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77화 (177/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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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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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안이 레더 조합장과 회담을 나누고 있을 무렵에 카이오 정거장을 점령한 리사는 약 30명의 레지스탕스 포로들을 밀랍과, 납땜으로 이어 붙여서 만든 인간 가마를 타고는 광장에서 레지스탕스에 가담한 사람들을 세워놓고 공개 처형을 주도하고 있었다.

“기분이 어때, 드보르작?”

[크카키이잇! 다,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치아아아아악! 리사님!]

그렇게 대답하는 그는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남겨진 얼굴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괴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기계 괴물로 변해있었다.

“후후훗, 아닌 게 아니라 몰라보게 늠름해졌어. 아, 이참에 네 손으로 처형을 집행하는 것은 어때. 카슬란 조합이라고 그랬나? 그래도 한 때는 네가 가족처럼 생각했던 조합원들이라며. 네 손으로 직접 자비를 내려줘야지.”

[며, 며, 며,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기쁘게 수행하겠습니다!! 치이이이익!!]

증기를 뿜어내면서 마치 기관차의 바퀴가 움직이는 것처럼 왼쪽의 다리를 맹렬하게 회전시켜 나갔다.

잠시 후, 그녀에게 처형의 집행방식을 전달받은 드보르작은 처형대에 6명의 사람들을 묶어놓고, 리볼버 핸드 캐논으로 변형되어 있는 손을 들어 올려서 선두에 서있는 남자의 머리에 겨냥했다.

[지, 지금부터 처형식을 시작하겠다다다다닷!」

“히이이이익!”

“제, 제발 정신을 차리십시오. 이사님!”

두려움에 찬 사람들이 절규하면서 외치자 그 중에서 자신을 거론하는 남자를 알아본 그가 동작을 멈추면서 입을 열었다.

[너는……루팅이 아니냐?]

“저, 저를 알아보시는 겁니까?”

[무, 물론이다! 모습은 이렇게 변해버렸지만……기기기기기기억이나 정신은 멀쩡하니까. 마스터 아스토는 건강하신가? 다, 다, 담배는 적당히 피우시는 게 좋은데……]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승의 안부까지 물어보는 모습에 청년은 지옥에서 구원을 마주친 사람처럼 안색이 밝아졌다.

“멀쩡하게 잘 계십니다! 만날 콜록거리면서도 여전히 하루에 열까치 이상은 피워댈 정도로 정정하…….”

투쾅!

하지만 다음 순간에 청년의 바로 옆자리에 서 있던 남자의 머리가 포격으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촤아아아악!

그리고 그 피를 뒤집어쓰고는 그대로 굳어버린 루팅.

[카크타에낫취이익! 거, 건강하시다니 잘 되었구나. 다, 다음에는 네 차례다. 루팅.]

“……어, 어째서……이사님.”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도 너무나도 태연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마에 포구를 겨누는 모습에 청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다, 당연한 것을 물어보는군. 명령을 받았으니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것 이외에 무, 무, 무슨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냐?]

“하,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정신은 멀쩡하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정말로 그러시다면 어떻게 자신의 손으로 조합원들을…….”

[미, 미, 미, 미, 미안하게는 생각하고 있다. 하, 하지만 나를 믿어라. 지금 여기에서 죽는 편이 차라리 행복할 것이다. 나, 나는……이 지경이 되어서야 간신히 깨달을 수 있었다. 황제폐하와 폔져스들에게 저항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르르르르르르를……너, 너도 일찍 깨달았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그런……터무니없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 드보르작의 모습에 루팅의 얼굴에서 절망이 어리자, 뒤에서 관람하고 있던 리사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드보르작! 내가 그들에게 룰을 가르쳐주고 형을 집행하라고 하지 않았어?!”

[치이이이익! 죄, 죄, 죄, 죄,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아는 사람을 만나는 바람에 그만…….]

“사과할 시간이 있으면 죽이기 전에 가르쳐주도록 해. 그들에게 희망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지?”

웅성웅성

[희망?]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펜져스가 용서를 보여주다니……]

자신들에게 거역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말의 자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펜져스의 입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처형식을 구경하고 있던 군중들은 물론이고 처형대에 세워진 사람들조차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 순간에 더더욱 믿을 수 없는 발언을 꺼내는 드보르작.

[처, 처형방식은 카프카스 룰렛으로 진행된다! 나, 나의 리리리리볼버 핸드 캐논에는 5발의 실체 탄환이 들어가 있으며 6명씩 처형을 집행하는 도중에 반드시 한 번은 불발이 나오게 된다. 그, 그리고 그런 불발이 나온다면……남아있는 인원수에 상관없이 살아남은 전원의 목숨을 살려줄 것이다!!]

웅성웅성

[저 말이 사실일까?]

[그렇다면 운이 좋으면 처음에 있는 사람에게 불발이 나와서 6명 전원이 살수도 있다는 소리잖아?]

[나는 못 믿겠어. 펜져스가 어떤 족속인데 그렇게 관대하게 처형을 집행한다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절망으로 가득했던 루팅의 표정에는 미약하지만 희망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드보르작.

달칵!

그리고 마치 거짓말처럼 불발이 나왔다.

웅성웅성

[불발이다, 정말로 불발이야!!]

[판결을 어떻게 내릴 생각이지? 설마, 정말로 살려주는 걸까?]

관중들의 소란이 커지자 그것을 왼손을 들어 올리면서 가라앉힌 리사는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좋아, 약속대로 살려주도록 하지!”

우오오오오오!!

[세상에나 맙소사, 이게 꿈이야 생시야?!]

[살아생전에 펜져스가 누군가를 살려주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다니……]

[자비로운 리사 슈미트 만세!!]

아무리 피를 좋아하는 것이 대중들의 습성이라고는 하지만 이 처형식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카슬란 조합에 가입하고 있는 조합원들이거나, 그들의 가족들이었다.

덕분에 자신들의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에 오열하면서 절망에 빠져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십중팔구 죽어나갈 거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살아난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처형대를 내려가는 루팅도 뛸 듯이 기뻐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드보르작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스쳐지나가는 와중에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펴, 편하게 죽여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루, 루팅.]

살아난 사람들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제국군의 인솔을 따라서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살아난 이들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대다수의 군중들은 마치 쇼를 관람하는 것처럼, 다음 차례로 처형대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살아날 지에 관심을 가지고는 그것을 지켜보았다.

심지어는 처형대로 올라가는 사람들조차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어서 상기된 표정을 지었고, 선두에 서있는 사람들일수록 두려움과, 억울함, 혹시나하는 기대가 뒤섞여진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을 겨냥하는 핸드 캐논의 포구를 바라보게 되었다.

투쾅!

[아아아아, 아쉽다!]

[괜찮아, 살아날 수 있을 거야. 다음, 다음!]

[……여보!!]

[걱정하지 마!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게. 나는 불사신이야, 행운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고!]

초상집 같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되어버리면서 마치 노름판이라도 벌어지는 것처럼 시끌벅적해져버리고 말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무지크들은 그런 모습들을 내려다보면서 비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인간들은 정말로 바보 같은 것 같아요. 저렇게 애써서 살아남아봤자 드보르작과 마찬가지로 기계강화병으로 개조당할 뿐인데.”

“이런 멍청한 똑딱이 같으니라고……리사님이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몰라서 저러는 거지. 그렇게 인간을 몰라서야, 나중에 어떻게 그들을 지배하려고 그래?”

“히이이잉! 저는 총독 같은 건 흥미가 없는데……리사님! 그냥 저는 리사님의 옆에서 있으면 안 될까요? 캐스터네츠가 리사님의 춤에 맞춰서 박자를 연주해 드릴게요. 네?”

“쉬잇!”

그녀의 질문에 갑작스럽게 검지를 입술에 대면서 조용하게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인간 의자에서 등을 때면서, 어딘가를 유심히 노려보기 시작하는 리사 슈미트.

“죽음인가?”

[……네, 그렇습니다.]

분명히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일렁거리면서 답변이 들려왔기 때문에 그녀를 호위하고 있던 무지크들의 표정이 일제히 심각해져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불만스럽다는 듯이 입을 여는 리사.

“하여간 짜증나는 놈이야. 아무런 기척도 없이 지근거리까지 접근해오는 것도 괘씸한 마당에 나만이 눈치 챌 수 있도록 기운을 흘려보내다니……설마하니, 지금 나를 시험해봤던 거야?”

[……시험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제가 용무가 있는 것은 리사님 뿐이었으니 다른 펜져스들은 알 필요가 없었을 뿐입니다.]

“이런 건방진 놈이!”

옆에 서있던 파고토가 검을 꺼내들면서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세를 취했지만 리사는 손을 들어올리면서 그의 움직임을 멈춰세웠다.

“좋아, 용건이 뭔데?”

[다음 암살을 위해서 지역을 떠나게 되었기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대상은?”

[류안 제르너. 그리고 마스터 카프입니다.]

“류안이라……으음,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아, 잠깐 류안이라면 혹시 브라스가 세뇌시키려다가 실패한 대상 아니야?”

“그렇습니다.”

무지크의 일원이었던 유리 브라스는 류안을 세뇌하겠다는 계획을 통신으로 알리고 난 다음에는 행방이 묘연해져버렸기 때문에, 리사는 그녀가 계획에 실패하고 살해당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안 돼. 내 음악대의 일원을 죽인 놈인데 적어도 같은 음악대의 손으로 복수를 해야지. 카프 선생님이면 몰라도 류안은 건드리지 마.”

[……하지만 정면대결은 지나치게 손해가 커지는 것이……]

“잔소리 하지 말고 명령에 따라! 애초부터 아버님의 계획은 대량학살을 전제로 하는 거야. 원래 별동대의 임무도 세력간의 균형을 적당하게 맞추는 건데, 네가 쓸데없이 적의 지휘관들을 학살해버리는 바람에 전쟁이 싱거워졌잖아!”

[……]

“흥, 네 잘난 스승인 하산이 아버님에게 굴복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마. 별동대장인 내 말은 아버님의 말이고, 네가 섬기는 스승님의 말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러니까 내 명령에 따라서 얌전하게 꼬리를 흔들라고, 죽음!”

[……알겠습니다. 명령하신대로 류안이라는 남자에게는 손을 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어머님의 품처럼 평화로운 밤 속에 안기시기를……]

그렇게 대답하고는 기척을 감추면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리는 죽음을 지켜보던 리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무지크들을 향해서 발작하듯이 외쳤다.

“콘트라 베이스!!”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다라다라닷!!”

“1만의 기계강화병과 5만의 선봉대를 주겠어. 상전이포를 장착한 중무장 열차들을 앞세워서 죽음보다도 빠르게 서머벨 정거장을 불태워버려!! 그리고 반드시 류안이라는 녀석의 목을 내 앞으로 가지고 와!”

“명령을 받들겠습니닷! 카하하하핫!!”

콘트라베이스는 리사의 명령을 받고는 길다란 팔다리로 촐랑촐랑 뛰어가면서 처형을 집행하고 있던 드보르작을 데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떠나기 전에 카프카스 룰렛의 규칙을 무시하고는 대상자 전원에게 머신건을 난사하면서 장난스럽게 살해해버리고 말았지만, 그의 뒤를 이어서 다른 기계강화병이 걸어 나와 같은 방식의 처형을 진행했기 때문에 대중들은 여전히 그 행위에 몰두하고 있었다.

새롭게 처형을 집행하는 기계괴물이 살아났다고 환호하던 루팅이라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한 체…….

[다, 당신의 말대로 차라리……죽는 것이 나았습니다. 드보르작, 이사님. 드보르작……치이이이이익!]

============================ 작품 후기 ============================

금방 쳐들어올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협상이 끝나고 H장면이 나오고 난 다음에야 쳐들어옵니다.

왜 그렇게 늦게 쳐들어냐고 물어보신다면...

떡타지니까요!

아무리 바빠도 할 건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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