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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엄프-144화 (14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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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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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쏟아지는 브륜힐트의 공격에 전장 전체가 흔들리면서 사령부에도 그 진동이 도달하고 있었다.

쿠구구궁! 쿠구구궁!!

투두두둑

지진이라도 일어나듯이 건물 전체가 흔들리면서 먼지가 떨어져 내린다.

[꺄아아악! 천장이 무너져요, 세계의 종말이에요! 살려주세요, 흐아아앙!]

겁에 질린 스테파니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공사장 인부들이 사용하는 안전모를 착용하고는 사방을 뛰어다녔다.

건틀렛과 레깅스를 닮은 조종 장치를 착용하고 칼레이도치클루스 시스템으로 기사단의 업그레이드와 컨트롤에 집중하던 류안은, 호들갑을 떠는 그녀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지는 바람에 눈썹을 찌푸리면서 버럭하고 소리를 질렀다.

“쫄랑쫄랑 뛰어다니지 말고 얌전하게 좀 있어! 스태프 주제에 도와주기는커녕 방해나 하고 말이야……안 그래도 지금 대항책을 구상하고 있으니까 기다려 봐.”

그의 호통에 움찔한 스테파니는 쪼르르 달려와 안기면서 울먹거렸다.

[저렇게 무지막지한 괴물을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상대해요? 지금도 기사단이 속수무책으로 학살당하고 있잖아요.]

“무의미하게 소모시키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지피지기라면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류안은 브륜힐트가 가지고 있는 힘과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위력정찰을 시도했다.

워낙에 변화무쌍하고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섣부르게 짐작을 내리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서 대략적으로나마 그녀의 대처방식을 알아내는데 성공한 류안.

곧바로 보유하고 있는 진화 포인트를 전부 사용하면서 그녀의 의표를 찌를 수 있는 작전을 고안하기는 했지만, 능력 자체의 한계를 알아내지는 못해서 작전을 수행하는 일이 망설여지기는 했다.

‘발키리의 저력을 모르는 이상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다소 도박적이라도 리스크를 감수한다면 성공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젠장, 이럴 때 미니게임이 있었더라면…….’

속으로는 그렇게 고민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스태파니를 토닥거린 류안은 자신이 새롭게 설계한 군대를 바라보면서 잠시 동안 고민에 빠졌다.

사실 현재의 전황을 생각한다면 굳이 무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게임이라는 가정 하에서는 브륜힐트가 사령부를 공격해오지 않는 시점에서 승리는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

진화 포인트는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었고 군대의 규모도 거의 무한대로 증식하는 상황이니 브륜힐트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백색의 기사단은 언젠가는 그녀를 초월할 게 틀림이 없다.

단지 기다리기만 하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상황.

흑염룡 또한 같은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류안에게 승리의 조건을 알려주면서도 패배의 조건을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브륜힐트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들을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착각이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 때문에 류안은 지나치게 도박적인 이 작전을 구상하고도 실행을 망설이고 있었다.

‘굳이 이렇게 위험한 작전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기다리기만 해도 상황이 유리해지는 건 명약관화한데…….’

하지만 잠시 후에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새롭게 생각을 고쳐먹었다.

‘쉽다고 투덜거릴 때는 언제고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물러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지. 좋아, 어차피 꿈이니까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시도해보자고……실패하면, 뭐 죽기밖에 더 하겠어? 그 잘난 브륜힐트한테 한 방 먹일 수만 있다면……좋아, 한 번 해 보자.’

그렇게 결론을 내린 류안은 스테파니의 어깨로 손을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단독임무가 있어, 스태프…….”

“네?”

***

브륜힐트가 공격해오지 않는 먼 장소에서 성을 포위하고 진을 치고 있는 백색의 기사단은 류안의 명령을 따라서 꾸준하게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대군을 위력정찰에 투입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정찰이라고 보기에는 무시무시한 숫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그 정도라면  프레이야의 성을 지키는 수호자들만으로도 충분히 감당을 할 수가 있는 전력.

하지만 브륜힐트는 위력정찰을 시도해오는 모든 적을 단신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투쾅, 투쾅, 투쾅, 투쾅, 투쾅!

[크아아아악!]

[거, 겁먹지 마! 우리에게는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올마이티 만세!! 인류여 영원하라!!]

자손번영이라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몸을 희생시키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백색의 기사단은, 그람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빛무리에 휩싸이면서 처절하게 죽어나가고 있었다.

브륜힐트는 그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신성력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절제하고 있었다.

그녀는 12개의 분신을 만들어내서 성의 모든 방면으로 배치했고, 순간이동을 사용하면서 일정한 거리까지 접근한 적들의 눈앞에 나타나면서 전멸시키고 돌아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푸슝!

[나, 나타났다!]

[겁먹지 말고 포이즌 브레스를 발사해라!!]

푸슉, 푸슈슉!!

리자드맨을 닮은 정찰대가 그녀의 등장에 재빠르게 대응했지만 첫 번째 공격이 도달하기 직전에 브륜힐트의 허리춤에서 먼저 새하얀 섬광이 뿜어져 나온다.

투쾅!

[크아아아악!]

[으으으윽, 우리들의 비원을……반드시 이루어 주십시오. 올마이티님…….]

푸욱!

그녀의 일격으로 사지가 찢어진 정찰대원 하나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올리면서 그렇게 유언을 남겼지만, 다음 순간에 그의 상공으로 나타난 브륜힐트는 잔인하게도 그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희미하게나마 미소까지 그려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전쟁다운 전쟁이군.’

전투를 위해서 태어난 발키리답게 자신의 존재의의가 충족되는 고양감에 휩싸인 그녀는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라그나로크에 비교하면 적들은 나약하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에도 여러 가지 성가신 제약들이 많았지만, 단순하게 그람을 휘두르면서 적들을 학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끼는 게 전쟁처녀다.

그녀는 류안이 조직한 군대가 생각보다 강력할 뿐만 아니라 그가 자신의 역량을 가늠하면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오딘에게 선택받은 영웅치고는 나약하다고 생각했는데……군대를 조직하는 솜씨가 보통이 넘는군. 필멸자 치고는 괜찮은 실력이야.’

그리고 그런 발키리의 심리상태를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는 프레이야.

“하여간 누가 발키리들 아니랄까봐 전쟁이라고 좋아하는 꼬락서니라니……에휴, 야만스러운 애들은 어디를 가도 자기들이 야만인이라는 티를 내고 다녀요. 세상은 러브 앤드 섹스가 진리라는 사실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그렇게 투덜거리는 여신 또한 평범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위기를 넘긴 그녀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것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발할라의 세계가 정화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었다.

브륜힐트가 예상하기로 정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30분.

제아무리 흑염룡의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그 시간 안에 브륜힐트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녀도 오랜만의 전투를 별다른 고민 없이 마음껏 즐기면서 흥취가 올라 정찰대만이 아니라 본대까지 공격하는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류안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고오오오오오!

세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괴성과 함께 백색의 기사단의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크기를 자랑하는 거인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 저건 설마?!”

[……요툰? 아니, 진짜 그들일 리는 없겠지만……저런 크기라니?]

이 세계를 기준으로 전고 300m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크기를 가진 괴물들이 1기도 아니고 무려 20기나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프레이야의 성을 목표로 진군을 시작했다.

[전군 돌격! 거인병을 방패막이로 진군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을 뒤따르는 백색의 기사단.

“저, 저게 뭐야? 어, 어떻게 좀 해봐! 브륜힐트.”

능력이 사라진 프레이야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호들갑을 떨면서 외쳤지만 브륜힐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람을 들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노리기 쉬운 표적을 만들어서 공격해 오니 환영할만한 일이죠. 여신님께 제 실력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허공으로 떠오른 브륜힐트는 다시 한 번 그람을 하늘로 치켜세우면서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승리의 검이여 요툰에게 뇌신의 심판을 선사하라!!]

쿠콰콰콰콰쾅!!

그녀의 외침에 화답하듯이 사방으로 낙뢰가 쏟아지면서 20여기의 거인들을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요툰 킬러라고 불리는 천둥의 신 토르의 권능을 빌리는 기술로 거인들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수단이라고 알려진 기술. 비록, 천둥신의 망치에 비교하면 그 위력자체는 많이 반감되었지만 진짜 요툰이 아니라면 그것만으로도 재앙이나 다름이 없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거인들의 모습에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끝났군.]

“꺄아악! 브륜힐트, 멋있어!!”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프레이야는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지만 다음 순간에 모든 거인들이 일제히 부활하면서 다시 한 번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부활하다니 도대체 무슨?]

쿠쿵, 쿠쿵!

느릿느릿하게 진군을 시작하는 거인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뒤따르고 있는 기사단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 올마이티님의 가호가 사악한 마녀의 주술을 버텨내었다.]

[전군 돌격! 기사단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직 돌격만이 있을 뿐이다!!]

두두두두두두-.

[그람이여 적들을 주살하라!!]

당황한 브륜힐트가 재빠르게 승리의 검을 휘두르면서 공중병력의 30%를 전멸시켰던, 빛의 고리를 발사했지만 거인들은 그것마저도 버텨내면서 후속으로 따라오는 기사단을 지켜주었다.

‘말도 안 돼. 도대체 저런 괴물을 무슨 방법으로 갑작스럽게 만들어 낸 거지?’

고오오오오오!!

거인들을 완벽하게 자신을 되찾은 듯이 과시하는 것 같은 함성을 내지르면서 더욱 더 빠른 속도로 전진을 시작했다.

“꺄아아악! 어, 어떻게 좀 해봐. 브륜힐트!!”

프레이야는 완전히 패닉에 빠지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발키리라고 갑작스러운 상황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사령부에서 기사단과 거인들의 움직임을 컨트롤하고 있던 류안은 거인들이 무사히 브륜힐트의 공격을 버텨냈다는 사실에 작전 1단계가 성공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녀석들……자손을 포기하는 대신에 세포증식능력을 주입시켰더니 정말로 강해졌구나.”

고오오오오!!

어딘가 서글프게 들려오는 목소리로 포효하는 거인들은 사실 단일 생명체가 아니라 각각 10억 마리에 이르는 기사단에게 정자의 기능을 제거한 다음에, 암세포처럼 증식하는 독립적인 유기체로 변형시켜서 만들어낸 거대한 괴물이다.

그 세세한 내부 구성은 13구역에서 상대한 바라모스의 설계도를 고스란히 베꼈으며 녀석처럼 핵공격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조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초회복능력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기 때문에 세포 몇 개만 살아남아도 순식간에 원형을 회복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브륜힐트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은 없어. 거인들은 전부 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거야, 중요한 건 그녀가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해. 만약에 그녀가 거인의 비밀을 눈치 챈다면……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거야.’

============================ 작품 후기 ============================

2줄 후기

어제 술을 마셨더니 오늘 죽을 것 같습니다. 글도 겨우 썼네요. ㄷㄷㄷ

생일 다음이 화이트데이지만 여자친구가 없으니 개이득...주르륵.

코멘트 답변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피 버스데이 투 미!!

흑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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