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62화 (16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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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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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하게 흑염룡과 융합을 시도했던 류안이지만 사실 그는 녀석과 존재를 빼앗는 먹고 먹히는 힘겨루기에서 승리할 자신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무모하게 달려들 수 있었던 이유는 브륜힐트의 능력을 신뢰하기 때문.

‘그녀라면 반드시 내가 흡수당하기 전에 구출시켜줄 거야. 처녀에게 인간과 촉수, 어느 쪽을 주인님으로 섬기겠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전자를 고르는 게 당연하잖아?’

크오오오오오오!

아니나 다를까 흑염룡은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 류안을 발견하자마자 사나운 포효를 내지르면서 달려들어 왔다.

녀석이 봉인을 깨고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의 자의식을 집어삼키고 완전체가 되어 그의 몸을 완벽하게 자신이 통제해버리는 것.

“그래, 그렇게 집어삼키고 싶으면 어디 마음대로 해 봐! 하지만 그게 나를 장악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반대로 내 쪽에서 먹어치워 줄 테니까!!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까 안 될 것 같아. 살려줘!!!”

터무니없이 무시무시한 힘의 격류에 집어삼켜지는 류안이 그렇게 절규했다.

다음 순간에 시야를 지배하는 것은 어두컴컴한 암흑.

‘브륜힐트……설마 인간보다 촉수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야?’

오딘의 권능은 어디까지나 그의 자의식의 욕망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주체가 남아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지 흑염룡이 그를 집어삼킨다면 권능 또한 녀석들에게 이전되어버릴 것이 자명한 일.

과거에는 힘이 부족해서 브륜힐트에게 패배한 녀석이지만 브륜힐트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번식본능에 충실한 녀석이 그녀에게 요구할만한 일이라고는 딱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크오오오오, 크오오오오!(내 알을 낳아줘!)

‘젠장……너도, 너도 더러운 촉수들이 좋다는 거냐?! 브륜힐트!!'

질식해버릴 것 같은 터무니없는 압력에 짓뭉개지는 류안이 그렇게 속으로 절규하면서 외쳤지만, 다음 순간에 환하게 비추어지는 빛과 함께 브륜힐트의 손이 그의 팔을 붙잡으면서 흑염룡의 내부에서 끄집어냈다.

촤아아아아악!

“콜록, 콜록! 카학, 퉤! 젠장……이번에야 말로 게임오버인 줄 알았네. 흑염룡, 이런 배은망덕한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

촉수냐, 류안이냐?

사상 최악의 이지선다를 놓고 고민하느라 구출에 나서는 데 오랜 시간을 소모했던 브륜힐트는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으세요. 서방님?]

한동안 괴로운 듯이 계속해서 기침을 토해내는 그의 모습에 사브리나가 등을 두드려 주면서 걱정스럽기 이를 데 없는 모습으로 안부를 물었다.

“걱정하지 마. 죽을 뻔 했지만……원하는 목적은 충분하게 달성하고 돌아왔으니까. 후후후후후.”

움찔.

겉보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관측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오기조원을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무시무시한 능력들을 손아귀에 넣었다는 사실을 감지했기 때문에, 브륜힐트는 그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자신을 바라보자 주춤거리면서 물러나고 말았다.

“일단은 이 장소에서 빠져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탁!

그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손바닥을 치자 셋은 순식간에 심상세계를 빠져나와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굉장해요, 서방님. 이게 서방님의 능력인가요?!”

“엄밀하게 말하면 빌려온 능력이지만……이제는 내 꺼나 마찬가지지. 그렇지 않습니까, 브륜힐트님?”

[네, 네놈……오딘의 권능을 마음대로……]

“네놈이라니……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는 겁니까? 웬만하면 자유의사를 존중해드리고 싶은데……주인님을 부르는 버릇부터 가르쳐 드릴까요?”

“서, 서, 서방님. 브, 브륜힐트님에게 무슨 말씀을……”

[크윽……]

자존심 때문인지 사과하지는 않았지만 오딘의 권능에 가로막혀서 차마 무력행사로 나오지는 못하는 그녀.

고오오오오오오!

쿠구구구궁,

대신에 무시무시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강력한 오오라를 뿜어내어 텔넷 전체를 진동시키는 강력한 기운으로 그를 위압하기 시작했다.

“요, 요, 용서해주세요. 브륜힐트님……제발 진노를 거두어……”

겁먹은 사브리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류안의 뒤로 숨어버렸지만, 그녀의 기운에 맞서고 있는 그는 이미 옛날에 간을 배 밖으로 던져버렸다는 듯이 당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앉아. 그리고 쓸데없는 투기는 집어넣어라, 브륜힐트.”

[누가 네놈의 명령 따위를……!]

슈우우우웅.

그렇게 외치면서 반발했지만 몸은 마음과는 다르게 류안이 시키는 대로 얌전하게 기세를 갈무리하고는 착한 강아지처럼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

“좋아, 좋아. 잘했어, 우리 귀요미. 기왕에 기세를 줄인 김에 무장까지 전부 해제해버리자. 사랑스러운 미녀가 그렇게 흉흉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남들이 흉봐요. 옳지, 옳지.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그가 시키는 대로 갑옷을 벗어던지는 것도 굴욕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어린아이를 다루는 것처럼 조롱해버리자, 새하얀 무복武服의 차림으로 변해버린 그녀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분노를 표출시켰다.

[크으으으윽! 차라리 죽여라! 네놈에게 이런 수치를 당하느니……]

“자살 금지. 그리고 험한 말도 금지하도록 하자. 예전에 네가 말에는 언령이 깃든다고 그랬잖아? 앞으로는 고운 말만 사용하도록 하렴. 자꾸 그렇게 못되게 굴면 제약들도 늘어난단다. 착하지?”

[……크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한 마디 한 마디가 찢어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그의 조롱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하는 그녀였지만, 이미 모든 것을 제압당해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 말고는 어떤 행위조차도 시도할 수가 없었다.

호가호위.

비록 빌려온 권위라고는 해도 오딘의 권능을 억지력으로 사용하는 그에게는 저항할 수가 없다는 것이 발키리들의 슬픈 현실.

그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오딘이 직접 개입하거나 그녀가 자신의 자유의지로 반란을 일으켜야 되지만, 성격적으로도 불가능했고 오직 그의 농간에 놀아나는 바람에 오딘을 배신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프라이드 때문에라도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덕분에 그녀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유일하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오딘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것 뿐.

‘오딘이시여, 부디 당신의 종을 가엽게 여겨서 이 사악한 남자에게 천벌을 내려주십시오.’

“거 참, 너무하네. 아무리 장난을 쳤기로서니 그렇게 무시무시한 기도를 하다니……으음, 원래는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지기도 했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한 번은 인생의 쓴 맛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되겠어.”

[그, 그럴 수가……내 생각마저도 읽어버리는 것인가?]

“그것만 했겠어? 메시지 발신도 진작 차단했지. 왜, 당황스러워? 그동안 자기 자신은 필멸자들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으면서 마음대고 생각이나 과거를 읽어버리고는……정작 자신이 같은 꼴을 당하니까 당황스러운가 보지? 능력이 사라지니까 발키리도 별 거 없네. 그렇게 무시하던 필멸자들하고 보여주는 레퍼토리가 비슷하잖아, 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하하!!”

[크으으으윽!!]

“서, 서방님.”

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통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류안의 모습에 사브리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소매를 잡아 당겼다.

그동안 그녀에게 이래저래 당하면서 여러 가지로 많은 악감정이 쌓여버린 그와는 다르게, 선량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둘의 감정대립이 엄마와 아빠가 부부싸움을 하는 것처럼 불안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

게다가 두 사람이 가설이 정확하다면 류안이 호가호위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텔넷에서만 가능한 우위였기 때문에, 그가 원래대로의 세계로 돌아간다면 브륜힐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에게 복수하려고 시도해올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짐작했는지 사브리나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중단해버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곧바로 태도를 바꾸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그동안의 복수는 이쯤에서 끝내주는 것으로 하고.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탁!

그렇게 말하면서 박수를 치자 순식간에 브륜힐트를 구속하고 있던 억지력들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무슨 속셈이지?]

덕분에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면서 노려보는 그녀.

“딱히 속셈은 없습니다. 뭐, 억하심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귀여운 아내를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고……제가 이런 능력을 보유하게 된 것도 전부 다 브륜힐트님의 도움 덕분이니까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는데 배은망덕하게 대할 수는 없죠.”

[……]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갑작스럽게 어른스러운 아량을 베풀어주는 모습에 그녀는 섣부르게 신뢰하지 못하고 경계하는 태도를 풀어내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류안.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오기조원도 완성시켰고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초기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죽음에게 대항할 수 있는 비장의 수단도 손에 넣었고요……전부 다 브륜힐트님 덕분입니다. 원하시는 대로 임무에서 해방시켜드리죠.”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그렇게까지 의심하다니 살짝 상처받는군요. 제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저에게서 흘러나오는 감정의 오오라로 확인할 수가 있는 거 아닙니까?”

[아니, 그대가 진심이라면 미안하지만……오딘의 권능을 사용한다면 나에게 환상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니까. 하지만……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렇게 번거로운 수단을 사용하지는 않겠지. 그대를 의심해서 미안하다. 나의 미숙함을 용서해주기를……]

그렇게 말하면서 사과하는 브륜힐트의 모습에서 갑작스럽게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었기 때문에, 둘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사브리나의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게다가 류안이 브륜힐트에 대한 악감정을 털어버린 이유가 귀여운 아내, 즉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내용을 들어버렸기 때문에 입 꼬리가 귓가로 걸리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안겨오는 그녀.

“헤헤헤헤. 서방님.”

“훗, 귀여운 것.”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모습이 부부라기보다는 개와 주인의 모습으로 비추어지는 것이 살짝 흠이었지만, 두 사람의 금슬 좋은 모습에 브륜힐트도 약간은 부러운 기분에 사로잡혔다.

‘인생의 반려자라……사명을 위해서 포기하기는 했지만 그런 존재가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그대의 선처에 감사하겠다. 그러면 나는 이대로 임무로 복귀하도록 하지……사브리나여, 그대가 결심을 굳히는 순간에는 나를 호출하……]

“가기는 어디를 갑니까?”

훈훈하게 마무리하며 텔넷을 떠나려고 하던 브륜힐트는 자신을 가로막는 류안의 말에 그 자리에서 정지하고 말았다.

[그대가 나의 임무는 끝났다고 하지 않았는가?]

“임무는 끝났어도 뒤풀이는 해야죠. 이대로 헤어지면 언제 발키리와 잠자리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떠나기 전에 에이르의 샘으로 따라오십시오. 흑염룡에게 가져온 능력들의 진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동안의 원한(?)을 아주 톡톡하게 갚아드리도록 하죠. 후후후후후.”

지금까지는 성교 능력의 등급이 낮았기 때문에 브륜힐트가 느끼도록 만들지 못했던 류안이지만, 흑염룡에게 받은 특수 능력들과 오딘의 권능을 동원한다면 그녀를 자신의 밑에서 헐떡거리게 만드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녀 또한 그런 사실을 간파하고는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한 태도.

[……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는데 배은망덕한 게 아닌가?]

“뭐,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처녀는 내놓으셔야 되겠습니다. 평생 동안 잊어버리지 못할 기억을 그 몸속에 차근차근히 새겨드리도록 하죠. 후후후후후후후!”

[거절한다! 처녀성은 절대로……]

탁!

다음 순간에 둘은 에이르의 샘에서 알몸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저, 저도 참가하는 건가요, 서방님?”

아니, 사브리나까지 포함해서 3명이…….

============================ 작품 후기 ============================

후기

텔넷 편이 약간 맥빠지게 끝나버리는 것 같지만...아직, 반전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류안이 얻은 능력들에 대해서는 다음 편과 유라디스 은하에서 차근차근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전부 설명해버리면 괜히 복잡해지기만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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