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204화 (20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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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

새파란 칼날이 자신에게 겨누어지자 카프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설마 네놈……”

“조용히.”

그 말과 동시에 앞으로 뛰쳐나오면서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와락 끌어안아버리는 하우저.

“!!”

갑작스러운 상황에 움찔하면서 움츠러드는 그녀를 감싸면서 그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으로 반월을 그리듯이 롱소드를 휘둘러 나갔다.

후우우웅!

그리고 잠시 동안에 이어지는 침묵.

“……”

“……”

한동안 기다려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난데없이 외간남자의 품에 안겨버린 카프가 삐딱한 시선으로 올려다보며 질문을 던졌다.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수상한 기운을 느꼈다고 생각했는데……아무래도 착각이었던 모양이군요. 결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조합장님.”

“크, 크흠. 뭐, 기분 탓이었다면 상관없다. 나는 또 어떤 자식처럼 내 어른스러운 매력에 청춘의 리비도를 억제하지 못하고 변태스러운 짓을 저지르려는 줄……크, 크흠. 딱히 지금 말하는 어떤 자식이 자치령 사령관은 아니지만 말이다……”

“……”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술에 취한 것처럼 횡설수설 떠들어대는 그녀의 반응에, 하우저는 별다른 대꾸 없이 놓아주고는 롱소드를 검집으로 돌려 놓았다.

하지만 침착하게 보이는 모습으로도 그는 자신의 실력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나머지, 조금 전에 느꼈던 분명한 살기를 기분 탓으로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치명적인 결과로 되돌아 왔다.

촤아아악!

자신의 머리로 끼얹어지는 뜨끈한 액체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면서 뒤돌아서는 카프.

“뭐, 뭐냐? 이것은……피? 하우저……하우저?”

“크으으으윽!!”

단도로 복부가 꿰뚫어져버린 그는 이를 악물고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후우우우웅!

그런 상황에서도 놀랍게도 롱소드를 뽑아내며 자신의 등 뒤를 공격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는 빈 허공만을 허무하게 갈라버리는 일격.

게다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무리를 한 나머지 다리가 풀려버린 그는 휘청거리면서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무기를 지지대로 간신히 버텨내면서도 눈빛만은 날카롭게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괜찮은 것이냐? 자,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지금 당장 의무관과 경호원들을……”

“쿨럭, 저, 저는 신경 쓰지 말고 도망치십시오. 조합장님……이 녀석이 노리는 건 제가 아니라 당신입니다!”

“하지만……”

탕! 탕! 탕! 탕! 탕!

챙! 챙! 챙! 챙! 챙!

우물쭈물하는 사이에서 허공에서 나타난 권총이 카프를 조준하면서 마나탄을 발사해 오자, 하우저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재빠른 검기를 흩뿌리면서 그것들을 막아 주었다.

주르르륵

“크으으윽.”

하지만 무리를 한 나머지 상처가 벌어지면서 쏟아져 내리는 핏줄기.

그는 자신의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조그마한 구슬들을 꺼내서 마치 탄지공을 발사하듯이, 그것으로 권총을 떨어트렸지만 그 공격수단이 무효화되기가 무섭게 카프의 머리 위에서 사신의 낫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낫이 등장하면서 단숨에 내리찍어오기 시작했다.

챙!

까드드드드드득!

“이 무슨 터무니없는……크아아아악!”

마치 수많은 무기를 광학위장으로 숨겨놓고는 그것을 이기어검으로 조종하면서 공격해 들어오는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적의 연계 공격에, 부상을 당한 하우저는 속수무책으로 밀리면서 계속해서 상처를 입고 있었다.

‘터무니없이 강하다……언제든지 나를 죽일 수 있는데도 가지고 놀고 있어……’

극심한 빈혈로 인한 어지러움과 타는 듯한 복부의 통증.

겨우 수차례의 공격을 막아내었는데도 불구하고 전신이 땀으로 젖어버리고, 롱소드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는 손은 쉴 새 없이 떨려대면서도 언제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공격에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서 경고하듯이 울려 퍼지는 목소리.

[물러나라 제국인, 그 이상 제국에게 검을 겨누겠다면 더 이상은 간과하지 않겠다.]

“누구냐 너는……대체 뭐하는 녀석이지?”

[그것은 네가 알 필요가 없다. 다만,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충고라는 것만을 알아두기 바란다. 그대의 실력에 경의를 표하며……그대의 검이 겨누어야 할 장소를 똑바로 쳐다보도록.]

“나의 검에는 처음부터 망설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외치면서 하우저는 전신의 감각을 집중시키면서 소리의 출처를 알아내려고 시도했지만, 사방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마치 여러 사람이 여러 방향에서 말하는 육합전성처럼 그 진원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어머니의 품처럼 따듯한 품속에서 잠들기를……]

쾅!!!

다음 순간에 허공에서 나타난 거대한 쇠망치가 그를 바닥으로 짓뭉개버리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악!!”

전신의 뼈가 박살나버리는 고통과 함께 괴성을 내지르면서 절규하는 하우저.

하지만 아직도 숨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마무리를 위해서 다시 한 번 쇠망치가 올라가자, 다급하게 달려 나온 카프가 허공을 향해서 절규하듯이 외쳤다.

“멈춰라, 죽음!”

[……]

대답은 없었지만 쇠망치의 움직임은 멈췄다.

“가져가려는 목숨이 나 하나라면 더 이상의 쓸데없는 희생을 늘리지는 말거라! 아니면 피에 흠뻑 취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흡혈귀라고 되는 것이냐?”

“카, 카프 조합장님. 도망치십시오, 제발……”

“아니, 아니다……만약에 내가 알고 있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어디로 도망친다고 해도 죽음의 손길을 피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최소한 의연하게 받아들이겠다, 나의 최후라는 녀석을……”

그렇게 말하면서 양팔을 뻗어 보이는 그녀였지만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떨쳐내지는 못했는지,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리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어린아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조그마한 체구였지만 누구보다도 낙천적이고 당당하게 살아오면서, 오늘날에는 천만 조합원들이 가입하고 있는 카슬란 조합을 짊어지면서 정의를 외쳐 올렸던 그녀.

“자치령의 사령관에게 전해주거라. 뒷일을 부탁한다고……조합원들을 지켜달라고 말이다.”

누구보다도 크고, 누구보다도 작은,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하우저는 넝마가 되어버린 자신의 몸을 저주하면서 손을 뻗어 올렸다.

“절대로 안 됩니다, 조합장님……제발, 제발……”

‘누가 그녀를 구해줘!’

그리고 그 기도와도 같은 절규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응답해 왔다.

까드드드드득!!

카프를 단숨에 짓뭉개버릴 기세로 내리쳐지는 쇠망치를 한 손으로 잡아내고는 입술을 악물면서 우그러트려 나가는 인물.

“이런 빌어먹을 개자식이!”

“류, 류안!”

후우우우우웅! 쾅!!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서 상황을 파악하고는 분노에 휩싸여버린 류안은 쇠망치를 단숨에 날려버리고는, 카프의 허리를 붙잡으면서 자신의 옆구리에 짐을 운반하는 것처럼 끼워 넣었다.

“꺄악! 무, 무슨 짓이냐. 나한테 손대지 말거라, 변태! 귀축!!”

“크흠, 상황이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하여간에 나이도 나이면서 그까짓 펠라치오 한 번 목격했다고 꺅꺅거리기는……”

고민 상담을 하면서 아트리에의 펠라치오 봉사를 받는 현장을 목격 당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 그녀에게 변태로 낙인찍혀서는 5m이내 접근 금지 처분을 받아버린 그.

“그, 그까짓 펠라치오라니……이런 음란마귀의 화신 같은 녀석! 놔라, 변태! 나의 다이너마이트 바디를 탐닉하면서 또다시 청춘의 리비도를 폭발시키려는 것을 모를 것 같으냐? 으읍, 으으으읍!!”

“시끄러우니까 입 좀 다무세요, 옵니다!”

다음 순간에 수류탄들과 핸드 캐논, 재블린 같은 범위 폭발형 병기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면서, 두 사람의 퇴로를 완전히 차단해버리고는 일제히 화염을 뿜어내었다.

콰콰콰콰콰쾅!!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두 사람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는 곧이어 들려오는 웅성거림.

[무슨 소리야?!]

[연설장의 대기실에서 들려왔어!!]

[젠장, 적의 테러다! 비상, 비상!!]

위이이이이잉!

그 폭음소리를 듣고 나서야 겨우 이상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조합원들이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려대며 행동을 개시했지만, 죽음은 그 공격으로 두 사람이 사망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놀라기는 했지만……피하지는 못했을 거야. C급 마장기라도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폭발이었으니까. 호신강기를 만들어내는 초절정 고수라도 버텨내지는 못했겠지. 좋아, 미션 컴플리트인가……’

쿵! 쿵! 쿵! 쿵!

[젠장, 문이 열리지 않아! 안에 누가 있지?]

[경비 책임자인 하우저님이 동반하고 계셨어. 두 사람 모두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박살내버려 당장!]

사람들이 몰려들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슬그머니 물러나려고 마음먹은 죽음은, 마지막으로 목격자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 카프의 말을 무시하고 하우저를 처리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시야를 돌리다가 그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눈살을 찌푸리는 죽음.

‘어디로 사라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뒤쪽에서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나노머신 치료제를 주사했어. 내 나름대로 추가적인 응급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너무 큰 부상이라서 예전처럼 회복되지는 못할지도 몰라. 미안하다, 하우저.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 의심하고 있었거든.”

“괘, 괜찮다. 그런데 죽음과의 싸움에 집중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보이지 않는 적을 앞두고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 그 부분은 조금도 염려하지 않아도 돼.”

그렇게 말하면서 류안은 죽음이 있는 장소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어보이기 시작했다.

오싹.

‘내, 내가 보인다고? 그럴 리가……천족이거나 용안을 가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어떻게 평범한 인간이……’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에 떨면서 움츠러드는 죽음을 바라보면서 류안은 찬탈자를 뽑아드는 것과 동시에,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가치를 중얼거리면서 전진해가기 시작했다.

“여자네……”

============================ 작품 후기 ============================

도망쳐 죽음찡!

사실 오늘 결혼식 + 장례식이 겹쳐서 휴재하려고 했는데 12시 직전까지 필사적으로 썼더니 아슬아슬하게 기한에 맞췄네요.

3일 연속으로 분량이 조금 짜서 죄송합니다. 바빠서요...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휴재입니다.

무리했더니 몸 상태가 조금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요...

괜찮은 거 같으면 짬짬이 써보겠지만 내일 올릴 분량을 마련한다고 해도 만약을 위해서 휴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도 바빠서...

방학이 필요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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