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23화 (223/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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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쿠오오오오오!!

두 사람의 충돌은 용오름 같은 격렬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면서 사방을 휩쓸어 나갔다.

청염에 휩싸여진 루치아의 손톱과 그람의 힘을 원동력으로 수기水氣와 염력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만들어낸 류안의 특제 하이드로hydrau펀치.

상극의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주변의 석조건물이며 자연지형물들이 형체를 바꿀 정도로 퍼져나갔지만, 일견 호각으로 보이는 그 싸움의 승패는 명확하게 갈려져 나왔다.

후우우우웅!

술법으로 만들어낸 물의 장벽을 뚫어버리고 들어오면서 로스탐의 주먹을 감싸고 있는 글러브로 접근해 들어오는 그녀의 공격.

까드드드득!

“큭, 젠장!”

다급하게 손을 빼냈지만 글러브에 긴 상처를 만들어내며 결합부를 긁어버리는 위협적인 공격에, 순식간에 라이트암에 노란색의 경고등이 들어오고 말았다.

[하하하하하하! 제법이구나, 반쪽이! 이래야 내가 사랑하는 남자라고 할 수가 있지. 조금 더, 조금 더 나를 뜨겁게 만들어 주려무나! 하하하하하하하!!]

콰쾅! 콰쾅! 콰콰콰쾅!

장난을 치는 것처럼 자신의 몸 주변에 떠오르는 화염구들을 이리저리 던져대는 바람에 류안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허겁지겁 거리를 벌려 나갔다.

후우우우웅!

그런 그를 농락하듯이 자동으로 적을 포착하는 고속카메라가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이리저리 어지럽게 움직이면서 접근해 들어오는 루치아.

“크으으윽!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니 비겁(?)하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레이저의 불빛에 속수무책으로 능욕당하는 고양이처럼, 압도적으로 거대한 마장기가 인간 사이즈의 드라코니안을 감당하지 못하고 희롱당하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침착하자……눈으로 따라갈 수 없다면 동선을 예측해서 공격을 퍼부으면 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로스탐에 장착된 보조 무장들로 화망을 만들어내는 것과 동시에 점액탄을 쏘아올리는 류안.

펑! 펑! 펑! 펑!

촤아아악!

[큭!]

카티아를 포획했을 때 사용했던 화학물질을 개량해서 만들어낸 끈끈한 점액질들이 루치아를 덮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체온에 반응하면서 딱딱하게 굳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좋아! 해냈……”

[어딜?!]

화르르르르륵!

날로 먹으려는 것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자신의 푸른색의 화염을 전신에 두르면서 점액질을 한 순간에 증발시켜버리는 그녀.

“쉽게 좀 가면 어디가 덧나냐!!”

투쾅! 투쾅! 투쾅! 투쾅!!

[하압!]

촤아아아악!

분노한 류안이 울분을 토해내듯이 빔 캐논을 연사해 들어갔지만 몇 차례의 포격을 눈부신 속도로 피해낸 루치아는,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예측샷을 무려 양손에 길게 솟아오른 날카로운 손톱으로 찢어버리고 말았다.

“말도 안 돼!”

물리법칙 따위는 예전에 팔아버린 것 같은 터무니없는 묘기를 목격하고는 경악성을 토해내는 류안.

“……죄송한데 무서워졌으니까 그만 돌아가면 안 될까요?”

황당하기는 보조석에 앉아서 구경하던 엑스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한 놈도 살려 보낼 계획이 없어 보이는 루치아는 그 날카로운 손톱을 혓바닥으로 핥아올리고는 다시 한 번 돌진해 들어왔다.

“센트리 건, 일제 소사!!”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

[느려, 느려, 느려, 느려!]

당황한 류안이 사방에 덫처럼 깔아놓은 자동포탑을 발동시키면서 시간을 끌려고 애썼지만 그런 대응을 코웃음 치듯이 피해내면서 돌진해 들어오는 루치아.

‘젠장!!’

후우우우우우웅!

스컹!

쾅!!

어떻게든 떨쳐내려고 안간힘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로스탐의 어깨 무장이 절단되어 떨어지면서 폭발해버리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술AI가 요란하게 경고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삐비비비비빅!

[경고, 경고! 무리한 동작의 연속으로 구동계가 과부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냉각장치를 작동시켜 주십시오!]

‘여기에서 멈추면 과부하가 문제가 아니라 황천길로 떨어지게 생겼다고!!’

속으로 그렇게 절규한 류안은 타개책을 찾아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추가 장갑들을 벗어던지고 조금이라도 스피드를 올려볼까? 아니야……여기에서 방어력까지 떨어져버리면 그야말로 한 순간에 끝장나버릴 거야. 젠장……필살기를 쓰려고 해도 루치아가 히어로물의 적들처럼 친절하게 기다려 줄 리도 없고……뭔가,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리엑터 시스템으로 그람의 파괴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사용한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충전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촉수를 사용한다면 시간을 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회복중이기도 했거니와, 류안의 그림자를 매개체로 이용하는 녀석들이라서 마장기를 탑승한 상태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녀석들.

힘이면 힘, 스피드면 스피드, 전투 센스는 물론이고 모든 역량에서 완벽하게 압도당하는 형국이었기 때문에 그는 어째서인지 전생에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까 그때도 그랬지……군대를 다녀와서 실력이 녹슬어있는 상태에서 만나버린 그 재수 없는 녀석……’

로드 스타에서 은퇴하기 2~3년 전쯤에 그는 군대를 전역하고 소위 떠오르는 슈퍼 루키라는 프로게이머와 일전을 벌였던 적이 있었다.

[올마이티요? 솔직하게 말해서……이제는 한물 간 퇴물이 아닌가요? 박수칠 때 떠나라고 기량이 떨어졌으면 슬슬 은퇴하셔야지, 신발창에 달라붙은 껌처럼 낡아빠진 방식으로 질질 끌기는……]

야자타임과 장난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조지명식에서 자신을 도발해온 16살의 어린 프로게이머.

게임 아이디는 [아틸라]

단순하게 웃어넘기기에는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에 아틸라가 입단한 프로팀의 감독이 직접 앞으로 나와서는 “이 친구가 올마이티를 워낙에 존경하고 또 열심히 연구하면서 연습을 했기 때문에 이러는 거다.”라면서 변명했지만, 자리로 돌아간 녀석의 도전적인 눈빛에는 조금도 반성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듯이 프로리그에서 마주친 녀석의 실력은 완벽하게 류안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APM이면 APM, 전략이면 전략, 운영이면 운영, 심지어는 마이크로 컨트롤로 펼쳐지는 병력싸움의 센스까지…….

자신을 목표로 연구해왔다는 감독의 말이 과언이 아닌 것처럼 그가 사용하는 수법이라는 수법은 모조리 꿰뚫어보고 있었고, 둔해져버린 자신의 손놀림을 비웃듯이 엄청난 APM을 과시하면서 자신을 농락해 들어왔다.

5판 3선승제의 예선전에서 2경기를 내리 따내면서 자신을 향해서 비웃음을 지어보이던 아틸라.

아닌 게 아니라 프로게이머들치고 올마이티의 전략과 전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어져버린 상황이었으니, 그가 전성기 시절의 테크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2경기를 이기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놀랍게도 류안은 그 이후로 3판을 스트레이트로 승리하면서 아틸라에게 사회의 쓴 맛이 무엇인지를 톡톡히 가르쳐 줬었다.

‘……그러고 보니까……예전의 일들을 지나치게 많이 잊어버리고 있었군. 이러니까 지력이 떨어져버린 것도 무리가 아니지……’

씨익.

과거의 일을 떠올리고는 갑작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여유를 되찾는 류안의 태도에, 지켜보고 있던 엑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가 있죠?”

“후후후후후.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잖아. 대역전극의 시나리오는 말이야……포기해버리면 절대로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법이라고. 그래서 나는 위기에 닥칠수록 뻔뻔해지는 법을 배웠지!!”

“그게 무슨 말인가요?”

“바로 이런 뜻이다!!!”

***

한 편, 두 사람의 전투가 펼쳐지는 장소로 군대를 집결시킨 수호자들은 충격의 여파가 미치지 않는 장소에서 사태를 지켜보며 강 건너의 싸움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곳으로 로제를 비롯한 11명의 팔라딘들이 A급 마장기인 소드피시를 이끌고 착륙해오자 일제히 자세를 갖추면서 예의를 갖추는 사람들.

[Si vis pacem, para bellum!!]

“자잘한 경례는 되었다, 제군들! 대관절 성지를 더럽힌 불순자들을 처리하지 않고 멀뚱하게 서있는 이유를 누군가가 나서서 재치 있게 설명해 보도록!”

[네, 타리잔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빌헬름 대령입니다! 말씀하신 사항에 대해서는 대단히 면목 없고 죄송스러운 사안이지만……저들의 전투가 수호자들만의 힘으로는 참견을 하는 게 어려워보였기 때문에 지원을 기다리면서 어부지리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질문에 솔직한 대답이 돌아오자 만족스러운 듯이 미소를 지어보인 로제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좋아, 시원스러운 답변이라서 마음에 드는군! 그래서……저 장소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자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아낸 바가 있는가?”

[죄송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찰 드론을 띄워 올리면 귀신같이 노려서 저격을 해오는 데다가……지상에서도 시야교란기를 작동시켜서 카메라의 확인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저곳에서 날뛰고 있는 인간사이즈의 괴물은 둘째 치더라도, 마장기의 소속은 제국이 아닐 것이라고 짐작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외로 제국의 소속일지도 모르지. 뭐 좋아, 모르는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치고……풋, 하하하. 어느 진영에서 일하는 호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력과 배짱 하나는 알아줘야 되겠군. 그렇지 않습니까? 크리스토퍼 도련님.”

그녀의 질문에 넋을 잃어버리고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그가 화들짝 놀라면서 입을 열었다.

[괴, 굉장하군요! 아버님의 곁에도 수많은 무인들이 있었습니다만……마장기를 저렇게까지 현란하게 조종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실력도 실력이지만……그런 마장기를 맨몸으로 상대하고 있는 저 괴물은 도대체……]

“뭐, 저런 괴물들이 어디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이렇게 된 이상은 빌헬름 대령의 말대로 둘 중에 하나가 쓰러지기를 기다려서 어부지리를 노려야 되겠군요. 가능하면 양 쪽 모두를 체포해서 포도주라도 한 잔씩 따라주고 싶지만……섣부르게 개입을 했다가는 저희 기사단이라도 쉽사리 승리를 쟁취할 수는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펜져스가 상대라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맞서기로 유명한 로제가 자신의 호전성을 억누르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크리스토퍼는 한층 더 긴장된 표정으로 전장을 주시해 나갔다.

쾅! 쾅! 쾅! 쾅! 쾅! 쾅!

마치 격렬한 춤사위를 펼치는 것처럼 붙었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어지럽게 공수를 주고받는 두 전사의 격렬한 전투.

비록, 아지랑이처럼 시야를 산란시켜버리는 시야 교란기의 작동으로 그 모습을 정확하게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공방이 얼마나 수준이 높은 것인지는 그 정도만으로 충분히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제 3자의 입장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그들이 갑작스럽게 스테이지로 끌려들어가는 이변이 발생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그러고 보니까 상태창을 간소화 시키느라고 신접까지 지워버렸엇네요.

손기술들은 초절기교로 통합되었고(그래도 기술들이 사라진 게 아니라 소분류로 남아있습니다.)

성교 능력들은 카마수트라로 통합되었습니다. 신접도 거기에 넣어놓기는 했는데...

영혼의 주박(프레이야tm)과 신접은 그냥 상태 창에 표시해두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다시 수정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또 실수로 마나를 2만이 아니라 20만으로 표기했었다는...ㅠㅠ

그나저나 제가 사는 지역은 비가 진짜 조금 오다가 그쳐버렸네요...

야구는 왜 안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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