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69화 (16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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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아앗, 저 바보 녀석이……도대체 요즘 왜 저러는 거야? 무모하다고!”

류안의 어이없는 공격을 링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탈리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동안 전투훈련으로 학습한 근접전의 기본들은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마치 레슬링 선수처럼 쇼맨십에 찬 허점투성이의 공격.

환골탈태의 효과인지 움직임만은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졌지만, 그런 막무가내의 공격을 허용할 정도로 스피아의 전투능력이 어설프지는 않았다.

“대장님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실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확실히 프로모션을 경험하신 다음부터는 기행奇行이 살짝 늘어나기는 하셨지만……일처리 자체는 여전히 빈틈이 없으니까요.”

그녀의 옆자리에 있던 잭이 안심시키려는 듯이 그렇게 다독이기는 했지만, 그 또한 이번만은 이해하기 힘든 류안의 자신감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프로모션을 통해서 환골탈태를 경험하고 난 다음에 곧바로 잭을 찾아왔었다.

[잭, 네가 가지고 있는 고유능력 중에서는 확실히 신체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그랬지?]

[신체능력을 확인한다기보다 근육의 구성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전투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능력입니다만……]

[그게 그거 아니야? 하여간 너도 묘한 데서 고집스러운 부분이……아, 됐어.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아무튼, 그 능력으로 한 번 내 상태를 체크해 줘. 프로모션의 전과, 후.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말이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고유능력을 사용해서 확인해 본 결과, 신체능력들이 확실히 올라가기는 했지만 과거에 비해서 크게 좋아졌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수치였다.

[전체적인 신체능력은 약 1.5배 정도는 올라간 것 같습니다. 마나량은 1천 정도는 되시는군요. 확실히 크게 성장하기는 하셨지만……죄송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환골탈태로 얻은 능력이라고 하기는 조금 실망스러운……]

[정말? 정말로 네 고유능력을 사용해도 내 마나보유량이 1천까지 밖에는 검출되지 않는 거야? 하하하, 크하하하하하!]

[……대장님?]

평범한 사람이라면 좌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유쾌하다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자리를 떠났던 류안.

‘스피아 교관과의 대련이라면 그런 웃음을 터트렸던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오산이었다는 말인가?’

현재 잭은 트라이엄프 부대로 편입된 1천명의 보충병들을 훈련시키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간을 쪼갰지만 그런 노력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류안의 공격은 화려하기만 하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받아랏, 시저스 킥!”

후우우우웅!

“……하아.”

다시 한 번 허공을 가르는 공격을 가볍게 피해버리고는 한숨을 내쉬는 스피아.

평소에는 말수도 적고 어지간한 일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마치 어린아이나 다름이 없는 그의 유치찬란함에는 자신도 모르게 실망해버리고 말았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천재天才지만 너무나도 가볍고……타인의 위에 서기에는 진중함이 너무도 모자란 사람. 그래, 마치……모차르트와도 같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스피아는 더 이상은 장난에 어울려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그를 단숨에 끝내버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터져 나온 탈리아의 외침이 두 사람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야, 이 답답한 놈아! 쓸데없이 몸을 허공으로 띄워서 자기 자신을 무방비로 만드는 바보가 어디에 있어? 예전에 배웠던 마샬 아츠의 기본들은 전부 다 잊어버렸어? 짧고, 단순하게,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는데 쓸데없는 움직임은 필요가 없다고 배웠잖아, 바보야!! 자신만만하게 나갔으면 깨지지 말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란 말이야!!”

“지, 진정하십시오. 사모님!”

로프를 붙잡으면서 당장에라도 링 안으로 쳐들어올 기세로 날뛰는 그녀의 모습에 그나마 남아있던 긴장감마저 사라져버리는 것을 느낀 스피아.

“휴, 대련은 이쯤에서 그만두도록 하죠.”

한숨을 내쉬면서 자세를 풀며 그렇게 제안했지만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류안은 조금도 끝낼 생각이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째서 그만두자는 거야? 한참, 좋았는데 말이야.”

“적당히 하십시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하실 생각입니까? 예전에 대장님께서는 적어도 자신의 역량 정도는 제대로 파악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뭣?!”

덕분에 흥분하면서 외치는 스피아였지만 다음 순간에 류안의 손에서 흔들리고 있는 검은색의 팬티를 발견하고는 경악하고 말았다.

“훗, 그렇게 잘난 듯이 말하고서는 자신의 팬티가 없어지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다니 형편없잖아?”

“그, 그럴 수가! 도대체 어느새……지, 진짜로?”

다급하게 자신의 하의를 체크하고는 정말로 팬티를 강탈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안짱다리로 하반신을 부르르 떠는 그녀.

“후후후후. 그래, 바로 너의 그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늘 차가우면서도 어딘가 깔보는 것 같은 여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킁킁킁, 아아. 좋은 냄새다. 어디 한 번 핥아보도록 할까? 낼름.”

“히이이익!”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착용하고 있던 팬티를 자신의 안면으로 가져와서 할짝거리는 터무니없는 행위에, 스피아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기분을 경험하면서 바퀴벌레를 발견한 사람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도, 도대체 어떻게?”

“이런 변태 새끼가!!”

밖에서 구경하고 있던 두 사람은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가지각색의 반응을 내질렀지만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썩소를 지어보이는 류안.

“훗, 순간의 방심이 목숨을 빼앗기는 전쟁터에서는 평정심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니었나? 겨우 이 정도의 일로 그렇게 당황하다니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스피아 교관!”

“크으읏, 도, 돌려주십시오!”

그의 조롱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는지 이번에는 작정하고 전력으로 달려들었지만, 다음 순간에 류안의 모습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자신과 교차하면서 반대쪽으로 스쳐지나가고는 이번에는 스포츠 브레지어를 하늘로 치켜들면서 외쳤다.

번쩍!

“스피아의 속옷, 강탈했다!!”

두둥!

“그, 그럴 수가……”

처음에는 미스디렉션과 같은 속임수라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는 우연이 아니었다.

아니, 설령 트릭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감지하지도 못하는 움직임으로 언제, 어떤 방법으로 실행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속옷을 강탈당했으니 완벽하게 패배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류안, 이 변태새끼야! 솜씨를 보여주려면 다른 방법으로 해도 되잖아?! 하여간……그나저나, 잭. 방금 전에 어떤 식으로 속옷을 탈취했는지 봤어?”

“아, 아니요. 전혀 못 봤습니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서, 설마. 대장님! 반박귀진의 경지에 도달하신 겁니까? 그렇다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아닌데?”

“그렇다면 어떻게…….”

“뭐, 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었다고 가르쳐 줄게. 그나저나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 상대해줘서 고마워, 스피아. 덕분에 좋은 상태점검을 한 것 같아.”

류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속옷들을 자신의 품속으로 집어넣으면서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그를 등지고 서있던 스피아는 잠시 동안 침묵하는가 싶더니 이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

“죄송합니다, 대장님. 아무래도 제가 대장님을 지나치게 얕본 것 같군요……정식으로 사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이번에는 제 쪽에서 한 수 가르침을 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어, 저기……속옷을 훔쳐서 화난 거야? 그거라면 미안하게 됐으니까 말이야. 크, 크흠. 알았어! 자, 원래대로라면 교훈을 주려는 의미로 가져가려고 했는데 돌려주도록……”

후우우웅!

다음 순간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발차기가 류안의 복면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다만……이번에는 진지하게 상대를 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양 손바닥을 세우는 쌍검수의 자세로 잘 벼려진 한 자루의 검과도 같은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으음, 분위기를 보니까 대충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네. 가능하면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군. 보여주더라도……최소한으로만 보여줘야 되겠어.’

자신의 행동이 벌집을 쑤셔놓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류안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현재 스피아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단 일격으로 승부를 결정지으려고 하고 있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강해져버린 그와는 다르게 평생 동안 전투능력을 갈고닦은 무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총아를 집결시켜서 만들어내는 집념의 투기.

조금 전처럼 장난을 치듯이 어설픈 속임수로 받아넘기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당하고도 남을만한, 단단함과 위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에 류안 또한 지금까지의 능청스러움을 집어던지고 진지한 태도로 승부에 임하기로 했다.

오른쪽의 주먹을 꽉 쥔 상태에서 뒤쪽으로 잡아당기면서 단순한 정권 찌르기의 자세를 갖추는 그.

“……진지하게 임하십시오!”

별다른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피아는 입술을 깨물면서 그렇게 외쳤지만 류안도 이번에는 장난기 없는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생각보다 훨씬 더 진지하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말이야……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좌절하지 마라, 너는 충분히 대단하니까.”

“그런 말은 승부에서 이긴 다음에나 하십시……뭣?!”

스피아는 다음 순간에 자신의 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

‘움직여지지 않아. 뭐지? 아무런 기운의 압박도 느껴지지 않는데……뭐, 뭔가가 나를 구속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 뭔가가……도대체 이게 무슨?!’

다음 순간에 날아오는 정권 찌르기.

패닉에 빠져서 발버둥을 치는 사이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안면을 향해서 날아드는 펀치와, 그곳에 담겨진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감지한 스피아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죽음을 맞이한다고 생각했다.

쏜살같이 흘러가는 주마등.

후우우우웅!

풍압으로 날려졌던 머리카락이 사뿐하게 내려앉으면서 원상 복귀된 다음에야 그가 주먹을 코앞에서 멈추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전신의 긴장이 풀려버리는 스피아.

다음 순간에 류안은 주먹 대신에 그녀의 이마로 딱밤을 날려주었다.

딱!

“아얏!”

생각하지 못한 따끔한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여자 같은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아버리는 그녀. 그 장소에 모든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결과였지만, 그는 언제나 똑같은 장난스럽고 쾌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됐지?”

그 말뜻을 이해하고는 분한 듯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는 스피아.

“……졌습니다.”

“스피아 교관이 졌다고? 그 약골인 류안한테? 손도 한 번 못 써보고?”

“허허허허, 그것 참. 어떻게 된 일인지를 눈앞에서 목격하고도 모르겠군요. 도대체 무슨 마술을 사용하신 겁니까, 대장님?”

“말해줘도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거야. 생각하지 말고, 느껴라! 음하하하하하!!”

텔넷으로 떠나기 전에는 손도 한 번 못써보고 얻어맞기만 하던 스피아를 역관광으로 보내버린 류안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주먹을 불끈 쥐면서, 잃어버렸던 모든 자신감을 회복시킬 수가 있었다.

“앞으로의 전쟁터를 지배하는 사람들은 파비안도, 율리안도 아니야! 기다려라, 죽음! 펜져스 놈들! 누가 팔란티오 행성의 전쟁터를 지배하는 사람인지를 뼛속까지 새겨주도록 하마. 하하하하하하!!!”

============================ 작품 후기 ============================

작중에서는 주인공이 생각하지 말고 느끼라고 하기는 했지만...

무슨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조만간 설명충인 제가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흐규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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