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25화 (22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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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큭, 예상대로 쭉쭉 빨아들이는군.’

리엑터 시스템으로 그람의 출력을 끌어올리자 마나량이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

충전이 가속화될수록 로스탐의 모습이 점점 더 검게 물들어가면서 새하얀 빛무리가 회오리치면서 흡수되어 간다.

‘충전율 40%……45, 50, 55, 57……’

빨려나가는 마나량을 체크해가며 그람의 파워를 로스탐이 버텨낼 수 있는 한계치를 계산해나가는 류안.

과거에 콘트라베이스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그람의 힘을 한쪽 팔에만 집중시켰던 결과 그 파괴력의 반동으로 팔이 박살나버리는 일을 경험했던 그는, 그 실패를 교훈으로 기체에 걸리는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카프의 도움을 빌려 그람의 힘을 로스탐 전체로 분산시키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팔 하나가 아니라 로스탐 전체가 그람을 사용한 반동으로 부서질지도 모르는 실험이기는 했지만,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기체가 불구가 되어버리는 상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에 다소 고집적으로 훈련을 계속해 나갔다.

그러는 도중에 이 훈련이 그람의 힘을 한쪽 팔에만 집중시키는 것보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정신력의 소모가 몇 배는 크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몇 번의 실패로 오기가 생긴 나머지 옹고집처럼 끝까지 밀어붙였던 류안.

그 결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이 탄생해버리고 말았다.

‘그 때만 해도 그람의 힘이 그렇게 자유자재로 변환시킬 수 있는 물건인지는 몰랐단 말이지.’

[야, 이 나쁜 새끼야! 아무리 신기술을 손에 넣어서 성능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다고 시험장의 포탑들을 전부 다 박살내버리면 어떻게 해?! 이걸 고치려면 우리 공방의 메카닉들이 몇날며칠을 야근해야 되는지 알아?!]

발을 동동 구르면서 항의해오는 카프와 메카닉들의 눈총세례를 애써 무시하면서, 마침내 그람의 힘을 로스탐의 전체로 활성화시키는 이상적인 상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류안.

그리고 그 경지는 마치 납치중독자 공주님을 구하러 떠났던 배관공이 처음으로 반짝이별 과자를 맛보았을 때만큼이나, 혁명적이기 이를 데 없는 물건이었다.

류안은 그 순간의 감동을 표현해내기 위해서 자신이 만든 기술에 다음과 같은 이름을 지어주었다.

“크레이지 부스트CRAZY BOOST!!”

쿠오오오! 쿠오오오오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배기구가 터져버릴 것처럼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사나운 엔진음을 토해내는 로스탐이 100%의 충전을 마치고는 돌진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전부 쓸어버리자!!!”

쾅-!!!

***

한 편, 류안이 그런 준비를 마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던 로제는 자신이 지휘하는 수호자들의 군대를 농락하는 루치아의 전투력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젠장, 완벽하게 말려들었어! 설마 이렇게까지 터무니없는 괴물일 줄은……’

[비키라고 하지 않았느냐?! 네놈들을 상대할 틈은 없다, 반쪽이……반쪽이를 내놓아라!!]

쾅!!

[크아아아악!]

연쇄공격에 생긴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소드 피쉬의 흉부를 관통해 들어가는가 싶더니 조종석째로 뜯어내버리며 뛰쳐나오는 터무니없는 괴력.

[루폰!!]

12명의 팔라딘 중에서 무려 5명이 루치아의 손에 쓰러져 버렸고 수백 명에 이르던 수호자들은 절반이 넘게 당해버리는 참상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어버리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특무부대의 전사와 동귀어진을 하도록 기다리는 편이……아니, 아니야. 만약에 그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특무부대 전체가 움직일 수도 있어……여기에서는 동귀어진을 각오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 괴물을 우리들의 손으로 소멸시켜야 해!’

그렇게 각오를 다진 로제는 리엑터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과 동시에 팔라딘의 전용무공인 슈빙겐의 자세를 취했다.

[하아, 하아……]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칠 줄 모르고 날뛰던 루치아도 한계에 도달했는지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면서 상처회복도 둔화되었다는 점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여력을 계산해보면 전투가 끝났을 때 마지막까지 서있는 쪽이 어디일지는 명약관화했다.

‘이번 일격에 모든 것을 걸겠어……’

그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마나를 끌어 모으며 초진동 랜서의 끝부분으로 집중시켜나가는 그녀.

[단장님을 엄호해라! 저 괴물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화망을 집중시켜!!]

[타리잔에 영광이 있으라!!]

투타타타타타타!!

그런 그녀의 의로를 알아챈 팔라딘들이 수호자들을 독려해가며 루치아에 대한 공격을 가열시켜 나갔고, 그 틈에 준비를 마친 로제가 돌진자세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라이……”

하지만 그 순간.

[죽고 싶지 않으면 방패를 들어!!]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생소한 남성의 목소리에 의문을 표할 사이도 없이 대지가 진동하면서 마장기의 전자장비들이 이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치지지지직!

급기야는 통신장비는 물론이고 카메라들까지 모조리 먹통이 되어버리는 상황.

“도대체 이게 무슨……”

대 EMP방어장비를 갖추고 있는 소드 피쉬의 전자장비들이 갑자기 먹통이 되어버리자 의문을 표시할 사이도 없이, 충고를 떠올리면서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낀 로제는 거의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장비하고 있는 방패를 들어 올리면 방어 자세를 취해 나갔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굉음.

고오오오오오오오!!

[크하하하하하하!! 반쪽이, 아주 좋구나! 좋아! 역시나 너는 최고의 사냥감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

[너야말로 최고의 신부감이다! 루치아, 이제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버리자고!]

두 사람의 외침이 교차하면서 들려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내 그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방어 자세를 갖추고 있던 로제의 소드 피쉬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쾅!!!

***

크레이지 부스트로 강화한 로스탐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간파한 그녀는 자신의 남아있는 힘을 모조리 끌어 모아서, 첫 번째 돌진에 맞섰지만 그람의 파괴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크아아아악!]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퍼져나가면서 수호자들과 주변의 지형지물을 단숨에 날려버렸지만, 거기에서 기세를 멈추지 않고 날아가는 루치아를 추격해 들어가면서 공격을 퍼부어대는 류안.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지는 로스탐의 아이언 피스트가 소닉붐과도 같은 충격파를 만들어내며 대기를 찢어발기자, 루치아는 다급하게 가드를 굳히면서 그 공격을 막아내려고 애썼다.

[크으으으윽! 제, 제법이구나 반쪽이, 커어억!]

명백하게 로스탐의 스펙을 아득하게 초월해내는 괴물 같은 움직임.

전신을 그람으로 강화시킨 마장기는 신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힘을 발휘하면서 루치아를 완벽하게 압도해 들어가고 있었지만,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그녀가 멀쩡하게 버티면서 시간을 끌기 시작하자 류안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레이지 부스트가 유지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30초.

‘쓰러져라, 루치아! 제발 부탁이니까 쓰러져!!!’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크레이지 부스트가 끝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8초, 7초, 6초, 5초……]

가동시간의 한계를 알려오는 상태창의 시스템 음성이 머릿속에 울려 퍼지자 류안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조종속도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면서 루치아를 향해서 맹타를 퍼부어나가기 시작했다.

[컥, 커어억! 크아아아아악!!]

마침내 가드가 풀어지면서 로스탐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그녀.

그 광경에 마침내 승리가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류안은 부스트가 끝나기 전에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면서 최후의 일격을 감행해 나갔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전력을 다해서 쏟아낸 마지막 공격이 그동안 중첩되어진 대미지와 함께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면서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충격파를 만들어내 사방을 휩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모, 모두 도망쳐! 타리잔의 종말이다!!]

[아아, 신이시여!!]

두 사람이 격돌한 첫 번째 충돌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던 수호자들은 지면이 뒤집어지며 거대한 흙벽들이 해일처럼 장벽을 만들어내면서 밀려들어오자, 절망에 찬 탄식을 토해내면서 구원을 찾아 목소리를 높여나갔다.

[전자장비가 회복되었다!]

[로, 로제님! 서둘러서 퇴각하십시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전자장비가 회복되면서 시야를 회복한 팔라딘들은 로제의 구동계가 박살났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녀를 구출하려고 시도했지만, 자신을 구하려다가는 모든 사람들이 충격파에 휩쓸린다는 사실을 깨달은 로제는 단호하게 그들을 내쳐버렸다.

[나는 틀렸다! 크리스토퍼 도련님과 함께 서둘러서 탈출해라!!]

[하지만……]

[서둘러! 이대로 모두 다 개죽음을 당할 생각인가?!!]

[아, 알겠습니다! 무운을……]

[로제님, 아, 안 돼! 로제님!!]

크리스토퍼는 끝까지 그녀를 구해내겠다는 듯이 소드피쉬를 조종해서 그녀를 구해내려는 듯이 접근해 들어왔지만, 다른 팔라딘들에게 양팔을 붙잡히고는 그들에게 이끌려져 해일의 충격파 바깥으로 끌려 나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삼켜버리는 토사의 해일.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 성지의 수호자들은 구조대를 파견해서 로제의 소드 피쉬를 찾아내려고 시도했지만, 필사적인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물론이고 타리잔의 외곽지역에 반경 3km의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버린 범인들의 행방은 끝끝내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팔란티오 행성은 뇌신에 의해 본격적인 전면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으음, 컨디션이 별로인가 이상하게 에피소드를 끝내는 타이밍까지의 분량이 시원치가 않네요.

여기서는 사실 분기가 갈려지는데

류안의 뒷 이야기가 나오는 편으로 이야기가 이어질 수도 있고

율리안과 클라크의 시점으로 뇌신을 발동시키는 이야기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연참을 준비하면서 류안의 뒷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만...

아, 그리고 아틸라는...역시 스포일러라 자세하게 언급해드리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언급하는 것만도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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