 살려서 퇴각지점으로 유도해 가자!!”

“아, 알았어!”

“좋아, 한 번 해보자고!!”

보다 못한 어떤 오퍼레이터가 내놓은 제안에 호응해서 아르고스 시스템을 사용하는 오퍼레이터들이 3군단을 일제히 서포트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피아를 구분할 수 없었던 절망적인 상황에서 간신히 벗어나며 전열을 회복하는데 성공한 원정대.

[전군! 오퍼레이터의 유도를 따라서 LZ(Landing Zone)로 퇴각하라!]

[제 3기갑연대는 포인트 베타를 확보하고 퇴각하는 아군들을 지원한다! 이외에 전력을 온존하고 있는 부대는 지금 즉시 전력현황을 보고하고 오퍼레이터의 지시를 따르도록!!]

[서둘러! 적의 군대가 벌써 미사일 연대의 근처로 접근하고 있다! 포병사단을 보호하는 걸 최우선으로 해!!]

하지만 수십만에 이르는 3군단을 서포트하는데 열중하다보니 오퍼레이터들은 자신들의 중요한 임무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라인데커는 그 점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경고, 경고! 지상에서 응집하는 대규모의 열원을 감지! 지금 즉시 회피기동을 권고한다! 반복한다, 지금즉시 회피기동을……]

뒤늦게 들려오는 아르고스 시스템의 알람을 듣고서야 자신들이 지상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오퍼레이터들.

부랴부랴 카메라를 체크하자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직경 수km에 이르는 가우스 캐논이 뇌신을 포착하고 사격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마, 마나실드를……아니, 회피기동을 서둘러!!”

“젠장, 락온이 풀리지 않아! 너무 늦었어. 하다못해 저 녀석만이라도 함께……”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행성방어병기를 번개폭풍으로 날려버리려고 시도하던 오퍼레이터는 그것마저도 무력화되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허무하게 중얼거렸다.

“pec재밍이라니……”

쿠우우우웅!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가우스 캐논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의 섬광이 뇌신을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포신을 이동시키면서 근처에 떠있는 2기의 주시자들 마저 지워버리는 무시무시한 화력.

[좋아! 뇌신을 파괴했으니 출력을 낮춰서 주변에 있는 나머지 잔챙이들을 모조리 떨어트려라! 기왕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적들이 몰려들어오기 전에 한 마리라도 더 제거해버려!!]

비록, 1대밖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규격이 다른 가우스 캐논의 공격으로 3군단을 지원하는 주시자들 마저 모조리 격추당하고 말았다.

[가우스 캐논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우주군은, 우주군은 뭘 한 거야. 행성방어병기는 모조리 제거해주는 거 아니었어?]

[젠장,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LZ까지 죽기 살기로 도망치던 3군단의 군인들은 밤하늘에 펼쳐지는 악몽 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절망에 빠져버렸다.

쿠구구구궁!

그리고 그런 그들을 포위하면서 능선을 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볼케이노 군단.

“생각보다 훨씬 더 싱겁게 끝나버렸군.”

라인데커는 전의를 상실한 적들이 무기를 떨어트리면서 양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아쉬운 듯이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신 겁니까?”

그런 그를 경외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인.

“하하하하하! 아닐세, 아니야. 나는 예언자가 아니라네. 우리 부대가 적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유기적으로 행동하는 건 어디까지나 훈련의 성과에 불과하지. 옛말에도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아무리 적의 방심과 문월의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지만 그 기회를 120%완벽하게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볼케이노 군단의 활약은 그야말로 가공할 수준이었다.

‘파비안 전하의 말씀대로 나 같은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다……펜져스도 없는 제국군이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도 있는 것인가?’

“좋아, 적의 잔당에게 정식으로 항복 권고를……”

“호호호호호! 아버님, 그 역할은 소녀가 맡겠사와요!!”

“크흠? 에, 에스메랄다 아가야. 너는 아까 전에 파일럿들과 함께 갔던 게……아, 아니다. 그냥 네 마음대로 하거라. 에휴, 누구라도 좋으니 저 철딱서니 없는 녀석을 하루라도 빠르게 데려가 줬으면 좋겠는데……”

“!!”

그렇게 말하면서 라인데커가 은근한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자 데인은 사색이 되어버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그 날 고지대에 주둔하고 있던 40만의 원정대 군인들 중에서 30만이 넘는 병력들이 포로로 사로잡혔으며, 나머지 10만 중에서도 태반이 죽거나 다치고 불과 5만의 군대만이 살아남아 LZ로 퇴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3군단이 입은 가장 큰 피해는 지휘체제가 완전히 궤멸해버린 것이었으며 그들을 지원해주던 뇌신 1시과 주시자 8기가 모조리 파괴당해버린 것에 있었다.

결국, 25구역에 전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은 내린 3군단은 점령지로 일제히 철수를 시작했으며, 정체를 드러낸 가우스 캐논은 율리안이 이끄는 공군의 활약으로 간신히 파괴시킬 수 있었다.

***

“수고하셨습니다, 중장각하!”

출격을 마치고 귀환하는 율리안과 마주친 길로틴이 절도 있는 경례자세를 취해보이면서 그렇게 외쳤다.

“……합리적이지 못하군.”

다양한 불만을 포함하는 질책에 웃으면서 대답하는 그.

“맞는 말씀입니다! 현재의 전황이라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죠. 우주군은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며 가식적으로 행동하고 있고, 아군은 무능하면서도 탐욕스럽고, 덕분에 애꿎은 중장님의 유능한 부하들만이 개처럼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필승의 비책은 이미 저의 손에 있으니까 말입니다……”

“……”

장황스럽기 이를 데 없는 길로틴의 장담에 율리안은 별다른 대답 없이 반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훗, 여전히 건방지기 이를 데 없는 애송이로군……하지만 두고 보자. 조만간 네놈만이 아니라 팔란티오 행성 전체를 나의 꼭두각시로 만들어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억누른 그는 자신도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필승!!”

자신을 발견하고 일사분란하게 경례를 취하는 엔포서들을 지나치면서 비밀구역으로 들어서는 길로틴.

그 장소에는 허공을 바라보면서 넋을 잃어버린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

[……]

“후후후후. 이들이 정말로 내 명령 한 마디에 가족이나 조국마저도 팔아치울 수 있는 세뇌상태에 빠져있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각하,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명령을 내리십시오.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 아니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들의 목숨을 끊어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남자는 로젠 바이스의 사제복을 차려입고 있는 곱추의 남자였다.

“훌륭해! 그 빌어먹을 루치아라는 년이 난동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 때는 일을 그르치는 줄 알았는데……드림 이터의 능력은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군! 하하하하하! 이 꼴 좀 보라지……한 때는 우리 공화국을 발톱의 때만도 못하게 생각하던 년놈들이 모조리 다 꼭두각시가 되었잖은가?!!”

[로젠 바이스는 절대로 늦는 법이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후후후후.]

“좋아, 좋아……약속한대로 그대들이 원하는 걸 성취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네. 드림 이터를 이용해서 우선은 무능한 녀석들이 말아먹은 25구역과 26구역부터 회수하도록 해야겠군. 그리고 난 다음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꼭두각시로 변해버린 연맹의 인사들을 바라보던 길로틴은 한 남자의 앞쪽에서 발걸음을 멈추고는 증오에 찬 표정으로 인상을 찌그러트렸다.

“감히 키워준 은혜도 몰라보고 주인을 물어뜯으려고 달려들었던 그 건방진 애송이를 지옥으로 떨어트려야 되겠어……”

그의 눈앞에 멍청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람의 정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주군의 스카우터인 벤 체스터였다.

============================ 작품 후기 ============================

에스메랄다는 펜져스가 아니라 슈발츠(하프)입니다.

게다가 그냥 인간이라서...

굳이 비유하자면 떡복이 아줌...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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