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30화 (23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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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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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놔!”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있어! 아, 참고로 개평은 1골드 씩이야. 이걸로 자식새끼들 맛있는 거라도 사다 줘!”

“어, 저기. 이건 1골드가 아니라 10실버 같은데……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미니게임의 힘으로 타리잔 슬럼가의 노름판돈을 싹쓸이해버린 류안은 돈자루를 짊어지고 도박장의 문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잠시 후, 문 밖으로 씩씩거리면서 걸어 나온 도박장의 주인이 재수 옴 붙었다는 듯이 바닥으로 침을 뱉어대며 소금을 뿌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도 다음 두고두고 뽑아먹을 수 있는 자금원이 유지되도록 화풀이를 용인해 주었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블랙마켓을 방문해서 생필품과 함께 망가져버린 로스탐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부품들을 주먹구구식으로 구입해 나갔지만, 뇌성벼락을 머금고 있는 새까만 구름들로 뒤덮여진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한숨이 터져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젠장, 하루라도 빠르게 부대로 복귀해야 되는데……’

전면전이 일어나면서 타리잔의 상공에 걸려버린 스크램블로 발이 묶여버린 지도 벌써 3일이 지나버리고 말았다.

마침내 베일을 벗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뇌신은 전생에서는 SF소설이나 음모론에서나 등장하던HAARP(기상통제장치)병기.

그가 부하들에게 받은 비밀통신을 통해서 알아낸 스펙에 따르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행성의 모든 생명체를 자연재앙으로 없애버릴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길로틴이 기계제국에서 은밀하게 구입했다는 비밀병기인가……확실히 대단하기는 대단하군.’

대량학살병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전쟁법에 따르면 적성세력의 위협이 연맹과, 민간에 현저한 위협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에는 피해규모를 통제할 수 없는 전략병기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사용을 금지한다고 적혀져 있다.

물론, 전쟁법이라는 게 힘 있는 세력들에게는 그저 참고사항에 지나지 않는 수준의 제약이기는 했다.

우주군만 하더라도 적당한 로비를 통해서 적절한 자금만 제공한다면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만들어내서, 카타스로프 같은 전략병기를 사용해 수십억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행성을 전멸시켜버리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 게 현실이지만 가온 공화국처럼 연맹에게 봉으로 찍혀버린 국가가 대량학살병기를 사용한다는 건 살인마에게 배 째라고 들이대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뇌신은 이런 전쟁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병기였다.

‘설마, 피해범위와 자연재앙의 규모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물건이라니……’

지진이나 쓰나미, 화산폭발, 태풍, 천둥폭풍과 빙결폭풍, 가뭄, 홍수, 등.

국지적인 자연현상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일으킬 수가 있게 된 원정대는, 그 힘을 이용해서 지난 3일 동안에만 무려 백여 개가 넘는 제국군의 군사거점들을 파괴시켜 버렸다.

그러는 동시에 궤도상에서 머물고 있던 주력병력을 지상으로 투입시켜서 행성의 핵심 시설들을 장악해가기 시작했으며, 그 활약에 고무된 레지스탕스들이 호응하면서 순식간에 15개의 지역들이 추가로 독립을 선언하면서 공화국에 참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덕분에 발등에 불이 떨어져버린 제국군은 그동안 숨겨왔던 공군전력을 총동원해서 뇌신을 파괴하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을 감행했지만, 뇌신이 만들어낸 번개폭풍과 율리안이 이끄는 페가수스 사단의 활약에 가로막혀서 12기의 뇌신 중에서 겨우 1기만을 파괴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도 어디에서 생산되는 것인지 계속해서 공군전력이 출동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국군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

설상가상으로 바로 오늘, 공화국에서 파병한 추가 지원군까지 원정대에 합류하면서 군대의 규모도 단숨에 3배 이상으로 불어나며 레지스탕스의 지원군을 제외하고도 무려 1500만이나 되는 공화국의 대군이 팔란티오 행성을 점령하기 위해서 지상으로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원정대가 압승을 거두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태.

하지만 류안은 머릿속을 지배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뇌신의 활약으로 그렇게 일방적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면 율리안이 여태까지 인내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지……분명히, 어디엔가 불안요소가 존재하는 거야.’

그리고 그런 불안감은 부하들에게서 받은 비밀 연락을 통해서 확신으로 변해나가기 시작했다.

가면을 쓰고 자신의 대역을 연기하고 있는 클라크는 그의 지시대로 자치령 연합군을 지휘해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뇌신의 지원에 힘입어서 랑스도르프 요새와 카이오 정거장을 탈환했으며, 자치령과의 지상 보급로를 확보하고 훈련을 자치령군 본대와 성공적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고 보고해 왔다.

하지만 15구역의 승리는 사실 승리라고 보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첩보에 따르면 15구역의 별동대를 이끌고 있던 리사 슈미트가 파고토라는 남자에게 지역방어를 떠넘기고는, 대부분의 주력병력과 함께 종적을 감춰버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아트리에는 찝찝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 또한 같은 심정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뇌신에 맞서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제국군들과는 다르게……펜져스들은 자신들의 전력을 온존시키면서 안전한 해양지대로 대피하고 있어.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뇌신에게 맞서려고 그러는 걸까……’

제시카의 귀띔에 의하면 엔포서들은 첩보를 통해서 강력한 행성방어병기인 가우스 캐논들을 몇 기 발견했다고 이야기해줬지만, 뇌신의 강력한 스펙을 생각해보면 이제 와서 가우스 캐논들을 사용한다고 그래도 전황을 역전시키는 게 쉽지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원정대의 움직임도 성급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승기를 잡았다고 그래도 이제 막 행성에 도착한 지원군들이 주력병력을 행성점령에 투입시키는 건 지나치게 성급해 보여……아무래도, 원정군의 지휘관들이 전공에 눈이 멀어버린 것 같은데……조금이라도 빨리 본대로 복귀해야만…….’

초조해지는 마음에 류안은 심호흡을 하면서 냉정을 되찾았다.

아무리 안달한다고 그래도 지금 당장은 섬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 상태.

스크램블 때문에 섬 밖으로 빠져나가는 밀수선을 구하는 일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도 루치아의 공격에 성대하게 망가져버린 로스탐이 거대한 짐 덩어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것을 수리하기 전까지는 꼼짝없이 타리잔에 묶여버린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마장기를 고쳐내라는 거지. 메카닉 아가씨!”

“지, 지금 당장 시간과 예산을 주신다면……”

“변명은 죄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

“알았어요, 최대한 열심히 고칠게요! 그, 그러니까 섬에서 떠나실 때 저도 데려가신다는 약속은 잊어버리시면 안돼요.”

“물론이지, 귀요미……열심히 하면 적절한 포상을 주고……아니면 벌을 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포, 포상이라니……그런, 헤헤헤.”

Totenhemd을 입고서는 몸을 베베 꼬아가며 부끄러워하는 사랑스러운 메카닉 아가씨의 엉덩이를 쓰다듬어준 류안은, 그런 모습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다른 협력자들에게도 다가가서 적극적으로 동기부여를 해 주었다.

현재의 그는 타리잔 전체로 지명수배가 걸려버린(정확하게 말하면 수수께끼의 마장기에게 내려진 지명수배였지만)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조건 없이 협조해줄 수 있는 협력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성교능력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빌리고 있었다.

그 방법이라는 것은 자신의 도움이 될 만한 여자들을 찾아가서는 Totenhemd을 벗어던지고 참charm으로 유혹해버리는 미남계를 사용하는 것.

‘펜져스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세계의 절반을 협력자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후후후후.’

덕분에 그에게 반해버린 여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에 힘입어서 류안은 안전한 은신처를 확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로스탐을 수리하고 장기적으로도 자신의 전력이 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타리잔에서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다시 내가 아닌 다른 종달새들과 지저귀고 있다니……정말이지 그대는 야속하기 이를 데 없는 마성의 남자로군.”

느끼하기 이를 데 없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리면서 뒤쪽에서 그를 끌어안아오는 한 명의 여인.

“크, 크흠……로, 로제님?”

“후후후후. 그냥 편하게 로제라고 불러주게, 사랑스러운 그대여……”

3일 전에 루치아를 쓰러트리고 그녀를 포로로 사로잡았을 때는, 지금 당장 죽이라고 소리를 질러대면서 혀까지 깨물어 버리려고 시도한 그녀였지만 류안이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서 Totenhemd을 벗어던지고 참charm을 발동시키자 순식간에 태도가 180도 달라져버리고 말았다.

[가련하다……]

[제가 좀 잘생기기는……네? 뭐, 뭐라고요?]

[한 때는 신앙을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바치기로 맹세했것만……설마 지금 이 순간에 새로운 운명의 빛이 나를 인도해 나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아, 저 드높은 천상에서 강림해 내려와 내 심장에 불을 지펴버린 사랑스러운 그대여, 부디 나의 검과 충성, 그리고 열정을 받아주게. 그대가 원한다면 나는 어떠한 지옥이라도 망설임 없이 뛰어 들어갈 테니……]

[아, 아니……저기, 그게……네?!!]

혼란에 빠져버린 류안의 손등을 붙잡은 로제는 마치 레이디에게나 할 법한 기사의 키스를 선물하며, 홍조를 띈 얼굴과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충격적인 구애행위를 경험하고는 그대로 돌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엑스는 그런 광경으로 바라보면서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배를 붙잡고는 굴러다녔지만, 덕분에 류안은 흑염룡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안아달라며 적극적으로 어필해오는 로제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후후. 그대의 감미로운 향기를 맡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부디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아, 아니……저기, 그게 말입니다. 여, 여기까지 찾아오신 이유가 뭐죠?”

백허그로 끌어안아져버린 류안은 그런 로제의 중얼거림에 자신도 모르게 주눅들어버리면서 소심하게 질문을 던져대었다.

그러자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그에게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이야기해주는 그녀.

“아, 그러고보니……그대가 그토록 기다려오던 또 다른 종달새, 루치아 양이 정신을 차렸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류안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 작품 후기 ============================

초식남 류안!

크흠, 원래는 율리안과 클라크의 이야기를 먼저 보여드릴까 생각했지만 루치아편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이쪽부터 먼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연참을 하고 싶었는데 요 며칠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ㅠㅠ

그, 그래도 약속이니 최선을 다해서 연참 분량을 만들어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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