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6 ----------------------------------------------
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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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위성 압바우에 위치한 2사단의 사령부를 지키던 병사들은 길로틴이 이끄는 헌병대가 기세등등하게 몰려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패닉에 빠져버렸다.
쾅!
정문을 지키는 헌병들을 무시하고는 문답무용으로 밀고 들어가서는 부하들에게 추상같은 목소리로 외치는 길로틴.
“문서라는 문서들은 모조리 압수한다. 사무용 pc부터 통신장비, 사병들의 개인 단말기까지 모조리 쓸어버려!”
“네, 알겠습니다!”
두두두두두!
[뭐, 뭐야? 너희들은……]
[잠깐만 기다려! 그 pc에는 오늘까지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서류들이 들어있다고!!]
[야 이 새끼들아! 통보도 없이 갑작스럽게 이게 무슨 행패야? 헌병대면 전부인 줄 알아?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감히……]
아무런 통보도 없이 배틀 슈츠로 중무장한 헌병대의 병사들이 사무실로 밀려들어오자 2사단의 군인들이 흥분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항의했지만, 전투헬멧을 착용한 헌병대의 장교는 로봇처럼 아무런 대꾸도 없이 수백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진압봉을 꺼내서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군인을 망설임 없이 내리쳐 버렸다.
파지지지직!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감전되어 부들거리다가 바닥으로 쓰러져서 눈을 까뒤집고 게거품을 물며 경련해대는 군인.
[꺄아아아악, 주임원사님!]
[헌병대의 행사를 가로막는 새끼들은 모조리 다 이 꼴로 만들어버려! 저항하는 녀석들은 모조리 다 연행한다!!]
[네, 알겠습니다!]
[이, 이런 미친 새끼들이……끄아아아악!!]
퍽! 퍽! 퍽! 퍽! 퍽!
장교들의 명령이 떨어지자 목줄을 놓아준 사냥개들처럼 뛰쳐나간 헌병대의 병사들이 저항하는 군인들을 두드려 패며 사령부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계속해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나가는 길로틴.
“엔포서들은 뇌신을 작동시킬 수 있는 오퍼레이터들과 페가수수 파일럿들의 신변을 최우선으로 확보한다! 가능하면 다치지 않게 무력화시켜! 나머지는 상관없다, 저항하는 새끼들에게는 본때를 보여줘!”
[네, 알겠습니다!]
[고스트 알파, 명받았습니다!]
‘내 제안을 거절하다니 본때를 보여주마! 율리안.’
길로틴이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가 뇌신을 발동시키라는 자신의 제안을 합리적이지 못하다며 거절해버린 것이 발단이 되었다.
물론, 계급으로만 보면 일개 준장의 작전제안을 중장이 거절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가 가지고 있는 막강한 권력은 단순하게 계급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그가 이끄는 엔포서의 정보력에서 발로된다는 것.
길로틴은 율리안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해버리자 곧바로 자신에게 약점이 잡혀있는 원정대의 상층부를 움직여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뇌신을 발동시켜서 전면전을 시작한다는 공식 작전을 통과시켜버렸다.
하지만 율리안 이런 공식 명령마저도 불합리함을 설토하면서 상층부의 결정에 재고를 요청해왔기 때문에, 길로틴이 항명을 빌미로 헌병대를 동원하는 실력행사로 나서게 된 것이다.
[길로틴 준장님! 격납고에서 율리안 중장을 발견했습니다!]
“좋아, 작전대로 그의 신병을 확보해라! 하지만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와 함부로 충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대치상태라도 좋으니 그의 발을 묶어놓도록!”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길로틴은 자신을 호위하는 헌병대원들과 함께 격납고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를 발견하자마자 발끈하면서 외치는 파일럿의 무리들.
[도대체 이게 무슨 행패십니까, 길로틴 준장님! 통보도 없이 사단장님을 체포하시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2사단 자체를 해체해 버리겠다니……]
율리안을 호위하고 있는 그들은 마장기 조종의 효율을 향상시켜주는 파일럿 슈츠와 라이트 세이버, 권총과 같은 빈약한 무장으로, 중무장 배틀 슈츠에 압도적인 숫자로 포위하고 있는 엔포서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공화국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엘리트로만 구성되었다는[율리안 사단]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불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주눅 드는 모습들이 없이 당당했지만 길로틴은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 율리안을 향해서 외쳤다.
“상황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는 사단장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개인의 사견으로 촌각을 다투는 군사작전에 제동을 걸다니 무슨 생각입니까! 정말로 다른 마음이라도 품고 계시는 게 아닙니까?!”
웅성웅성
[사단장님께 감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상부의 개가 주제를 모르고……]
높은 자존심만이 아니라 율리안을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 충성심을 가지고 있던 파일럿들은, 그의 외침에 발끈하면서 당장에라도 칼부림을 할 것처럼 분개했지만 율리안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조용히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좋게 말로해서는 안 될 것 같군……”
“웃기지 마! 사단장님은 어디까지나 원정대의 승리를 위해서……”
탕!
다음 순간에 발끈하면서 나서는 파일럿을 향해서 저격총을 들고 있던 엔포서가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겨버렸지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없이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총탄을 라이트 세이버로 날려버린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율리안이었다.
“사, 사단장님……”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뒤늦게 자신이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식은땀을 흘리는 파일럿에게 손짓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진정시킨 율리안이 부하들을 헤치고 조용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
툭.
대답 대신에 바닥으로 라이트 세이버를 내던지고는 체포하라는 듯이 양손을 내밀어오는 그.
[사단장님!]
[이대로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사단장님!]
[젠장, 이렇게 된 이상은 페가수스를 탈취해서라도 헌병대 새끼들을……]
그 모습을 목격한 파일럿들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면서 과격한 소리를 내뱉었지만, 원리와 원칙 규율을 중요시하는 율리안이 부하들의 돌출행동을 용납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계산에 두고 있는 길로틴은 역시 단독으로 마주나가며 그의 코앞까지 접근해 걸어갔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율리안 중장님. 역시 중장님께서는 부하들의 안위와 국가를 생각하시는 훌륭한 분이시군요……중장님을 시험해서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장님에게 드리고 싶은 제안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제안이 아니라 협박이겠지.’
그의 속내를 짐작하고 있는 율리안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말하려면 말해보라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길로틴의 당당함에 압도당한 파일럿들은 입을 다물면서 그 대화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실, 마크넬 원수님께서 제게 별도로 내리신 명령이 있었습니다. 만약에 율리안 중장이 항거의 의지를 가지고 그것을 고수한다면……2사단 자체를 해산해버리고 중장님을 구류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만, 만약에 그것이 순수한 충성심의 발로였다면 선봉에 서서 뇌신을 지휘하시는 대가로 모든 죄를 사면해드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시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게 끝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보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합리적이지 못하군.”
웅성웅성.
[사단장님……]
다른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으로 들리는 제안을 거절해버리자, 파일럿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안타까워하기 시작했지만 길로틴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도 율리안 중장님이 뇌신을 지휘하지 않으면 이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정대 상층부의 의지가 이렇게까지 단호한 이상에는 뇌신은 계획대로 진행되겠죠. 여기에 있는 모든 페가수스 파일럿들과 뇌신을 조종할 오퍼레이터들, 당신의 부하들과 수백만의 원정대의 병사들은 당신이라는 희망이 사라져버린 전쟁터에서 비참하게 피 흘리며 죽어나갈 겁니다! 뿐만 아니라, 뒤이어 도착하는 우리 공화국의 지원군들도 마찬가지로 가망 없는 전쟁에 내몰려서 죽어나가겠죠. 왜 아니겠습니까?! 가온공화국 최강의 백기사님께서 전쟁을 두려워해서 명예보다는 감옥을 선택해버린 비겁자 새끼인데!! 당신은 당신을 중심으로 편성된 공화국 최강의 전사들이 하늘에서 아마추어처럼 죽어나가는 것을 방관할 뿐만이 아니라, 방위군의 행성 점령전 역사상 최초로 선보이는 최강의 병기를 고철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거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매도에도 율리안은 눈썹 하나도 까딱하지 않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였지만, 전후의 사정을 모르는 파일럿들은 그가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에 실망하면서 주눅 들기 시작했다.
[상부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한 번 싸워봐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러게 말이야. 중장님이 함께 해주신다면 어떤 하늘이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날개를 펼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의 대답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합리적이지 못하군.”
“……끄응, 뭐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받아들이지 못하신다면 어쩔 수 없군요. 안타깝지만 중장님을 헌병대로 연행하도록……”
포기하고 연행하려는 순간에 튀어나오는 율리안의 대답.
“합리적이지는 못하지만……귀관의 말에도 일리는 있군. 패배가 확실해 보이는 전투라도 부하들이 개죽음을 당하도록 만들 수는 없지.”
[!!]
[유, 율리안 중장님이 패턴을 벗어나는 말을 했어?!]
[말도 안 돼! 이게 꿈이야 생시야?!]
그가 자신의 고집을 꺾고 길로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보다, 그가 자신의 패턴을 깨고 다른 말을 했다는 사실에 더 경악하면서 눈동자를 휘둥그레 떠올리는 파일럿들.
길로틴은 그가 마침내 자신에게 굴복했다는 사실에 입 꼬리가 귀까지 걸려오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수갑 대신에 그의 양손을 자신의 손으로 움켜잡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하하하! 정말로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율리안 중장님……경계심을 가지시는 건 좋지만 적의 능력을 지나치게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싸우기로 결정한 이상 우리 엔포서들이 전력으로 당신을 지원해드릴 겁니다! 이번 전쟁은 반드시 승리할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
[오오오오! 길로틴도 의외로 화끈한 구석이 있잖아? 좋았어, 한 번 해보는 거야! 우리들의 손으로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자!]
[나, 지금이라면 어떤 적들이 튀어나온다고 해도 절대로지지 않을 것 같아. 그도 그럴 것이 율리안 준장님이 다른 패턴으로 말씀하셨잖아?! 관 뚜껑에 못이 박히기 전까지는 절대로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오오오오! 진군하자, 페가수스 편대! 공화국의 영광을 위해서!!]
파일럿들은 물론이고 길로틴과 엔포서들까지 미소를 지어보이며 들뜬 분위기 속에서 필승을 장담해 나갔지만 오직 한 사람, 율리안 만은 차갑기 이를 데 없는 냉정한 표정으로 굳은 얼굴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큭, 야구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후기에 그런 내용을 쓰는 건 안 좋은 것 같아서 자중하도록 하겠습니다.
한화가 무려 단독 꼴찌에서 공동 꼴찌로 올라(?)갔는데!(결국 써버림)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무슨 후기를 써야 할지...
아, 4명의 히로인 중에 탈리아는 포함됩니다.
참고로 턀리아까지 합쳐서 1명으로 취급됩니다. 1+1으로 일인분이죠!(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