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61화 (16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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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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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넷의 영기靈氣가 집중되어 있는 말라뮤트의 산꼭대기에서 정양을 취하던 브륜힐트는 평소와는 다르게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의아해했다.

‘이상하군. 텔넷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천리안을 통해서 주변을 철저하게 조사했지만 특별하게 눈에 띄는 변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길함과는 다르게 발키리인 그녀가 느끼는 불길함은 미래예지나 마찬가지.

심지어 이번에 느껴지는 감각은 라그나로크 이후로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던 무시무시한 두려움이 엄습해 들어왔기 때문에, 그녀는 점술을 통해서 자신의 길흉을 점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점괘는 대흉大凶.

‘이렇게까지 결과가 좋지 않다니……도대체 누가 이 세계에서 나를 위협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설마!’

언제나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었던 불길한 존재인 류안에 대해서 떠올린 브륜힐트는 재빠르게 천리안을 발동시켰다.

[오늘은 바니걸 의상을 입어라, 사브리나!  음헤헤헤, 변함없이 찰지고 좋은 엉덩이로군. 스타킹, 스타킹에 구멍을 내자!]

[꺄아아악! 서방님, 이제는 제발 용서해주세요!]

평소와 변함없이 수련 따위는 뒷전으로 미루고는 변태짓에 몰두하고 있는 한 쌍의 바퀴벌레가 그녀의 시야로 포착되었다.

오기조원을 완성시키고 돌아오겠다며 호언장담을 할 때는 언제고 색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실망스럽기 이를 데 없는 한심한 모습이었지만, 하루 이틀 벌어지는 일도 아니었고 신혼부부의 허니문을 엿보는 자신도 점잖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지나친 생각이었던 모양이군.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아니, 잠깐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고 하던 브륜힐트는 조금 전의 광경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채고는 재빠르게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푸슝!

파지지지직!

하지만 결계로 가로막혀서 곧바로 진입하는 데 실패해버린 그녀.

[이런 건방진!!]

투쾅!!

주저 없이 그람을 소환하면서 결계를 파괴하자 동시에 바퀴벌레 부부의 허상도 소멸되어버리고 말았다.

달칵달칵!

고오오오오오!!

그러자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공격을 퍼부어대는 수백 마리의 언데드 군단.

아크 리치, 데스 나이트, 쉐도우 골렘, 듀라한, 본 드래곤, 등등.

일국의 최정예 기사단이라고 할지라도 두려워할만한 화려한 구성원들의 집중 공격이 펼쳐졌지만, 그녀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면서 보호막을 펼치고 벌레를 상대하는 것처럼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말았다.

전투를 펼치기 전에 그녀가 먼저 확인하는 것은 두 사람이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느냐는 것.

다시 한 번 천리안을 발동시키자 거대한 사령진의 중심에서 의식에 몰두하고 있는 사브리나와 류안의 모습을 포착할 수가 있었다.

그 의식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눈살을 찌푸리는 그녀.

[봉인시킨 능력에 접촉하려는 것인가? 어리석은……그런 짓을 저지른다고 오기조원이 완성되지는 않을 텐데……잠깐, 설마 그가 노리는 것은……]

불길한 점괘에서 이어지는 최악의 가정을 떠올린 브륜힐트는 깜짝 놀라면서 그람을 집어들어 단숨에 사령진을 향해서 돌진해 들어갔다.

***

[제 1결계 대파! 수비대의 90%가 전멸했습니다. 브륜힐트님의 공격으로 중첩결계가 깨져나가고 있습니다. 위험, 위험!!]

[꺄아아아악! 서방님!]

폭풍처럼 쏟아지는 브륜힐트의 공격에 사령술로 맞서면서 필사적으로 버텨나가는 사브리나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절규했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걱정했기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방어준비를 갖춰놓은 그녀였지만, 치트키나 다름이 없는 발키리의 파상공세 앞에서는 시간끌기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

“멸망의 주문을 완성하기 전까지 30초 밖에는 남지 않았어! 그 동안만 열심히 버텨라, 사브리나!!”

[3, 30초는커녕 3초도 버티기 힘들어요! 살려주세요, 서방님!!]

“떠드는 힘이 남아있는 걸 보니까 충분히 버티겠네!”

그렇게 외치는 류안이지만 속으로는 그도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현재 두 사람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수많은 스켈레톤 군단을 돌파하면서 간신히 흑염룡의 눈앞까지 도착한 상황.

하지만 협상이 가능할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녀석은 발키리가 만들었다고 짐작되는 2차 봉인의 원통형의 통 안에, 마치 포르말린으로 마취시켜놓은 에일리언 같은 모습으로 기절해버린 상황이었다.

바라모스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거대한 크기에 마치 그리스의 신화에 등장한다는 히드라처럼 무수하게 많은 뱀들이 뒤엉켜져 있는 흉측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

[서방님도 보셨으니 알겠죠? 이 괴물과 접촉하는 건 지나치게 위험해요……서방님은 대화가 가능할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에요.]

뛰어난 영시靈視능력을 가지고 있던 사브리나는 이미 그 정체를 확인했었기 때문에 류안에게 그 모습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돌아가자는 태도를 보였다.

그 또한 흑염룡과 만나면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할거라고 기대했지만 막상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뚜렷한 협상수단을 떠올려내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상태.

어째서인지 돌아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빠져나오려고 하던 순간에 하필이면 두 사람의 범죄(?)를 눈치채버린 브륜힐트의 난입으로 급전개가 일어나고 말았다.

쿵! 쿵! 쿵! 쿵! 쿵! 파지지지지직!

[꺄아아아악! 최후의 방어막이 뚫려버렸어요. 이제 모든 게 끝장이에요!!]

“진정해, 사브리나! 브륜힐트에게 사로잡히기 전에 한 가지만 가르쳐 줘. 내가 이 녀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면 무슨 일이 발생하는 거야?!”

원통형의 뚜껑을 개방하고는 흑염룡과 접촉하기 직전까지 손을 뻗어나가는 류안이 그렇게 외쳤다.

[융합이 일어나고……둘 중에 하나는 한 쪽에게 완전히 잡아먹혀서 소멸당하지. 물론, 내 앞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지만……]

하지만 그의 질문에 답변해주는 사람은 브륜힐트.

상당히 분노했는지 완전무장한 모습으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공중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마치 죽음의 신이 강림한 듯한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었다.

“참견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우리들이 무슨 일을 하더라도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것 같은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슬금슬금 흑염룡에게 접촉하려고 시도했지만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브륜힐트는 아니었다.

[헛소리!!]

후우우우웅!

사자후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발산하는 무시무시한 풍압이 날아들어 갔다.

파칭!

그것을 방어막을 펼치면서 허겁지겁 막아내는 사람은 요정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브리나.

[죄, 죄송해요. 브륜힐트님, 두 번 다시는 시도하지 않을 테니까 이번 한 번만 용서를……]

멋지게 막아서는 것과는 다르게 연신 허리를 굽혀대면서 용서를 빌어나갔지만 분노한 브륜힐트에게는 불의 기름을 부은 도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대가 어쩔 수 없이 협조했다는 사실은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단순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저 남자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쳇, 완전히 들켜버린 모양이군.’

흑염룡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오딘의 권능을 조종하고 브륜힐트를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버린다.

자신의 완벽한 계획을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것 같은 그녀의 발언에 류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버렸지만, 겉으로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제 사리사욕을 위해서 흑염룡에 접촉하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오딘의 권능을 이용하려는 것도 사실이고요……하지만 모든 것은 이번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입니다. 당신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습니까?!”

[나보고 지금 그대의 말을 믿으라는 소리인가?]

“물론입니다. 제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제 기억은 읽으실 수 없으니 사브리나의 기억이라도 조사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들이 세운 구체적인 계획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가 있을 테니까요!]

[서, 서방님?!]

발키리의 기억조사에 대해서 끔찍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사브리나는 기겁하면서 두려워하는 눈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브륜힐트는 류안에게서 발산되는 감정의 오오라를 통해서 그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태도가 한 결 누그러지는 모습이었다.

[그대의 말이 진실이라고 해도 허락할 수는 없다. 오딘의 권능을 자신을 위해서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니 그런 불경스러운 짓을 간과할 수는……]

“그렇게 따지면 이 수련의 시작부터가 전부 다 저의 소망으로 발동된 불경스러운 행위들이 아닙니까? 한 번 사용했던 능력을 제 편의에 맞게 다시 뜯어고치겠다는 건데 뭐가 그렇게 불만입니까?”

정글레인저 여자 대원들을 상대하면서 복상사의 위기에 몰린 나머지 죽음에 대항하려는 극도의 생존 본능으로 인해서 변화해버린 미니 게임의 세계.

바탕이 되는 세계 자체는 원래부터 존재하는 텔넷이 베이스가 되었지만 브륜힐트를 소환했던 일이나, 현실에 간섭하는 다양한 구속력들, 세부적인 규칙들은 모두 오딘의 권능으로 상당히 편의적으로 변형되어 있었다.

[그대에게는 도대체 몇 번이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지 모르겠군. 처음에 일어났던 그런 행위 자체가 룰 위반이라고 가르쳐주지 않았는가?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용서할 수 없다!]

“헹, 틀렸습니다. 브륜힐트님! 미니게임의 변화는 이번이 두 번째가 아닙니다!”

[뭐라고?]

“두 번째가 아니라 벌써 수십, 아니 수백 번도 넘게 미니게임이 제 편의에 맞춰서 변화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눈치 채지 못하신 겁니까? 브륜힐트님도 의외로 둔하시군요. 후후후후. 저에게 엉덩이 처녀까지도 상납하시고도 아직까지 눈치를 채지 못하는 모습이라니……”

사악한 웃음을 터트리는 류안의 모습에 그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이냐?]

“사실은 저도 사브리나와 사령술을 배우면서 깨달은 사실인데 말입니다……브륜힐트님이 유난히 저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셨습니까? 언제나 올바르기 이를 데 없는 당신이……이상하게도 저와 관련해서는 맥을 추지 못하셨죠. 어째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오기조원의 수련을 강제로 시켜도 별다른 성과가 일어나지 않았던 일, 프레이야의 몸속에서 일어났던 전투에서 그에게 패배했던 일, 로드 스타의 모의전에서도 질 리가 없는 전투를 몇 백 번이나 패배했던 일.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패배와 굴욕을 유독 류안에 한정해서는 수도 없이 경험해버린 그녀였기 때문에, 자신의 내부에서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유일한 가치관이었던 오딘에 대한 믿음까지도 혼란을 경험했던 브륜힐트다.

[서, 설마 지금까지의 패배가 전부 다……]

“네. 저도 모르게 오딘의 권능을 이용해서 당신과 이 세계의 법칙들을 조종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제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것으로 작동하는 건 사실이었던 모양이더군요.]

[그런 바보 같은 일이 가능하다고……설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브륜힐트였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그동안 이해할 수가 없었던 자신의 패배를 다른 식으로는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심으로는 그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오딘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이해하셨다면 이대로 물러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고 이번 접촉을 막아서겠다면……당신과 제가 함께하는 시간은 더욱 더 길어지고야 말겠죠. 그렇게 된다면 저도 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당신을 오염시켜버리고 말 겁니다. 그토록 고고하던 당신이 그런 결과를 바라시지는 않겠죠?”

[그, 그건……]

완벽하게 혼란에 빠져버린 모습이었기 때문에 류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으면서 주저 없이 흑염룡을 터치해버리고 말았다.

“일어나라, 염룡아! 아빠랑 대화를 할 시간이다!!”

[아, 안 돼!!]

말릴 사이도 없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저지르는 그를 발견하면서 무력하게 손을 뻗어나가는 브륜힐트였지만, 그 순간에 그녀는 자신에게 던져진 점괘를 떠올리면서 극도의 두려움에 사로잡혀버리고 말았다.

운명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운명이라는 사실을…….

============================ 작품 후기 ============================

원래는 다크 소울3를 위해서 던전 탐험에 관련한 내용을 준비했었지만...

한 편 더 늘어나는 게 부담스러워서 스킵했습니다.

어지러운 게 진짜 큰 문제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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