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78화 (178/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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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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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 조합장은 이미 2차례의 거래를 마친 상태다.

1차 거래대상은 자치령의 정부 수반인 모건으로 현재 레지스탕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식량이며, 의약품들을 사들이면서 그 대가로 남아도는 광물자원과 드론, 병기들을 대량으로 팔아넘겼다.

2차 거래대상은 율리안으로 군대, 물자를 운반하는데 필요한 아시모프 수송선을 대여하는데 상당한 규모의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거래 덕분에 자치령군은 1차적으로 B급 수준의 지상전 장비로 무장하게 되었지만, 류안은 그런 미적지근한 거래로는 모자라도 한참은 모자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협력을 하려면 끈끈하게! 몸과 마음도 하나가 되어서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그냥, 수요에 맞춰서 공급만을 충족시키는 미적지근한 무역으로 무슨 놈의 단합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건지……’

속으로는 그렇게 투덜거리지만 겉으로는 가면을 쓴 채 온화하게 웃고 있는 그를 향해서, 초대받은 두 사람이 은근슬쩍 입을 열어나갔다.

“크흠, 그나저나 식사는 언제 나오는 것인가? 점심을 대접해준다는 말에 기대하고 왔는데……크흠, 크흠!”

“그러게 말이다. 13구역……아니, 자치령이라면 먹을거리로 유명한 지역이 아니냐? 정글 피쉬에, 열대과일, 고기, 고기, 고기! 크흠, 어, 어쨌든 식량부족 때문에 매일 단백질 블록만 먹으면서 생활하다보니 질려버렸다는 말이다.”

식사를 기대하면서 테이블을 두드리며 상전처럼 요구를 해오는 고기 파티, 아니, 와일트 메카닉 듀오를 바라보면서 류안은 그들에게 시도한 심리적인 함정이 적절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일종의 투자 심리를 이용해서 상대방의 허파에 바람을 집어넣는 비술.

‘물수건이던지, 식기던지 상관이 없지. 첫 대면에서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상대방에게 뭔가를 해준다면 그 사람은 자기가 그 사람에게 투자를 했다고 생각하면서 거들먹거리게 되니까.’

상대방이 방심하면 방심할수록, 자신을 깔보면 깔볼수록 거래의 성공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류안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답변을 해줬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글 피쉬니, 열대 과일이니, 기대하시는 고기 요리들도 잔뜩 있으니까요. 특히 이번에는 두 분을 대접하기 위해서 악어고기와 정글 랍스타를 준비했습니다.”

“오오오오오!”

카프는 그 말을 듣자마자 탄성을 내지르면서 의자를 밟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을 양 손으로 짚고서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면서 류안을 향해서 얼굴을 들이밀어오는 그녀.

“부, 부끄럽지만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악어고기와 랍스타를 먹어보지 못했다, 무, 무슨 맛이 나는 것이냐. 악어고기라는 녀석은?!”

‘진귀한 음식이라면 환장하는 성격이군. 좋아, 먹을 걸로 유혹하면 손쉽게 침대로……아, 아니. 딜을 성공시킬 수 있겠어……후후후후.’

자신도 모르게 미연시 공략노트에 상대방이 좋아하는 물건을 기록해버린 류안은, 그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최대한 친절하고도 구미가 당기도록 음식의 특징을 맛깔나도록 묘사해 주었다.

“악어고기는 닭고기 맛이 납니다.”

“오오오오오……? 그, 그러면 랍스타는?”

“맛살 맛이 납니다.”

“!!”

“그래도 소스 찍어서 먹으면 맛있어요.”

충격적인(?)진실을 전해 듣고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시 제자리에 앉아버리는 그녀.

“어쩐지, 지금 꿈이 하나 깨져버린 기분이 드는구나. 이런 기분을 느껴본 건 200년 전에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난 이후로 처음인데……”

“실례지만 그 때 나이가…….”

“17살이었다.”

“!!”

부비부비부비!

“사, 살려줘……”

그 대답에 내면에 잠들어있는 흑염룡을 자극당한 류안은 애꿎은 리어의 볼에다가 뺨을 가져다가 대고는 고속마찰로 그녀를 능욕해버렸다.

덕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한을 느끼면서 살짝 주눅들어버리는 카프.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게……”

그의 행동을 나무라면서 그녀를 구해내려고 시도했지만 다음 순간에 휘황찬란한 음식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대화가 중단되었다.

“식사 나왔습니다.”

닭고기니 맛살이니 하는 표현으로 실망시키던 것과는 다르게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정글풍 요리들의 향연.

“오오오오? 괴, 굉장하지 않느냐. 하하하하! 역시나 장난이었구나. 이런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요놈, 요놈!!”

덕분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 카프가 싱글벙글하면서 류안의 어깨를 두드려댔지만, 레더는 지나치게 호화로운 음식들이 뭔가 이상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입을 열었다.

“고작 점심을 대접받는 것 치고는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전시상황에서 야전지휘관이 이렇게 호화로운 식사를 해도 괜찮은 것인가?”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가득할 것 같은 외무와는 다르게 한 조직을 이끄는 수장다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지만, 류안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면서 그것을 받아넘겼다.

“사치스러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왜냐면 이 음식들은 전부 다 자치령에서 이번에 15구역에 판매한 식료품으로 만든 샘플이니까요. 구매자 분께서 물건의 질을 확인해보는 건 당연한 절차가 아니겠습니까?”

“……흐음, 그런가? 확실히……과일이며 고기들까지. 생전 처음으로 보는 것들이기는 하군.”

류안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포크를 집어 올리는 레더였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프는 스파게티를 흡입하던 것을 중단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레더? 생전 처음으로 보는 것들이라니…….”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이번에 자치령에서 구입한 식량들의 종류가 예전에 우리가 자급자족하던 식량들과는 전혀 다르더군요. 양산형 가축들이며 작물들의 종자까지……난생 처음으로 보는 품목들이라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배기술은……재배기술은 확실하게 전달받은 거지? 채종 방법까지 확실하게…….”

“재배방법은 데이터베이스로 검색하면 나오는 거 아닙니까?”

“이런 멍청한 새끼가!!”

거기까지 대화를 하던 카프는 발끈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들고 있던 수저로 레더의 머리를 내리쳤다.

팅1

그렇다고 별다른 타격을 입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멍청하게 바라보는 그.

한 편, 예상대로의 반응에 류안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옆에서 웨이터의 차림으로 대기하고 있던 클라크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와인들을 한 잔씩 따라드려.”

“지금 타이밍에서 말입니까?”

“지금이니까 하는 소리야.”

시키는 대로 얌전하게 카프와 레더의 와인잔을 채워나가는 클라크.

그러면서 류안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카프는 그 의미를 알아채고서는 입을 열었다.

“네가 꾸민 짓이냐?”

“제가 꾸민 짓입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건지.”

“멍청한 놈은 빠져 있어라! 그래도 딴에는 조합장이 되었다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서 믿고 맡겨놨더니……조직을 관리한다는 놈이 자기가 무엇을 거래하는지도 모르고 상품을 사버리다니……멍청이, 멍청이, 멍청한 놈! 너 때문에 잘못하면 15구역 전체가 자치령의 식민지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그게 도대체 무슨…….”

“뭐,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대외무역에 의존하게 되어버린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도 있죠. 광물이야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먹을 게 없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류안이 정답을 알려줬지만 레더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분명히 자치령에게 서머벨 정거장 200만 주민들이 3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번 한 번으로 마지막이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하에 작물과 가축들을 키울 수 있는 인공 사육장과 수경 농사시설을 갖추었고 씨앗 종자들과 양산형 가축들을…….”

“자급자족을 하려면 그런 것들을 키우는 기술을 가지고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죠.”

“……뭐라고?”

그는 다시 한 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카프는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녀석들이 판매한 건 상품화된 F1작물들의 씨앗이라는 소리다. 하아……이렇게 멍청한 놈에게 조합장을 맡겨버렸으니 어찌할꼬…….”

“F1작물이 뭡니까?”

“길게 설명하면 복잡하니까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농가의 비밀스러운 연금술로 만들어낸 공업품이라고나 할까요? 유전자 설계물의 집대성이라고 할까요?”

“……간단하기는커녕, 쓸데없이 복잡하게 들리는군.”

“뭐, 더 쉽게 말씀드리면 그냥 식료품 상점이나 마트에 파는 농작물이 대부분 F1이라고 보면 됩니다. 상품경쟁력이 뛰어난 작물이 아니면 사실상 판매되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예전에 15구역에서 재배하던 식량도 F1일 겁니다.”

“뭐야, 그러면 그렇게 말하면 되지.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는 소리지?”

“하아……멍청한 것. 뒤에서 설명한 것은 오히려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문제가 되는 건 그게 유전자 설계물……으음,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위적으로 품종이 개량된 작물이라는 게 문제다.”

“바로 그렇습니다. 뭐, 이런 걸 상품 전략이라고 표현해도 되고……어떤 경우에는 식량을 이용한 병기화라고 표현해도 되죠. 후후후후후후.”

“병기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레더를 바라보면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던 카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받은 종자 씨앗들은……딱 한 번만 성장시켜서 수확할 수가 있다. 다음 세대로 2차 수확을 시도하려고 하면……전부 다 불량품이 나와 버려서 못 먹는 작물이 되어버리지. 유전자가 설계된 F1 작물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 작물을 생산하지 못하도록……계속해서 자신의 세력에서 씨앗 종자들을 수입해 오도록 말이야.”

“!!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러니까 자치령이 우리들에게 불량 씨앗들을 팔았다는 소리입니까?”

“불량품은 아닙니다. 단지 종자를 채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을 뿐이죠. 수입하신 인공 가축들도 그렇고요.”

“말도 안 돼! 작물이 자라면 열매를 맺고 씨앗이 생기는 게 당연한 일이다. 단순하게 그 씨앗을 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그게 자연의 순리가 아니더냐?!”

“뭐, 믿지 못하신다면 직접 종자를 채취해서 심어보십시오. 평범한 방식으로는 아무리 해봤자……2세대를 만들어내지 못할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구입한 씨앗들이 고자라니……내가 구입한 씨앗들이 고자라니……어흐흐흑!”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서 구입한 씨앗 종자들과 가축들이 전부 다 1회용으로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레더는 좌절하면서 테이블을 움켜잡고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자치령은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 우리들은 다 같은 제국의 국민들이고 레지스탕스 동료가 아니었다는 말이냐? 동포의 비극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다니 사람 같지도 않은…….”

“아, 그게 말입니다. 사실은 종자 채취법이나 양산형 가축들의 사육법을 전수하라고 동물학자들과 식물학자들을 데리고 오기는 했습니다.”

“……뭣?!”

“그, 그게 정말인가?”

엎드려있던 레더는 그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류안을 바라보며 질문을 했다.

“네, 자치령의 정부 수반인 모건 각하께서는 동포들의 비극을 이용해서 이득을 챙길 생각이 조금도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거래의 애프터케어로서 동물학자들과 식물학자들을 파견해서, 15구역의 상황에 맞춰서 종래보다 뛰어난 식량생산기술을 전수하라고 명령하셨죠.”

“하하하하! 역시나, 모건 각하! 하여간에 자네도 참, 사람이 짓궂구만! 그런 거였다면 진작 그랬다고 이야기를 해줄 것이지. 나는 또 사기를 당한 줄 알고 오해를 할 뻔…….”

하지만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던 레더는 다음 순간에 나온 류안의 말을 전해 듣고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저는 공짜로 기술이전을 할 생각이 없는데요?”

============================ 작품 후기 ============================

이 앞에 화톳불이 있다.

쉬고 싶...

모처럼의 주말인데...5월 되자마자 결혼식이며 어디 모임 참석하라고 난리네요.

하아...

아, 루치아는 황금의 연금술사 카트린을 쓰러트리고 난 다음에 등장합니다.

사실 팔란티오 행성전에서 주인공 최고의 라이벌이 카트린이기는 한데...어, 음. 웬지 요즘 스포일러를 자주 하는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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