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89화 (189/291)

0189 ----------------------------------------------

지상편

***

류안이 로피아를 데리고 마스터 카프의 공방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기술자들은 저마다의 작업을 중단하고는 세상에 별일을 다보겠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저, 정말로 던전 밖을 돌아다녀도 괜찮을까요? 철컹철컹을 당하는 건……”

“괜찮아. 이미 관공서 계열에서는 내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카프나 레더 조합장이 직접 찾아온다면 모를까 나머지 떨거지들은…….”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검은색의 제국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서는 두 사람을 포위해버렸다.

“히이이익!”

깜짝 놀라면서 비명을 지르는 로피아와 표정이 굳어버리는 류안.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가면의 남자.

가면 VS 가면!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가면이 장난이 아닌데?”

철컥.

류안의 농담에 곧바로 허리춤에 착용하고 있는 초진동 블레이드로 손을 가져다가 대면서 다시 한 번 고압적으로 요구하는 남자.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

“……끄응.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이네. 자! 자치령군 총사령관인 류안이다. 귀관의 이름은 뭐지?”

“Si vis pacem, para bellum! 서머벨 정거장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감시대의 대장, 하우져라고 합니다.”

‘감시대? 서머벨 정거장의 치안관리는 카슬란 조합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었나? 게다가 제국식의 경례를 사용하다니 이 남자는 도대체…….’

펜져스에게 반발해서 일어난 세력이 레지스탕스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지배정신이 집약되어있는 Si vis pacem, para bellum이라는 경례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은 연맹의 공용 경례방식인 ‘필승’을 사용하지만 연맹을 더 싫어하고 아니꼽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아서, 전혀 색다른 경례법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하우저처럼 대놓고 펜져스의 경례를 사용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주변의 사람들이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신분증을 확인했습니다. 실례지만 감시대의 본부까지 동행해주셔야 되겠습니다.”

“이유가 뭐지?”

“던전의 몬스터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은 불법입니다. 사유가 있다면 정식으로 카슬란 조합의 허가를 받아야 됩니다만, 사령관님의 이름으로 신청된 서류는 확인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허가를 받는다면…….”

“그렇다고 해도 불법을 저지르신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끄응, 율리안처럼 고지식한 타입이네.’

찔러도 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을 것 같은 완고함에 류안은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감시대의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전력을 파악해 나갔다.

정확한 간격과 절도를 유지하는 모습이 나름대로 훈련받은 전사들로 보이기는 했지만, 딱 봐도 비범해 보이는 하우저를 제외한다면 엑스트라 조연들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들.

하지만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남자의 경우에는 기세를 갈무리하는 경지에 도달한 것인지, 그 잠재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호승심이 끌어 오르면서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찬탈자가 피를 갈구하면서 그를 재촉해 왔다.

“가소로운 것들…….”

“!!”

스컹!

류안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하고는 재빠르게 검을 뽑아내면서 간격을 벌리는 감시대원들.

“감히 나를 체포하려고 하다니 100년은 빠르다!!”

“저항하신다면 실력행사로 나가겠습니다.”

제압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해서인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하우저와 감시대원들.

하지만 류안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위풍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훗, 네놈들은 절대로 나를 체포할 수 없다! 왜냐면 이 무시무시한 몬스터는 자기 마음대로 던전을 빠져나왔으니까! 그러니까 꺄아아악! 괴물이야, 살려주세요! 감시자님~~!!”

휘청.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꿔서는 하우저의 뒤로 잽싸게 도망치면서 비명을 질러대는 류안. 덕분에, 그가 자신을 위해서 싸워줄 거라고 기대했던 로피아는 뒤통수를 얻어맞고 대략 정신이 멍해져버리고 말았다.

“뭐, 뭐라고요?”

웅성웅성.

그리고 구경하던 사람들의 술렁거림.

[저 가면남,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몬스터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면서 시시덕거리지 않았나?]

[아무리 감시대가 무섭다지만 저렇게 재빠른 태세전환이라니……유단잔가?!]

[……엄마, 저 가면 아저씨 박쥐같아!]

[쳐다보면 안 돼. 그리고 박쥐를 모욕해서는 안 돼요. 세상에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법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온갖 의혹어린 시선과 비난이 쏟아져 들어왔고, 감시대원들도 ‘뭐지 저 xx는?’이라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지만 얼굴에 철판, 아니 가면을 쓴 류안은 배째라는 식으로 뭐가 어떠냐는 반응이었다.

스르릉, 철컥.

그리고 검을 집어넣는 하우저.

“그러셨군요. 몬스터가 멋대로 던전에서 빠져나왔다면 어쩔 수 없죠. 갑작스럽게 길을 가로막아서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그렇게 말하면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사과해버렸기 때문에, 그 장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태클을 걸었다.

‘그걸로 괜찮은 거냐?!!’

“하하하하! 아닙니다, 살다보면 그런 오해를 하실 수도 있죠. 자, 서둘러서 주민들의 치안을 어지럽히는 저 사악한 몬스터를 체포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감시대원! 전원 마취탄을 장전하고 거총하라!!”

처처처척!

“이, 이건 말도 안 돼요! 부당하다고요……저를 억지로 끌고나온 사람은 저……꺄아아악!!”

투타타타탕!

털썩.

로피아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지만 감시대원들이 발사한 대 몬스터용의 급속 마취탄을 얻어맞고는 바닥으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

얼마 후, 카프에게 사정을 설명한 류안이 몬스터 구치소에 억류되어있는 그녀를 데리고 나왔지만, 다시 한 번 몬스터의 서러움을 온몸으로 실감하고는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면서 눈물을 훌쩍거리는 로피아.

“흑흑……세상에 믿을 인간은 하나도 없다더니……자기만 믿으라고 멋대로 데리고 나올 때는 언제고……흑흑……”

“크흠, 자고로 자신의 앞가림은 자기가 해야만 하는 법이야. 뭐든지 그렇게 남에게만 의존하다가는 오늘처럼 큰코다치는 법이란다? 나는 그걸 알려주려고 일부러……”

“거짓말!!”

그녀가 째려보자 입자로 변해버린 양심이 더 이상은 돌아올 수 없는 엔트로피의 영역으로 사라져버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류안은 애써 그 시선을 외면하고는 카프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하우저라는 놈은 뭐하는 녀석입니까? 펜져스 경례를 해오지를 않나, 제국군복을 대놓고 입고 돌아다니지를 않나…….”

그의 질문을 받고는 약간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답변해오는 그녀.

“나도 모른다.”

“모른다고요?”

“일단, 우리들의 편이라는 것만은 확실하지만……정체가 뭐고, 어디에서 튀어나온 인물인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저 가면 밑에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이야.”

‘나처럼 베일에 휩싸인 신비로운 인물이군.’

탈리아가 들었다면‘개소리 작작하고 있네.’라고 중얼거렸을만한 생각을 태연스럽게 하면서, 그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런 사람에게 치안을 맡겨도 괜찮은 겁니까?”

“끄응, 솔직하게 말하면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만……너도 알다시피 카이오 정거장이 무너지는 바람에 레지스탕스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 남자는 무섭도록 유능할 뿐만 아니라 소름끼치도록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 조합의 어떤 인물도 당해낼 수가 없을 정도로…….”

‘호오, 이런 장소에 굴러다니는 인재가…….’

카프의 이야기를 듣고는 새로운 노예, 아니 인재 수집욕구에 불길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 류안은 하우저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갱신하고는 자신이 찾아온 목적을 밝혔다.

아니, 밝히려고 하는 순간에 그녀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새로 개발한 신형 마장기를 그에게 건네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순순히 마장기를 넘겨주시면 식량난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뭣이?!”

“크흠, 식량난은 농담이고 제가 찾아온 목적이 바로 그겁니다. 우리 트라이엄프 부대의 새로운 기술 고문으로 취임해주십시오. 그리고 신형 마장기도 꼭 저한테 주시고요…….”

“끄응, 이것도 저것도 다 내놓으라니……어린애가 따로 없구나.”

“레지스탕스의 전체 지휘권을 요구했는데 거절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까 그 대신에 마스터 카프와 그 공방을 제 휘하로 편입시켜달라는 제안을 하는 겁니다. 이만하면 신사적인 요구가 아닙니까?”

과거에 이루어졌던 회담에서 류안이 건넨 요구는 레더 조합장에 의해서 거절당했다.

사실, 그가 그 회담으로 얻으려고 했던 것은 신뢰 + 15구역 레지스탕스들과의 자유로운 소통 및 마스터 카프라는 인물과 허물없는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 의도는 성공했다고 볼 수가 있지만 조합의 결정은 그의 요구 대부분을 거절해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미안함 마음을 느끼는 것이 현재의 심리상태였다.

류안이 식량 생산기술을 담보로 요구했던 것은 세 가지.

군대 전체 지휘권의 양도, 15구역과 자치령의 합병, 무제한의 기술 협력과 공동 개발 및 공유.

하지만 카슬란 조합은 이 요구를 전부 다 거절해버렸다.

물론, 대놓고 거절한 것이 아니라‘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는 식으로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카프의 입장에서는 비겁자들의 변명에 불과해 보였기 때문에, 그녀는 조합의 결정에 길길이 날뛰면서 반발했다고 한다.

왜냐면 조합의 입장을 들은 류안이 곧바로 아무런 대가없이 식량생산기술과 관련 기술자들을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받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 받는 것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선의로 받는 건 완벽하게 다른 거지. 염치없는 놈들은 재빨리 먹어치우고 철판을 깔겠지만……카프처럼 영향력있고 청렴한 사람들은 양심에 가책을 느낄 테니까.’

그리고 류안의 그런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으음, 우리 애들이 이기적으로 반응한 것을 생각하면 양보해주고 싶기는 하지만……그래도 조합의 결정을 무시하는 건 이사로서의 입장이……끄응.”

미간을 찌푸리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녀의 반응에 절반 이상은 성공했다는 사실을 눈치 채면서 미소를 지어보이는 류안.

“뭐, 저도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냥 넘겨달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마스터 카프께서 우리 부대로 합류하신다면……던전 몬스터들의 획기적인 활용법을 알려드리죠.”

“……그러고 보니 로피아를 어째서 던전에서 데리고 나왔는지를 물어보지 못했구나. 네 놈,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지?”

“그건……”

류안이 자신이 찾아온 목적을 밝히려고 하는 순간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정거장 전체에 비상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비상! 비상! 주 선로를 이용한 제국군의 대대적인 침략을 감지! 도시의 외벽으로 접근해오는 드릴라이더들의 접근을 확인했습니다! 전 레지스탕스는 위치로 집결하고 민간인들은 쉘터로 대피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젠장! 제국군 놈들……기어이 끝장을 보려는 속셈이군!!”

카프는 분하다는 듯이 몽키 스패너를 내리쳤지만 류안은 기막힌 타이밍에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곧바로 신형 마장기가 있는 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이 마장기는 제겁니다!!”

============================ 작품 후기 ============================

몬스터 소녀 난교를 보지 못해서, 탈리아와 이어지지 못해서 불만이신 분들!

제가 그 심정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쓰도록 할게요...크, 크흠. 지, 진짜로 언젠가는 쓸 겁니다(시선을 돌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