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24화 (224/291)

0224 ----------------------------------------------

지상편

***

투콰콰콰쾅!

지이이이잉-!

[큭!]

수십 발의 섬광탄과 음향폭탄이 동시에 터져나가자 눈과 귀의 방향감각에 타격을 입은 루치아가 제자리에 멈췄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그녀를 양손으로 잡아들고는 강 건너 싸움 구경을 하고 있는 수호자들을 향해서 날려버리는 로스탐.

“가라, 루치아몬! 너로 정했다!!!”

후우우우우웅!!

잠시 동안은 맹렬한 기세로 날아갔지만 순식간에 균형을 회복해버린 그녀는 공중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서 멈춰 서고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두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류안에게로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 사냥감은 오직 너 하나뿐이다! 반쪽이!!]

“고백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만 이번에는 사양하겠다, 루치아!!”

[무슨……큭, 모, 몸이……움직이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 뭔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멈춰버리는 루치아.

그녀를 포박한 기술은 그람으로 파워를 증폭시킨 염력이지만 마나 대신에 50밖에 잔량이 없는 신성력을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게 불가능했다.

“크윽, 떨어져라, 루치아! 떨어져라, 떨어져!!”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신성력의 소모에 명현현상과 함께 전신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지만, 류안은 이를 악물면서 염력의 파워를 가중시켜 나갔다.

[크으윽!]

그런 악기가 효과를 발휘했는지 압박을 견디지 못한 루치아가 균형을 잃어버리면서 빠른 속도로 낙하.

[이, 이쪽으로 다가온다! 사격! 사격!!]

투타타타타타타!

갑작스럽게 스테이지로 올라가버린 수호자들의 화들짝 놀라면서 공격을 개시했지만, 루치아의 어그로는 류안을 향해서 몰려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그것만으로는 양쪽 진영의 싸움을 붙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쾅!!

[크으으으윽!!]

지면으로 추락한 그녀의 움직임을 염력으로 계속해서 봉인해가며 류안은 보조석에 앉아있는 엑스를 향해서 힘겨운 모습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

그를 죽이고자 한다면 온 힘을 루치아에게 쏟아 붓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가장 큰 기회였지만, 공공의 적을 눈앞에 두고 다른 수작을 부리는 건 페어플레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시키는 대로 순순히 협조해 주었다.

통신 단말기를 들어 올리고는 곧바로 수호자들에게 통신을 보내는 그녀.

“여기는 특무부대 소속의 지그문트 소위다! 타리잔의 수호자들에게 알린다. 지금 즉시 괴물을 공격하는 것을 멈추고 전군을 후퇴시켜라! 반복한다! 지금 즉시 퇴각하라!!”

제발 도와달라고 애걸해도 모자란 위기의 순간에서 갑자기 퇴각하라는 권고를 보내버리자 예상대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수호자들.

그러면서 동시에 엑스가 자신이 죽음으로 활동하면서 사용했다는 피아식별코드를 전송했기 때문에, 아니나 다를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판단을 내린 수호자들 무리에서 답변이 돌아왔다.

[이쪽은 수호자들을 대표하는 화이트 필립 기사단의 단장인 로제다! 개인적으로는 특무부대의 펜져스 소위님께서 타리잔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 건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만……아무래도 상황이 다급한 모양이니 거두절미하고 묻도록 하지. 이 괴물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그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것인가?]

상당히 고압적인 목소리에 자존심이 강해보이는 여성 무인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자신의 작전이 절반 이상은 성공했다는 확신을 내린 류안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가는 와중에도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엑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명령대로 다시 한 번 통신을 보내는 그녀.

“시시콜콜 따지지 말고 목숨이 아까우면 지금 당장 도망쳐라! 코퀴토스의 악몽을 재현하고 싶은 것이냐?!!”

[!!]

유난히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제국의 무인을 그야말로 쌍무시하는 도발을 시전하면서 통신을 끊어버리는 엑스.

아니나 다를까 그 효과는 굉장했다!

쾅!

[크아아아아악! 가만두지 않겠다, 반쪽이!!]

“허억, 허억……”

염력을 해제하자마자 지면에서 뛰어 올라오면서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는 루치아.

화르르르륵!

그녀의 감정에 반응하면서 전신을 둘러싼 청염의 불길이 폭발하듯이 사방으로 퍼져나갔지만, 그것을 가로막으면서 포위진을 펼치는 것은 로제가 이끄는 기사단의 소드 피쉬들이었다.

[가드 포지션!!]

시라이온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또 다른 순백의 새하얀 방패들이 로젠 바이스들의 주술의 문양을 빛내면서 번쩍였다.

쾅!!

엄청난 고온을 뿜어내는 푸른 불길을 너무나도 쉽게 집어삼키면서 루치아를 압박해 들어가는 기사단들.

[큭, 비켜라! 너희들 같은 송사리들에게 허비할 시간은 없다!!]

[닥쳐라! 괴물!! 네년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건에 우리 형제자매들의 문제가 관련되어 있다면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전부 다 소멸시켜주마!!]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완벽하게 도발에 넘어가서 류안이 원하는 대로 이이제이의 난타전을 펼치는 그룹들.

“좋아, 여기에서는 마무리로 국어책 읽기의 불편함을 표출해.”

“무, 무슨 짓이냐? 네놈들……퇴각하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냐?”

시키는 대로 엑스가 영혼 없는 국어책읽기로 항의하는 메시지를 보내자 로제가 분노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대답해 왔다.

[하! 잘나신 특무부대의 소위님께서는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여기가 다른 지역이었다면 그 잘난 권위주의가 통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는 타리잔이며 저희 로젠 바이스들이 관리하는 장소입니다! 저희들의 문제는 저희들이 관리할 수 있으니 좋은 말로 할 때 물러나 주십시오!!]

‘후후후후. 실제로는 조금도 화나지 않았으면서 연기가 제법 뛰어난 지휘관이로군.’

사태를 관망하던 로제가 갑작스럽게 발끈하며 덤벼드는 이유는 엑스가 언급한 코퀴토스의 악몽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제국에서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그 일은 유라디스 은하 6대 세력들 중에서 하나인 더 원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낸 사건.

그 사건이 발생한 중요한 원인으로 언급되는 것이 연구자들이 실험환경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일어난 재앙이라는 것인데, 그 때문에 관리를 소홀하게 하는 사람들의 책임을 꼬집을 때도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는 했다.

‘코퀴토스의 악몽이라니……설마?!’

그리고 류안의 인셉션대로 그 사건에 대한 인용을 듣자마자 루치아가 로젠 바이스들이 실수로 만들어낸 일종의 실험체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버린 로제.

‘만약에 이 괴물이 정말로 로젠 바이스의 사제들이 진행한 비밀 실험의 결과물이라면……이 일이 절대로 외부로 새어나가서는 안 돼!’

아무리 타리잔이 치외법권을 인정받는 신성불가침의 자치구역이라고 해도 코퀴토스의 재앙처럼 끔찍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실험을 진행했다면, 외부세력이 로젠바이스의 자치권에 개입할만한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엑스가 보낸 식별코드가 특무부대(그것이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몰랐지만)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상상력이 부풀어오르며 더 큰 위기감에 사로잡혀버린 그녀.

[형제자매들이여!! 성지를 더럽힌 이 괴물을 우리들의 손으로 정화시키자!!]

[YES, MA'AM!!]

[가소로운 놈들! 원하는 대로 이 자리에서 모조리 쓰러트려주마!!!]

콰콰콰콰콰쾅!!

증거인멸을 위해서 필사적으로 루치아에게 달려드는 수호자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싸움을 순식간에 남의 싸움으로 만들어 버리고는 여유를 되찾은 류안.

“시간이나 조금 끌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싸우는데?”

“……그 짧은 순간에 이런 치사한 계획을 생각하다니 당신은 악마인가요?”

“심연의 악마한테 그런 칭찬을 받으니까 쑥스럽군!”

“칭찬으로 들리시면 제발 이과에 가주세요. 들리시는 김에 정신과에도 한 번 문의를 해보시고요……”

“후후후후. 패배자가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질투의 목소리를 보내오는 건 언제 들어도 감미롭군.”

올마이티 시절의 류안이 자신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틸라를 쓰러트릴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경험 때문이었다.

[이, 이런 치사한 새끼! 실력이 안 되니까 비겁하게 속임수를 사용하다니……]

3번의 전투를 연속으로 패배하고는 예선탈락의 충격에 부들부들 떨면서 항의해오는 소년을 향해서 인생의 쓴맛을 가르쳐주었던 그.

[후후후후. 상대방을 자신의 특기분야로 끌어들여서 상대하는 건 전략의 기본 중에서 기본이란다. 아가야……탓하려면 자신의 경험부족을 탓해. 내가 로드스타의 공식전에 참가한 시간만 따져도 네가 로드스타를 해온 모든 시간보다 많으니까 말이야.]

콰콰콰콰쾅!

[크윽, 뭐냐 이 터무니없는 괴물은……저 특무부대의 전사는 이런 괴물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버텨온 건가?!]

상당한 선전을 펼치기는 했지만 루치아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가는 수호자들을 바라보면서, 류안은 로스탐 전체로 분산시키며 끌어올린 그람의 기운을 활성화시키며 어부지리의 마지막 수확을 독차지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쳐 나갔다.

============================ 작품 후기 ============================

내용이 또 짧아서 죄송합니다!

조그 더 늘려서 쓸수도 있었는데 내용을 길게 쓰는 것보다는 이렇게 간추리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제 계산이 맞다면 군대는 아직 안 가셨을거라 믿습니다!

루치아편을 끝내고 조만간 연참검도 뽑아들겠습니다!

아, 참고로 별로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6월 22일에 222편이 업로도 되었더군요.

프로게이머의 이야기를 썼더니 또 콩신이 잠시 왔다가셨나 봅니다.

기념으로 2연참이라는 건 아, 안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