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59화 (15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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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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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서 제시카와 유리가 알려준 정보들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1.정체불명

그 구성원이 다수인지, 소수인지, 아니면 펜져스인지 아닌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암살당한 대상들과 수법으로 미루어 볼 때 파비안을 위해서 일하는 암살자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가 있었다.

현재 팔란티오 행성 대부분의 지역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펜져스의 공포도 공포였지만, 그럴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정보도 존재한다.

현재 행성에 내려간 엔포서들이 죽음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아무런 수확이 없다는 모양이다.

2.암살 성공률 100%

죽음의 암살 수법은 가지각색이다.

독살, 교살, 박살, 총살, 등등.

특이한 점은 시체와 흉기는 현장에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범인의 정체나 흔적만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

심지어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즐기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뱃속에서 검신이 튀어나오면서 암살당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정작 검을 꽂아 넣은 사람을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가 없어서 유령의 소행이라는 이야기도 존재하고 있었다.

아르고스 시스템조차 정체를 잡아내지 못하는 완벽한 스텔스 살인.

길로틴이 그랜드 마스터인 율리안조차 당해낼 수 없다고 단언해버린 살해수법이었기 때문에, 류안이라고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도대체 무슨 수법을 사용하는 거지? 완벽한 스텔스라니……마법조차 피해가지 못하는 게 아르고스 시스템인데.’

텔레포트나 블링크 같은 공간이동의 마법조차도 잡아낸다는 아르고스 시스템을 피해버리는 스텔스 기술이라는 사실에 류안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하지만 죽음이라도 한계는 존재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암살의 영역이 지상을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것. 그리고 대량 학살에 동원되거나 일반 장비로 활용하지는 못한다는 것.

‘그런 장비를 모든 펜져스가 사용했다면 제국은 예전에 은하를 통일했을 거야. 그렇지 못한다는 건……이게 고유능력일 가능성이 높아. 틀림없어, 죽음은 발할라의 도전자거나 아니면 특수한 심연의 악마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펜져스야. 그것도 우주공포증이나,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거기까지 프로파일링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런 사실을 알아냈다고 딱히 뾰족한 대응 수단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서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13구역에서 임지를 바꿔 궤도사령부로 부대 이동을 요청했지만 율리안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

길로틴의 말대로 그가 류안이 암살당하는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를 영웅으로 포장시키며 죽음의 표적으로 노려지는 것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정황증거가 확실했기 때문에 배신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래,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거지?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어……그쪽이 나를 버리는 카드로 사용하겠다면 나도 잘해줄 이유 따위는 없다는 말이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류안은 죽음이 자신을 표적으로 노리는 행보를 최대한 늦추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켰다.

카스티야를 조종해서 13구역을 원정대와 제국, 어느 쪽의 편으로도 명확하게 합류시키지 않는 자치국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첫 번째.

조그의 강화몬스터 군단의 조종 장치를 모건에게 넘겨주는 것이 두 번째.

자신의 입김이 닿는 인물들에게 권력과 힘을 분산시키면서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세력을 확장시켰고, 그러는 과정에서 정글레인저의 여자대원들을 전부 다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황당한 계획까지도 수립하게 되었다.

‘빌어먹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꼴이라니……피터팬, 후크 선장. 둘 다 꺼지라고 그래! 누구도 나를 구해주지 않는다면 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날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겠어!’

텔넷은 그의 그런 격렬한 생존본능이 미니게임의 권능으로 선택된 세계였다.

***

“그런 의미에서……네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야. 사브리나.”

“그런 사정이 있으셨군요. 서방님. 몰랐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힘들게 살아오셨다니……”

류안에게 자조지종을 전해들은 사브리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그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유라디스 은하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귀요미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거지. 이게 다, 우리들의 앞날을 위해서라고……오빠 믿지?”

“네, 서방님. 사브리나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어요!”

“고마워, 나도 사랑해. 사브리나!!”

그렇게 외치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격렬하게 끌어안았다.

때마침 욕조에서 알몸으로 부부 목욕을 함께하고 있던 그들.

죽음에 대항하는 방법을 찾아내자고 결의하기는 했지만 신혼에, 한참 맛 들이고 있는 청춘남녀들이니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붕가붕가로 불타올랐지만, 어쨌든 그 날을 기점으로 류안은 본격적으로 사령술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3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한 끝에 그는 수드라가 될 수 있었다.

***

“어째서냐?”

“그게……죄송해요, 사령술사들은 이런 시스템이라서…….”

분노한 듯이 억눌린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는 류안에게 우물쭈물하면서 대답하는 사브리나.

카리스마 넘치는 네크로맨서로 전직한다는 생각에 3개월 동안 사령술에 매진했던 그였지만, 상태창의 알림으로 자신의 직업이[수드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분노하고 말았다.

“왜 하필이면 카스트 제도로 등급을 매기는 거야?! 그냥 알기 쉽게 1서클이나 2서클로 구분하면 되잖아? 수드라가 뭐야, 수드라가? 내가 최하급 계층이냐!!”

“기, 기본적으로 사령술이라는 게 업業을 짊어지는 능력이라고……먼 옛날에 이 죽음의 책을 저술하신 알 아지프라는 분이 정하신 거라……”

“중동 사람이 왜 인도의 계급장을 사용하는 건데?! 헬레니즘이냐? 헬레니즘이냐고! 아르카이크 스마일로 아헤가오로 만들어 줄까?!”

“꺄아아악! 죄송해요 서방님!!”

“스승님, 그쯤에서 그만 괴롭히는 게……”

“닥쳐, 이런 불가촉천민 같으니라고!”

“부, 불가촉 천민……”

보다 못한 크리스가 참견했지만 함께 수행을 시작했던 그녀는 아직 수드라의 단계에도 입문하지 못했기 때문에, 류안의 말에 좌절해버리고 말았다.

“사브리나, 네 계급은 뭐야?”

“그, 그게……서, 서방님과 똑같은 수드라에요. 그러니까 고정하시고…….”

그의 눈치를 보면서 대놓고 거짓말로 비위를 맞추려고 시도했지만 통할 리는 없었다.

“뻥치다가 침대로 끌려가면 덜 당할 것 같지?”

“죄송해요! 사, 사실은 제 등급은 아웃 카스트에요.”

“무슨 소리야? SS급의 사령술사라면 적어도 사제 등급인 브라만 정도는 되어야지. 자꾸 그렇게 거짓말하면…….”

“히끅! 거,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저는 아웃 카스트는 아웃 카스트인데……밑이 아니라. 위 단계인 아웃 카스트에요. 니르마나카야라고……화신化身등급의……”

“좋아, 침대로 가자. 지금부터 철인 플레이로 밤을 지새우는 거야!”

“그, 그럴 수가……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어째서 그런…….”

“그냥 순수하게 준신급의 부인의 육체를 만끽하고 싶어져서 그래.”

류안이 사령술을 공부하면서 배우게 된 능력들을 나열하면 다음들과 같았다.

레이즈 데드(E급), 소울 커뮤니케이터(F급), 골렘 마스터리(F급), 언더스탠딩 데스(E급), 본 마스터리(F급).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레어한 능력들이기는 했지만 죽음을 물리칠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던 류안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유라디스 은하에서 어설프게 사용하고 다녔다가는 마법사용자로 낙인찍혀서 천족들에게 이단 추심으로 희생당하기 딱 좋은 능력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지도 못하는 스킬들.

‘차라리 마왕군으로 전직을 하면……하아. 젠장……이놈의 은하에는 왜 이렇게 규제들이 많이 존재하는 거야? 물론, 그것 때문에 이득을 보는 경우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유라디스 은하의 6대 세력들 중에서 하나인 마왕군의 경우에는 부족한 전력을 채워 넣기 위해서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마법이나 사령술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인류의 세력권에서는 천족을 위시하는 강력한 단체들이 그것들에 대한 규제와 탄압을 지속하면서 사장되어버린 비주류의 기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류안이 투자한 3개월의 시간이 낭비는 아니었다.

일단 대성한다면 어마어마한 전력이 될 수가 있는 사령술이라는 능력 자체를 학습하게 된 것도 수확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성과는 사브리나를 통해서 브륜힐트를 함락시킬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방법이라는 게 문제지만 말이야…….’

그의 계산대로라면 브륜힐트는 이 방법에 꼼짝없이 농락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 또한 어렴풋이 사브리나와 그가 태그를 짜는 것이 위험하다고는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그것이 예언에 가까운 예감이라고 하더라도 막아내지는 못한 상황.

류안도 그 방법을 발견하고 한참동안 실행을 망설여 왔지만 여러 가지 조건들을 검토한 끝에, 한 번의 도박으로 자신의 운명을 맡기도록 결심했다.

“사브리나. 예전에 이야기했던 그 방법을 시도해 보자……이대로 천년만년 사령술을 공부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빠르게 강해지려면 다소의 위험은 감수해야지.”

“저, 정말로 그 계획을 실행하실 건가요? 너무 위험해요, 서방님! 차라리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와 함께 죽음을 지배하게 된다면 원하시는 목적을……”

텔넷에서 주어진 시간은 무한에 가까웠기 때문에 사령술을 극한으로 발전시켜서 SSS급을 초월하게 된다면, 오기조원을 수행할 필요도 없이 프로모션을 완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라디스 은하에서 발할라를 실현시키는 것이 별로 어렵지가 않다는 것이 사브리나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류안은 합리적으로 보이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어째서인가요? 제가……제가 부족해서 그러시는 건가요? 아니면 유라디스 은하에 있는 다른 여자들과 만나고 싶어서? 그 여자들이 더 좋으신 건가요!”

시종일관 순종적이기 이를 데 없었던 그녀가 거세게 항의했지만 그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 부족해.”

“그럴 수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류안의 말에 상처받은 표정으로 변해버리는 사브리나였지만 그는 그녀를 끌어안고는 자상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입을 열었다.

“너와 생활하는 건 행복하기 이를 데 없었어. 브륜힐트가 차가운 북풍이라면 너는 따듯하기 이를 데 없는 해님이었지. 하지만 말이야……그렇게나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머무르게 된다면 우리들은 영원히 이 닫혀져버린 세계에 묶여버리고 말 거야. 소중했던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돌아간다고 해도 유령처럼 겉돌아 다니겠지. 겨우 1년 반이 지났을 뿐인데도……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는지 몰라. 더 이상은 그럴 수는 없어.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은 단순하게 임무만이 아니야……소중한 사람들과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제 돌아가야만 해.”

“……”

“그러니까 같이 가자. 사브리나……닫혀진 세계가 아니라 열려진 세계로! 그 앞에 펼쳐진 것이 어떤 세계라고 할지라도 우리들이 함께할 거라는 건 약속할게……그러니까 나를 믿고, 따라 나와!”

============================ 작품 후기 ============================

지난 편과 이번 편의 전개가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에 약간 이해하기 어려우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텔넷 편을 너무 오랫동안 끌어서 빠르게 마무리하려다보니...어쩔 수가 ㄷㄷ

그래도 다음 편을 보면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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