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83화 (183/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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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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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의상실에서 모험자의 복장으로 갈아입던 류안은 던전의 입구에서 만난 접수원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입맛을 다셨다.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주홍거미의 특징을 가지고 있던 미소녀.

기본적인 종족 설명에는 평균 신장 3m가 넘는 거체에 몬스터의 흉악함이 남아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고 써져 있었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눈높이는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아담한 체구였으며 양손을 붙잡혔을 때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설마 이런 장소에서 차분한 스타일의 흑발 미소녀를 만나게 될 줄이야……후후후후.’

자신의 수많은 이상형 중에서 하나를 만나게 되어서 처녀자리의 센티멘탈한 운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류안은, 그녀를 일단 킵keep해두기로 결심하고는 의상실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여자들이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 약 3시간 정도를 기다리던 그.

“오래 기다렸어?”

“아, 아니. 나도 지금 막 나왔어.”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를 고민하면서 질풍노도의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던 류안이지만, 고생 끝에 복이 온다고 두 사람의 복장은 자아를 유지시킨 보람이 있는 것이었다.

‘방어력이 높아 보이는 의상이군. 던전 마스터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센스가 있는데?’

탈리아가 선택한 직업은 무투가였고 아트리에가 선택한 직업은 도적이었다.

둘 다 일반적으로는 선정적인 의상과는 거리가 먼 직업들이지만, 움직이기 편하고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출도를 올려야만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배꼽과, 허벅지, 옆트임과, 가슴골 트임을 갖추고 있는 야시시한 복장에 몸매의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타이즈 소재의 옷을 기본 베이스로 삼고 있었다.

“그, 그렇게 뚫어져라 보지 말아주세요!”

류안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아트리에가 얼굴을 붉히면서 망토로 자신의 몸을 가렸지만, 전부 가려지지는 않고 은근슬쩍 드러나는 몸의 라인이 오히려 더 음란해 보였다.

“그나저나 도적을 선택하다니……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하라고 했는데 의외의 직업을 골랐네?”

“제, 제가 원해서 고른 직업이 아닙니다! 탈리아 사모님이…….”

어느 틈엔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사모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둘째 치고, 그가 이유를 물어보듯이 시선을 던지자 탈리아가 살짝 퉁명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던전을 공략할 때는 도적이 필수라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더라고.”

“……난이도는 아직 선택하지 않았는데?”

“어차피 마스터 난이도로 도전할 거잖아. 그 거미여왕인가 뭔가 하는 년을 만나려고……그, 그러려면 던전을 공략하는데 유리한 캐릭터를 선택해야지. 따, 딱히 너를 위해서 강요한 건 아니니까.”

“탈리아, 너…….”

왈칵!

다른 여자에게 눈독을 들이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관대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여자 친구의 모습에, 류안은 츤데레의 기적을 목격하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어트렉션 던전에는 3가지의 코스가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여자 친구나 가족, 어린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어진 초심자 코스.

가장 인기가 많은 이 코스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유령의 집에서 나타나는 괴물들처럼 방문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고, 맞아도 아프지 않은 가짜 무기들에 얻어맞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구간이다.

2번째는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숙련자 코스.

군사훈련 및 스릴이 넘치는 던전 탐험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던전 매니아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코스지만, 그렇다고 몬스터 직원들이 정말로 덤벼들지는 않기 때문에 서바이벌 게임의 확장판이라고 할 만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매년 10명 정도는 다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약간 위험한 구간.

그리고 마지막은 홀 오브 페인.

던전 매니아 중에서도 진정한 던전 매니아들만이 도전할 수 있다고 알려진 위험천만한 마스터 코스였다.

[소, 손님? 갑작스럽게 마스터 코스라니 지나치게 위험하세요. 아, 아무리 신체능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단은 숙련자 코스부터 경험해보시는 것이……]

류안 일행의 선택을 들은 로피아가 모니터를 통해서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자신만만하게 몸을 풀면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래보여도 던전 공략이라면 이골이 난 사람이니까……”

[하지만 손님의 던전 공략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이 처음……]

“훗. 제가 게임에서 공략한 던전들이 하나 둘인 줄 아십니까?”

[게, 게임하고 실전은 다르다고요?!]

그녀가 절규했지만 류안은 대방패와 롱소드를 휘두르면서 들뜬 목소리로 텐션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공략해주마, 서머벨 주홍거미의 던전! 꿈과 희망, 그리고 여자 몬스터들을 귀여워해주마!!”

“……이 XX새끼가.”

“몬스터들을 좋아하다니 특이한 취향을 지니셨네요.”

아트리에는 아직 그가 성性적인 목적으로 몬스터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애완동물을 귀여워하는 수준으로 여자 몬스터들을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류안의 직업은 뭐야?”

“훗, 이 파티에 있어서 소금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솔플(솔로 플레이)로도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궁극의 직업이라고나 할까?”

“그게 뭐야?”

“탈리아. 너는 우리 파티에서 모자란 게 뭐라고 생각해?”

“몰라.”

“끄응. 그렇게 열심히 여러 가지 게임을 학습시켰는데도 아직도 일반인 수준의 지식을 벗어나지 못하다니……예전에 나랑 MMORPG철인 3박 4일 레이드 모험까지 참가했는데도 모르겠어?”

“아……그거? 네가 답답해서 못 봐주겠다고 구박하면서 컨트롤러를 빼앗아버린 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지.”

그렇게 말하는 탈리아는 남편에게 운전교습을 받다가 도저히 못 봐주겠다면서 운전대를 빼앗기고, 온갖 잔소리와 구박에 시달렸던 김여사님급의 뒤끝 오오라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류안은 자신의 지뢰를 밟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움츠러들고 말았다.

“미, 미안…….”

“됐으니까 직업이나 말해.”

“응, 사, 사실 우리 파티에서 모자란 게 탱커와 힐러거든. 두 사람 모두 전투계열에 딜은 나오는데 탱커랑 힐이 안 되니까……그래서 내가 선택한 직업이 바로!!”

“성性기사니까 섹……뭐시기 나이트라고 드립치면 뒤지게 맞는다?”

“……네, 성기사예요. 자, 진군합시다! 마스터 코스를 정복하기 위해서!”

탈리아의 선제 드립방어로 살짝 시무룩해졌던 류안이지만 드립을 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마스터 코스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부부만담을 모니터링하면서 한숨을 내쉬는 로피아.

“하아. 게임하고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니……1년에 꼭 한 두 명씩은 저런 바보들이 나와서 문제라니까? 그렇다고 입장하겠다는 것을 말릴 수도 없고……어쩔 수 없이 적당히 봐주면서 순순히 돌아가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나?”

마스터 코스의 정체는 부화장과 마나집결지를 지키기 위해서 야성과 전투능력을 간직하고 있는 가디언들이 우글거리는 위험한 구간.

아무리 그들이 제국에 항복했다고는 하지만 부화장과 마나집결지만은 양보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지역을 지키기 위해서 온갖 종류의 함정들과 전사들을 풀어놓은 진짜배기 던전 코스였지만 그렇게 위험한 구간을 개방한 이유는 전부 다 인간들이 원했기 때문이었다.

[생사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강해질 수 있지. 내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극이 필요해, 피를 원해, 피를 원한다고! 목숨을 걸고 싸우자구나 반쪽아. 꺄하하하하하!!]

어쩐지 배경음으로 루치아의 목소리가 사용되기는 했지만 그녀처럼 생사가 오가는 짜릿한 전투를 원하는 사람은 없어도, 위험한 무사수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나집결지의 경비 구간 일부를 개방시킨 지역이 바로 마스터 코스다.

그리고 그런 도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골에 도착한 사람들에게는 150년 전 지상정복을 외쳤던, 로피아가 철없던(?)어린 시절의 자신을 연기하면서 그들과 대련해주는 것이 관행.

적당히 상대해주다가 패배를 시인하고는 던전을 정복했다는 증거로 기념촬영, 기념 뱃지, 기념트로피 같은 것들을 넘겨줘서 돌려보내는 것이 관행이었다.

참고로 팔란티오 행성의 모든 던전의 뱃지를 모으면 마스터 던전 리그에 참가할 수 있다는 도시전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재하는지는 그녀도 모르는 일.

어쨌든 봐주는 것 없이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가디언들이 지키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목숨을 잃으시면 100%고객님의 과실입니다.”라던가, “최소 마스터급 전투 능력을 보유하신 분만 도전하세요. 그래서 마스터 코스니까요.”라는 친절한 안내판까지 여기저기에 걸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도전해오는 던전 초짜들의 무모한 도전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버리는 그녀.

그래도 손님들이 개죽음을 당하면 자신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입구의 근처로 적당히 봐주면서 상대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부하직원들을 배치하고 그들이 포기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죽여겁! 남자 몬스터는 죽이고 여자 몬스터는 범해라!!”

[꺄아아악! 진상이야, 진상 손님이 나타났어!!]

[도망쳐! 이대로 가면 직원들이 전부 다 능욕당하고 말 거야!]

얌전히 돌려보내려고 동원되었다가 충격과 공포를 경험하면서 아비규환에 빠져버리는 몬스터 직원들.

“후후후후. 설마하니 여자 판이라니……염소의 젖이 그렇게 몸에 좋다는데 한 번 마셔보고 싶던 차에 잘 되었군.”

손가락을 음란하게 꼼지락대며 다가서는 류안의 모습에 겁먹은 여자 몬스터가 애처롭게 울어대면서 가슴을 가려나갔다.

“으, 음메에에에에! 서, 성희롱으로 신고할거예요! 차, 차라리 깔끔하게 죽여주세요!”

“어트렉션 던전에서 죽이기는 왜 죽여? 말만 그렇게 했지 남자들도 전부 다 목숨은 붙어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이래보여도 칼등으로 때렸……크흠, 양날검이네. 아무튼 이래보여도 무서운 사람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하악하악, 가, 가슴을 내밀어 봐. 가슴을…….”

“음메에에에에에!!”

“적당히 해! 몬스터들에게 잔인하게 무슨 짓이야?!”

“맞아요! 아, 아무리 목이 마르셨다고 그래도 파, 파렴치하다고요!”

류안의 몬스터만도 못한 행동을 바라보던 두 명의 여자들이 앞 다퉈서 성토를 해왔기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다 잡은 고기를 방생해주고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으음. 여자 몬스터들이 생각보다 귀여운데 동행한 여자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건드리지 못하다니 지나치게 아쉽군. 좋아, 이쯤에서 탈리아를 턀리아로 각성시켜서……아트리에를 공략해서 진행해 나가도록 하자.'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타이즈로 도드라지는 엉덩이를 나란히 씰룩거리면서 앞서나가는 두 명의 여성들을 바라보면서 오랜만에 흑염룡에게 풍성한 먹이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머벨 던전에 일어난 최악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어린이날 무섭!

저도 모르게 새벽 3시까지 다크 소울을 하다가 오후 3시에 일어났습니다. ㄷㄷㄷㄷ

심연의 감시자만 잡으면 자야지.

그랬는데 솜씨가 녹슬어서 그런지 유다이씨랑 싸바싸바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이런 날도 일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 많으시네요.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저,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증거로...연재보유분을 확보할 기회를 노는 걸로 날려보냈...크흠.

이렇게 소설을 올렸으니까요!

...사람이 가끔씩은 쉬기도 해야죠(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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