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79화 (17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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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네, 네놈! 설마 지금 자신의 입장을 이용해서 뇌물을 요구하려는 것이냐?”

“후후후후.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 손님!!”

“!!”

정답을 말하자 옳다구나 하면서 드립을 치는 류안의 뻔뻔함에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잠시 후,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카프.

“돌아가자, 레더! 이런 황당한 이야기에 어울려 줄 필요는 없다. 모건이 기술이전을 계획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에게서 진실을 알아내면 되는 일이지. 물론, 오늘 이 자리에서 일어났던 외국인의 무례한 행동까지 철저하게 따지겠지만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위협하듯이 그를 쳐다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으면서 대꾸했다.

“모건 각하와 이야기를 나누실 생각이라면 굳이 돌아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분에게 의사를 물어본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요.”

우뚝.

“……그게 무슨 소리냐?”

그 말에 카프는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말씀드린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사실 이번 회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건 각하께 전송되고 있었거든요. 아트리에, 통신 채널을 오픈해.”

“……알겠습니다.”

류안의 명령에 열중쉬어의 자세로 대기하고 있던 아트리에가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영상투영장치를 테이블의 위에 내려놓았다.

지이이이잉!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내는 한 명의 노인.

“15구역의 레지스탕스 지도자분들에게 소개드리겠습니다. 자치령 지방정부의 정부수반이신 모건 각하십니다.”

“!!”

설마 이렇게 대놓고 자치령의 최고 권력자를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던 두 사람은 당황하면서 놀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은 갑작스럽게 소환당한 모건도 마찬가지였다.

[끄응, 갑작스럽게 무엇을 보여주는가, 했더니만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하여간에 자네는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훗,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어드리지 않았다면 자치령은 아직도 조그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겠죠.”

[……반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구만.]

“그것보다는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는 전부 들으셨을 테니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당신의 명령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러니 애초의 뜻대로 레지스탕스들에게 자급자족이 가능한 기술을 이전시키고 싶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저를 해임해주십시오. 저는 끝까지 반대할 테니까요.”

“뭣?!”

엄밀하게 따지면 범죄라고 할 수 있는 행위를 태연하게 저지르면서 대놓고 자신을 해임하라는 요구를 건네는 류안의 모습에 두 사람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

뒤이어 나온 모건의 대답에 놀람은 경악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동포들을 위해서라지만 그런 조치를 취할 수는 없지. 자네의 사표는 받아들일 수 없네. 늙은이가 이렇게 뼈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젊은 자네가 흥청망청 노는 꼴을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기술 이전에 관한 전권은 제가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게. 레더 조합장, 마스터 카프. 그렇게 되었으니 두 분께서는 부디 양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양해, 지금 양해라고 말했나? 모건 박사!!”

쿵!

흥분한 카프가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외쳤다.

외견으로만 따지면 모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카프였지만 실제 나이로는 곱절이 넘는 인생을 살아왔고, 그와는 과거에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서 명함 정도는 주고받은 면식의 관계.

게다가 공적인 지위를 떠나서 카프가 가지고 있는 학자로서의 명성은 팔란티오 행성 전체에서도 손꼽을 만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하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세상에는 좋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박사는 지금 이 남자에게 무슨 권력을 넘겨줬는지를 알고 있는가?”

“살짝 과장하자면 15구역 전체 주민들의 생사를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후후후후후.”

“그 말대로다, 크읏……자기 자신의 입으로 그렇게 말하다니 이런 뻔뻔한 가면 애송이 같으니라고…….”

인구 대부분이 언더월드의 지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15구역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문제는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폐쇄된 지하공간에서도 먹고살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그것도 레지스탕스가 반란을 일으키기 전까지의 이야기.

“제국 놈들은 언더원들의 조합원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곧바로 식량생산시설의 대부분을 파괴시켜버렸다. 그렇게 해서 식량배급에 차질이 생기면 주민들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지. 물론, 우리들도 그런 점을 알고 있어서 어떻게든 식량수급을 충원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실패.

반란을 일으켰던 초반에는 그나마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의 식량생산시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었지만, 그렇다고 그 양이 충분한 것은 아니었고 제국군들의 1차 공격목표로 집요하게 보급고를 공격당하다보니 현재에 이르러서는 내일 먹을 음식조차 걱정하는 신세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한동안 원정대에서도 식량을 수입하면서 버티기는 했지만 그놈들은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나 다름이 없는 녀석들이었다. 우리들이 자급자족을 실현해버리면 식량을 판매할 수가 없으니, 식량 생산에 관련한 상품들은 절대로 팔거나 넘겨주지 않았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약점으로 잡히게 된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제국은 레지스탕스에게 탈환한 카이오 정거장과 같은 지역의 식량생산시설을 파괴해버렸고, 주민들이 자신들이 배급하는 식량에 꼬리를 흔들도록 만들어 버렸다.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없다면 설령, 우리들이 15구역을 다시 탈환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제국에게 지배당할 때나 다름이 없는 노예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 주인이 공화국이 될지, 자치령이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설마……동포들이 우리를 배신할 줄이야.”

카프는 그렇게 말하면서 비참한 기분에 사로잡혔는지 입술을 깨물었지만 류안은 그런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힘이 없으면 자급자족을 실현한다고 그래도 같은 결과가 나올 뿐입니다. 자치령에서 지원해드린 식량은 3개월 분량이 전부지만 이 지역이 그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요? 3개월은 물론이고 당장, 오늘을 버텨내기 힘들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네놈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 지역으로 지원을 왔다는 소리냐?!”

“물론, 승리를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겠다는 소리인가, 자치령의 식량을 권력으로 휘두르면서?”

“아니요. 저는 단지 자치령의 투자가 허무하게 낭비되는 모습을 두고 보기 싫어서 개입했을 뿐입니다.”

“……뭐라고?”

그녀의 질문에 류안은 선언하듯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장담해도 좋습니다! 지금처럼 미적지근한 협력체계를 유지한 채 전쟁을 시작한다면 서머벨 정거장은 일주일 안에 제국군에게 함락당할 겁니다. 카이오 정거장과 똑같이……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훨씬 더 비참한 운명을 경험할지도 모르죠. 그도 그럴 것이 이 장소야말로 카슬란 조합의 총본산이 아닙니까? 그러니 본보기라는 명목으로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대학살 극이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지금처럼 지휘체계가 제멋대로에 따로따로라면 말입니다!!”

“!!”

갑작스러운 열변에 카프는 물론이고 레더마저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이냐, 가면 애송이?”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제 목적은 자치령군과 15구역 레지스탕스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15구역에서 펜져스를 몰아내는 그 날에는 두 지역을 하나의 세력으로 병합시켜서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자주국가로 독립시킬 생각입니다!”

“그, 그것은……”

반역.

공화국의 군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고 생각하기에는 믿을 수 없는 규모의 이야기를 들어버린 장내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그를 가장 깔보고 있던 아트리에는 경악으로 인해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저 남자가 지금 뭐라고 하고 있는 거야. 독립국가라고? 한 지역의 자치권을 확보하는 일이라면 몰라도 그런 짓을 제국이나 공화국 양쪽에서 용납할 리가……아니, 그 이전에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원정대에 발설하기라도 한다면 뒷일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거지. 설마, 상관없다는 거야? 제국의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류안은 할 말을 마쳤다는 듯이 다시 테이블로 앉으면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잔을 들어보였다.

“같이 마시고 싶은 분들은 없습니까? 이게 알고 보면 굉장히 비싼 술인데……술잔이라는 건 모름지기 같이 부딪치는 사람이 있어야 소리가 나는 법이죠.”

레더는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를 몰라서 멍청하게 서 있었지만, 카프는 잠시 후에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입을 열었다.

“하하, 하하하하하!! 이거야 원, 살다보니까 별 미친놈을 다 만나는구나. 좋다, 좋아! 처음에 네놈의 소문을 들었을 때는 영웅이랍시고 설치는 다른 놈들처럼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고 속내는 시커먼 흔한 놈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우리 국민들을 위해서 그런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면야, 잔 하나 부딪치는 것이 대수겠느냐, 받아라! 다른 놈들이라면 몰라도 내 잔은 네놈의 것이다!!”

챙!

‘후후후후.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마스터 카프의 신임은 확실하게 받아내었군. 이 정도만 해도 계획의 반은 성공시킨 셈이다.’

“네놈은 무엇을 하고 있으냐, 레더! 겉으로는 남자인 척, 호탕한 척을 있는 대로 다하더니. 이야기의 규모에 간이 콩알만 하게 쪼그라들어버린 것이냐? 어차피 이놈이 우리들의 목숨 줄을 가지고 있으니까, 싫다고 그래도 일단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는 게 도리인 것이다!”

“크, 크흠. 아, 알겠습니다! 마스터 카프……따, 딱히 이야기의 스케일에 주눅들어버린 것은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겁이 많았다면 제국에게 반란을 일으켰겠습니다! 아무렴, 그렇고말고요!!”

마치 변명하듯이 횡설수설 이야기를 늘어놓던 레더였지만 그 또한 테이블에 와서 앉으면서 술잔을 부딪쳤다.

‘이것으로 계획은 90%이상 달성되었군.’

클라크나 모건, 리어도 그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세 사람은 류안의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타부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그 장소에서 유일하게 혼자서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아트리에뿐.

‘저 모습을 보면 오늘 이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발설하지는 않겠지만……그래도, 플래그가 꽂힌 것 같은데 슬슬 회수해주도록 할까? 후후후후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류안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H이벤트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일이 바빠서 조금 정신없이 쓰다보니 분량도 약간 모자라고...

잘 살펴보면 뭔가 좀 이상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음, 내일도 바쁜데 잘못하면 못 쓸지도 모르네요.

못 올릴 것 같으면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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