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3 ----------------------------------------------
지상편
***
두 사람은 박살나버린 침대를 대신해서 병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짐승 같은 사랑을 나눴다.
그러는 도중에 격정을 통제하지 못한 루치아에 의해서 화장실의 수도관이 터져버리고, 방 전체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박살나버리는 사소한(?)파괴행위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사람이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큭, 설마 5시간이나 휴식도 없이 절정에 시달리고도 처음처럼 멀쩡한 모습이라니……루치아, 무서운 아이!”
“서방이야말로……그 끝도 없는 정력은 도대체 뭐라는 말이냐? 혹시 전신의 피가 혈액이 아니라 정액으로 되어있는 건 아니겠지? 아, 아니……그렇다고 하더라도 명백하게 용량 오버다. 이런 괴물 같은……”
전쟁을 방불케 격전을 치르고도 시간관계상 승부를 내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끝나버린 싸움.
두 사람의 잠자리 승부는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나 다름이 없었다.
성교능력만 따지자면 류안의 압승.
루치아도 신부수업의 일환으로 터득했다는 테크닉과 압도적으로 월등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선전하기는 했지만,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버린 그의 성교능력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재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절정에 신음하면서 몇 번이나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가 부여하는 오르가즘의 충격이라는 것은 비유하자면 감각기관에 다이렉트로 수천만 볼트의 전기 쇼크를 일으키는 감각이랄까.
아무리 우월한 내성능력을 지니고 있더라고 당해낼 수가 없는 종류의 공격이었기 때문에(오죽했으면 브륜힐트도 당해내지 못했을까), 루치아 또한 그의 공세에는 속수무책으로 함락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기는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이건 카스티야의 회복능력보다 더 터무니없는 능력이잖아?’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그녀는 절정에 나가떨어진 이후에도 놀라운 회복력으로 멀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분에 그녀가 SS급에 도달해버린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혼자서 해소시켜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왔지만,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끝없이 그녀를 탐닉하기에는 상황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큭……이렇게 사랑스러운 엉덩이를 내버려두고 저녁식사를 해야 되다니……이런 불합리한!”
그녀의 엉덩이를 뺨으로 비벼대면서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에 루치아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끄응……이런 변태 서방을 남편으로 들이다니 앞날이 컴컴하구나.”
그렇게 한참동안 아쉬워하던 류안은 저녁식사를 하기 전의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들이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지……내 오른쪽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이 표식은 도대체 뭐지?”
“아아, 용기사의 문양에 관한 것인가?”
“용기사의 문양이라고?”
그렇게 되물어보자 루치아는 자신의 가슴을 주물러대는 손길을 밀쳐내면서 설명을 시작해 나갔다.
“서방님이 나의 반려가 되었다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지. 우리들은 이제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과, 운명마저도 결합된 공생관계가 되었다. 게다가……후후후. 생각해보니 서방님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드라코니안 나이트가 된 셈이로군.”
“그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은 것 치고는 어째서인지 레벨업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어마어마한 파워업을 시켜준다는 애초의 말과는 다르게 류안은 상태 창을 확인하고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상태 창 확인.’
이름:류안 제르너
직업: 가온공화국 방위군 2사단 독립유격부대 대장. 중령, 용기사.
신체능력
체력: 5200/5200 마나: 23082/23082 신성력 50/50
근력: 86 민첩: 102 지력: 95 매력: 102(+10)
계승하고 있는 능력: 게임(SS), 성교(SS)
기술: 마나(S), 사격술(A), 근접격투(B), 카리스마(A), 전술(A), 전략(A), 월광보(A), 말재주(A), 마장기 조종술(S), 예지몽(F), 초절기교(A), 프로파일링(A), 영혼의 각인(E), 테이밍(A), 수인화(B), 레이즈 데드(E급), 소울 커뮤니케이터(F급), 골렘 마스터리(F), 언더스탠딩 데스(E), 본 마스터리(F), 염력(B), 오행제어(S), 소환술(F), 기물奇物제어(F), 위기감지(A)
격투 스킬: 마샬아츠(A)
고유 능력: 영체화, 촉수사역, 카마수트라의 달인, 정신공격면역, 기억재생, 임무확인, 미니게임 지배, 퀘스트 추가보상, 상태 창 확인, 용안
잠재되어있는 능력: 성교(???)
특수무장: 그람(소환 가능)
상태이상: 영혼의 주박(프레이야TM), 용기사의 문양.
특별하게 파워업을 한 내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확인을 할 수가 없었고, 용기사라는 칭호를 제외하면 그가 얻은 능력은 오직 [용안]이라는 고유능력이 전부였다.
물론, 신들이 선물해 준 치트키나 다름이 없는 고유능력들과 같은 반열에 있는 것을 보면 평범한 능력은 아니겠지만 무병장수, 생명연장, 프로모션, 등등의 일확천금을 꿈꾸던 그에게는 이만저만 실망이 큰 게 아니었다.
그런 그의 심정을 짐작한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설명을 계속하는 루치아.
“후후후후……걱정하지 않아도 용기사로서의 변화는 착실하게 진행될 테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완벽하게 개화시킨 서방님과의 생사를 건 부부싸움을 펼치는 날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다려지는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마치 야밤에 사냥감을 바라보는 것 같은 노란색 안광을 발산하면서 입맛을 다셔왔기 때문에, 류안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크흠! 이, 이제부터는 부부가 된 셈이나 마찬가지니까 싸움은 가능하면 자제하자고……불만이 있으면 대화로 풀고. 욕구불만은 잠자리에서 풀어야지……평화가 최고라니까? 평화가……”
“미안하지만 아내의 어리광을 받아주기를 바란다. 취향이라서 어쩔 수가 없으니 말이다……대신에 나도 서방님의 잠자리 권유에는 가능하면 응대를 해주겠다. 옛말에도 이런 명언이 존재하지 않느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내 인생에서 투쟁과 전투, 사냥과 학살, 살육이라는 단어를 빼버리면 남아있는 게 별로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부탁할게요. 서방님♡”
“귀, 귀엽게 부탁한다고 그래도 안되는 건 안 돼!!”
“닥치고 싸우자면 남자답게 싸워!!”
쿵!
루치아의 주먹이 자신의 뺨을 스치면서 벽을 파고들어가자 류안은 주마등을 경험하고는 식은땀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후후후.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서방님. 아무리 그래도 설마 서방님을 죽여 버리기야 하겠어요? 그냥, 용기사로서의 능력을 각성시켜드릴 겸 훈련시켜드리는 기분으로 싸워드릴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아, 그래도 지나치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면 변덕으로 죽여 버릴지도 모르니까 어중간하게 싸우시지는 말고요. 참고로 가능하면 지난번에 탑승하셨던 그 마장기로 승부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그녀답지 않게 콧소리까지 내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애원해왔지만, 그는 맹수의 앞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것 같은 공포심과 충격으로 목소리를 더듬어 버렸다.
“그,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어?”
“물론이에요. 저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던 순간까지도 똑똑하게 말이죠……후후후후. 서방님이 사용하시던 그 [병기]의 위력도 꼭 한 번 다시 견식해보고 싶어요.”
‘그람의 정체까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설마하니 이성을 잃어버리고 날뛰던 그녀가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던 류안은 식은땀을 흘렸다.
게다가 크레이지 부스트의 파괴력을 경험하고도 저렇게 도발해온다는 것은 대항할 수단이 존재한다는 것.
정면으로 싸워서 루치아를 쓰러트렸다는 성취감을 가지고 있던 그는 자신이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원래대로의 태도로 돌아가면서 사과해오는 그녀.
“후후후후. 그렇게까지 무서워하면 괜스레 미안해지지 않느냐? 뭐, 사과의 의미라고 하기에는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서방님에게는 나와 동등한 스테이지에 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동등한 스테이지라고?”
정신을 차린 그가 그렇게 질문을 던져오자 루치아는 고혹스러운 미소로 눈동자를 마주쳐오면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모든 전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보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는 소리다.”
***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전투에서 싸워서 승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전제는 적의 역량을 알고, 나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는 것인데 지나치게 변수가 많은 유라디스 은하에서 펼치는 전쟁이라는 건 적의 역량을 파악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매번 어려운 싸움을 펼쳐나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줄 없이 번지점프를 하는 심정이랄까.
그가 기를 쓰고 아르고스 시스템을 얻으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적의 움직임을 가능하면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서였지만, 콘트라베이스나 엑스처럼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미지의 능력으로 희롱당하는 것도 대처법을 찾고 싶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죽했으면 콘트라베이스가 탈리아에게 걸어버렸다는[저주]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까?
그런 고민과 불안감들을 내면 깊숙한 장소에 묻어놓고 있었던 류안에게는 루치아가 설명해 준 [용안]의 활용법은 말 그대로 혁명이나 다름이 없었다.
“중. 요. 한. 용무들은 이제 끝나신 겁니까?”
저녁식사에 참석한 엑스는 류안과 루치아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비꼬아 대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천적이나 다름이 없는 로제와 불면하기 이를 데 없는 시간을 보냈을 테니, 어지간히도 불만스러웠던 모양이지만 그는 가볍게 대꾸하면서 넘어가 버렸다.
“아니. 시간이 부족해서 어중간하게 끝났어……원하기만 한다면 다음 승부에는 참가하게 해줄 테니까 아쉬워하지 말라고.”
“흥, 누가 아쉽답니까?”
“괜찮다면 다음 승부에는 나 또한 함께해도 괜찮겠는가? 개인적으로는 병실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음에 그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하고 몇 번이나 가슴을 졸였다만……”
“그러니까 당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대장님이 당신을 내보낸 이유는……”
류안은 엑스의 뒷말이 이어지기 전에 다급한 목소리로 그것을 가로막았다.
“다음에는 반드시 참석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 또한 로제님의 마음에는 반드시 응답을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그의 확실한 입장표명을 들은 그녀의 표정이 눈부시도록 환하게 밝아졌다.
“그, 그런가? 자, 잠시 동안 그대가 나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인가를 고민했는데……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을 해주고 있었다니 기쁘기 이를 데 없구나. 후후, 후후후후후. 미, 미안하다.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얌전하지 못하게……후후후후.”
‘확실하게 말했어?’
류안도 늘 어렵게만 느껴지던 로제에게 확실하게 의사표명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스스로도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비밀스럽게 전음을 보내오는 루치아.
[이제,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용안을 한 번 활성화시켜 보거라.]
잠시 후, 그녀의 말대로 고유능력을 발동시킨 그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개인사정 때문에 갑작스럽게 하루를 쉬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장마로 가뜩이나 우중충한 기분이 한층 더 가라앉아 버리네요.
뭐, 그래도 오버워치는 플레이하지 않기로 결심했으니 더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월요일부터 다시 바빠진다는 게 함정...
결국 연참은 못했네요. 크흑...앞으로는 이렇게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