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87화 (18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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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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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시죠? 잠꾸러기 공주님……]

으스스하게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아트리에는 자신의 몸이 거미줄로 묶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가운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구속당해서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가면의 남자, 류안.

“대, 대장님? 정신 차리세요, 대장님!”

“……끄응. 뭣?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트리에? 너는 안전지대로 대피했던 게……”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당황하는 그의 모습에, 전후의 사정을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었던 아트리에는 자신들이 던전 마스터에게 붙잡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런 상태였어요. 아무래도 사모님께서 저를 안전지대로 데려가는 도중에 사로잡힌 게……”

그녀의 말을 듣고는 충격을 받았는지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부르르 떨면서 질문을 던지는 그.

“그, 그러면 탈리아는……그녀는 어떻게 되었지?”

“죄송하지만 그건……저도…….”

성격상 버려두고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기절해있던 바람에 그녀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조금도 알 길이 없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몬스터들의 먹잇감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류안도 거기로 생각이 미쳤는지 격렬하게 날뛰면서 거미줄을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안 돼! 탈리아, 탈리아!! 젠장, 제기라아아아알!!”

“……”

평소의 마이페이스적이고 장난스러운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완전히 평정심을 잃어버린 모습.

사랑하는 연인의 생사를 알 수 없는 비참한 심정에 사로잡힌 남자의 모습에,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면서 아트리에는 뭐라고 위로의 말을 꺼내야 할지를 모르면서 괜스레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다니 한심해……적어도 싸워보기라도 하고 졌다면……’

류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으니 자신이 나섰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처럼 보호만 받는 약자의 입장을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정글레인저로서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일수도 있지만 아직 희망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트리에는 마음을 다잡으면서 그를 격려해 나갔다.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비록 여왕 거미에게 사로잡히기는 했지만 아직 살아 있잖아요? 어쩌면, 사모님께서도 살아계실지도 몰라요. 희망을 버리기에는…….”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에선가 으스스한 목소리가 메아리치면서 울려 퍼졌다.

[맞아. 희망을 버리기에는 너무 이르지.]

“누구냐?!”

아트리에가 그렇게 외치자 사방에 쳐진 몇 개의 거미줄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무엇인가가 재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기척이 들려져 왔다.

거미들의 다리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 거미줄이 짓눌러지면서 체중이 실리는 소리. 그러면서 끈이 팽팽해지다가 시위를 튕기듯이 울려 퍼지는 소리. 방향을 파악할 수 없는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여왕의 존재감이 강렬하게 전달되었다.

[주인의 집에 멋대로 찾아왔으면 자신들의 이름부터 밝히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던전 마스터……주홍거미족의 여왕, 로피아!!”

[맞아. 바로 그게 나의 이름이지……호호호호호호!!]

“타, 탈리아는 어디에 있지? 탈리아!!!”

[크, 크흠!]

류안의 절규를 들은 그녀는 어째서인지 헛기침을 하면서 목소리를 가다듬다가, 다시 한 번 사악한 라스트 보스의 분위기를 연출해내면서 두 사람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탈리아라? 아, 여기에 있는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어리를 가리키는 소리군. 후후후후. 자, 재갈을 풀어줄 테니 동료들을 향해서 살려달라고 애원해보렴. 아가야……]

[푸읍, 사, 살려주세효!! 주인, 아니. 류안!! 꺄아아아악! 읍, 으으읍]

“턀리, 아니. 탈리아!!!”

서로를 향해서 절규하는 부분에서 약간씩 어색한 부분들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상황 자체가 워낙에 박진감이 넘치다보니 아트리에는 수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분위기에 휩쓸려버리고 말았다.

‘어, 어떻게 하지?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뭔가 좋은 방법이…….’

풀려지지 않는 거미줄을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애쓰는 그녀.

[아, 사랑스러운 연인들의 비명소리라니……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 고깃덩어리는 먹기 좋게 조각조각 토막을 내서 새끼 거미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줄 생각이니까. 그러면 너희들처럼 어리석은 인간들에게는 좋은 교훈을 남길 거라고 생각하는데……어떻게 생각하지?]

“그런 짓을 저지르면 자치령에서 가만히……”

아트리에가 경고하려고 했지만 류안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재빠르게 애원해 나갔다.

“제발 부탁이니 그만 둬! 던전의 몬스터들을 죽인 사람은 나야. 그녀들은 나를 따라왔을 뿐이지,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그러니 죽이려면 나를 죽여. 그리고 두 사람은 풀어 줘!”

“대, 대장님…….”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서 숭고한(?)희생정신을 발휘하는 그의 절규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 침묵에 휩싸이는 로피아.

[흐음,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니 어지간히도 두 사람을 아끼는 모양이네. 좋아,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나도 악마는 아니니까 기회를 주겠어. 아무도 다치는 일 없이, 던전에서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말이야.]

“그, 그게 정말인가?”

[물론, 우리 주홍거미족은 인간과는 다르게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그렇게 대답한 여왕은 다음 순간에 아트리에와 류안의 손발을 묶고 있던 거미줄을 해제해 주었다.

“아트리에!”

“네, 대장님!”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무기를 꺼내들면서 전투자세를 갖추는 두 사람.

휘리리릭! 촤악!!

“꺄아아악!”

“크으윽!”

하지만 다음 순간에 두 사람의 몸에 연결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실들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조종 장치에 매달려진 마리오네트 인형들처럼 신체의 자유를 잃어버리면서 무기들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안 되지, 안 돼……자유를 주자마자 이빨을 드러내려고 하다니……하여간에 사나운 짐승들이라니까? 그런 두 사람에게는 내가 직접 관용과 사랑의 정신을 가르쳐주도록 하겠어. 후후후후후후.]

“무, 무슨 속셈이냐?! 헉!!”

“어맛! 꺄아아아악!!”

다음 순간에 여왕의 거미줄로 조종당한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껴안는 자세로 뒤엉켜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우연의 산물인지 절묘하게 아트리에의 가슴을 움켜잡으면서 호사를 누리는 류안의 매너손.

주물주물.

“꺄아악! 어, 어디를 만지시는 거예요. 대장님!”

“미, 미안해! 아트리에……그럴 생각은 추호도, 눈곱만큼도, 요만큼도 없었는데 손이 멋대로 조종당하는 바람에 그만, 끼얏호!”

“아, 알았으니까 빨리 손을 때주세요. 그, 그나저나 마지막에 외치신 끼얏호는 비명이신 거죠? 그런 거죠?!”

로피아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유쾌한 듯이 비웃음을 터트려 나갔다.

[호호호호! 겨우 그 정도로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대서야 뒷일을 어떻게 감당하실 생각일까? 두 사람은 지금부터 생존을 위해서 격렬하게 교, 교미를 나눠야만 하는데 말이야. 바로, 자신이 목숨보다 사랑하는 연인의 눈앞에서 말이야!!]

“뭐, 뭐라고요?!”

“이런 악랄한 천, 아니 악마 같으니라고! 네년에게는 기본적인 윤리의식도 없다는 말이냣?!”

울컥!

두두두두두둑!

“꺄아아악!”

“크으으으윽!”

류안의 매도를 들은 로피아는 어째서인지 분노한 듯이 두 사람을 구속하고 있는 거미줄을 부들부들 떨면서 잡아당기다가, 이내 천장에서 거미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아귀에 인질로 붙잡혀있는 탈리아.

“설마하니 지금의 상황을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살아남고 싶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짐승처럼 격렬하게 애무하면서 사랑을 나눠야만 할 거야! 참고로 이건 경고가 아니라 명령이니까, 명령!!”

쿵쿵쿵!

어린아이가 화를 내는 것처럼 지면을 두드려대며 화를 내는 로피아의 모습에 살짝 긴장감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온몸이 거미줄로 묶여진 상태로 목덜미에 흉기처럼 날카로운 거미의 발톱이 겨눠져있는 탈리아의 모습은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

그리고 터무니없는 상황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는 침묵을 지키는 두 사람.

그 둘을 바라보던 로피아는 답답하다는 듯이 두 개의 다리를 추가로 들어 올리면서 탈리아를 겨냥해 나갔다.

“보아하니까 자신들의 죽음보다도 체면을 차리는 게 중요한 모양이네. 좋아,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모두 사이좋게…….”

“잠깐!!”

그녀의 행동을 멈춰 세우는 류안.

“알았어. 네 말대로 따르도록 할게…….”

“우으으으읍!”

“대, 대장님?”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두 여자.

“미안해, 아트리에. 좋아하는 남자와 이루어지고 싶었을 텐데. 이런 남자에게 강제로 범해지다니……탈리아. 나중에 가서라도 나를 원망해도 좋아.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어. 그래! 이 모든 것은 저 사악한 거미 여왕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니까!!”

빠직.

기분 탓인지 로피아의 이마로 십자가 모양의 굵은 힘줄이 새겨지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녀는 팔짱을 낀 상태로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분위기를 생각해서인지 참견해오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아트리에. 너에게는 정말로 미안하지만……우리들의 생환을 위해서라도 잠시만 참아주지 않겠어?”

“……대장님.”

그의 말에 그녀는 잠시 동안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이내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보일 듯 말듯이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 대장님이 원하신다면……흐으으읍!”

다음 순간에 류안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행위에 돌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서서히 자리에서 사라지는 로피아와 턀리아.

잠시 후.

거미줄에서 풀려난 턀리아는 빨간색의 조교 모자를 눌러쓰고는 거미여왕을 향해서 훈계와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아. 지금 장난하십니까효? 주인님을 위해서 하는 연기에 사심을 집어넣지 말라고 말씀드렸던 같은데효?! 자꾸 그러시면 몬스터들을 위한 권리 신장이고 나발이고 확 날려버리는 수가 있습니다효! 똑바로 안하세효?!”

“죄, 죄송합니다. 사모님…….”

“하여간에 우리 주인님은 지나치게 상냥하세효. 기왕에 던전마스터를 굴복시켜버린 거, 저 같으면 후배위로 삽입하고 탑승한 다음에 던전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투르크 마그도의 위엄을 과시해보였을 텐데……도대체가 자각이 있으신 건가효? 던전의 모든 여자 몬스터들은 주인님의 육변기 예약이라고효!”

“그, 그런 터무니없는……그런데 투르크 마그도가 뭡니까?”

로피아가 질문했지만 탈리아는 대답 없이 그녀의 거미 등위로 안장을 깔면서 엉덩이를 쓰다듬어 나갔다.

“후후후후. 아주 기막힌 탈것이 생겼어효. 후후후후.”

그녀는 웬지 모를 오한을 느끼면서 신체를 부르르 떨어나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기대하시는 몬스터 소녀 난교는...

없습니다!!(쿠궁!!)

농담이고 짧게 쓰고 지나갑니다. 너무 길게 쓰면 또 늘어지니까요...

그나저나 오늘 또 분량 스틸을 실패...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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