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38화 (238/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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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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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을 당한 강신후 선수가 대기석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결국에는 경기에 출전을 하는군요?]

[하하하, 그러게요. SD 파이터즈의 감독이 뭔가 생각이 있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오늘 경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돌을 던지는 느낌이 강하기는 합니다. 아, 지금 막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강신후 선수가 자신의 출전을 강하게 희망했다고 하는데요. 역시나 팀을 이끄는 선수답게 마지막 경기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객관적으로 보실 때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신후 선수가 지금 왼쪽 팔을 아예 못 쓰는 상황이거든요……과연 한손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킹 슬레이어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굉장히 어려운 게 사실이죠. 한손으로만 경기를 펼친다는 게 아마추어들과 이벤트전을 할 때 프로게이머들에게 핸디캡으로 적용되는 것이고요,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게이머들과의 승부라면……사실,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라서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기만은 어렵지만 소위 말하는 입 로드스타급의 플레이를 펼쳐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가능성은 있다는 말씀이로군요?]

[옛날의 전략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들이라면 아무래도 힘들었겠지만……로드 스타의 경우에는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가 굉장히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거든요. 게다가 프로게이머들의 경우에는 세팅을 통해서 연속 명령이나, 복합적인 컨트롤을 간소하게 해결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다만, 그 세팅대로 플레이를 이끌어가려면 상대 프로게이머 선수가 반드시 자신의 예측대로 움직여줘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강신후 선수가 승리하려면 사전에 킹 슬레이어 선수의 플레이를 얼마나 잘 예측해 놓았느냐가 관건이라는 말씀이로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힘들어 보이는 게……오늘 킹 슬레이어 선수의 경기력이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는 느낌이거든요! 마치 올킬을 작정하고 나온 것처럼 4명의 선수들을 꺾어버리는 모습이 평소의 강신후 선수라도 만만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승부는 붙어봐야 아는 거겠죠! 누가 뭐라고 그래도 강신후 선수는 세계랭킹 부동의 1위를 자랑하는 올마이티가 아니겠습니까? 자, 지금 막 준비가 끝났다는 스태프들의 보고가 들어왔는데. 기다릴 것 없이 곧바로 로드 스타의 전장으로 떠나봅시다!!]

사회자들의 해설처럼 두 사람의 승부는 누가 봐도 명확해보였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9: 1로 류안이 패배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졌고 팬심으로 항상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는 ARS에서도 7대 3으로 그의 불리함을 점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그 때의 그는 자신이 패배할거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고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하기는 했어……그 때는 막연하게“이게 말로만 듣던 사랑의 힘일까?”그러면서 넘어갔는데, 그 때의 나는 명백하게 평소의 자신과는 달랐었지. 마치, 지금까지 억제되어온 능력이 각성한 기분이랄까. 이쪽 세계로 넘어오면서 갑작스럽게 게임 실력이 몰라보게 급증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지.’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뚜렷했으며, 킹 슬레이어가 어떤 전략을 사용해서 어떻게 덤벼올지가 손바닥에 올라온 것처럼 확실하게 보이는 기분이었다.

단순하게 고양상태에서 느껴지는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의 그는 뇌의 능력을 100%사용할 수 있다는 수상쩍은 약을 복용했다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처럼, 정상이 아닌 실력을 보여주었다.

경기시간 14분 52초.

킹 슬레이어의 전략과 전술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예측해내며 경기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은 일방적인 승리.

그가 GG를 치면서 게임을 포기하는 순간에 관중석은 물론이고 사회자들의 중계석에서도 전율에 가득한 탄성들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

[킹 슬레이어 선수, GG!! 강신후 선수……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한손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면서 대양 아크의 올킬을 저지해냅니다!!]

[이게 바로 올마이티죠! 이러니까 이 선수를 상대로는 함부로 예측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예상을 하면 뭐합니까? 그것을 뒤집어버리는 드라마를 만들어버리는데……]

[아, 이것으로 대양 아크는 라이벌팀을 깔끔하게 제압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게 된 거고요. 반면에 SD파이터즈는 오늘 경기를 내준다고 그래도 체면을 세울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양손도 아니고 한손으로 싸워서 승리를 쟁취해냈는데……신에게는 아직, 우리들에게는 올마이티가 남아있다!! 제대로 된 컨디션에서 맞붙으면 절대로 쉽게 게임을 내주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바로 그런 저력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수확이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그 반증으로 지금 관중석에서 관람하고 있는 SD파이터즈 팬들의 반응을 봐주십시오. 지금 이게 어디를 봐서 4대 1로 깨지고 있는 응원석의 모습입니까?! 팬들의 반응만 살펴보면 오히려 오늘의 경기는 SD파이터즈가 승리를 했다고 봐도 믿어질 만한 광경이 아닙니까?!!]

우와아아아아아아!!

사회자의 말을 들은 관중석에서는 경기장이 뒤흔들리는 우레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에 압도당해버린 세희는 손바닥에서 땀이 고이면서 흐르는 전율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더듬거렸다.

[사, 사람들이 전부 다 네 이름을 외치고 있어. 신후야……]

[물.]

[응? 뭐라고……]

지나치게 짧은 대답에 반사적으로 되물어봤던 그녀는 류안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온몸에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도 모니터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그.

다음 경기를 위해 세팅에만 여념이 없는 모습에 그제야 인생을 걸었다는 말의 무게를 실감할 수가 있었던 그녀는, 빨대가 꽂혀있는 물병을 입으로 가져다주며 손수건을 꺼내서 그의 땀을 닦아내 주었다.

그리고 시작된 2차전과 3차전은 각각 4분 38초와 7분 15초 만에 도박적인 전략들을 성공시키면서 승리.

하지만 4차전에서는 더 이상의 패배가 위험하다는 생각으로 대양 아크의 감독이 내보낸 세계랭킹 3위의 붉은 사신이 철저한 우주방어를 고수하면서, 경기를 시작하고 1시간 28분 33초동안 격전을 펼치고 난 다음에야 극적인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동시에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던 류안도 기진맥진해버린 상태.

그러나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결국에는 여기까지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강신후 선수! 올킬을 막아내며 팀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것으로 시작해서 2경기, 3경기, 그리고 붉은 사신 선수와의 4경기까지 승리를 쟁취하면서 경기를 4대 4 원정으로 되돌리는 올 마이티! 감히 말씀드리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그 누가 이런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질 거라고 상상했겠습니까?!]

[네, 정말로 대단하다는 말로밖에는 표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앞서 3경기는 강신후 선수의 본연의 스타일대로 기막힌 전략예측과 작전구상으로 승리를 쟁취했고요. 4경기는 그야말로 혼신의 기력을 쏟아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예술적인 한방 승부를 보여줬습니다. 사실, 두 선수들이 모두 병력을 인구의 한계치까지 끌어올리기는 했고 그런 대규모 물량 싸움은 원래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라고는 하지만, 싸우기 전까지만 해도 붉은 사신 선수가 유리해 보이던 전투에서 대승을 이끌어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승리를 쟁취한 강신후 선수도 몸 상태가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몸 컨디션이 최악이거든요? 첫 번째 경기가 끝난 다음부터 엄청나게 땀을 흘려대는 바라에 옆자리에 있던 서포터걸이 계속해서 몸 상태를 봐주고, 조금 전에는 팀의 주치의와 코치까지 들어가서 상태를 체크하고 있습니다……아, 지금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강신후 선수가 마지막 경기까지 진행하겠다고 하는군요. 정말로 대단한 정신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이래야 되는 겁니다, 강신후 선수! 몸 상태를 생각하면 중단시키는 게 올바를지도 모르겠지만……여기까지 왔으면 끝장을 봐야만 하는 게 승부사라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 이 회장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이 세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마지막 메인이벤트가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양 아크의 감독이 그 승부를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가 있겠죠. SD파이터즈에는 올마이티가 있다면, 대양 아크에는 바로 이 선수가 있거든요. 강신후 선수와는 숙명의 라이벌이자 국내랭킹, 세계랭킹 모두가 2위에 빛나고 있는 메피스토 선수입니다.]

[사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대양 아크에서는 메피스토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겨도 본전이고, 만약에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두고두고 화자가 될 승부거든요. 이미 여기까지 몰려버린 상황에서는 다른 선수를 내보내서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

[맞습니다! 메피스토 선수가 비록 강신후 선수를 상대로는 전적이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만 중요한 대회, 큰 대회의 결정적인 승부에서는 매번 아쉬운 패배를 경험하면서 2위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게 되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오늘의 승부는 그 어떤 대회의 결승전 무대보다 중요할 수도 있어요. 왜냐면 자칫 잘못했다가는 세계 최고의 팀이 부상으로 한손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무너져버리는 모습을……아, 지금 말씀드리는 순간에 대양 아크의 마지막 선수가 결정되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메피스토 선수 본인이 출전합니다!!]

우아아아아아아!!

마지막 선수가 소위[신마대전]이라고 불리는 라이벌 대전으로 성립되자 관중들은 그야말로 회장이 떠나가 버릴 것 같은 함성들을 질러대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쉬어버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해내는 건 사회자들도 마찬가지.

마지막 승부가 결정되자 SD파이터즈의 선수들은 물론이고 대양 아크의 팀원들까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한 상태에서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고, 세희 또한 무엇인가 먹먹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히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이번 승부에서 이기면……고백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

방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꺼내는 걸 망설이다가도 결국에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면서 그렇게 속삭여버린 그녀.

승부의 희열인지,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얻어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알 듯 모를 미소를 지어보인 류안은 32분 45초 만에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내며, 로드 스타 역사에 전설로 남을 명경기를 만들어냈다.

그 일은 언론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서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토픽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로드 스타와 올 마이티라는 이름의 인지도를 몇 배나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덕분에 취재진들이며 각종 행사에서 올 마이티와 대면하고 싶다는 요청들이 쏟아져 들어왔으며, 류안은 그 상황에서 자신에게 폭력을 행동한 우진의 신상정보가 자연스럽게 공개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복수를 마무리했다.

‘인맥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조종하려는 새끼들은 자기들이 똑같은 꼴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리고 그 예상대로 수많은 언론매체와 인터넷을 통해서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그는 더 이상 어떤 여자에게도 함부로 집적거리지 못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세희의 경우에는 그의 고백을 받고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게 한 이후에야, 다음과 같은 조건하에 교제를 허락해줬다.

[좋아, 솔직하게 말해서 아직까지도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지만……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일들을 내가 시키는 대로 맞춰준다면 기꺼이 여자 친구가 되어줄게. 그리고 마지막으로……크흠. 로드 스타가 무슨 게임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진지하게 몰두하는 모습은 제법 괜찮았어. 그래서 제 점수는요……]

이렇게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은 결말이었지만……류안은, 그 때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소름 돋는 진실한 기억들을 떠올리고는 오한을 느끼면서 전신을 부르르 떨어나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행사라는 게 어디 놀러가는 게 아니라 일 관계로 참석하는 거라...

사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어제 부산으로 내려가고 이래저래 일 처리하고도 몇 시간 정도는 시간이 남았는데...

부산까지 와서 힘들게 일하고 나서 그 시간안에 글을 써내려고 하니까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ㄷㄷ

그래서 뭐하고 놀아볼까 고민하다가 건전하게 pc방에 가서 고급시계를 해봤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체크아웃할 시간이더라고요.

집에와서 죽은 듯이 자고 나서 한 시간 정도 고급시계 짤들을 찾아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름...

참고로 이번 에피소드에서 2위는 초기설정에서 [그분]을 테마로 삼았었습니다만...

너무 노골적으로 패러디하면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아서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한 손으로 프로리그에서 승리한 실재 선수 모델은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워낙 유명한 이야기니...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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