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74화 (174/291)

0174 ----------------------------------------------

지상편

쿠구구구궁!

[천장이 무너진다. 피해!]

[크아아아악!]

[미, 민간인들을 대피시켜라. 어서!]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조준해라, 사격!!]

투타타타타타타타!!

투쾅!

지하도시를 지키기 위해서 집결한 레지스탕스는 여기저기에서 구멍을 뚫어내며 개미떼처럼 몰려나오는 드릴 라이더들을 향해서 사격을 개시했다.

그에 뒤질세라 인간 형태로 변형하면서 머신건으로 응사해오는 녀석들.

탕탕탕탕탕!

하지만 두꺼운 합금 장갑으로 무장하고 있는 레지스탕스 중무장 보병들의 방어력은 머신건의 화력으로는 뚫어내기가 어려웠다.

[흥! 메카닉 조합의 특제 배틀 슈츠를 얕보지 마라, 건방진 놈들!]

타캉! 타캉! 타캉!

기기기기, 기기기깅!

적의 무리 속으로 뛰어 들어간 보병들이 양쪽 건틀렛에 장착되어 있는 산탄을 발사해 나갈 때마다, 5~6기의 드릴라이더들이 산산조각나면서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하하하하! 숫자만 많지 별 것도 아닌 녀석들이잖아.]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드릴 라이더의 머리를 짓밟아 뭉개면서 기고만장하는 레지스탕스였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산산 조각난 드론들의 파편들이 하나둘씩 합쳐지더니 이내 원래의 형상을 되찾고는 중무장 보병의 등 뒤로 달라붙었다.

그러면서 머신건 대신에 드릴을 가동시키는 녀석.

지이이이이잉!!

[바, 바보 같은! 조, 조금 전에 쓰러트린 녀석들이 어째서……가, 가아아아아아아악!!]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랄 사이도 없이 헬멧과 목 부분이 연결되어있는 장갑의 결합 부위를 파고들어간 드릴이 레지스탕스의 목을 뚫어버리고 말았다.

[젠장,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다시 일어나 버리잖아!]

[이 녀석들은 불사신인가?]

당황한 레지스탕스가 겁먹으면서 물러났지만 다음 순간에 한 명의 여성이 걸어 나오는가 싶더니,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는 레이저 천공기로 달려드는 드릴 라이더를 날려버렸다.

위이이이잉! 쾅!

단전 부위에 구멍이 뚫려버리자 실이 끊어져버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버리는 드론들.

“당황하지 마! 이 녀석들의 약점은 조종석이다. 정령이 들어간 코어만 파괴시켜버리면 두 번 다시는 재생하지 못할 게다!”

[오오오오오! 마스터 카프!]

[카프 이사님이다! 소문대로 작아서 귀여워!]

“누, 누가 벼룩보다 작아서 돋보기로 봐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냐! 이런 무례한 놈들 같으니라고!!”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키가 약 140cm는 될까 말까한 주황색 머리카락에 뾰족한 귀를 가진 소녀는 한동안 작다는 말에 발끈해서 길길이 날뛰다가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으면서 중얼거렸다.

“크흠, 그나저나 설마 형상기억재생합금으로 만들어낸 드론들을 투입하다니 한 방 제대로 먹었구나, 이런 솜씨를 부리는 건 역시나 그 아이밖에는 없지. 황금의 연금술사 카트린!”

무장으로만 보면 머신건과 굴착 드릴밖에는 가지지 않은 전투 드론들은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반면에 레지스탕스의 보병들은 수적으로는 열세였지만 전원이 배틀 슈츠로 무장하고 있었고, 시가전에 특화되어 있는 전투 드론과 D급 마장기인 클루피아(청어)의 화력지원까지 받으면서 전투력만 비교하면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

문제는 드릴 라이더들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은데다가 그들의 목적이 레지스탕스의 전력을 분산시키기 것이었기 때문에, 도시 전체를 폭주족처럼 휩쓸고 다니면서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으며 무차별로 공격을 퍼부어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투타타타타타타!

[꺄아아아악!]

[어머니, 어머니!!]

[크아아아악! 용서하지 않겠다, 빌어먹을 제국군 놈들……반드시 복수해주마!!]

비명을 지르면서 달아나는 사람들과 싸늘하게 변해버린 주검을 붙잡고 오열하는 사람들.

흘러나온 내장을 주워 담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며 공황상태에 빠져 유령처럼 걸어 다니는 민간인들의 머리에, 예외 없이 드릴 라이더들의 감정 없는 머신건의 총구가 겨누어졌다.

그런 학살에 분노한 시민들이 여기저기에서 중구난방으로 총기를 가져나오며 무분별하게 싸움에 가담했지만,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지 않았고 대응법도 모르는 그들의 가담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피해만 키워나갈 뿐이었다.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라는 기본적인 전쟁수칙마저 무시하다니……거기까지 타락해버린 것이냐. 카트린……”

시가지에서 자행되는 학살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카프.

다음 순간에 중무장한 레지스탕스의 차량이 드릴 라이더들의 무리를 뚫어내고 달려와 그녀의 앞에 멈춰서며 문을 열었다.

“서둘러서 타십시오, 마스터 카프! 지금 당장 카이오 정거장에서 탈출하셔야만 합니다!”

“갑작스럽게 그게 무슨 소리냐, 필로?”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일단은 타고나서 말씀하시죠!”

***

필로가 달려오기 전 중앙역에서는 적의 대대적인 침략을 레이더로 확인한 드보르작이 수비군을 집결시키고 있었다.

“역시나 드릴 라이더들의 공격은 양동작전이었나. 좋아, 올 테면 와봐라! 네놈들이 얼마나 많은 중무장 열차를 동원해서 돌입해 들어온다고 해도 상전이포의 위력을 당해내지는 못할 테니까!”

[우오오오오!!]

시가지로 침입한 드릴 라이더를 막아내느라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전력의 누수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역을 사수하고 있는 레지스탕스들의 사기는 충만해 있었다.

그들의 자신감에 바탕이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마스터 카프가 개발한 상전이 포.

적의 중무장 열차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 금속에 급속 상변이를 일으켜서 액화해버리는 가능한 첨단 병기의 활약으로, 중무장 열차는 물론이고 적의 마장기 부대조차도 순식간에 쇳물로 변화시켜버리는 게 가능한 것이 바로 상전이 포였다.

그렇게 강력한 병기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레지스탕스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열차의 선로들을 파괴하거나, 폭파시켜버리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제국과의 교전이 가열되면 어쩔 수 없이 파괴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투가 끝나면 총력을 기울여서 재건하는 것이 바로 이 선로.

언더 월드에서는 물자의 교류보다 중요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전쟁 중이라고 해도 그런 소통을 끊어버리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알려드립니다! 적의 중무장 열차들이 초계라인을 통과해서 중앙역으로 돌입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숫자는……저, 저건 뭐야? 저 괴물 같은 열차는 도대체……크아아악!!]

치지지직-.

적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 정찰을 나간 스카웃 팀의 통신이 갑작스럽게 끊어지는 바람에 장내가 침묵에 휩싸였지만, 드보르작은 다시 한 번 부하들을 독려하면서 사기를 끌어 올렸다.

“모두 걱정하지 마라! 조금만 버티면 원정대의 지원군이 중계역에서 도착할 것이다! 적들의 숫자가 아무리 많다고 그래도 상전이포와 든든한 동맹의 연대만이 있다면 두려워할 것은 없다. 저 오만한 펜져스의 놈들에게 우리들의 원한을 똑똑히 새겨주도록 하자!!”

[우오오오오!!]

당시에 6사단의 병력들은 카이오 정거장과 서머벨 정거장의 중간에 위치한 중계역에서 주둔하고 있었고, 총 2만의 병력에 강력한 열차포를 장비한 중무장 전차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었다.

그 중계역과 카이오 정거장까지의 거리는 불과 5분 거리였기 때문에 레지스탕스는 조만간 그들이 자신들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중앙역에 먼저 도착한 것은 제국군이었다.

“적의 중무장 열차들이 돌입해 들어옵니다! 1차로 진입해 들어오는 열차의 숫자는 총 15! 모든 선로를 통해서 제국군과 함께 진군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좋아, 상전이 포 충전! 오늘 이 중앙역을 녀석들의 무덤으로 만들어 주겠다!”

드보르작의 명령이 내려지기가 무섭게 약 15여개의 상전이포가 일제히 충전을 시작하면서 적들이 진입해 들어오는 선로들을 노리며 일제히 조준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돌입해 들어오는 제국군의 중무장 열차들.

쿠쿠쿠쿠쿠쿵!

빠아아아아앙!!

중앙역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과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는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뿜어내면서 무수한 강철로 중무장하고 있는 전차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중앙역으로 돌입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정거리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주저 없이 공격 명령을 내리는 드보르작.

“상전이 포 발사! 한 놈도 살려주지 마라!!”

후우우웅! 치이이익.

하지만 상전이포는 잠시 동안 포신에서 빛의 무리를 집중시키는가 싶더니 이내, 허무하게 압력이 빠져나가는 소리를 내면서 작동이 중단되어버리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결정적인 순간에 멈춰버리는 상전이포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할 사이도 없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레지스탕스가 만든 참호들을 박살내면서 중앙역으로 쇄도해 들어오는 제국의 중무장 열차들.

[저, 정거장으로 피해!]

[어째서 상전이포가 작동을……크아아악!!]

투콰콰콰콰콰쾅!!

미처 참호를 빠져나오지 못하는 레지스탕스의 병사들이며 마장기들을 박살내면서 돌입해 들어온 중무장 열차들은, 급속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정차시키는 것과 동시에 상부와 양 옆에 장착되어 있는 포탑들을 조준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조준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얼이 빠져버린 레지스탕스들을 학살해 나가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악!]

“다, 당황하지 마라! 열차들을 공격해라. 반격! 반격!”

마찬가지로 넋이 빠져있던 드보르작이 그렇게 외치면서 레지스탕스를 독려해 나갔지만, 다음 순간에 중무장 열차를 뒤따르는 제국군의 선봉대가 지하공간을 뒤흔드는 함성을 내지르면서 쏟아져 들어왔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스카웃이 목숨을 걸고 전달하려다 실패한 괴물 같은 열차가 정체를 드러내면서 중앙역으로 쇄도해 들어왔다.

잠시 후, 중무장 열차의 뒤쪽에서 정차하고는 계산이 벗어났다는 것 같은 천박한 남자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oh! shit!! 죽음, 이런 발칙한 아이고양이 dog child같으니라고! 상전이포의 포격수들을 죽여버리면 그것으로 나의 아가리를 부수라는 리사님의 명령을 수행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덕분에 나의 사랑스러운 오르카 베이비가 활약하지도 못했습니다. 굿 잡!]

전투가 한창인 상황에서는 믿어지지 않는 태평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였지만 다음 순간에 그가 내린 명령은 더욱 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예정은 벗어났지만 하려던 것은 해야겠죠! 원래 예정대로라면 선발로 출발한 열차들은 상전이포의 포격을 맞고 죽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니까 예정대로 죽어주십시오, 제국의 영광을 위하여. 파이어!!]

다음 순간에 괴물 열차에서 개방된 무수하게 많은 포신들과 뒤따르는 제국군의 군대가 중앙역에 뒤엉켜져 싸움을 벌이고 있던, 제국군과 레지스탕스를 무차별로 학살해 나가기 시작했다.

***

“중앙역은 이미 점령당했습니다. 마스터 카프……당신만이라도 살려서 서머벨 역으로 빠져나가라는 것이 드보르작 이사님의 유언이었습니다. 다른 펜져스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콘트라베이스이간 뭔가 하는 녀석은 완전히 미쳤습니다! 그런 명령을 내리는 것도 끔찍했지만 더욱 끔찍했던 것은 그 놈이 이끄는 제국군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건……그 모습이라는 건……”

카프를 구출해서 소수의 레지스탕스 생존자들과 함께 마장기를 타고 선로를 따라 자기부상 추진 장치로 달아나고 있던 필로가 악몽이라도 꾼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녀.

“콘트라베이스인가? 하필이면 그 놈을 선봉으로 세우다니 리사가 어지간히도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모양이지. 에휴, 서머벨 역에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구나. 아니, 지금처럼 절망적인 상황이라면 더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카프님은 예전에 두 자매들과 함께 생활했던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자매가……과거에도 그렇게 잔악했습니까?”

“믿어지지는 않겠지만 두 사람 모두가……착한 아이들이었다. 파비안 그 작자는 예전부터 심중을 읽을 수가 없는 무서운 남자였지만, 이상하게도 자식들은 해맑고 선량하게 키웠지. 그래서 나는 혹시라도 그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두 자매가 나락의 도약을 시도할거라고는 더욱 더 생각하지 못했지.”

“……그게 사실입니까?”

“설명하면 긴 이야기니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마. 그나저나……원정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카이오 정거장의 중앙역이 함락 당하는데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통신을 해도 대답이 없으니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이 원정대의 2만 지원군이 싸워보지도 않고 서머벨역으로 퇴각해버렸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은 중계역을 지나쳐, 그 장소에 도착하고 난 다음에 알게 되었다.

레지스탕스는 중앙역을 제압당하고도 원정대의 지원군이 도착할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으면서 5시간을 버텼지만, 결국에는 대부분의 레지스탕스가 살해당하고 민간인 희생자도 1만을 넘어가는 대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는 와중에 리사 슈미트의 명령을 받은 펜져스의 대원들은 드보르작 이사를 비롯한 500명의 레지스탕스를 생포해서 그녀에게 선물로 가져왔는데, 그들에게는 죽음보다도 끔찍한 결말이 준비되어 있었다.

============================ 작품 후기 ============================

쓰다보니 생각보다 분량이 길어졌네요. ㄷㄷ

꼬맹이를 괜히 잘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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