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06화 (20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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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아무리 녀석들이 느끼는 쾌감이 내게 전달된다고는 하지만……이 녀석들은 애초에 조절이라는 말을 모르는 녀석들이니까.’

뀨우우우우?

류안의 복잡한 심사를 감지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시하는 촉수들이지만, 요약하자면 녀석들은 그의 이성적인 명령보다는 동물적인 욕구에 더 솔직하게 행동하면서 여자들을 임신시키는 게 유일한 목적이라는 게 문제였다.

[왜 삽입을 안 하시는 겁니까, 주인님?]

[임신시켜요, 임신! 아니면 비켜주세요! 제가 임신시킬 테니까……]

‘함부로 날뛰지 말고 얌전하게 있어라.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소리 몰라? 형님은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뀨우우우우.

마치 최면을 거는 것처럼 몇 번이나 같은 명령을 반복하고 난 다음에야 아쉬워하는 울음소리를 내면서 각자의 역할로 돌아가는 녀석들.

어떤 의미로는 그람보다도 통제하는 게 까다로운 녀석들이기 때문에 류안은 진땀을 흘리면서 녀석들을 가라앉히고 난 다음에야, 죽음의 처녀를 인질로 붙잡은 상태에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물어볼 게 있으니까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 예는 오른쪽 눈을 깜빡거리는 거고 아니오는 왼쪽 눈을 깜빡거리는 거야. 대답하기 싫으면 한 30분 뒤에 답변을 해도 괜찮아. 물론, 그 동안에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장담을 할 수가 없지만 말이야……알겠어?”

스르르륵, 츄르룹, 츄웁!!

“흐으으읍?!”

류안의 협박에 반응하듯이 촉수들이 옷 속을 파고들어가 뱀처럼 꿈틀거리자, 생리적인 거부감에 비명을 내지른 그녀가 필사적으로 오른쪽 눈을 깜빡거렸다.

‘반응을 보니까 생각보다 쉽게 넘어올 것 같은데?’

암살자라는 이미지에 비해서 융통성이 있는 반응이었기 때문에,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단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 네가 죽음이라는 암살자인가?”

오른쪽 눈동자가 한 번 깜빡거린다.

“그러면 죽음의 구성원은 너 혼자인가?”

살짝 망설이는가 싶더니 왼쪽 눈동자를 깜빡거리는 그녀.

‘젠장, 하나만으로도 성가신데 이런 녀석들이 더 있다니……아니, 잠깐……그러면 혼자서 습격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잖아?’

“그러면 이번 암살에 동원된 사람은 몇 명이지?”

“……저 혼자입니다.”

심중을 알아보기 위해서 재갈을 풀어주며 그렇게 질문했지만 어느새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죽음의 대답에서는 일체의 감정의 고저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사실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태도의 대답이라면 그녀의 말을 신뢰할 수가 없다.

이번 암살에 동원된 인원이 그녀 하나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녀와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암살자가 한 명 더 동원되었다면 카프의 목숨만이 아니라 서머벨 정거장에 있는 모든 저명인사들이 인질로 붙잡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류안밖에 없었다.

‘젠장,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건 나중으로 미뤄야만 되겠군.’

죽음에게 시간을 준다는 사실이 찝찝하기는 했지만 괜히 설득(?)에 열중하다가는 도끼자루가 썩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촉수로 그녀를 묶어놓은 상태로 카프의 눈앞에 실체화로 모습을 드러냈다.

슈웅!

“깜짝이야! 류안! 어디로 사라졌다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냐. 주, 죽음은 어떻게 되었느냐? 다친 데는 없고?”

“처리했습니다. 일단 이 지역은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살려놨다는 사실을 말했다가는 이야기가 복잡해질 것 같아서 류안은 일부러 두루뭉술하게 처리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 그게 정말이냐, 죽음을 처치했다고?”

“네, 하지만 암살자가 한 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카프님의 신변도 걱정이지만……다른 사람들도 걱정입니다. 외람되지만 저와 함께 서머벨 정거장 전체를 한 바퀴 순찰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으음, 사태가 사태니만큼 어쩔 수 없지. 하, 하지만 혼란을 틈타서 수작을 부린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아, 아무리 내가 매력적이라도 젊음의 리비도를 폭발시키지는 말라는 소리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쓸데없이 길고 의미심장한 류안의 웃음소리에 카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지만 그와의 동행을 거절하지는 못했다.

그는 곧바로 자치령군과 6사단, 카슬란 조합의 주요 인사들과 비상연락망으로 상황을 전파하고는 그들과 직접 대면해서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해 나갔다.

그러는 한편으로 혹시라도 인질로 붙잡혔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여자들을 체크하면서 그녀들의 신변을 확보해 나갔는데, 단순하게 그 과정만으로도 무려 5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비해버리고 말았다.

‘젠장, 이렇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시키다니……교활한 것.’

철퍽철퍽철퍽철퍽!

“우으으읍, 우으읍!”

류안은 분노를 삭이기 위해서 촉수들을 조종해서 그녀의 엉덩이와 입속을 용서 없이 유린해 나갔다.

죽음이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시간을 끌었던 이유는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서 그의 손아귀를 빠져나가려는 수작이었다.

아마도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촉수의 가동시간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계산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다짜고짜 실체화를 해버리더니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가 하면 펜져스의 능력으로 짐작되는 검은 안개를 사방으로 분출해내서 류안과 동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려 버렸다.

다행이 그런 탈출시도는 한 번 붙잡은 먹잇감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 촉수들의 활약으로 저지되었지만, 문제는 그녀에게 속는 것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굴욕들이었다.

‘젠장……단순하게 영체화만 사용하는 암살자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교활하기 짝이 없는 두뇌파였잖아? 게다가 어디에서 입수했는지 이쪽의 인간관계나 정보를 거의 다 꿰뚫어보고 있다니……끄응.’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이상하게 꼬치꼬치 캐물어본다고 생각했더니 암살에 대한 사전 조사였는지, 그녀는 류안의 인간관계를 거의 완벽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꺄악! 살려주세요, 류안 대장님이 저를 강간하려고 해요! 탈리아님, 도와주세요~~]

하필이면 그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가 있는 여자 친구의 눈앞에서 그렇게 소리를 질러버리는 바람에, 자칫 잘못했으면 환자복을 입은 그녀에게 살해당할 뻔한 위기를 넘기는가 하면…….

[대장님, 언젠가는 저지르실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민간인에게까지 손을……]

[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순순히 자수하시고 군사재판을 받아서 깨끗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시는 거예요.]

[내 그럴 줄 알았다. 제 버릇은 개도 못 준다더니 네 녀석이 기어이 리비도를 참지 못하고……]

[필승! 헌병대에서 왔습니다. 잠시만 사정청취를 위해서 동행을……]

더 끔찍했던 것은 그녀의 외침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류안이 연행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적보다 무서운 팀킬의 위협을 힘과 권력, 그리고 잔꾀등의 도움으로 타개하면서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완전히 사로잡은 사냥감의 세치 혀로 몇 번이나 농락당하자 그의 분노 게이지는 MAX를 넘어서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나를 자극하면 자극할수록 너한테 돌아오는 보복이 강해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죄송합니다. 시도할 수 있는 건 뭐든지 시도해보는 성격이라서요……”

촉수들에게 유린당해서 암캐처럼 헐떡거리다가도 그의 질문을 받자마자 평정심을 되찾으면서 당돌하게 대꾸해오는 그녀의 태도에 류안의 눈동자에서 이채가 어렸다.

‘이것도 프로패셔널이라면 프로패셔널인 건가……’

과거에 어떤 사람은 암살이나 테러리즘이 시대를 퇴보시킬지언정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점을 조금 달리하면 독립투사라고 불리면서 존경받는 수많은 인물들이, 대부분 무력이라는 수단에 의지해서 테러와 암살(지배층의 입장에서 보면)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 주장은 그들의 대의와 이상, 신념 전부를 부정해버리는 이야기로 이용당하게 된다.

게다가 절대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독재자에게 날아간 한 방의 총알이 만드는 파장을 생각한다면, 암살은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백만 마디의 이상이나 신념을 떠들어대는 것보다도 훨씬 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류안이 파비안을 상대하기 위해서 계획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뭐, 좋아……네 덕분에 똥개훈련을 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우리들의 대응체계와 약점을 점검해보는 유익한 시간이 된 것도 사실이니까.”

“……제 의도가 바로 그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저를 풀어주시는 게 어떠신가요? 아까 전에도 저에게 제의하셨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협력한다면 윈윈의 관계를 만들어낼 수……꺄악!”

류안은 계속해서 떠들어대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상의를 양손으로 움켜잡고는 단숨에 찢어버렸다.

“미안하지만 평화주의는 여기에서 끝이야. 아무래도 너희 족속들을 이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게 바보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야. 너희 펜져스들이 바라는 세계가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라면……너희들에게는 원하는 대로 압도적인 힘과 지배가 무엇인지를 철저하게 가르쳐주도록 하겠어. 바로 지금부터 말이야!”

뀨우우우우우우!

그의 결정에 촉수들을 열광적으로 환호하면서 그녀의 엉덩이와 가슴골을 파고들면서 몸부림과도 같은 기쁨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덕분에 죽음의 얼굴을 붉게 달아오르고 숨은 거칠게 내쉬어지면서 헐떡거리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의 행동이 전부 다 연기였다는 듯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도발해 왔다.

“어디 한 번 할 테면 해보시죠?”

“……이름이 뭐지?”

“……그냥 죽음이라고 부르시면 충분합니다. 언젠가는 당신의 목숨을 가져갈 이름이니까요……저를 죽이지 않으신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예정입니다.”

그 답변을 들은 류안은 박장대소하며 웃음을 터트리고는 자신의 성교능력의 모든 리미터를 해제하면서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마무리 쓰는 부분에서 이명이 심해져서 후기는 패스합니다.

일찍 자야겠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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