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85화 (185/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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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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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인 지점의 지척까지 도착해버린 류안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조금도 h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던전 공략에 초조해하고 있었다.

‘젠장, 그 흔한 끈끈이 함정이라던가……주홍거미족의 거미줄이라던가……미믹이라던가 하는 함정들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타나지를 않는 거야? 하다못해 여자 몬스터들이라도 나타나준다면, 겸사겸사 아트리에를 합법적으로 성희롱할 수 있는데……이래서야 턀리아를 각성시킨 보람이 없잖아?’

기대와는 전혀 다른 건전한 던전 탐험에 초조함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으려니 팔짱을 끼면서 조그맣게 속삭여오는 턀리아.

[걱정하지 마세효, 주인님.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h이벤트가 온다고 하잖아효? 주인님이라면 반드시 해내실 수 있을 거예효, 턀리아는 주인님을 믿어효!]

[그래, 네 말이 맞아. 올마이티에게 불가능은 없지……고맙다, 턀리아. 이런 기특한 녀석 같으니라고.]

[헤헤헤헤. 감사합니다, 주인님!]

자신의 심정을 재빠르게 헤아리고는 격려해오는 그녀의 기특함에 자신도 모르게 자상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류안.

한 편, 뒤쪽에서 두 바퀴벌레의 정다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트리에는 생전 처음으로 목격하는 그의 부드러운 면모를 발견하고는 기분이 복잡해지고 말았다.

‘뭐야? 나한테는 매번 심술 맞게 굴거나 성희롱이나 해대면서……하아, 이래서야 완전히 깍두기나 마찬가지잖아. 이런 취급을 할 거면 도대체 나는 왜 데리고 온 거야? 자기 혼자서도 던전을 공략할 수 있으면서……’

처음에는 분명히 팀플레이가 중요하다던가, 직업 선택이 중요하다던가, 자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듯이 이야기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던전 공략은 류안의 독무대나 마찬가지.

[도적을 선택했을 때 받은 아이템을 전부 다 나한테 넘겨 줘.]

[네? 하지만 그것들은 제가……]

[초보들은 함부로 사용하면 다쳐. 자고로 탱커와 힐러만큼이나 중요한 도적이라는 말씀이지. 그러니까 여기서는 프로 공략러의 손에 맞기라고……]

[프로 공략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사실, 던전 공략에 앞서 직업들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에 맞춰서 비슷한 역할을 해주는 장비와 아이템을 지급할 뿐이지 실제 전투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백병전 능력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던 류안이 그의 전략(게임 능력)을 살려서 서포트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정 반대.

길찾기, 함정 파악, 자물쇠 따기, 힐링과, 탱킹, 그리고 딜러의 역할까지.

만랩 성기사가 저랩 인던에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는 것처럼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조차 쉽사리 승패를 장담하지 못하는 몬스터들을 너무나도 손쉽게 쓰러트려 버렸다.

‘던전 몬스터들이 강화몬스터에 비교하면 반푼이도 못되는 게 사실이라지만……그래도 저렇게 손쉽게 쓰러트리다니 도대체 무슨 방법을 사용하는 거야?’

딱히 대단한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의 앞길을 막아서는 몬스터들은 예외 없이 뭔가에 구속당하는 것처럼 움직임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롱소드의 일격에 전투불능.

몇 번을 목격해도 정체를 파악할 수가 없는 수법을 파악하느라고 머리가 복잡해질 무렵에, 갑작스럽게 엄폐물에서 뛰어나온 파이어 드레이크가 그녀에게 화염을 내뿜었다.

화르르르륵!

“꺅?!”

“조심해!!”

방심한 나머지 회피하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려버린 아트리에.

다행스럽게도 불길에 휩싸이기 전에 류안이 재빠르게 대방패로 가들을 해 준 덕분에 무사할 수가 있었다.

촤아아악!

키에에에엑!

“괜찮아?”

“네, 네. 괜찮아요…….”

‘이 사람의 등이 이렇게 넓었던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서인지 흔들다리 효과로 가슴을 두근거리는 그녀.

‘기회닷!’

호감도를 높일 찬스라는 것을 간파한 류안은 재빠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자상한 태도를 어필했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네. 예쁜 피부에 화상이라도 입으면 큰일이잖아?”

“예, 예쁜 피부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크, 크흠. 아, 아무튼 구해주셔서 고, 고마워요. 크흠, 크흠!”

평소라면 성희롱이라고 버럭 소리쳤겠지만 이번에는 튕기면서도 싫지는 않은지 얼굴을 붉히면서 헛기침을 해 나갔다.

‘여, 여자 친구도 있으면서 경박하기는……그, 그나저나 남자들은 전부 다 그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걸까? 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흔들다리 + 페로몬 효과로 적절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착실하게 플래그를 성립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H이벤트로 돌입하기에는 아직도 결정적인 뭔가가 부족해 보였다.

‘귀찮은데 그냥 가면을 벗고 강공으로 나가볼까?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을……치트키는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돼. 조금만 참아보자, 던전이여! 나에게 H이벤트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그렇게 생각하면서 걸음을 옮기던 류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숨겨진 함정을 발견하고는 다급하게 외쳤다.

“멈춰!”

“네, 주인님!”

“왜, 왜 그러시죠?”

곧바로 대답하면서 움직임을 멈추는 턀리아와는 다르게 화들짝 놀라면서 반문해오는 아트리에.

그런 위험을 경험하고도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모습이 파티로서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만큼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는 흐뭇한 반응이기는 했다.

“거미줄이야.”

“거미줄이라고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에게 함정의 모습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허공으로 물을 뿌리는 류안.

그러자,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터무니없이 가늘고 투명한 거미줄에 이슬이 맺히면서 입구 전체를 가로막고 있는 거미줄의 윤곽이 그녀들의 눈에도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상에 이렇게 가늘고 투명한 거미줄이라니…….”

‘보아하니까 평범한 주홍거미족의 거미줄은 아닌 것 같군. 골인 지점에 가까워지기도 했고……드디어 던전 마스터께서 사냥을 시작하셨다는 소리인가? 좋아,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반응이지.’

마침내 그토록 간절하게 찾아 헤매던 여자 몬스터를 찾아냈다는 생각에 흑염룡과 한마음으로 입맛을 다시면서 기뻐하는 류안.

“횃불을 사용해서 불태우면서 전진해 나가자. 이 앞에 거물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으니까 조심하도록 하고…….”

하지만 설명을 위해서 뒤돌아서는 순간에 그의 등 뒤에 쳐진 거미줄 그물이 마치 살아있는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움직이면서 그를 덮쳐버리고 말았다.

“뭣?”

“주인님!”

“꺄아아악! 대장님!!”

“다가오지 마. 가능하면 내 곁에서 떨어져!!”

화들짝 놀라면서 거미줄의 근처로 접근해오려고 하는 두 사람을 다급하게 멈춰 세우는 그.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아. 거미줄이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자동으로 움직여 왔어. 무슨 방법을 사용한 거지? 끊어버리는 거야 문제는 없지만……잠깐? 이대로 묶여져서 기다리고 있으면 여왕 거미가 사냥감을 회수하려고 찾아올 거잖아? 좋아, 이 상황을 한 번 이용해 보자.’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거기까지 계산을 마친 류안은 이 상황이야말로, 그토록 기다려온 H이벤트로 향하는 숏컷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두 사람을 향해 사뭇 비장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앞은 두 사람을 데려가기에는 위험한 장소인 모양이야.”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야, 아트리에. 너도 정글레인저니까 상대방의 역량 정도는 파악을 할 수가 있잖아? 눈앞까지 접근했는데도 발견할 수가 없는 거미줄……이게 뭘 의미하겠어?”

“……저희들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

“맞아. 아무래도 던전 마스터가 작심하고 덤비려는 모양인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봤자. 지켜야 할 사람들만 늘어나잖아? 그러니까, 두 사람은 안전지대로 돌아가서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자신도 거미줄에 잡혀버린 마당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렇게 위험하다면 차라리 이쯤에서 리타이어를 선언하자고요. 애초에 기분 전환이나 하려고 찾아온 장소에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잖아요?”

“미안하지만 나는 놀이가 아니라 진심이거든.”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이 비장한 모습을 지어보이는 류안의 모습에 아트리에가 발끈하면서 외쳤다.

“그렇다면 저도 남겠습니다! 비록 대장님보다는 약하다고는 하지만 저 또한 정글레인저의 일원입니다, 고작 몬스터가 두려워서 물러나지는…….”

“턀리아.”

“네, 주인님!”

퍽!!

그가 이름을 부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급소를 가격하면서 아트리에를 기절시켜버리는 턀리아.

“역시나 눈치가 빨라. 척하면 척이구나!”

“헤헤헤헤! 주인님이 쓸데없이 멋진 척을 할 때는 99%는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주인님의 계획이 뭔지는 모르겠지만……힘내세효! 턀리아는 주인님을 응원할게효!”

“사, 살짝 비꼬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 말대로야! 아트리에를 데리고 안전지대로 데리고 가 있어. 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H이벤트를 시작할 테니까.”

“알겠어효!!”

기절해버린 아트리에를 번쩍 들쳐 메고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턀리아를 바라보면서, 류안은 거미여왕이 자신이 찾아오기를 준비하면서 그녀를 포획할 계획을 세워나갔다.

***

한 편, 건방진 인간을 거미줄로 포획하는데 성공한 로피아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면서 곧바로 사냥을 시작해 나갔다.

‘후후후후. 설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거미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못했겠지? 보통 인간들에게 납품했던 주홍거미족의 거미줄은 대부분이 하급품이니까……’

제국이 그들에게 요구한 물품은 광물과 어트렉션의 던전의 운영만이 아니었다.

신소재나 다름이 없는 주홍거미족의 거미줄은 섬유업계에서는 일대 혁명이라고 볼 수가 있는 획기적인 자원.

흔히 거미줄에 대해서 설명을 할 때 나일론보다 유연하고 질기면서도 강철보다도 단단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평소에는 실크처럼 부드럽지만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강철처럼 딱딱해지는 유기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었다.

게다가 거미줄에는 음전하의 정전기가 흐르고 있어서 양전하의 물체가 접근해오면 마치 자석처럼 움직이면서 대상을 포획하는데, 로피아의 경우에는 한 술 더 떠서 거미줄에 흐르는 정전기 자체를 조종하는 게 가능했다.

덕분에 아무리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거미줄이라도 손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고, 아무리 미세한 떨림이라도 감지할 수가 있기 때문에 거미줄 근처에서 움직이는 류안 일행의 움직임도 손바닥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빈틈을 발견하자마자 주저 없이 그를 포획하고는 주변에 있는 거미줄들을 움직여서 원거리에 미라처럼 둥글게 말아놓았다.

그리고 그 장소에 도착해서 자신의 포획한 사냥감을 발견하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로피아.

“제 이빨은 이미 인간처럼 퇴화해버려서 옛날처럼 당신을 녹여서 씹어 삼키는 게 불가능해요. 하지만……제 다리들은 여전히 칼날처럼 날카롭기 이를 데 없죠. 그러니……저 세상이라는 장소가 존재한다면 똑똑히 기억하도록 하세요. 몬스터는 인간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촤아아아악!!

그렇게 말한 여왕은 단숨에 미라를 갈가리 분해해버렸지만 그것이 빈 껍데기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접수원 아가씨야말로 제대로 기억하라고. 어엿한 여왕이 되고 싶으면 제대로 묶어줘야지 촌스럽게 미라 플레이가 뭐야? 네 포박술에는 애정이 부족해. 내가 시범을 보여줄 테니까 잘 보고 배우라고……후후후후후.”

“마, 말도 안 돼. 분명히 사로잡은 감촉이 있었는데 어떻게……꺄아아아악!!!”

다음 순간에 여왕은 자신의 거미줄에 포박당하는 일생일대의 굴욕을 경험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어버이 날이라는 건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들 잘 알고 계시겠죠?

흠, 흠.

저도 어버이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12시가 되자마자 주무시는

부모님들을 깨워서 동네방네 떠나갈듯이 축하를...

크흠.

농담이고, 가정의 달이니만큼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 연휴니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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