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90화 (19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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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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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처럼 끊임없이 재생하는 제국의 드릴 라이더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레지스탕스는 자폭용 폭탄을 장착한 드릴 라이더들을 카운터로 출격시켰다.

쿠구구궁! 쿠구궁! 쿵!

후두두둑!

그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폭발의 진동이 지하의 주 선로까지 전달되면서 천장이 뒤흔들리고 먼지가 떨어져 내렸다.

꿀꺽

간이역을 1차 저지선으로 삼아서 참호와 바리케이드를 설치시켜놓은 레지스탕스들은 어스름한 전등의 불빛이 빛나고 있는 통로의 끝을 노려보았다.

초계시스템으로 파악한 적들의 규모는 약 6만.

20만의 드릴 라이더들까지 합치면 굉장한 숫자의 대군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드론이나 자동포탑 같은 지원 병기들의 숫자를 제외하더라도 20만을 넘는 카슬란 조합의 군대와 비교하면 대수롭지는 않은 전력이었다.

하지만 레지스탕스의 그 누구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왜냐면 이번에 그들이 상대하는 제국군은 펜져스가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mad clown(미친 광대)콘트라베이스.

적으로 만난다면 2번 기도해야만 하고, 아군으로 만나면 3번 기도해야 한다는 그 남자가 적의 선봉대를 이끌고 있다는 소식은 레지스탕스들을 공포에 빠트리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위대한 워프시온이시여, 부디 차원의 빛으로 심연에 잠기지 않도록 구원해주시고……]

[아, 젠장. 너 워프시온 신자였냐?]

[무슨 불만이라도……]

[아, 아니. 그냥. 기도할거면 나도 좀 부탁한다고……]

참호 속에서 무신론자는 없다는 말처럼 레지스탕스들은 너도나도 유라디스 은하에 존재하는 무수한 신들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 내용은 단순하게 목숨을 구해달라는 것만은 아니었다.

카이오 정거장이 함락되었을 당시에 미친 광대와 마주치고 살아서 돌아온 레지스탕스들이 대부분 미쳐버리거나, 극심한 PTSD증상에 시달렸기 때문에 그들은 이번 전투가 끝나고도 자신들의 정신이 무사하기를 바랐다.

“병사들이 겁에 질렸군……”

“대부분의 병사들이 펜져스와 싸워보는 건 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죠.”

“부관은 두렵지 않은가?”

1차 저지선의 수비를 지휘하는 카르멘의 질문에 부관은 피식 웃으면서 답변을 했다.

“정면으로 싸우라고 했으면 진작 도망쳤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희망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게 아무리 작은 불씨라고 그래도……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낫겠죠.”

“작은 불씨라기보다는 커다란 다이너마이트지.”

그가 그렇게 정정했다.

카이오 정거장의 일방적인 패배를 교훈으로 카슬란 조합은 서머벨 정거장을 지켜내기 위해서 모든 희생을 불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류 운송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선로들이 파괴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동 포탑, 기동 지뢰, 발화가스와 독가스 살포. 등등.

적의 침략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1차 저지선에서는 적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 대량의 다이너마이트를 동원해서 적들을 매몰시키는 작전이 입안되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아군의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이 지역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펜져스와는 싸울 필요도 없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계획대로 잘 될 겁니다. 계획대로……”

부관이 그렇게 대답하는 순간에 통로의 끝에서 비추는 어스름한 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후우우우우웅!!

ZAKA! KARHA!!

중무장 열차가 바람을 가르면서 쇄도해오는 소리.

뒤이어 열차에 매달려있는 구백, 수천의 기계강화병들이 내지르는 괴성이 울려 퍼졌다.

루나틱 댄서들을 이끄는 백은의 무희 리사가 적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애용하는 절망의 전사들이다.

아무런 마취조치 없이 사람의 생살을 쪼개고 절단해서 기계와 강제로 결합시킨다는 이 병사들은, 제대로 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결합부위의 살이 곪아서 썩어 들어가면서 진물과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그런 터무니없는 수술을 진행하면서도 기계적인 조치들로 쇼크사를 막을 뿐만 아니라, 뇌의 일부를 전기신호로 장악해버리고 자살도, 배신도, 심지어는 쉽사리 쓰러지거나 죽을 수도 없게 만들어서 영원한 지옥 불에 불타는 것 같은 고통에 끝없이 시달리도록 만들어진 이들.

일반 병사들에게는 사기를 떨어트리지 않기 위해서 비밀로 해놨지만, 그들이 조합의 동료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카르멘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명령을 내렸다.

“적들이 매몰 지점으로 들어오는 순간에 맞춰서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켜라. 불쌍하지만……적어도 우리들의 손으로 매장시켜줘야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목표지점에 들어온 순간에 주저 없이 천장을 무너트렸다.

투콰콰콰콰콰쾅!!

치지이지지지직! RAKIA! RAKIA!!

뒤늦게 그것을 발견한 기계강화병들이 요란하게 소리를 내지르면서 열차들을 멈춰 세우려고 노력했지만, 피해내기에는 그 폭발반경이 지나치게 광범위했다.

적어도 수백만 톤이 넘는 육중한 흙더미들이 제국군을 순식간에 매몰시켜버리고 말았다.

두꺼운 먼지구름이 바닥으로 깔리면서 레지스탕스들에게 밀려들어왔고 그들은 엄폐물의 뒤로 몸을 엎드리면서, 손수건이나 마스크로 얼굴을 감싸 쥐면서 그 여파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 나갔다.

먼지가 지나가자 마장기들은 와이퍼를 이용해서 기체를 뒤덮은 흙더미들을 털어나갔고, 카르멘도 사령부의 내부에서 레이더와 카메라의 시야를 회복시키면서 혹시라도 빠져나왔을지 모르는 적들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해 나갔다.

결과는 전무全無.

“이걸 복구하려면 워커들이 고생 좀 하겠군.”

총 12개의 선로가 지나는 주 선로의 통로가  흙과 돌, 콘크리트와, 쉘터 격벽 같은 잔여물들로 쥐새끼 한 마리도 지나갈 수 없도록 완벽하게 메워져버리고 말았다.

“제국군이 치워줄지도 모르죠. 어쨌든 시간은 벌었습니다……적의 선봉도 꺾었으니 대승이군요.”

“대승인가……뭐, 아무래도 좋겠지. 본부로 연락해서 작전이 성공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에 매몰지의 흙더미들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투쾅!!

[MANAKIO! ARSHA!!]

작은 폭탄들이 터져나가는 것처럼 여기저기에서 뛰쳐나오며 괴성을 내지르는 기계강화병들의 모습.

그리고 짓뭉개지지 않은 중무장 열차들의 앞머리 부분을 통로로 삼아서, 마장기와 제국군들이 달려 나오면서 전열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약 4~500.

대단한 숫자는 아니었지만 적들의 끈질긴 생존력은 계산을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에, 카르멘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총알 한 발 없이는 승리하지는 못한다는 것인가……좋아, 그렇게 나온다면 소원대로 전멸시켜주도록 하지.”

하지만 그는 다음 순간에 중무장 열차 앞부분에서 기계강화병을 걷어차면서 맨몸으로 걸어나오는 인물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가나다라맙소사!! 나의 사랑스러운 부하들을 매장시켜버리다니 이런 사악한 섹시 베이비들! 오 마이 데빌. 내가 너희들의 넋을 기려주기 위해서 진혼곡을 연주해 주도록 하겠다.]

그렇게 외치고는 등 뒤에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콘트라베이스를 잡고는 현도 없이 기타처럼 피크를 튕겨대기 시작하는 남자.

“……내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부관?”

“……아마도 적의 총사령관인 것 같습니다.”

“적이 바보가 아닌 이상은 선봉으로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버리는 패로 기계강화병들을 사용했겠지. 그런데……그런 병사들의 사이에 선봉군 총사령관이 동반하고 있다고? 아니, 그 이전에 저 남자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모르는 것인가?!!”

1차 저지선에 동원된 레지스탕스들의 숫자는 2만이 넘는다.

카이오 정거장의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급하게 건조하느라 적기는 했지만 상전이포도 3대나 설치되어 있었고, 4천대의 전투드론과 2천의 마장기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력한 기갑연대의 구성을 갖추고 있다.

그에 비해서 적진 한복판에 고립되어 있는 적들의 숫자는 겨우 500도 안 되는 숫자.

[딸기가 직장을 잃으면 딸기시럽~~소나무가 삐지면 치잇솔~~엘리베이터에서는 스타킹을 조심해라, 올라가니까~~]

터무니없는 상황에 레지스탕스들이 할 말을 잃어버리고 있는 와중에 콘트라베이스로 연주되고 있는, 한 남자의 아재개그송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

“리사님, 리사님!”

“시끄럽게 떽떽거리지 마. 캐스터네츠……지금 새로운 댄스를 구상하느라고 머리가 아프니까.”

“히잉……그래도 궁금한 게 있는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확인할 수 없는 귀여운 외모를 가진 캐스터네츠가 눈망울을 글썽거리면서 그녀를 올려다보자, 리사는 한숨을 내쉬면서 노트를 내려놓고는 의자의 팔걸이를 이용해서 턱을 괴면서 입을 열었다.

“……뭐가 궁금한데?”

“콘트라베이스가 이끌고 간 선봉대의 병력이 지나치게 적은 거 아닌가요? 기왕에 공격하는 거 적당한 수준에서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차라리 본대를 이끌고 가서 끝장을 내버리시는 게……”

“지역을 관리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니란다, 꼬마야. 그리고 콘트라베이스가 철수한다고는 누가 말했지?”

“네? 그러면 거기에서 싸우다가 죽는 건가요?”

그 말을 들은 리사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흔들자, 그녀의 발치에 무릎 꿇고 앉아서 페디큐어에 열중하고 있던 파고토가 발끈하면서 일어나 외쳤다.

“이런 멍청한 신출내기 같으니라고……너 같은 밑바닥 하위 계급의 초짜와 콘트라베이스가 같은 줄 알아?! 녀석은 겉보기에도 미쳤고 실제로도 미쳤지만 그래보여도 99번의 선봉을 맡아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선봉대의 스페셜리스트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맞아……그 자식이 지휘하면 아군의 피해도 커지니까 문제기는 하지만……어쨌든 전쟁이라면 이골이 난 진짜배기라는 건 사실이야. 서머벨 정거장을 함락시키지는 못해도……적어도 패배하지는 않을 걸?”

[선봉을 맡아도 골칫덩어리고 맡지 않아도 골칫덩어리인 조커 같은 녀석이지.]

묵직한 목소리를 내면서 증기를 뿜어내는 튜바의 이야기에 캐스터네츠는 그가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깜짝 놀라버리고 말았다.

“뭐……조그와 브라스를 격퇴한 류안이라는 남자가 개입을 한다면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겠지만……혹시라도 패배하거나 죽는다면……후후후후후후후.”

뭔가를 기대하는 눈치인지 웃음을 터트리면서 자신의 은빛 머리카락을 흘려 내리는 리사의 모습에, 캐스터네츠는 원인모를 오한을 느끼면서 소름이 돋아 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작품 후기 ============================

5월은 진짜로 행사들이 많네요...

어제도 죽는 줄 알았고 오늘도 바쁘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 당일도 바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상 연재를 유지하겠습니다!

분량을 살짝 훔쳐간 건 안 비밀...

200화 특집으로 난교가 나오는 건 번외로 나오는 겁니다만!

연참은 안합니다. 방학하기 전까지는 웬만하면 연참은...힘들...

아, 그리고 류안이 조금 진지해 지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시는 부분에 있어서는...

주인공이 조금 천박하게 노는 건 우주편에서도 크게 바뀌지는 않습니다만,

슈퍼 보좌관이 등장하면 그 때부터는 조금 나아질 겁니다.

주인공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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