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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엄프-153화 (153/291)

0153 ----------------------------------------------

지상편

잠시 후.

사브리나는 어부들에게 사로잡힌 포유류처럼 공중으로 끌어올려졌다.

읍읍, 읍으읍!

혹시라도 모르는 사령술을 방지하기 위해서 손과 발, 그리고 입까지 재갈을 물려버린 상태.

양쪽 팔과 다리는 하늘로, 치마와 소매가 아슬아슬한 부위까지 말려 올라가면서 살짝이라도 걷어 올리면 다크 브라운의 피부에 감춰져있는 은밀한 부분들을 확인할 수가 있는 상태.

“아아, 좋은 포박이다.”

15금과 19금의 경계에 정확하게 걸쳐진 모습에 류안은 스스로의 작품에 만족하면서 자아도취에 빠졌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고통스럽게 만들지는 않을 것.

그러면서도 신체의 자유를 완벽하게 박탈해버릴 것.

마지막으로 여성의 성적인 매력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

그것이 포박, 그것이 애정愛情

구속 플레이에는 사랑이 깃들어야만 한다는 어느 선각자의 조언을 떠올리면서 그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면서 아침의 햇살과도 같은 개운하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음후후하하! 지, 지금부터 펴, 평화적으로 협상을 시작해봅시다, 사브리나님, 하악하악.”

꼼지락꼼지락

[꺄아아아악! 소, 손가락을 이상하게 꼼지락거리면서 다가오지 마세요. 이런 귀축, 음수, 변태!!]

사브리나의 비명이 울려 퍼졌지만 그녀의 입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대변인으로 달려 나온 것은 복슬복슬한 검은 털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곰돌이 사역귀 마릴린.

뜬금없는 복병의 등장에 류안은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그, 그런 상태에서도 사역귀를 조종할 수가 있는 겁니까?”

[무, 물론이에요! 지, 지금처럼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다고 그래도 무시무시한 사역귀들을 조종할 수가 있거든요? 그, 그러니까 지금 당장 풀어주시지 않으면 무, 물어버릴 거예요?]

갸오오오오!

무시무시하기보다는 사랑스러운, 양손을 번쩍 치켜들면서 위협해오는 곰돌이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면서, 양쪽의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하려는 것을 손바닥으로 가려버리는 류안.

‘제, 젠장. 귀, 귀엽잖아!’

곰돌이 자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세계 동물귀 미소녀 보호협회 회장으로 역임하고 있는 그로서는, 곰돌이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일으키는 그녀의 깜찍한 저항이 심장에 여러 가지로 안 좋은 상태 이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당황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던 사브리나.

[무, 무섭죠? 아픈 꼴을 당하는 게 싫다면 지, 지금이라도 물러나 주세요! 어, 어흥! 꺄아아아악, 마릴린!]

곰돌이의 다리를 붙잡고는 하늘로 번쩍 들어 올리는 류안.

“진지하게 물어보는 건데 마릴린군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습니까?”

[네, 네. 감각이 연결되어 있기는 한데 갑자기 그건 왜……서, 설마?]

“훗, 설마라고 외치면 반드시 실현시켜주는 것이 인지상정!”

수라의 길을 걷기로 작심한 그는 그물의 여분을 이용해서 곰돌이를 귀갑 묶기로 포박해버리고 말았다.

[꺄아아앗, 조, 조여들어. 이, 이상한 부분까지……하읏!]

“비기, 이중 묶기!”

순식간에 2번이나 묶여버린 사브리나는 자신의 은밀한 부위들을 파고들어오는 줄의 감촉에 야릇한 신음소리를 터트리면서 괴로워했다.

하지만 곰돌이를 묶어버리는 동심파괴를 저지르고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류안.

그는 한술 더 떠서 실험실에 있는 양초까지 가져오면서 다시 한 번 화생목의 술법으로 불을 붙여버렸다.

찰칵, 화르르륵.

[무, 무슨 짓을 저지르시려는 건가요?]

“촛농플레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초, 촛농플레이요?

투두두둑, 치이이익!

슬그머니 양초를 기울이자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새하얗고 뜨거운 끈적끈적한 액체들의 모습.

“이걸 마릴린군에게 뿌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제야 그의 말귀를 알아들은 사브리나는 새하얗게 질린 창백한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서, 설마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으실 거죠? 사,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잔인한 행동을……꺄아아악! 드, 들을게요. 무슨 말이라도 들어드릴 테니 제발 촛농플레이만은 용서해주세요!!]

“후후후후. 바로 그런 자세입니다. 이제야 평화적인(?)협상을 시작할 수 있겠군요.”

마침내 완벽한 항복을 받아내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트리는 류안이었지만, 뒤쪽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시선은 시베리아의 한랭 기단보다도 차가워져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귀여운 곰돌이를 위협할 수가 있지? 쓰레기네, 쓰레기야.]

[짐승입니다. 아니,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눈앞에 있습니다!]

“……두 사람도 묶어줘?”

“마녀와 사역마는 역시 촛농 플레이가 제 맛이지, 달링!”

“무시무시한 악의 하수인을 제압하다니 역시 다크 플레임 드래곤 로드이십니다! 다시 한 번 반할 것 같습니다!”

“음하하하하하!! 그 정도는 아닌데 뭘~.”

협박으로 쟁취한 억지춘향 아부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변사또, 아니 류안은 시종일관 두려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브리나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무기를 점검했다.

‘어떤 여자라도 느끼게 해주던 성감대 추측은 사라졌어. 하지만 나는 그동안 수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나누면서 단련한 테크닉이 남아있지. 그리고 신접. 이 두 가지 기술만 가지고 있더라도 처녀를 해롱거리도록 만드는 일쯤은……’

루치아처럼 불감증에 가까운 체질이라면 지금 수준의 능력으로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지만, 그는 자신의 작업능력을 믿고 2700년산 처녀에게 정면으로 부딪쳤다.

척!

[꺄악! 뭐, 뭔가요?]

갑작스럽게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에 놀란 아기새처럼 움츠러드는 사브리나.

“놀라게 해서 미안해. 사실은 네가 지나치게 사랑스러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골려주고 싶었거든, 이런 귀여운 꽃사슴 같으니라고.”

[네, 네, 네?]

[세상에 맙소사, 저게 도대체 언제적 작업대사야?]

[차, 차마 못 보겠습니다. 다른 채널로 돌려주시지 말입니다!]

수선스러운 지방방송이 들려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민감한 귓가를 간질거리면서 최대한 감미로운 목소리로 낯 뜨거운 대사를 계속해갔다.

“너의 그 사랑스러운 골드 와인색의 눈동자에 녹아버릴 것 같아……지금 당장, 라잇 나우. 도톰한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 이리와, 꽃사슴. 너의 하트를 저격해버리겠어.”

[저, 저격해버리시면 안 돼요. 사, 살려주세요. 사냥꾼님. 아, 아앗. 제, 제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그, 그런 눈으로 바라보시면 아, 안 되는데……그런……하으으읏!]

[저 대사에 반응하고 있다고?!]

[두, 두 사람을 중심으로 시공간이 오그라들고 있습니다. 세상의 종말입니다, 재앙의 시작입니다!!]

2700년 동안 한 번도 남자에게 대시를 받아보지 못했던 사브리나.

그녀는 난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남자의 정열적인 사랑고백에 오글거림이라는 내성조차 없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부해도 소용없어. 네가 어디로 도망친다고 해도, 세상의 어떤 어둠 속에 숨어있다고 해도 반드시 찾아내서 체포하겠어. 나는 끝없는 은하를 떠돌아다니는 고독한 사랑의 러브헌터니까……큥!”

[러, 러브헌터님…….]

심장을 겨누며 손가락으로 총을 발사하는 제스처를 취하자 한 명의 다크엘프는 뺨을 발그레 붉히면서 함락.

[끼야아아아악! 이, 이대로 가다가는 성불해 버리겠어! 차라리 죽여줘, 제발!!]

[이, 이것이 영혼에 새겨지는 오글거림입니까? 더,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유니버스!!]

그리고 러브헌터가 발사한 유탄에 희생당한 두 명의 여자는 땅바닥으로 머리를 찍어대면서 괴로움으로 몸부림을 쳤다.

‘차라리 돌려보낼 걸 그랬나?’

두 사람의 반응에 자기 자신도 오글거리는 것을 억누르면서 애써 태연함과 느끼함을 유지하고 있는 류안.

사브리나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자 잠시도 견뎌내지 못하고 시선을 돌리면서 힐끔거리는 모습이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이다.

‘상대의 역량을 파악하고 제일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공격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전략이야. 나는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다고……’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사랑스러운 다크 엘프를 손아귀에 넣은 대가라고 생각하면서, 류안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다가 재갈을 풀어주면서 자연스럽게 키스를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술이 마주치기 전에 시선이 격렬하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눈동자를 돌려버리는 사브리나.

“어째서 나를 거부하는 거지? 이런 건방진 꽃사슴 같으니라고……”

“죄, 죄송해요. 사냥꾼님. 하, 하지만 저는 받아드릴 수가 없어요. 다크 엘프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조, 종족의 전통을 깨버릴 수는 없어요. 저는 동족과 결혼하기로 맹세를……”

“종족의 전통이라고? 훗, 그런 고리타분한 관습 따위가 용암로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내 심장을 멈춰 세울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들의 앞날을 가로막는다면 신이라도 부숴버리고야 말겠어. 자, 고개를 들어. 나의 사랑스러운 사브리나.”

“그런……아아, 러브 헌터님. 당신은 어째서 다크 엘프가 아니신가요. 거절할 수 없는 운명처럼 잔인하신 분. 알겠어요,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원하신다면 저도……거부하지는 않을게요.”

‘후후후후. 드디어……’

사브리나를 완벽하게 떨어트렸다는 생각에 류안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시작했지만 다음 순간에 그의 머릿속으로 믿을 수 없는 메시지가 연속으로 울려 퍼졌다.

[엘론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와 능력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새로운 칭호인 다크 엘프의 반려자를 손에 넣었습니다.]

[영혼의 동반자를 얻었습니다.]

“……네?”

갑작스럽게 현실이 게임처럼 느껴지는 상태 창 알림이 연속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잠시 멍해져버리는 류안이지만, 사브리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붉어진 표정으로 그를 흘끔거리면서 중얼거렸다.

“부, 부족한 몸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서방님……”

‘상태 창 확인!’

이름:강신후(영혼 상태)

직업: 프레이야의 사도

칭호: 다크 엘프의 반려자

영체능력

신성력: 155/155 마나/ 20800/20800

염력: 26 민첩: 96 지력: 97 매력: 89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신접神接(S급), 오행제어(A급), 물질화(B급), 마나 (S급), 정신보호(S급)

봉인되어 있는 능력: 성교(???급)

단련하고 있는 마나연공법: SHM(Somebody Help ME)

고유능력: 상태 창 확인

특징: 물리내성, 영혼의 주박(프레이야TM), 엘론의 축복, 유부남.

“…….”

능력의 등급에는 가시적인 변화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스테이터스가 상승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확인을 할 수가 있었다.

특히 격이 상승하지도 않았는데 신성력이 상승한 것은 가장 놀라운 일이었지만 지금 류안의 눈에는 오직 한 단어만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유부남.

‘아니, 잠깐만 기다려 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키스 한 번 잘못했다고 저런 낙인(?)을 찍어버릴 수가 있지? 여신을 임신시켰을 때도 저런 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잖아, 나는 인정 못해. 이 결혼 물러, 물러달라고!!’

오기조원을 수련하러 왔다가 자식 + 새로운 아내를 동시에 만들어버린 류안은 영혼 상태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끼면서 창백해진 표정으로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면서 넋빠진 표정으로 서 있었다.

============================ 작품 후기 ============================

복귀 후기

돌아오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응원해주시고 믿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단 결과 메니에르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지러움증이 가라앉지를 않아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러가지 여건상 치료하기가 힘든 병이라서 부정기적으로 휴재를 하는 날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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