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68화 (168/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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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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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이 반짝거리는 평화로운 아침.

기분 좋은 나른함에 취해서 침대에 누워 한가롭게 꿈결에 취해있던 류안은 자신의 품속에 안겨져 있는 따듯한 물체를 확인하고는 반사적으로 가슴을 주무르면서 중얼거렸다.

“잘 잤어, 사브리나? 오늘도 상쾌하게 아침 발기를 처리하거라, 우헤헤헤.”

“……이게 미쳤나.”

“서방님에게 미쳤다니 이런 건방진 년이……그나저나 기분 탓인지 가슴이 조금 작아진 것 같지 않……타, 탈리아……님?”

무시무시한 살기를 감지하면서 정신을 차리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사신死神의 멱살을 붙잡고는 죽여 달라고 애원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뚜두두둑.

왕년에 껌 좀 씹어보았던 누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사하게 빛나는 분노의 미소로 손가락을 3개 펼쳐보였다.

“지금부터 선택지를 3가지 제시해 줄 테니까 신중하게 골라야 해?”

“으, 응.”

그리고 제시되는 내용들.

1.사브리나가 어떤 년인지를 설명하고 초진동 나이프로 손목을 긋는다.

2.사브리나가 어째서 자신(류안)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지 설명하고 관자놀이를 향해서 빔 캐논을 발사한다.

3.사브리나의 가슴 사이즈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핵융합 반응로에 몸을 던진다.

“기분 탓인지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사망하는 것 같은데요. 누님……”

“기분 탓이 아니라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죽일 생각이란다.”

“그렇다면 저는 남자답게 4번을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적이고 부당한 선택지에 분노하면서 부조리에 맞서 단호하게 외치는 그.

“그래, 남자답게 깔끔하게 死번이라는 소리구나.”

하지만 운명은 바뀌지 않았다.

“자, 잠깐……설마 내가 4번을 선택할 줄 알고 라임을 타기 위해서 그런 함정을 준비한 거야? 우리 탈리아가 어느새 이렇게 똑똑해지다니……예쁘고 자상한데다가 스마트하기까지 하다면 너무 완벽하……아, 누, 누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이언 크로우만은 제발……크아아아악!!”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손바닥을 비볐지만 아무런 보람도 없이 권고사직, 아니 대뇌 경락마사지를 받아서 뇌가 청순해지는 것을 경험한 류안은 잠시 후에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아침 밥상을 받으면서 무릎을 꿇고 정좌하게 되었다.

“그래서……사브리나는 또 어떤 년이야?”

“아이언 크로우로 대충 퉁치고 넘어가지는 않는구나.”

“당연하지. 너 같으면 넘어가겠냐?”

“안 넘어가겠지……킁.”

언제나 그랬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고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평소였다면 여기까지 걸렸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순순히 자백하겠지만 텔넷에서 친 2건의 대형 사고는 발설하는 순간에 보트 엔딩으로 직격하는 차르봄버급의 원폭 지뢰라는 것이 문제.

“최근에 건드렸던 정글레인저 년들 중에서는 그런 이름이 없었는데 말이야. 말해, 언제 어디에서 만난 거야?”

‘……정글레인저의 건은 극비로 진행한 내용이었는데 벌써 그것까지 파악하고 있다니……말해야 되나?’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속담이 있듯이 순순히 털어놓고 편해지고 싶다는 유혹이 밀려왔지만, 한동안 고민하던 류안은 결국에는 남자답게 말하기로 결심을 했다.

“미안해 탈리아.”

“미안한 거 알면 사브리나가 누구인지나 말해.”

“사실 사브리나는……2차원 상에 존재하는 내 신부야.”

“……뭐?”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사람인데 그 괘씸한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유혹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결혼식을 올려버리고 말았어. 나중에 오프 모임에서 한 번 만났는데 나이 37세에 키 156cm 102kg에 육덕진 몸매를 가지고 있는 상남자더라.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제법 말이 잘 통하길래 리얼에서는 형님, 아우하는 술친구가 되기로……음, 탈리아?”

이야기를 듣던 여자 친구는 그에게서 약 2m정도 거리를 두었다.

“프로포즈를 거절했던 일도 그랬고, 그동안 설마 하기는 했는데 정말로 그랬던 거야? 아무리 류안이 바, 바이였다지만 설마 남자한테 패배하다니……그런, 그런 더러운 넷카마 따위에게……”

OTL의 자세로 스스로의 절망을 제멋대로 키워나가면서 폭주하기 시작하는 탈리아.

“어, 저기. 뭔가 크게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그 게임 자체가 웨딩 시스템으로 버프를 얻는 게임이라서 파트너를 고르는 것도 가벼운 기분이었다니……”

“닥쳐! 이런 마성의 게이 같으니라고……흑흑흑흑. 프로모션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머리로 돌아온 다음부터 묘하게 색기를 흘리고 다니는 게 수상하다고 그랬어! 최근에 너 눈 밑이 분홍빛으로 야시시한 분위기를 풍기는 거 알아? 관상쟁이한테 물어보니까 눈에 아주 도화살이 끼어도, 단단히 끼었다고 그러더라! 향수도 말이야. 어디서 낫는지 모르겠지만 24시간 기분 나쁜 향기나 풍기고 다니고 말이야……게다가 복면이라고? 도대체 어떤 변태적인 클럽을 돌아다니는 거야?!”

기분 나쁜 향기라는 것은 페로몬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그녀에게도 효과가 있었지만, 이미 호감도가 MAX까지 차올랐던 데다가 그 냄새가 여자들을 홀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부터는 계속해서 그 향수를 버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류안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천연의 향기라며 열심히 설명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단순하게 프로모션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탈리아 또한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가는 곳마다 민폐를 끼치고 다니면서 범인들을 양산해내는 안경 쓴 꼬맹이 급의 제멋대로의 추리로 인해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사이엔가 이중생활을 하는 게이로 전락해버린 그.

어떻게든 폭주하는 탈리아를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덕분에 아침나절의 시간을 전부 다 소비해버리고 말았다.

“훌쩍훌쩍……저, 정말로 마성의 게이 같은 걸로 전직하지는 않는 거지?”

“그렇다니까. 남자한테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 혹시라도 내가 현실에서 누군가에게 면사포를 씌워준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가장 먼저 씌워주겠다고 약속할게. 그러니까 진정해, 응?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첫 번째 결혼이라던가, 첫 번째 자식이라던가 하는 건 이미 물 건너갔지만.’

“알았어……킁, 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믿어줄게. 가, 갑자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해, 류안. 그, 그래도 말이야. 네가 태도를 똑바로 하지 않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클라크라던가, 율리안이라던가……”

“클라크라면 모르겠는데 율리안의 이름이 왜 여기에서 튀어나오는 건데?”

클라크와는 과거에 의도하지 않은 해프닝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뜬금없는 사람이 튀어나왔기 때문에, 류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그런 게 있어. 아무튼 믿는다?”

얼버무리려는 모습이 살짝 수상하기는 했지만 사브리나의 문제를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데는 성공했기 때문에, 깊이 파고들지는 않기로 했다.

그것보다는 결혼이라는 단어에 이성이 무너지면서 폭주하는 탈리아의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에, 텔넷에서 일어난 2가지 지뢰를 터트리지 않았던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류안.

그는 이 비밀들을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사브리나에게는 미안하지만 세컨드라는 걸로 나중에 따로 식을 올리자. 그리고 자식에 대한 건……미래에서 찾아왔다는 설정으로……넘어갈 수 있을까?’

프레이야의 이야기에 따르면 자식은 유라디스 은하를 기준으로 3개월, 아스가르드의 기준으로는 10년 동안 생활하다가 초등학생의 나이가 되어 자신을 찾아온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모르는 것이 데미 갓이라고 했으니 평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어떤 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21살에 불과한 자신과는 부모와 자식 관계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터.

‘자식에게는 미안하지만 어떻게든 관계를 숨겨야만 되겠어. 그러려면 3개월 안에 프레이야를 만나서 미리 말을 맞춰놔야 하는데 여신하고 접촉하는 방법이……아, 있잖아?’

스쿨드의 존재를 떠올린 류안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실감하게 되었다.

프레이야가 내려준 임무는 총 2가지로 그 중에서 하나가 바로 스쿨드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는 것.

단지 이것만으로는 SSS급의 성교 능력에 도달한다는 나머지 임무를 완성하지 못할테니 여신의 임무를 달성했다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임무를 성공시켰을 때 그녀와 연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궁금했지. 아직까지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고유 능력인 퀘스트 추가보상이라는 녀석을 말이야. 보상이 내려지면 그 임무에 관련한 신과는 어떤 식으로든지 접촉을 하게 되니까……예전에는 일방통행으로 언제 받았는지도 모르게 은총을 부여받았지만, 흑염룡의 능력을 얻은 지금이라면…….’

프레이야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흑염룡, 아니 기대감을 부풀리게 된 류안은 3개월 안에 스쿨드와 접촉하기 위해서 그녀를 호출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현재 그녀는 초은하아이돌인 이델린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면서 가온공화국의 콘서트 투어에 여념이 없는 상황.

걸 그룹이라면 환장하는 군인들에게도 단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만큼 군의 위문공연에도 자주 호출되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위험하기 짝이 없는 팔란티오 행성으로 불러오는 일에는 여러 가지 제약들이 많았다.

하지만 몇 가지의 조건만 클리어하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류안은 그 자리에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두뇌 풀가동! 자라나라, 머리머리!’

완벽한 대머리 상태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직은 솜털밖에 자라나지 않은 머릿결이 풍성해지기를 기원하면서 동시에 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그.

“좋아, 결정했어!”

“응, 뭐를?”

“앞으로의 거취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했다는 소리야. 탈리아, 미안하지만 스피아에게 연락해서 체육관으로 나오라고 이야기 해 줘. 대련복 차림으로……잠깐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다고 말이야.”

“진심이야?”

프로모션이 일어나기 전에는 격투기 훈련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땡땡이를 치려고 갖은 꾀를 부리던 류안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되물었다.

“진심이고말고!”

“아, 알았어. 그런데 왜 직접 연락하지 않고 나한테 시키는 거야?”

“그야, 출근하려면 복면을 선택해야만 되니까 그렇지.”

“……그놈의 복면.”

대머리가 되고 난 다음부터는 난데없이 복면 오타쿠로 변해버린 그였기 때문에, 탈리아는 지겹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순순히 그의 지시대로 행동했다.

그러는 사이에 자신의 복면 컬렉션을 바라보면서 고민에 빠지는 류안.

“으음, 손등에 눈동자가 그려진 친구 마스크도 괜찮고. 착용하기만 해도 3배로 빨라질 것 같은 정열적인 붉은색도 괜찮은데……좋아, 결정했어! 역시 격투기라면 이 마스크를 착용해줘야 정석이지!”

그렇게 외치면서 복면을 뒤집어 쓴 그는 밀리안 대학교의 체육관의 사각의 링에서 대련 준비를 갖추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스피아와 마주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대장님이 저에게 대련을 신청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갑작스럽게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체크해야하는 일이 생겨서 말이야. 뭐, 가능한 적당히 봐주면서 싸울 테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덤비라고.”

과거와는 너무나도 다른 오만한 태도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

“확실히 프로모션을 경험하신 건 대단하기는 하지만 겨우 그 정도의 경지를 믿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장님 답지 않으시군요.”

“스피아, 너는 어째서 영웅들이 복면을 착용하고 다닌다고 생각해?”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훗, 잘 들으라고. 영웅들은 말이야,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거야. 즉, 나는 지금까지 내 안에 잠들어있는 진짜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소리지! 그러니까 과거에 한 500번쯤 대련해서 일방적으로 깨졌던 일은 잊어버려!”

“……끄응.”

그가 숨기고 있는 능력들을 알 리가 없는 스피아는 쏟아지는 개드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모르면서 신음소리를 토해내고 말았다.

진지하게 받아주는 게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지 자세를 풀어버리는 그녀.

하지만 류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기습을 감행해 들어갔다.

“음하하하하하하! 너의 그 방심을 기다리고 있었다. 용기는 불운을 이기나니! 샌디에이고로 전화를 걸어주마. 받아라, 필살! 로프 어택!!”

그리고 스피아는 그의 필살기를 가볍게 피해버렸다.

============================ 작품 후기 ============================

마지막 드립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레이 미스테리오 619를 검색하시면 됩니다.

69아닙니다. 619입니다.

그, 그냥 69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쓴 드립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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