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44화 (244/291)

0244 ----------------------------------------------

지상편

***

3군단에서 발생한 이변을 처음으로 감지한 사람은 지역상공을 감시하는 뇌신의 오퍼레이터들이었다.

“이것 좀 봐, 매튜. 새벽에 움직이는 화물치고는 물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지 않아?”

아르고스 시스템이 자동으로 포착해주는 정보들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제국의 군사행동.

“차량조회를 해봤더니 움직이는 트럭들은 전부 다 3군단의 협력조직인 문월에 소속되어 있다고 나오는데……하지만 이런 시간에, 저만한 물량을 수송하다니 민간지원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하군.”

물론, 적의 군사행동으로 단정을 내리기는 일렀기 때문에 두 명의 오퍼레이터는 서로를 마주보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3군단에서 또 사고를 치는 건 아닐까?”

“……그 또라이 새끼들이라면 그러고도 남기는 하지.”

그렇게 말하는 매튜라는 오퍼레이터는 같은 편을 향해서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이 그런 반감을 공유하게 된 계기는 최근에 방송된 연맹의 보도를 접하면서 시작되었다.

종군기자들이 취재한 팔란티오 행성에서 일어나는 원정대의 만행들.

그들의 상관인 율리안 중장의 경우에는 사기저하가 우려되니 가능하면 시청하지 말라고 당부를 내렸지만, 원정대의 군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상당히 논란을 일으키며 화재가 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그들도 시류에 편승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3군단을 지휘하는 파에타 대장은 극단적인 제국혐오주의자라는 모양.

물론,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불순한 사상을 가졌다고 그래도 현재의 상황에서 큰 문제를 만들지는 않겠지만 그의 경우에는 공사일체公私一體의 소인배로 “내가 지금 기분이 안 좋은데 주변이 무슨 상관이야? 빼애애애액!!”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꼴통중의 꼴통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질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어서 25구역의 협력자들과 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는.

[그런 시답잖은 사안보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특산품은 뭐가 있나? 제국의 야만인들도 술을 따라줄 여자들 정도는 마련할 수 있겠지?]

라는 막말로 초장부터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사령관의 그런 태도는 부하들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줘서 점령지 일대의 민간지역을 마음대로 약탈하는 등, 25구역에 절대다수를 대변하는 레지스탕스 조직인 문월에는 막대한 [보호세]를 요구,  그 외에도 온갖 종류의 사건사고를 끊임없이 일으키면서 원정대의 이미지를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었다.

오죽하면 보다 못한 율리안이 마크넬 원수를 설득해서 “자중하라.”는 공문을 내렸는데도 불과하고 일개 부사관마저 무시해버리는 상황이었을까.

“그래도 어쩌겠어? 저 아래쪽에 있는 놈들이 아무리 병신 같은 싸이코패스라도 한 배를 타버린 운명공동체인 걸……일단은 상황도 알아볼 겸 연락이나 한 번 해보자고.”

그렇게 판단을 내린 오퍼레이터에 의해서 통신관제소로 연락이 도착했지만 3군단의 상황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막장이었다.

[피, 필승! 3군단의 로버트 이등병입니다!]

“이등병이라니……다른 상급자는 어디에 있어?!”

[잠시 화장실, 아, 아니. 주변장비를 체크하러 순찰임무를 나가셨습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 무슨 놈의 비상연락을 갓 들어온 신병이 처리하고 있어?!”

[그, 그것이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더듬거리는 이등병을 다그치자 그는 곧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현재의 상황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3군단에서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부대는 제국의 군사거점을 공격하고 있는 포병사단이 유일한 상태.

나머지 부대는 파에타 대장으로부터 내려온 훈령에 따라서 [총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장병들의 사기를 고무시켜준다는 명분으로, 대대적인 연회를 열어서 술과 고기, 그리고 여자들을 불러서 즐기다가 대부분이 취해서 곯아떨어져 버렸다는 것이 그 실상이었다.

덕분에 통신관제소는 물론이고, 전투사령부, 작전상황실의 고위사관들은 모조리 자리를 비워버린 상황이고, 원래대로라면 그런 상태에서도 유지되어야 하는 비상대기조는 윗물을 따라서 자기들끼리 술에 취해버린 상황이라 살아남은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게 이등병의 술픈 설명이었다.

게다가 사령부 전체가 취해버릴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지원해준 세력이 다름 아닌 문월.

그리고 아르고스 시스템의 레이더로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무수한 숫자의 화물트럭들이 포병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고지대로 시시각각 접근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적들에게 놀아나는 그림이잖아?!’

위기감을 느낀 오퍼레이터는 재빨리 3군단의 다른 예하부대로 연락을 취해서 경고를 해주는 동시에, 초병체계를 점검하라는 요청을 보냈지만 그나마 멀쩡한 정신으로 응답해오는 부대의 답변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죄송하지만 이런 문의는 저희 부대가 아니라 사령부로 해주십시오. 확실한 정보가 아니라면 추측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건……]

자신들과는 상관없으니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부대.

[……일단은 검문소로 연락을 해봤지만 전부 다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뭔가 잘못 보신 게 아닙니까?]

적반하장으로 아르고스 시스템을 의심해오는 부대.

[확실히 근무교대조는 아직 귀환하지 않았습니다만, 감시카메라에도 별다른 이상은 없고……워, 워! 진정하세요! 위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잠깐씩 다른 데로 빠지는 경우도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분명히 다들 어딘가에서 요정이라도 쫓아다니면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을 겁니다, 하하하하하!]

무한긍정의 아재개그로 살인본능을 자극해오는 부대까지.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이!’

매큐가 보기에는 그들이 걱정하지 말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초병체계에도 어딘가 수상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지적하면서 점검해보라는 요청을 보내도 “왜 우리 헌병들을 못 믿고 의심하시는 겁니까?!”라면서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태도였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덮고 넘어가려는 강철 같은 의지로 무장하고 있는 3군단의 지휘관들.

아닌 게 아니라 그 때 당시에는 이미 초병체계가 에스메랄다가 이끄는 잠입부대에 장악된 상태였고, 그들에게 “이상 없다.”는 답변을 보내온 것은 검문소 지휘관들의 성문聲紋을 복사해서 목소리를 변조시킨 제국의 공작원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그래도 추측만으로는 뇌신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퍼레이터는 3군단을 구원할 수 있는 최후의 골든타임을 두 손 놓고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그가 율리안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면 뇌신을 작동시킬 수 있었겠지만, 그마저도 라인데커를 지원하기 위해서 양동작전으로 출동한 제국공군과 전투를 펼치느라 다른 장소에는 신경을 쓸 수가 없었던 상황.

그리고 모든 희망이 그들을 외면해버린 상황 속에서 예견된 재앙이 3군단을 덮쳐들었다.

동 트기 직전의 어두운 시간.

쾅! 쾅! 쾅! 쾅! 쾅! 쾅!

가장 먼저 전투의 봉화를 피워 올린 것은 문월의 공작부대였다.

[불, 불이야! 병기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젠장……소화시스템은 어째서 작동을 하지 않는 거야?! 소화반, 소화반!!]

[끄응……머리야! 뭐야, 캠프 파이어라도 하는 거야? 그것보다는 술이나 더 가져와……여자들은 어디로 갔어!]

[그렇게 술과 여자를 원한다면 지옥에서 처먹어라, 역겨운 돼지새끼들!!]

투타타타타타타타!!

3군단의 내부에 잠입해있던 문월의 레지스탕스들이 군사시설들을 차례대로 폭파시키면서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원정대의 군인들을 향해 총격을 시작.

대부분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도륙당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혼란은 곧이어 3군단 전체로 퍼져나갔다.

[저, 적습! 적습이다! 레지스탕스가 반란을 일으켰다!!]

[기갑부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당장 출격해서 포병사단과 사령부를 수비해!!]

위이이이이잉!!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마장기들이 도열하고 있는 격납고를 향해서 파일럿들이 몰려들었지만, 그 장소에 한발 먼저 도착한 것은 민간차량으로 위장하고 있던 라인데커의 주력부대였다.

[전부 쓸어버릴까요?]

[쯧쯧쯧……데인, 자네는 펜져스도 아닌 귀족 출신의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야만스러울 수가 있나? 아무리 결과가 보이는 승부라도 일단은 예의를 갖춰서 항복권고를 해주는 것이 도리지. 부관! 저 불쌍한 파일럿들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가르쳐주게!]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라인데커의 명령으로 부관이 앞으로 나서기도 전에 에스메랄다가 A급 마장기인 옥토퍼스의 조종석을 개방하고는, 자신의 허벅지를 노출시키는 야시시한 옷차림으로 앞으로 나서 확성기를 들어올렸다.

[오호호호호! 공화국의 잘생긴 청년 여러분……아쉽지만 여러분은 완전히 포위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어디까지나 숙녀적으로 부드럽게 대해줄게요! 물론, 잘생긴 분들에 한정해서는 제가 특별한 서비스를 해드릴 예정이니……츄르릅, 얌전하게 항복을 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에요! 오호호호호호!!]

[오오오오! 저런 미녀가 해주는 특별한 서비스라니……]

[이봐, 척! 겉모습에 속으면 안 돼. 저 여자를 잘 보라고……눈가에 숨길 수 없는 주름과 두꺼운 화장빨을! 게다가 저렇게 발랑 까진 태도를 보아하니 딱 봐도 남자를 잡아먹을 상……]

탕!

동료를 만류하던 파일럿은 어딘가에서 갑작스럽게 날아온 총알로 목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머나!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아무래도 여러분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두고 보지 못했던 흑기사님이 계시는 모양이네요. 그런 의미에서……항복하실 건가요? 아니면 이 자리에서……싹 다 다진 고기로 만들어서 들판에 뿌려드릴까요?]

오싹.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에스메랄다의 협박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파일럿들은 하나둘씩 양손을 들면서 항복을 선언해 왔다.

============================ 작품 후기 ============================

오늘 후기는 딱히 쓸만한 게 떠오르질 않네요. 크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