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94화 (19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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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투쾅!!

콘트라베이스의 외침을 들은 탈리아가 주저 없이 대전차 라이플을 발사했지만, 그를 호위하고 있던 기계강화병들은 놀랍게도 마치 방패처럼 결집하면서 그 포격을 막아내었다.

투쾅! 투쾅! 투쾅!

[미친 새끼가! 어디서! 남의 남자를 넘보고 지랄이야?!!]

평소의 울분을 토해내는 것인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저격을 퍼부어대는 그녀.

처음 한 발은 어떻게든 무사히 견뎌냈지만 아무리 기계와 결합시켜서 능력을 올렸다고는 해도, 마장기조차 한 방으로 박살낸다는 대전차 라이플의 공격을 몇 번이나 막아낼 수는 없었다.

[크아아아악!]

결국에는 버텨내지 못하고 전멸.

하지만 콘트라베이스의 모습은 어느새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어디로 간 거지. 기계강화병들하고 같이 전멸한 건가?]

한 발로 기계강화병 수십 명을 형체도 없이 소멸시켜버리는 공격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만, 류안은 다음 순간에 전복해버린 열차에서 열원이 감지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재빠르게 부하의 방패를 빼앗아서 탈리아를 보호했다.

투콰아아앙!!

레일건의 무시무시한 포격이 날아들면서 재규어의 방패보다 월등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오리온 실드가 한 방으로 박살나버리고 말았다.

탈리아가 현재 탑승하고 있는 마장기는 류안의 승진과 함께 2사단에서 지원받은 레오파드를 개조시킨 커스텀 기체였지만, 대전차 라이플을 사용하기 위해서 방패를 사용하지 않는 그녀였기 때문에 직격으로 맞았으면 한 방에 사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아찔한 공격.

“괜찮아?”

[어, 어. 괜찮아, 류안. 고, 고마워……]

자신이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탈리아가 살짝 얼빠진 태도로 더듬거리면서 대답해 왔다.

그리고 중무장 열차의 내부에 숨어서 포격을 개시한 콘트라베이스가 마장기에 탑승한 상태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A급 마장기 오르시누스 오르카.

‘저 기체는……’

검은색과 흰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있는 독특한 배색에 등 뒤에 거대한 십자가 모양의 장비를 짊어지고 있는 제국의 마장기.

류안은 그 장비가 자신이 그토록 간절하게 탐내던 아르고스 시스템의 변형된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젠장, 운도 더럽게 좋은 녀석이네. 그 지뢰폭발을 겪으면서도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마장기까지 멀쩡하다니……]

“단순하게 운이 좋아서……정말로 그런 걸까?”

[무슨 소리야?]

탈리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지만 그는 콘트라베이스가 단순하게 운이 좋았다고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시의 적절하게, 유동적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섣부른 공격은 위험할지도 모르지만……적의 총사령관이 눈앞에 노출되어있는 천재일우의 찬스를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지.’

후방에서 제국의 본대로 보이는 병력들이 대대적으로 몰려오고 있었지만, 정면에는 지뢰함정에 초토화되어 살아남은 극소수의 적들이 별다른 지휘체계도 없이 산발적으로 반격해오고 있었다.

반면에 3차 저지선을 지키는 6사단은 무려 10만이 넘는 대군.

썩어도 준치라고 A급 마장기인 오르카 자체의 성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지만 자신의 기체는 그것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하이엔드 스펙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가 광란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신경 쓰이기는 현재의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접근해오는 불안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미헌 대령님.”

[무슨 일인가?]

“죄송하지만 적의 사령관은 저희 부대가 단독으로 생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지 않겠습니까? 6사단은 적의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주변을 경계해주시면 좋겠습니다만……”

[뭔가 생각이 있는 모양이군.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하게.]

“감사합니다.”

전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시원스럽게 양보해주는 모습에 류안은 미헌이라는 남자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가 레지스탕스의 1,2차 저지선을 너무도 간단하게 돌파해버린 콘트라베이스라는 남자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껴버린 나머지 자신을 미끼로 사용하려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쓸데없는 공명심에 사로잡혀서 군대를 돌격시키는 것보다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류안은 실패의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부하들에게는 원거리 엄호를 부탁하면서 로스탐을 끌고 돌진해 나갔다.

쿠우우우웅!

[괴, 괴물이다! 막아!!]

난생 처음으로 보는 기체라지만 광란에 빠져서 마장기와 괴물조차 구분하지 못하는지, 비명을 질러대면서 공격해오는 레지스탕스들.

[치이이이익! 치이이익! 고, 고, 공격! 콘트라베이스님을 보, 보호해라!!]

거기에 소수에 불과하기는 했지만 중무장 열차를 조종하던 것으로 추측되는 기계강화병들이 여기저기에서 뛰쳐나오면서 공격을 퍼부어댔다.

투타타타타타타타!!!

“잔챙이들은 꺼져!!”

그 공격을 양손에 들고 있는 오리온 실드로 막아내면서 자기부상레일을 타고 질주하면서 생성된 전기 에너지를 과충전시켜 단숨에 방출시키는 류안.

체인 라이트닝.

콰지지지지지직!!

양쪽 어깨의 견장부가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수백만 볼트의 전기의 그물이 반경 500m영역의 적들을 감전시키면서 전투불능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이이이잉!

그리고 그런 류안을 향해서 조준해오는 오르카의 레일 건.

투콰콰콰쾅!!

“느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속도의 탄환이 날아들었지만, 류안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것을 피해내고는 단숨에 품속으로 파고들어서 펀치를 날렸다.

콰지지지지직!

초진동 나이프와 초진동 피스트가 격돌하면서 생기는 마찰음이 울려 퍼지는 것도 잠시. 콘트라베이스는 재빠르게 심연의 악마의 능력을 사용하면서 어둠 속으로 로스탐을 가두려고 시도해 왔다.

[다크 리전!]

‘조그와는 다르군. 전투에 능숙한 펜져스다운 재빠른 대처야……하지만!’

탕! 탕!

류안은 로스탐의 양쪽 허벅지에 장착되어 있는 플레어를 발사해서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과 동시에, 오르카의 왼쪽 다리를 걸면서 동시에 상체에 그라비티 쇼크 웨이브를 발사해 버렸다.

투콰아아아아앙!

엄청난 충격과 함께 바닥으로 내리꽂혀버리는 콘트라베이스의 오르카.

“잡았다!!”

류안은 곧바로 마무리를 지을 생각으로 마장기의 동력부를 노려서 로스탐의 초진동 아이언 피스트를 꽂아넣으려고 했지만, 다음 순간에 레드 폭스로부터 비명에 가까운 절규가 그를 가로막았다.

[도망치세요, 대장님! 대장님의 바로 위쪽에서 적들의 드릴 라이더들과 레지스탕스의 드릴 라이더들이 충돌하려고 합니다!!]

“뭐?!”

경고를 듣고 레이더를 확인하는 찰나의 순간에 콘트라베이스의 오르카의 마장기 머리가 좌우로 쪼개지면서 빔 캐논을 발사해 왔다.

투쾅!!

“젠장!!”

깜짝 상자처럼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공격을 어떻게든 피해내기는 했지만, 다음 순간에 천장에서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어마어마한 무게의 흙과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시야를 메워버리는 바람에 눈앞에서 콘트라베이스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탈리아! 혹시 대전차 라이플로 조준할 수 있겠어?”

[미안해. 돌무더기들이 시야를 가려버리는 바람에……]

아닌 게 아니라 천장이 무너지자 어마어마한 중량의 흙더미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통로를 완전히 집어삼켜버린 상황.

게다가 천장에서 낙석이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연기가 들어오면서 장내를 메워버리는 바람에, 류안의 눈매가 또다시 가늘어지고 말았다.

“이 연기들은 뭐지? 혹시 적들의 드릴 라이더에 증기蒸氣병들이 탑승하고 있었나?”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분을 분석해봤지만 인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단순한 연막입니다. 굳이 대처를 하실 필요는……]

레드폭스의 조언을 들을 필요도 없이 로스탐의 센서를 통해서 파악한 내용으로도 단순하게 물 분자로 이루어진 뜨거운 수증기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류안은 그것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콘트라베이스가 주력으로 쓰는 군대는 기계강화병들이 아니라 증기蒸氣병들이라고 들었어. 혹시……녀석이 만들어내는 광란이나 초능력이 이것을 매개체로 삼는 거라면……’

[아까웠지, 류안?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별 거 아닌 녀석이라서 다행이야. 아니, 우리 류안이 잘나서 그런가? 펜져스 따위는……]

탈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류안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뒤로 물러나, 연기에 접촉하면 안 돼!!”

[까,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그래?]

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가깝게 접근한 탈리아의 레오파드 커스텀은 수증기에 접촉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류안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져버리고 말았지만, 그녀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너스레를 떨면서도 그의 눈치를 보면서 미안해하기 시작했다.

[크, 크흠. 미, 미안해, 류안.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렇게 무서운 표정은 짓지 마. 이것 봐, 나는 멀쩡하다니까? 애초에 마장기 내부는 정화 필터가 설치되어 있으니까 가스 공격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건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정말로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애초에 나는 약간만 묻었을 뿐이고 너는 흠뻑 뒤집어썼으면서 왜 그렇게 정색하면서 그래?]

그 말을 듣고도 류안은 안심할 수 없다는 듯이 통신으로 직접 탈리아의 모습을 확인해봤지만, 그녀는 정말로 아무런 이상도 없는 것처럼 멀쩡해보였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한 건가?’

적이 어떤 능력을 사용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과민하게 반응하기는 했지만 정신공격에 면역이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탈리아의 경우에는 턀리아라는 이중인격이 자연스럽게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덕분에 약간은 미심쩍은 기분이 남아있는 것을 느끼면서도 흙더미 뒤쪽에서 집결하기 시작하는 제국군과의 일전을 치루기 위해서 6사단과 함께 수비 진형을 편성해 갔다.

[적에게는 이 정도의 흙더미를 단숨에 돌파할 수 있는 괴물 전차가 존재하고 있다고 들었네. 길이 막혀버렸으니 우회로를 이용하려고 하겠지만, 6사단의 예비 병력을 보내놨으니 사령부의 지원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네. 애초에 우회로의 통로는 비좁은 데다가 여차하면 천장을 무너트려서 길을 막아버리면 되니까……]

“훌륭하군요.”

생각보다 건실한 수비계획이었기 때문에 류안은 진심으로 그렇게 칭찬을 했다.

‘나레드 준장이 죽고 난 다음에 재빠르게 혼란을 수습했다고 들었는데……역시 인재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소리인가?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이 남자에게 수비를 맡기고 사령부의 혼란을 수습하는 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광란에 빠진 사람들이 아군의 혼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콘트라베이스가 사전에 심어놓은 첩자들이거나 아니면 가족들을 인질로 잡혀서 조종당하고 있는 꼭두각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이어지는 미헌과의 대화에서 류안은 자신이 또다시 안일하게 생각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 수증기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발언을 했었지?]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아니, 그게 말일세. 나도 황당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어쩌면 자네의 발상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무슨 소리를 하시려는 건지…….”

[아군이 반란을 일으켰을 당시에도 제국의 드릴 라이더들이 이 저지선에 침투해 들어왔었네.   그리고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모두가 수증기를 뒤집어썼지.]

“!! 그,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네. 하지만……뒤집어쓴 사람들 중에서도 반란을 일으켰던 사람들의 숫자는 소수에 불과하고……게다가 마장기 파일럿들까지 가담하고 있었네. 아까 자네의 부하도 말했지만 마장기에는 필터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수증기가 광란을 일으킨다는 발상은 역시……]

그리고 이변이 발생한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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