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20화 (22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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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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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루치아의 머리카락이 타오르는 불꽃처럼 새빨간 붉은색으로 물들어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저게 도대체 무슨……”

그 상황을 가장 먼저 발견한 수도사가 중얼거리자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그 사실을 확인해 나가는 사람들.

[큭, 저 지긋지긋한 년이 다시 살아나다니……]

“그럴 리가 없다!”

드림 이터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리자 로프가 발작적으로 대꾸하면서 현실을 부정했지만, 머리카락만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난 상처들이 빠르게 아물어 들어가면서 그녀의 입가에서도 미소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에, 엔플라멘!!]

챙!

그 광경에 겁먹은 수도사가 급하게 성령을 흔들어서 그녀의 얼굴에 새겨놓은 혈마술의 주문 각인을 발동.

화르르르륵!

얼굴의 피부가 타들어가며 루치아의 얼굴 반쪽이 끔찍한 형상으로 변해버렸지만, 그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진득한 피처럼 붉어진 안광을 번들거리면서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두배로 돌려주지……]

그 말과 동시에 그녀의 발치에서 구불거리는 뱀처럼 뻗어나가는 불길들.

화르르르륵!!

[크아아아악!!!]

[피, 피해!]

당황한 수도사들이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면서 불길을 피해서 달아나는 와중에, 돌아가는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로프가 넋을 잃어버리고 있는 엔포서의 대원을 향해서 다급하게 외쳤다.

“서둘러서 드림 이터를 굴복시키게! 녀석에게 명령을 내려서 저 빌어먹을 마녀를 제압하라고 명령하게!!”

“아, 네, 아, 알겠습니다! 드림 이터여 나에게 굴복하……그르어어억!!”

그의 일갈에 정신을 차린 엔포서의 젊은 대원이 드림 이터를 사역하려고 주문을 외워갔지만, 다음 순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빠른 속도로 날아온 무엇인가가 그의 성대를 꿰뚫어버리고 말았다.

‘쇠, 쇠사슬의 파편이잖아……서, 설마?!’

그 흉기의 전체를 확인하고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뒤돌아서는 로프.

쿵! 쿵! 쿵! 쿵!

그곳에는 드래곤조차 풀어낼 수 없다고 장담했던 구속 장치들을 마치 수수깡처럼 뜯어내며 걸어나오는 괴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

한 편, 그런 상황을 꿈에도 모르고 있던 류안은 여전히 미라 사교의 방 앞에서 엑스의 태도에 한 소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너 말이야……”

쿠구구구궁!

하지만 다음 순간에 수도원 전체를 뒤흔들어대는 지진 같은 충격파가 전달되면서 그는 불길한 예감이 전신을 휘감아오는 것을 느꼈다.

위이이이잉!

[비상, 비상! 대기하고 있는 전 인원은 지금 당장 전투태세를 갖추고 지하의 카타콤으로 집결해라! 비상, 비상!]

요란한 알람이 울려 퍼지면서 수도사들과 엔포서들의 분주한 발소리가 통로에 울려 퍼지자, 엑스도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았는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느긋하게 있을 시간은 없는 것 같은데요?”

“서두르자!”

수도원의 모든 인원들이 지하의 카타콤으로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뒤따르기로 생각했던 류안.

하지만 다음 순간에 미라 사교의 방문이 열리면서 수도사 복장의 가슴골을 드러내놓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는……”

푸슉!

엑스를 발견하고는 뭐라고 중얼거리려고 하던 그녀의 목을 단도로 순식간에 그어버리는 그녀.

촤아아아악!

꾸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져버리는 미라 사교의 모습에, 류안은 안타까운 탄식을 토해내면서 그녀를 윽박질렀다.

“안 돼!! 지, 지금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누님을 감히 허락도 받지 않고 죽여 버리다니……이런 살인자!!”

“칭찬은 고마워요. 그런데 아쉽지만 이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에요……가슴은 성형했지만 아래쪽은 제대로 달려져 있다고요?”

“!!……넷카마 맙소사!!”

터무니없는 진실을 전해들은 류안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흑염룡이 반응해버릴 뻔 했다는 사실에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버리고 말았다.

“아, 정말로 아쉬워라……시간만 더 있었다면 대장님께서 이 여장남자와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걸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하필이면 나를 목격해버리고 말다니 지지리도 운도 없지.”

‘엑스, 무서운 아이!’

소름끼치도록 무시무시한 계획을 태연스럽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류안은 자신의 정체성이 시험받을 뻔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식은땀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로젠 바이스들의 구성원은 대부분이 남자들이고, 그들이 모여서 폐쇄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에 미라 사교처럼 변태적인 동성애를 즐기는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존재한다는 모양이었다.

모르고 있었다면 자신도 모르게 유혹에 넘어가버릴 뻔 했던 그 남자의 아름다운 외모와 육감적인 가슴골.

“암컷이든 수컷이든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닌가요?”

“닥쳐, 제발……”

떠올리기만 해도 한기가 몰려오는 것 같은 내용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면서 짓궂은 미소를 지어오는 엑스에게, 조만간 무자비하고 강도 높은 처벌로 호되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는 류안.

[로프 사교님, 응답해 주십시오. 로프 사교님!]

[네, 전 부대 퇴각이라고요? 갑작스럽게 그게 무슨……소령님……조금 더 침착하게 말씀을 해주십시요……소령님, 블랙 해머 소령님?]

갑작스러운 사태에 혼란에 빠진 엔포서들과 수도사들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두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별다른 제지 없이 카타콤으로 진입해 들어갈 수가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이지? 혹시 드림 이터의 제압에 실패하면서 루치아가 풀려난 걸까……그렇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그녀와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군……현재의 능력으로 이길 수 있을까?’

현재 류안이 가지고 있는 최강의 능력들을 나열하라면 촉수와 월광보, 그람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가 있었지만 리미터 브레이크 현상으로 폭주하고 있던 B급 마장기인 타이거를 일검으로 박살내버리던 루치아의 전투능력을 생각하면 맨몸으로는 승리를 보장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차하면 그람을 사용해서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통하지 않거나, 잘못해서 그녀를 죽여 버렸다가는 모든 게 헛수고인데……가능하면 대화로 해결하고 못해도 촉수들의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전진을 계속해 나가자 먼 장소에서 아스라이 들려오던 비명소리와 충격음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쾅! 쿠콰콰콰쾅! 쾅!

투타타타타타!

[후퇴, 전원 후퇴!! 격벽들을 폐쇄하라고 해! 저 괴물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

[아, 악마 년……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말라고! 크아아아아악!!]

온갖 비명소리와 괴성,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내지르는 소리들이 사방으로 울려 퍼지고, 겁에 질려서는 눈물과 콧물을 흘려대면서 도망쳐 나오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밀쳐내면서 도망쳐 나갔다.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터무니없이 소름끼치는 무시무시한 기운이 어두컴컴한 통로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며, 류안과 엑스를 압박해오자 장난기 가득하던 그녀도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을 굳히면서 질문을 던졌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지금 저 너머에서 날뛰고 있는 터무니없는 괴물이 우리들이 구출하려는 대상이 맞죠?”

“그렇기는 한데……”

“그렇다면 대화가 통하기를 기도할게요……죄송하지만 저는 이쯤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승산이 없는 전투는 피하자는 게 우리들의 신조거든요.”

“어, 딜도, 망가!”

촤라라락!

“큭, 물귀신 작전이라니 비겁한……”

영체화로 달아나려고 하는 엑스를 촉수를 뿜어내서 단숨에 포박해버린 류안은 잠시 후에, 마침내 자신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루치아와 마주치고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루치……아?”

[……여, 하하하하하. 어딘가에서 익숙한 사냥감의 냄새가 풍겨온다고 생각했는데 반쪽이잖아?]

자신을 바라보면서 천연덕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였지만 기세싸움에서 완전히 압도당해버린 류안은 자신이 착각을 해도 단단히 착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은……어, 어떻게 된 거야?”

전신에 피를 흠뻑 뒤집어쓴 모습은 그렇다고 쳐도 양쪽 이마에 솟아오른 거대한 붉은 뿔, 붉은 머리카락, 혈관을 드러내면서 꿈틀거리는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는 드래곤의 팔과 다리와 혈광을 뿜어내는 두 개의 눈동자.

한 눈에 봐도 정상이 아닌 모습이었지만, 그것보다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섬뜩한 살기가 자신을 죽음으로 초대하기 위해서 끈적끈적하게 휘감아져오는 것 같은 착각에 휩싸여버리고 말았다.

[아버지가 남긴 선물이 조금 자극적이더라고……하하하하. 설마하니 내 출생에 이런 비밀이 숨어있다니 드라마틱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그 순간에, 그녀의 손아귀에 붙잡혀서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던 블랙 해머가 정신을 차렸다.

“여, 여기는……끄아아아아악! 이, 이것 놔! 이것 놓으란 말이다! 이 빌어먹을 괴물……”

콰지지직!!

바닥으로 내리꽂혀진 블랙 해머의 머리가 터져나가면서 사방으로 피와 뇌수가 튀겨져 나갔다.

그 한 방으로 너무나도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해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몇 번이나 바닥으로 찧어대며 중얼거리는 그녀.

[시끄러워……시끄럽다는 말이야. 인질이면 인질답게 얌전하게 있으라고 멍청한 녀석……그런데 나는 왜 이 시끄러운 녀석을 데리고 여기까지 온 거지? 뭐, 아무래도 상관이 없나……]

툭!

그렇게 말하며 블랙 해머(였던)파편을 대수롭지 않게 던져버린 루치아는 류안을 바라보면서 해맑으면서도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는 내가 사랑하는 반쪽이가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 작품 후기 ============================

상태창을 쓰면 저야 날로 먹으니까 좋지만……

조금만 기다리시면 주인공 능력이 1차 피크에 도달하니까 그 때 쓰겠다는 소리입니다.

그나저나 날씨가 으슬으슬하더니 감기에 걸렸네요.

말씀하신대로 루치아 편까지는 완결하고 쉬려고 그랬는데 내일 상황 봐서 영 아니다 싶으면 휴재 공지를 올리겠습니다.

사실, 오늘 쉴려고 했는데 저도 루치아편은 가능하면 완결하고 쉬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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