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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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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인생 한 방의 역전극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는 하다.
아무리 막장인 인생이라도 딱 한 번만 터지면 초고수로 세상을 오시하게 된다는 무협세계의 흔한 레벨업 아이템인 기연奇緣.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뜬구름 잡는 것 같은 기연보다는 기화奇貨라는 물건이 일확천금의 대역전 아이템으로 손꼽히는데, 이 물건의 출처를 따라가면 진시황의 재상이었던 여불위라는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그는 원래 대륙의 흔한 장사치로 이런저런 지역을 떠돌아다니면서 시세의 차익을 통해서 이득을 보는 평범한 거상 매니……아니, 장사꾼이었다.
하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라고 허구한 날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고, 도적떼의 위협으로 생사의 위기를 건너고, 늑대를 만나서 향신료를 찾아서 떠돌아다니는 등, 온갖 이승탈출의 객사위험에 시달리며 거지꼴로 돌아다니다보니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 게 아니라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어쨌든 그런 고생이 아예 보람이 없지는 않아서 천금장자의 반열에 올라 고액납세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생고생을 해봤자 로얄 금수저들에게는 게임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일확천금의 기화奇貨를 찾아다니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발견한 유니크 아이템이 바로 이인.
대기업 회장, 아니 진나라 왕의 피가 흐르는 사생아기는 하지만 왕위계승서열이 한없이 낮기 때문에 판자촌의 독방에서 생활하는 로얄 거지였던 그는, 곧바로 여불위에게 냥줍, 아니 득템당한다.
여불위는 이 선량한 청년 날백수를 데려다가 입혀주고, 재워주고, 먹여주고, 취직시켜주고, 자신의 애첩과 결혼시켜주고, 하는 김에 이름도 바꿔주는 등의 신들린 아바타 플레이를 선보였는데, 그의 프로듀스를 받아서 로얄 거지 날백수에서 아시아의 프린스로 다시 태어나게 된 그는 3~4번의 로비와 청탁 플레이만으로 진나라의 왕으로 등극해버리는 희대의 신데렐라 보이로 떠오르게 된다.
문제는 여불위가 패션과 예법만 가르쳤지 나머지는 손톱만큼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무조건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철저한 의존주의 백수근성을 소중하게 지켜(?)왔다는 것.
덕분에 제왕학이니 국가경영의 지식 따위는 전무했던 그는 나랏일에 관한 서류를 한 장 펼치자마자, 습관적으로 자신의 프로듀서를 향해서 이렇게 외쳤다.
“도와줘요, 프로듀서몽!”
입혀줘, 재워줘, 먹여줘, 결혼시켜줘, 취직시켜줘, 내 집 마련해줘, 왕까지 시켜줘.
애까지 대신 낳아줘(?).
이인의 입장에서 여불위는 하늘에서 내려 보낸 천사였겠지만 뼛속부터 거상 매니……아니, 상인이었던 그는 마침내 투자금을 회수할 시간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계획대로……”
[몸도 마음도 프로듀서님께 바치겠어요.]라고 드러눕는 아이돌을 바라보면서 연예인의 생명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H이벤트로 돌입해버리는 게이머처럼 그는 지역상권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으면서 국영사업들을 독점하고 천하의 상권을 한 손에 장악해버리게 된다.
그야말로 진나라 최강의 금수저로 탄생하게 된 여불위.
덕분에 진나라의 왕실은 가난해도 여불위는 천하의 어떤 나라보다도 부유하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영혼까지 뽑아먹었고, 개인의 포켓머니를 사용해서 모든 역사학자들이 선망하면서도 돈이 없어서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대역사 여씨춘추까지 편찬해낸다.
오죽하면 여씨춘추에 일자천금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며 위세를 떨쳤을 정도.
그는 여씨춘추의 스폰서답게 역사책에다가 자신이 득템한 기화奇貨에 대한 자랑질까지 멋대로 써놓았는데.
[네가 만약 천금을 가지고 소작농들에게 소작료(임대료)뜯으면서 농사지어봤자 10배 밖에는 벌지 못할 것이다. 장사하면 된다고? 네가 아무리 장사해봤자 기껏해야 임대업의 확장판인 프렌차이즈 사업밖에는 하지 못하겠지. 그거 열심히 해봤자 맥스로도 100배 밖에는 뽑아내지 못할 거야. 하지만 말이야, 형 말을 들어. 기화奇貨 한 방이면 불쌍한 세입자들이니, 가맹점들 뽑아먹을 필요 없이 국민들 전체의 등골을 뽑아먹을 수 있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나만의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만들어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싶다면 기화에 투자해. 아, 참고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by 여불위]
뭐, 실제로 이렇게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농사 10배, 장사 100배, 기화는 측정불가라는 말을 만들어내면서 일국의 왕을 자신의 아이템이라고 대역사에 기록해버리는 위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날강도 정신을 고스란히 계승한 사람이 유라디스 은하에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류안이었다.
‘카스티야가 내 기화중에 하나인 건 맞는데. 여불위 형님에게 비하면 나는 아직도 멀었지. 나도 어서 빨리 기화를 발견해서 나만의 아우토반 고속도로를 건설해서 질주해야 하는데……어디 바닥에 굴러다니는 기화가 없나?’
여불위가 남겨놓은 교훈에는 너무 한 방을 좋아하면 한 방에 훅 가버린다는 명언도 존재했지만, 뒤쪽의 교훈은 한쪽 귀로 흘려보내고 앞의 교훈만을 참고한 류안은 그가 남겨놓은 다음과 같은 명언을 토대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나갔다.
농사 10배, 장사 100배, 기화 = 대박.
아직까지 기화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류안의 입장에서 농사의 영역에 있는 물건은 다름 아닌 마그누스 자치령이다.
총인구 500만.
인구에 비하면 땅이 남아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서 개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지역.
특히 류안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밀리안 대학교의 경우에는 개발 순위에 최우선 대상에 들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상의 이유로 개학조차 시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시설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그곳에서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 시설은 대대본부와 훈련장, 부대원들의 숙소, 그리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유흥시설 네버랜드가 전부.
개학해서 여대생들과 노는 계획은 나중으로 미룬다고 해도 기술부나 연구부, 군수공장 정도는 조속하게 건설해두고 싶은 것이 욕심이었지만, 자치령의 의회가 편성해 준 자치령군의 예산으로는 원하는 것을 실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 현실.
그래서 류안은 여불위의 명언대로 가지고 있는 자본을 활용해서 우선은 100배의 이득을 얻어내기로 결심을 했다.
“어서 오십시오, 레더 조합장님! 그리고 마스터 카프!”
“하하하하하! 점심 식사에 초대해주다니 고맙네, 친구. 그나저나 원정대를 무시하고 우리들과 이야기를 하는 걸 원하다니 소문대로 화끈한 성격이구만! 그 답답한 친구들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습니까? 마스터 카프!!”
“머리를 두드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건방진 놈아! 어린놈이 쓸데없이 키만 커가지고 웃어른을 애 취급하다니! 코흘리개 주제에 조합장이 되었다고 깔보는 것이냐?!”
“하하하하하! 죄송합니다, 이사님. 하하하하!!”
“두, 두드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성장판이 닫혀버리기라도 하면 어쩔 셈이냐?!”
“!! 힘내십시오, 레더 조합장님!!”
“??”
갑작스러운 류안의 외침에 놀라버린 두 사람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는 것이냐?”
“아, 크흠. 실례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보호 본능에 사로잡히는 바람에……그나저나 바쁘신 와중에 불러내서 죄송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선은 자리에 앉아주시죠. 약소하지만 점심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성난 다람쥐처럼 발끈하면서 소리치는 귀요미의 모습에 잠시 이성을 잃어버렸던 류안은, 갑작스럽게 영입 대상을 덮쳐버려서 관계가 망가져버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미리 휴대해온 귀요미를 대신해서 쓰다듬으면서 가슴을 진정시켰다.
“……살려줘.”
“마스코트는 말하는 거 아니야. 그러는 거 아니야.”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카프.
“무릎에 앉혀놓은 꼬맹이는 누구인 게냐?”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태도가 초대면에 무례하다고 할 수는 있었지만, 하이엘프의 피가 섞여져 있는 그녀의 나이는 수백 단위를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에 류안은 공손하게 답변을 했다.
“우리 부대의 마스코……아니, 기술 고문인 리어라고 합니다. 마스터님께 비교하면 아직 수행이 모자라기는 하지만 그녀도 유능한 메카닉이죠.”
“마스코트라고 하는 말을 들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그래? 그런 꼬맹이도 메카닉 나부랭이라는 소리지? 후후후후.”
‘꼬맹이가 꼬맹이를 바라보면서 꼬맹이라고 무시하다니……이렇게 사랑스러우면서도 흐뭇한 수가!’
잘난척하는 모습이 귀여웠기 때문에 당장에라도 그녀를 붙잡아서 빙글빙글 돌려버리고 싶었지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철컹철컹의 환청에 애써 그 충동을 기술 고문의 볼에다가 뺨을 비벼대는 것으로 풀어내었다.
“……캬아아아! 제발 그만……우으으읍!”
“……기분 탓인지, 그쪽의 기술 고문이 발버둥을 치다가 입이 무엇인가에 틀어 막혀져 버린 기분이 든다만?”
“하하하하! 말씀하신대로 기분 탓입니다. 보십시오, 제 양손은 자유롭지 않습니까? 어디까지나 그녀 자신의 의지로 제 무릎에 앉아서 내려오지 않는 겁니다.”
“우으으으읍!!(거짓말!!)”
리어는 현재 류안에 의해서 스피아의 움직임을 봉인했던 것과 똑같은 기술로 제압당해버렸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상태로 보였기 때문에, 두 사람도 크게 따지지는 않으면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런가? 연맹에서는 특이한 문화와 풍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상사와 부하가 그렇게 허물없이 지내다니 재미있는 친구들이로군. 하기야, 그렇게 자유로운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펜져스를 격퇴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하하하하! 약찬이십니다. 더 칭찬해 주십시오.”
“…….”
“…….”
칭찬을 하자 한 술 더 뜨면서 칭찬을 요구해오는 류안의 반응에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여태까지 옆에서 가만히 서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아트리에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면서, 그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지 말라는 압박을 보내왔는데 그 기세가 조합장은 물론이고 카프에게까지 전달되었기 때문에 류안은 헛기침을 하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시장하실 텐데 먼저 식사부터 하시죠. 아, 그 전에 물수건과 수저를 건네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제 부하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모양이군요.”
“아, 여기에 있네.”
“받거라.”
류안의 요구에 카프와 레더는 제각기 자신들의 앞에 놓여있는 물수건과 수저를 그에게로 넘겨주었다.
둘 다,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런 세세한 장치들은 모두 다 그가 협상을 유리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심리학적인 함정들 중에서 하나였다.
류안은 이번 협상을 유리하기 위해서 전생에 읽었던 심리학책을 토대로 세부적인 협상의 테이블을 마련했는데, 그 첫 번째 장치는 협상 시간을 일부러 점심시간에 맞춰서 식사를 하면서 진행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취하지 않을 정도의 비싼 술을 조금만 준비해 두는 것, 그리고 마지막이 리어나, 물수건, 수저 같은 소도구(?)들을 준비해서 나름대로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마지막 준비였다.
물론, 그것들이 전부 통용된다고는 장담할 수가 없지만 장사 100배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갖춰놓고 협상을 진행시키는 것이 당연한 이치.
‘손자가 말하기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진짜 승리라고 말했지. 좋아, 어디 한 번 말빨로 어디까지 뜯어낼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자고. 후후후후후후.’
사악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류안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두 명의 호갱들을 향해서 외교협상의 마수를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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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나는 못 사왔습니다.
대신에 아트리에의 팬티 색을 알려드리죠. 하늘과 똑같은 색입니다.
나머지는 상상에...
아 그리고 류안의 여동생인 쥬디스는 지상편 후반부에 나옵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쿠라랑 세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