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17화 (21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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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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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중천에 뜬 오후.

피로함과 배고픔, 갈증과 나른함 속에서 정신을 차린 레베카는 지난 하루 동안에 펼쳐졌던 다이나믹한 4인 협동플레이를 떠올리고는 베갯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죽고 싶어……”

“일어났어? 베이비.”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아채자마자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달라붙어오는 류안.

“저리 가, 변태야.”

부끄러움과 자기 혐오감으로 귀까지 새빨개져버린 레베카가 얄밉기 이를 데 없는 가면을 있는 힘껏 밀어냈지만, 그는 꿋꿋하게 달라붙으면서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다.

“후후후후. 그 변태에게 매달려서 몇 번이나 헐떡거렸으면서……아, 참고로 어젯밤의 유아 플레이는 정말로 최고였어! 젖병 대신에 흑염룡을 힘차게 빨아오는……”

“꺄아아악! 아, 안 들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아무것도 안 들린다고……”

지난밤의 추태를 상기시키자 격렬하게 이불킥을 하면서 몸부림치는 레베카.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웠던 류안은 알몸에 얇은 이불 한 장만 걸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흑염룡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슬그머니 그녀의 등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움찔!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설마 또……”

“잠깐만 가만히 있어봐. 해볼 게 있어서 그래.”

“아, 안 돼!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란 말이야. 컨디션도 최악이고……하읏, 하아앗, 하악, 하아아악! 아흥, 어, 어떻게 그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몸이 솜이 물을 먹은 것처럼 무겁고 뻐근하던 레베카는, 류안이 자신의 몸을 가볍게 쓰다듬자 전신이 민감해지며 은밀한 부위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려오는 것을 느끼면서 들뜬 신음을 뱉어내고 말았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이라는 거지.”

“내 몸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후후후후. 쉽게 말해주면 다른 사람에게는 시집을 갈 수 없는 몸으로 만들었다고나 할까.”

“이런 나쁜……하아아앗! 으으음, 으읍, 하앗…….”

발끈하는 그녀에게 흑염룡을 삽입해버린 류안은 희롱하듯이 천천히 질내를 휘저어대며, 키스를 통해서 저항심을 누그러트려 나갔다.

그런 식으로 레베카를 조련해가는 도중에 갑작스럽게 울려오는 통신 단말기의 컬러링.

[전화 받으라냥! 앗! 패, 팬티가 사라졌다냥!]

카티아의 목소리로 녹음된 저질스러운 컬러링에 레베카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지면서 호감도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류안은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는 당당하게 손을 뻗어서 단말기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심각한 표정으로 변해버리는 그.

“이 번호는……”

“누, 누군데 그러는 거야? 하윽!”

“미안하지만 잠시만 조용히 해 줘. 굉장히 중요한 통신이거든……”

철썩, 철썩.

“흐읏, 그, 그런 통신이라면 허리를 멈추란 말이얏! 바보, 하아아앗! 으으으읍.”

레베카의 입을 한 손으로 막아버린 류안은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신을 받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시카 대령님……”

[……류안 중령님! 아아아, 드디어 연결되었군요. 정말로 다행이에요……아니,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할지……]

“일단은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그게 그러니까……]

잠시 후, 제시카로부터 길로틴이 압바우에서 일으킨 사건을 전달받은 류안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져버리고 말았다.

“……길로틴이 정말로 그런 짓을 저지르고 있습니까?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거예요. 현재 그는 원정대의 상층부 전체를 인질로 잡고 폭주하고 있어요. 특히나 마크넬 원수나 율리안 중장의 분노를 생각하면……언제 터져버릴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설치한 셈이나 마찬가지예요. 명색이 군대 최고의 지휘관들이 자신의 눈앞에 총구가 겨누어지는 거나 마찬가지인 하극상을 당했으니……]

마크넬 원수와 합참의 장성들은 길로틴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방산비리나 횡령, 기타등등의 부정행위에 대한 약점을 잡히면서 대부분이 그의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그것만으로도 위험한 다리를 건넜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인데 거기에 율리안 중장의 사령부를 습격해서 기밀문서들을 압류하고, 부하들을 두드려 패며 인질로 잡았으니 그야말로 쿠테타를 일으킨 것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일시적으로는 굴복시켰다고 해도 후환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놨으니(심지어는 율리안에게는 그의 군대를 고스란히 돌려줬으니), 전쟁에서 이기던지 지던지, 아니,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의 군대와 권력을 되찾은 율리안이 작심하고 그를 응징하려고 나선다면 길로틴에게는 아무런 미래가 없는 상황이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겁니까?”

[사실은 바로 그것 때문에 연락을 드렸어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루치아라는 소녀에게 드림 이터를 뽑아내려고 하는 계획을 기억하세요?]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만……설마?”

[그 짐작대로에요. 블랙해머 소령이 이끄는 헌병대가 1구역 타리잔에 위치한 엔포서들의 비밀기지에서 의식을 준비하고 있어요……그 구체적인 방법이나 의식에 대해서는 저도 전달받은 내용이 없기는 하지만……시간이 별로 없는 것만은 틀림이 없어요. 어쩌면 이미 늦어버렸을지도……]

‘길로틴 이 미친 새끼가……’

제시카의 말이 사실이라면 길로틴은 율리안을 통제할 수단으로 드림 이터를 사용하려는 게 틀림이 없었다.

악마 드림 이터.

루치아에게는 세뇌를 시도하려다가 반대로 사로잡혀버리는 바람에 명성에 비해서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사실 악마라는 존재들은 천족을 넘어서 발할라의 신들에게 필적하는 파워를 가지고 있는 괴물들이다.

그런 그들이 지상에 소환될 때 약화되는 이유는 그들의 본체가 지옥에 갇혀있기 때문인데, 브륜힐트의 설명에 따르면 그 구조가 바닥없는 늪처럼 악마들을 끌어내리기 때문에 외부의 조력이 없으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상에 현신한 악마들은 아무리 강력해도 마족이나 천족, 드래곤 수준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악마라는 존재를 가볍게 여길 수는 없었다.

(참고로 심연의 악마들과 악마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생판 남이라는 게 브륜힐트의 설명이었다.)

‘루치아도 버텼으니 율리안도 어느 정도는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몰라……그렇게 생각하면 길로틴이 지나치게 드림 이터의 능력을 과신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문제는 이게 아니야. 드림 이터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율리안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겠다는 소리인데……길로틴이 설마?!’

사고를 이어나가다가 어떤 터무니없는 계획을 떠올려버린 류안은 사태가 일각을 다툰다는 사실을 깨닫고 레베카와의 행위를 중단했다.

“루치아가 감금되어 있는 장소의 좌표를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네, 알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헌병대를 빠져나오시기를 바랍니다. 길로틴이 저지르고 있는 일이 사실이라면 그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습니다. 그러니 대령님께서도 괜한 봉변에 휘말리지 마시고 안전한 장소로 빠져나오시기를 바랍니다. 가능하면……트라이엄프 부대를 피난처로 선택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만……

류안이 은근슬쩍 제시카의 합류를 희망하는 내용을 전달하자 그녀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중령님에게 정보를 드리면 빠져나갈 구실을 찾아내려던 참이었어요. 말씀하신대로……가능하면 트라이엄프 부대에 몸을 의탁하도록 할게요. 아무래도 한 바탕 폭풍이 휘몰아칠 것 같으니까요.]

그녀의 대답에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통신을 종료한 류안은 곧바로 간단한 스팀 샤워를 끝마치고 패닉룸에 상비해놓은 파일럿 슈츠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불안한 눈초리로 질문을 던져오는 레베카.

“지금 통신은……도대체 무슨 일이야?”

“듣고 있었어?”

‘그러고 보니까……이번 사건은 레베카와도 여러 가지로 관련이 많군. 끄응,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촉수들로 귀를 막아버릴 걸 그랬나?’

사관학교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제시카 교관과 이런 통신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눈총을 받기에는 충분했지만, 자신의 약혼자인 율리안의 이름이 거론되거나 그녀의 아버지인 바키 대통령과는 정적관계에 있는 길로틴의 이름이 언급되는 대화를 레베카가 귀를 기울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이 성가시게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격한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일.

류안은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대응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뭐 간단하게 설명하면 길로틴 준장이 반란 비스무리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내용이니까 걱정하지 마. 안 그래도 이 오빠가 때려 부수러 가는 길이니까……”

“걱정하지 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제시카 대령님도 그렇고……류안, 네가 무슨 힘을 가지고 있다고 길로틴과 맞선다고 그래? 절대로 안 돼. 잠시만 기다려 봐, 내가 아빠한테 연락을 해서……”

툭.

예상대로 폭주하면서 설레발을 치는 레베카의 행동에 류안은 그녀의 수혈을 점혈하면서 그녀를 재워버렸다.

“일어나 있는 거 다 알아. 로피아!”

“힉!”

그의 지적을 받고는 잠들어있는 척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거미 여왕.

“내가 돌아올 때까지 다른 업무들은 모두 중단하고 레베카를 돌봐주도록 해. 그리고 그녀가 외부로 연락하거나 다른 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여차하면 거미줄로 묶어버려도 괜찮아. 무슨 말인지 알지?”

“네, 네! 반드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다녀오세요.”

“좋은 대답이야. 어제의 조교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인데? 다녀오면 또 가르쳐줘야 되겠어…….”

“히이이이익!”

순식간에 부하의 사기와 의욕을 나락까지 떨어트려버린 류안은 가볍게 어깨를 풀면서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면서 준비동작을 취하고는, 패닉룸을 개방하고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좋아, 그러면……악당들의 손아귀에 붙잡힌 지상최강의 공주님을 구출하러 가보실까?”

============================ 작품 후기 ============================

내용이 짧아보이는 건 눈의 착각입니다.

농담이고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휴재하려다가 짧게 끊었습니다.

일단 이번 주 목요일까지만 출근하면 짧지만 며칠 동안은 쉴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에 베트남으로 놀러오라는 콜을 받았는데 고민이네요...

끄응...

참고로 누가 죽고 사는지는 당연히 스포일러이므로 비밀입니다!

그런데 여자들은 가능하면 안 죽일게요...주인공을 죽이면 죽였지 귀요미들을 죽이는 건 저도 가슴이 아픕니다.

안 귀요미들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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