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93화 (193/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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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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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지역 전체의 통신을 관제하고 있는 레지스탕스의 전투사령부가 계속해서 재밍을 걸며 혼란스러운 정보를 보내왔기 때문에, 류안은 레드폭스가 운영하고 있는 자치령군의 기동 전술통제사령부로 그 역할을 대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군의 통신은 자치령군의 보안 회선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으며, 방위군의 C급 전술지원마장기인 레틀 스네이크의 통신 중계기를 설치해가면서 통신범위를 늘려나갔다.

쿵! 쿵! 쿵! 쿵!

‘드릴 라이더들의 교전은 계속되고 있어. 레지스탕스의 사령부가 적들에게 장악 당했다면 저런 명령을 내리지는 않을 텐데……’

레더 조합장의 갑작스러운 배신에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유리 브라스가 사용하던 세뇌기술이지만,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하는 행동이 엉망진창에 앞뒤가 맞지 않았다.

‘콘트라베이스.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방위군의 데이터베이스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그 남자는 리사 슈미트가 적의 수비가 단단한 지역을 공략할 때 자주 사용하는 선봉대장이라고 한다.

루나틱 댄서의 일인답게 초능력을 사용한다고 추측되지만 정작 그 능력이 뭔지는 알려지지 않았고, 적의 포로들을 개조해서 만들어내는 기계강화병과 전신에서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내는 증기병들을 대량으로 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하나 알려진 사실은 그가 이끄는 전투에서는 항상 양쪽 진영 모두가 엄청난 사상자를 낸다는 것. 엄청난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피해를 내더라도 반드시 살아남아서 승리를 쟁취한다는 것.

하지만 전쟁을 잘한다거나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거나 하는 내용들은, 심연의 악마들의 능력을 사용하는 펜져스들에게 언제나 따라붙는 수식어였기 때문에 류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받아넘겼다.

심지어 그에게 펜져스들의 정보를 알려주었던 유리 브라스마저 콘트라베이스라는 남자를 설명할 때는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넉살 좋게 웃어넘겼다.

[콘트라베이스는 또라이 중에서도 상또라이예요, 주인님! 그 새끼……아니, 그 놈과는 가능하면 상종하고 싶지 않아요. 적으로든……아군으로든.]

‘카이오 정거장에서 아군을 향해서 난사했다고 들었을 때는 단순하게 그런 방식으로 전투에 미친 싸이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내는 건……절대로 단순하게 미친 놈의 행동이 아니야, 철저하게 계획한 거다.’

1차, 2차, 3차 저지선의 연락이 두절되었고 후방의 사령부는 아군에게 재밍을 걸며 정신나간 지령을 계속해오는 상황.

사태가 이렇게 되자 차라리 식량생산기술을 빌미로 레지스탕스의 전체지휘권을 강탈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그런 방법으로 승리를 쟁취한다고 해도 두고두고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상대방에게 숙이고 들어가더라도 상황을 수습해야만……’

3차 저지선의 6사단과 공동전선을 펼칠 생각을 하니 나레드 준장과 나누었던 불쾌한 대화가 떠오르면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찬밥 더운밥을 가릴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통신 중계기를 설치하고는 그들과의 통신거리를 확보하고 연락을 보냈다.

“트라이엄프 부대의 대장인 류안 중령이다. 사단 통신장교는 곧바로 응답하도록!”

[지지지직-류, 류안 중령님? 정말로 중령님이십니까?]

‘역시 3차 저지선이 돌파 당했다는 소리는 헛소리였군.’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였기 때문에 류안이 먼저 아는척을 했다.

“커티스 대위로군. 상황이 상황인만큼 곧바로 준장님과 통신을 연결해주면 좋겠는데……”

[6사단의 보안회선을 곧바로 오픈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준장님과 연결시켜드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준장님은……]

“무슨 일이 있었나?”

[……아군이 발사한 총탄에 맞아서 전사하셨습니다.]

황당한 이야기에 류안은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전사하셨다고?”

[저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아군이 배신을 일으키지를 않나……레지스탕스의 사령부는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고……]

혼란스러운 건 원정대도 마찬가지였는지 커티스의 동요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알겠다. 준장님의 명복을 빌어드리고 싶지만……전황이 전황이니 일단은 보안 회선부터 연결해주도록.”

[알겠습니다.]

잠시 후, 류안은 새롭게 6사단을 지휘하게 된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6사단의 임시 사령관으로 직무를 맡은 미헌 대령이라고 한다. 우선은 귀관의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 우리들도 다른 지역의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어서 당황하고 있던 참이다.]

“3차 저지선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려주시겠습니까?]

[병사들 중에서 일부가 갑작스럽게 반란을 일으켰다. 그들은……카이오 정거장에서 연대장과 그의 휘하에 있는 병사들이었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멋대로 퇴각을 결정한 순간부터 이때를 노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더러운 배신자 새끼들.]

미헌이라는 남자는 증오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리면서도 자기 스스로도 의문이 남아있는지 어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의문이 완전히 해결되는지 않는지 스스로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피해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반란을 일으킨 배신자들의 숫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준장님께서 사망하신 건 타격이 크지만 피해규모 자체는 대수롭지 않지. 저지선을 유지하는 데는 충분하고도 남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카이오 정거장에서 도망쳐온 연대장과 병사들이 갑작스럽게 반란을 일으켰다고? 그것도 승산이 없는 반란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행동이었지만 4차 저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해프닝으로만 넘길 수는 없었다.

2차 저지선을 지키고 있던 레지스탕스들의 일부가 갑작스럽게 공격해온 사건.

‘세뇌가 아니야. 세뇌를 당했다면 훨씬 더 목적성 있게 합리적으로 행동했을 거야. 이건 세뇌가 아니라……버서커. 그래, 광란에 빠졌다고 보는 편이 맞아. 하지만 도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하는 거지? 반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에 어떤 규칙성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류안은 정보가 모자라다는 생각에 미헌을 향해서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 다른 특별한 사건은 없었습니까? 제국군과 교전을 펼쳤다거나 아니면 레지스탕스가 공격해 들어온다거나……”

[레지스탕스가 공격해오지는 않았지만 대신에……]

미헌이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다음 순간에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서 적색경보가 발령되었다.

[비상! 비상! 전방에서 빠르게 접근해오는 군대를 확인했습니다. 피아식별표를 확인……레지스탕스들입니다!]

[뭐?! 서, 설마 2차 저지선이 돌파당한 건가? 서둘러서 기동 지뢰군의 동작감지센서를 해제해라. 동맹군을 몰살시켜버릴 수는 없다!]

깜짝 놀란 미헌은 아군이 퇴각해온다는 생각에 그렇게 명령을 내렸다.

피아를 분간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침착한 판단이라고 칭찬해줄만한 대응이었지만, 아군이 광란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의심하고 있는 류안에게는 그런 조치가 오히려 대문을 열어주는 꼴일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는 곧바로 자신이 이끌고 온 500의 마장기 부대를 전개시키면서 자기 자신도 앞으로 뛰쳐나가면서 외쳤다.

“전원 사격준비!! 시라이온 부대는 전면에 실드를 전개하고 아군을 보호한다!”

[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것인가? 류안 중령!]

깜짝 놀란 미헌이 그렇게 외쳤지만 다음 순간에 먼저 사격을 시작한 쪽은 질서없이 퇴각해오는 것처럼 보이던, 레지스탕스의 선두에 서있는 마장기들이었다.

투쾅! 투쾅!!

명령도 질서도 없이 단순하게 조준경에 들어오는 순간에 방아쇠를 당기는 것 같은 중구난방의 사격.

[더러운 연맹의 개들을 제국에서 몰아내자!!]

[공격, 공격!! 카슬란 조합이여 영원하라!]

흥분한 상태로 소리를 질러대면서 무질서하게 공격해 들어오는 레지스탕스들.

‘역시 광란상태에 빠진 게 맞아. 콘트라베이스, 이게 네놈의 능력이었군!’

[가, 갑자기 공격해오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서, 설마. 레지스탕스가 원정대를 배신했다는 소리인가?!]

“배신한 게 아니라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는 광란상태에 빠진 것 같습니다. 대단한 숫자는 아니니 가능하면 죽이지 말고 무력화시키는 쪽으로 주력해 주십시오!”

[광란상태라고? 아니, 설마……그렇지만 어떻게?]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 또한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 이야기에 대한 단서를 듣기에는 돌아가는 상황들이 지나치게 급박했다.

레지스탕스들의 배후에서 제국의 중무장 열차들이 돌진해 들어오는 것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후우우우우우웅!!

[제, 제국의 중무장 열차들이 돌입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숫자는 10……아니, 20, 30……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젠장, 토사붕괴로 길목을 막아버린 건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는 소리인가? 아니면……그것을 계산에 두고 우회로들을 이용해서? 젠장, 사령부가 광란에 빠져버리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군.’

사령부는 현재 앵무새처럼 계속해서 카프를 체포하라거나, 4차 저지선이 돌파 당했으니 중앙 집결지로 후퇴 하라던가, 있지도 않은 사실들을 떠들어대면서 망상증에 사로잡힌 환자처럼 헛소리를 계속하고 있었다.

덕분에 드릴 라이더들에게 공격당하고 레더의 명령에 대혼란에 빠져버렸을 후방의 상황이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눈앞의 적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

‘최대한 빠르게 전방의 적들을 정리하고 콘트라베이스를 쓰러트린다. 후방의 적들은 그 다음에 신경을 쓰면 돼……’

“기동지뢰장치를 재가동시켜 주십시오! 중무장 열차들이 진입해 들어오지 못하도록 탈선시켜버리는 겁니다.”

[아, 알겠다!]

류안의 외침을 들은 미헌은 주저 없이 6사단을 지휘하면서 군대를 전개시키는 것과 동시에 기동지뢰들의 동작 감지센서들을 회복시켰다.

그러자 선로의 주변에서 튀어나오면서 중무장 열차들에게 달라붙으며 폭발.

쿠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아악!!]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중무장 열차들과 거기에 휘말려버린 수많은 레지스탕스들이 죽어나갔다.

중무장 열차들의 돌입을 막아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선택이었지만, 류안은 열차들이 박살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병력을 가득 실은 열차들치고는 지나치게 가볍게 튕겨져 나가는 것 같은데……설마?’

“기동지뢰의 작동을 멈추십시오! 빈 열차들입니다!!”

[뭐라고?!]

당황한 미헌이 허겁지겁 지뢰의 작동을 멈췄지만 이미 매설해놓은 대부분의 기동지뢰들이 날아가 버리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폭발에 휘말리면서 사망한 대부분의 인원들은 광란에 빠진 레지스탕스들이 대부분이라서 실질적으로 아군이 아군을 몰살시켜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류안의 빠른 대응이 아니었다면 6사단에도 피해가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그는 유라디스 은하에서 처음으로 전술적인 패배를 경험하고는 입술을 깨물어버리고 말았다.

‘젠장,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뭐 이런 녀석이……’

새삼스럽게 콘트라베이스라는 남자의 능력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지만 다음 상황에 발생한 건, 류안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일이었다.

[OH, MY SHOULDER!!!!]

투콰아앙!

반쯤 박살나버린 중무장 열차의 천장문을 걷어차면서 검게 그을려져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귀에서 피까지 줄줄 흘려대면서 기어 올라오는 한 남자.

마장기도 없이 맨몸으로 중무장 열차에 탑승하고 있던 몇몇 기계강화병들과 함께 걸어 나온 그는, 적들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자각이 없는 것인지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태연스럽게 털어내고는 꺾여버린 목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면서 류안이 탑승한 로스탐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오, 마이 가드네스!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리사님! 마이 데스티니! 마이 듀티! 지금 이 감동과 환희를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음악으로……왓?!! 나의 소울 브라더가 부서졌잖아?!!]

펑! 펑! 펑! 펑!

반 토막이 난 자신의 콘트라베이스(소울 브라더)를 내동댕이치고는 몇 번이나 걷어차면서 확인사살을 해대는 남자.

“설마 저 놈이…….”

어떻게 봐도 미친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에 류안이 설마하면서 중얼거렸지만 콘트라베이스가 역시나라는 듯이 그를 가리키면서 외쳤다.

[I LOVE YOU BOY! ANG?!!!!!!!!!]

뒤쪽에서 소름끼치는 기운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미친놈 vs 미친놈!

이지만 내일은 휴재입니다.

급하게 할 일이 생겨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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