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9 ----------------------------------------------
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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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지하, 카타콤.
순교자들의 백골이 원통형의 방 안에 켜켜이 안치되어 있는 장소에서 드림 이터를 장악하는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치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후드를 뒤집어 쓴 수도사들이 주문을 외우면서 성령鈴을 흔들어댈 때마다 루치아의 전신에 피로 새겨져있는 혈마술의 각인들이 불타오르고, 생살을 태우는 역겨운 냄새가 사방으로 흘러 넘쳤다.
까드드드드득! 쾅! 쾅! 쾅!
“죽인다, 반드시 죽여버리겠어……이 개자식들……크아아아아악!!”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이성을 잃어버린 그녀가 맹수의 노란색 안광을 번뜩거리면서 저주의 말을 쏟아냈지만, 전신을 옭아매고 있는 쇠사슬들은 날뛰면 날뛸수록 더욱 더 날카롭게 파고들어와 가녀리기 이를 데 없는 살점들을 뜯어내었다.
생명의 등불이 꺼져가면서 생존본능이 각성한 덕분인지 루치아의 팔과 다리에서는 검은색의 비늘들이 돋아 올랐고, 손과 발에서는 날카로운 발톱이, 이마에는 피부를 뚫고 튀어나온 두 개의 새빨간 뿔이 번들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한 전투태세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힘을 봉인하고 있는 구속 장치들은 징그러울 정도로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돌기둥의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던 블랙 해머.
“저러다가 빠져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런 일을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게, 형제여. 저 구속은 드라코니안이 아니라 진짜 드래곤이라도 빠져나올 수 없는 강력한 구속이니까.”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인내심을 가지게, 로젠 바이스들은 절대로 늦는 법이 없으니 말이야……”
“이미 원래 계획보다 훨씬 더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조급함을 참지 못한 블랙 해머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질타했지만, 대답하던 로프 사교는 그런 그의 태도를 조롱하듯이 웃음을 터트리고는 주문을 외우고 있는 수도사들의 행렬에 합류해 들어갔다.
[道友膜思羅無, 道友膜思羅無……]
[我不裸 可打不裸]
어쩐지 수상하기 이를 데 없는 주문들을 외워나가면서 합창을 해 나가듯이 점점 더 격렬하게 의식을 고취시키기 시작하는 그들.
[재는 재로, 화염은 화염으로……그대, 몽환의 지배자인 판의 아들인 드림 이터여……여기 로드 아르카리우스가 남긴 마지막 후손을 제물로 본신의 힘을 각성시켜 새로운 주인을 위해서 헌신하라!]
촤아아아아악!
의식이 막바지에 도달하자 로프가 그렇게 외치고는 아르카리우스가 남겨놓은 마법 스크롤을 단숨에 찢어버리면서 주문을 발동시켰다.
투쾅!!!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루치아의 몸속에서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백색의 섬광.
“크으으윽!”
시야를 장악해버리는 빛의 파도에 삼켜져버린 블랙 해머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손을 들어올렸지만, 찰나의 시간이 지나가자 쥐 죽은 듯한 고요한 침묵이 장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성공한 건가?”
“내가 말하지 않았나, 우리들은 절대로 늦는 법이 없다니까? 크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
의식에 성공한 로프가 광소를 터트리자 수도사들도 일제히 웃음을 터트리면서 기괴스러운 목소리들로 소름 끼치는 하모니를 만들어 내었다.
‘기분 나쁜 새끼들……’
그렇게 생각하면서 팔을 풀어 내리는 블랙 해머의 시야로 들어오는 드림 이터의 모습.
새빨간 피부를 가진 악마는 루치아의 몸속에서 빠져나와 쇠사슬에 묶여진 상태로 바닥에 엎드려져 몸부림치고 있었다.
[네놈들……하찮은 인간들 주제에 감히 나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분노에 찬 음성으로 중얼거리는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목격했다면 까무러칠만한 악몽과도 같은 무시무시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를 내려다보는 로프의 표정에는 가소로움과 비웃음만이 가득하고 있었다.
“크크크크. 썩어도 준치라고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 로드가 남겨놓은 유산이 대단하기는 하군. 설마, 지옥의 악마들을 노예로 구속할 수 있는 스크롤이라니 말이야. 게다가 녀석의 후손을 혈마술의 제물로 이용해서 성능까지 강화시켰으니……이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형제여.”
“제물로 사용한 드라코니안 소녀는……죽은 건가?”
“두 말할 필요도 없지.”
그렇게 대답한 그는 미동도 없이 축 늘어져버린 루치아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는 이리저리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제법 반반한 얼굴인데 아쉽게 되었지. 혈마술의 제물로 이용하지만 않았다면 우리 로젠 바이스 형제들의 화촉을 밝혀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아쉽지만 이미 송장이 되어버렸으니 시간屍姦이라도 좋아하는 부랑자들에게 먹이로 던져줄까?”
“역겨운 발상을 듣는 건 그쯤이면 충분하니 약속대로 드림 이터를 우리 엔포서들에게 넘겨라. 설마,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후후후후. 물론이고말고! 형제여……우리 로젠 바이스들은 인간들과는 다르게 약속 하나는 철저하게 지키니까 말이야. 그리고……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응징하는 걸로도 유명하거든.”
루치아의 숨이 확실하게 끊어진 것을 확인한 로프가 그렇게 말하면서 소름끼치는 눈동자로 경고를 해오자, 블랙 해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는 더듬거리면서 대답을 했다.
“기, 길로틴 준장님의 이름을 걸고 약속은 지킬 테니……드, 드림 이터를 우리 대원에게로……”
“뭐, 그렇다면야……형제여.”
정중하게 목례한 로프가 드림 이터를 구속하고 있는 쇠사슬을 붙잡고는 두려운 표정으로 나서고 있는 엔포서의 대원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놔, 놔라. 비천한 인간들 같으니라고……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발톱의 때만도 못하게 여기는 인간들에게 난데없이 노예로 부려질 위기에 처해버린 악마는 쉴 새 없이 울부짖으면서 거칠게 저항했지만, 아르카리우스의 술법으로 완벽하게 제압당해버린 그는 이미 어린아이라도 다룰 수 있는 나약한 존재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이 사슬을 붙잡고 종에게 충성을 맹세하라고 요구하게. 그러면 그 순간부터 자네는 이 악마의 주인이 될 걸세……”
“저, 저는……”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상황에 압도당한 것인지 젊은 엔포서의 대원은 쉽사리 손을 움직이지 못하면서 망설였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블랙 해머가 추상같은 호통으로 그를 다그쳐 버렸다.
“이제 와서 무엇을 겁먹고 꽁무니를 빼는 것이냐, 더그?!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생명을 바쳐서 충성하겠다는 맹세는 벌써 다 옛 저녁에 팔아버린 것이냐?!”
“아, 아닙니다!”
그렇게 외친 청년은 각오를 다진 듯이 쇠사슬을 향해서 손을 내밀어 나갔지만, 다음 순간에 갑작스럽게 일어나버린 이변으로 모든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
[이제 그만 인정하지, 라텔하르트.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우리들은 인간을 이길 수 없네……수 없는 항쟁으로 이미 몇 번이나 증명되어버린 사실이 아닌가?]
아르카리우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골드 드래곤의 로드인 라텔하르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면서 현실을 부정해버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네……우리들은 이 세계의 조율자들이며, 신들의 대리인이야! 질서를 수호하는 법의 심판자로서 어떻게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간들을 이 세게의 주인으로 인정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절대로 그럴 수는 없네, 절대로……]
[그래서 가망이 없는 종족전쟁으로 동족들을 다시 한 번 지옥의 불길 속으로 집어넣겠다는 소리인가?]
[적어도 깊숙한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종말을 두려워하면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낫네! 인간들에게 숙이고 들어가 그들에게 아첨하면서 비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보다도 낫고! 우리 드래곤들은 만물의 위에서 지배하고 군림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들이야! 싸우다 죽는다면 적어도 명예롭게 위엄을 지키면서 사라질 수는 있겠지……]
[그런 오만함이야말로 우리가 그들에게 뒤쳐져버린 결정적인 이유라는 사실은 어째서 모르는 것인가?! 우리들이 뒤늦게라도 그들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대비했더라면 오늘 같은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 1만 년을 살아오면서 누구보다도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자네마저도 그 오만함에 눈이 가려져서 진실을 외면해버리는 것인가?!]
[……자네가 뭐라고 그러던지 원로원은 이미 결정을 내렸네. 하지만 자네는……원한다면 이번 전쟁에서 빠져도 상관이 없네. 그런다고 나무랄 이들도 이제는 남아있지 않으니까……]
[라텔하르트……]
아르카리우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드래곤들은 인간들을 향해서 일제히 선전포고를 하고 몬스터 군단을 지휘하면서 인간들의 도시를 공격해 나갔다.
드래곤의 최후의 저항이라고 여겨지는 그 전쟁에서 그들은 뒤늦게 인간들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응용해 자신들만의 마장기 부대와 우주 함대를 만들어서 군대를 무장시켰지만, 조직력과 규모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달랐던 인간들의 군대는 이들의 선전포고를 단순하게 몬스터들의 광란으로 취급하고는 너무도 간단하게 진압해 버렸다.
우주 공간으로 함대를 이끌고 달려 나온 드래곤들은 자신들의 마법을 봉인당하고, 인간 함대의 전략과 전술에 휘말려서 집중 포화를 얻어맞고 허무하게 산화해 버렸으며 지상에서는 천벌처럼 쏟아져 내리는 궤도 포격들이 그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불태워 나갔다.
라텔하르트는 마지막까지 인간들에게 맞서서 저항하다가 인간들의 군대에 사로잡혀서 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는 수모를 겪었으며, 최후에는 드래곤 하트가 뽑혀져 나가면서 기동 요새의 동력원으로 소모되게 되었다.
그의 머리는 통째로 잘려나가서 어느 부유한 부자의 저택의 한가운데에 전시 되었으며 박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되어버린 친우의 비참한 운명에 아르카리우스는 몇 번이나 절규하며 자신들의 운명을 저주해 나갔다.
[신들이시여! 어찌하여 그들의 탐욕이 이 세상을 집어삼키도록 내버려 두셨나이까……그들이 정말로 우리들을 대신하야 세상을 지배할 그릇이라면……그들은 그에 걸맞는 합당한 그릇을 지녀야만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자질을 시험해 보겠나이다……그들의 끝없는 탐욕이 세상을 집어삼키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들마저 불태우지 않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 백 년의 시간이 흘러……아르카리우스는 자신의 생명의 불꽃이 꺼져나가기 전에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어떤 한 존재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내 마법으로 너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네 운명이 너를 자연스럽게 인도해나갈 것이니……너는 본능적으로 끊임없이 강자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을 시험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네가 가지고 있는 보물들로 인간의 지도자들을 유혹하면서 그들 모두의 탐욕을 시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너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게 두어라……그리고 확인하거라. 그들 자신이 탐욕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를 말이다……]
[만약에 자격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로드님.]
[그렇다면 그 때는……]
아르카리우스의 속삭임에 루치아는 두 눈을 감으면서 자신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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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재 카드를 언제 쓸지 고민되네요...
내일 기습적으로 써버릴까...
그러고보니 주인공의 스테이터스를 공개한 지 조금 오래 되었는데...
조만간 어떤 이벤트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