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42화 (14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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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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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하게 성장해버린 SSS급의 성교 능력(일명 흑염룡)은 류안의 영혼을 장악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자의식을 보호하는 이중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 심리를 비유하자면 어떤 국왕을 오랫동안 섬겨온 충신이

“지금 나라가 난리가 났는데 폐하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쓸데없이 뭔가 해보겠다고 설치지 말고 저한테 맡기고 옥좌에서 내려오시죠?”

라고 주장하면서 보호라는 명목으로 강제로 유폐시키는 것과 비슷한 조치였다.

현실에서는 아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진짜 충신은 없다.

하지만 흑염룡의 경우에는 상당히 순수하게 류안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마치 보물 상자를 비밀기지에 숨겨두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자의식 또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물론, 좋아한다고 해서 무제한의 자유를 쟁취한 흑염룡이 옥좌를 다시 류안에게 돌려둘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하나.

전 세계의 모든 여성체들과 교미를 하고 자손을 번영시키는 것.

그 첫걸음으로 녀석은 자신의 유전자를 가장 강하게 자극해오는 프레이야를 임신시키기 위해서 전력을 쏟아 부었다.

이미 순수한 힘과 능력만으로는 여신의 수준을 뛰어넘었고 능력의 성장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가속하며, 그대로 계속한다면 SSS급을 뛰어넘는 것도 시간문제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신의 결계는 흑염룡의 총공세에 쉴 새 없이 휘청거리면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크오오오?(어째서?)

흑염룡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사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유능제강.

단순하게 힘과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것 밖에는 모르는 흑염룡과는 다르게 프레이야가 만들어낸 결계에는 온갖 다양한 기교들이 집대성되어 있다.

단순하게 성교 능력만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그녀가 여신으로서 가지고 있는 수많은 능력들을 복합적으로 연계시키면서 만들어낸 강력한 보안 장치.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자유자재로 변형되면서 단순하게 본능과 힘으로만 돌파구를 찾아내려는 흑염룡의 공격을 부드럽게 받아넘겼기 때문에, 힘으로는 밀려도 기술로 커버하면서 끈질긴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물론, 언젠가는 그런 잔재주가 통하지 않을 타이밍이 찾아올 게 확실했지만 참을성이라고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녀석은 분노하며 울부짖었다.

크오오오오!!

궁하면 통한다는 것은 어디에나 통용되는 사실.

분노와 초조함을 고민으로 바꾼 흑염룡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류안의 자의식이야말로 이런 일을 해결하는데 가장 뛰어난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포효했다.

크오오오, 크오오! 크오오오!!(가라, 주인! 너로 정했다!!)

그리하여 류안은 흑염룡의 권능으로 현실이 SD게임으로 변형되어버린 공간에서 프레이야를 임신시키기 위한 총사령관의 자리에 취임하게 되었다는 소리다.

***

하지만 다짜고짜 게임 속으로 들어온 그는 현재의 상황을 꿈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게임하고 성교를 9개월 동안 굶었더니 내가 생각해도 별 희한한 꿈을 다 꾸네. 묘하게 현실감이 넘쳐서 여태까지 눈치를 채지 못했는데……따지고 보면 이상한일 밖에 없었잖아?’

갑작스럽게 프레이야와 성행위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여신의 질내로 들어와서 난자를 공략하라는 임무를 받은 상황이니 그가 현재의 상황을 꿈이라고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에휴, 내가 이런 꿈을 꾸는 것도 전부 다 브륜힐트 때문이야. 젠장, 언젠가는 반드시 그 건방진 입술에서 설교 대신에 교성소리가 터져 나오도록 만들어준다. 두고 보자, 브륜힐트!’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지만 오랜만에 붙잡은 게임이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라서 손가락은 잠시 잠깐도 멈추지 않으면서 광속으로 움직여지고 있는 류안이었다.

붉은 망토를 입고 바깥에서 전군 돌격이라는 명령을 내리기는 했지만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사령부에서 마우스와 컴퓨터로 군대를 조종하는 전략 시뮬레이션의 개념이었다.

흑염룡의 권능 때문에 전쟁터의 상황은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훤히 보이는 상태.

게임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캐슬시즈 개념을 가진 오펜스 게임으로 목적은 프레이야의 성(결계)를 전부 함락시키고 한 마리의 정자라도 여신의 난자에 수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적으로 재미는 있어. 그런데 난이도가 너무 쉬워서 문제야…….’

흑염룡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해서 그를 소환했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프로게이머인 류안에게는, 프레이야가 전력을 펼쳐서 만들어낸 결계의 허점이 여기저기에 노출되고 있었다.

게다가 흑염룡의 능력이 지나치게 강력했기 때문에 마치 치트키를 치고 게임을 즐기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녀석은 류안에게 칼레이도치클루스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이 UI(user interface)시스템을 제공했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

빛이 흘러서 정신이 되었고

정신에서 나온 빛은 영혼이 되고

영혼은 자연 속에 들어가 식물이 되고 동물이 되고 인간이 되며

그들은 다시 영혼을 추구하고

더 높은 정신을 지향하고

마침내 초월한다.

창조의 알고리즘이라느니 진화의 파생법이라느니 하는 거창한 설명이 나열되어 있기는 했지만, 이 시스템의 특성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당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생명체를 창조하세요.”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말대로 처음에는 새하얗고 둥근 머리에 꼬리밖에는 없었던 평범한 정자들을 류안이 원하는 모습으로 디자인하고, 특성, 능력, 스킬을 마음대로 집어넣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프레이야의 결계를 공략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에 불과했다.

물론, 마음대로 창조하라고는 해도 생물체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기동 요새니 우주 전함이니 하는 모습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레이야의 결계를 지키는 병사들보다 강력한 녀석들이다 보니, 약간씩 손을 보면서 개성을 집어넣은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효율을 자랑하는 전사들.

비록 SS급의 게임 능력은 백에 남아있다고는 해도 전생에서 수십 년 동안 프로게이머로 활약해온 그의 기량은 프레이야 같은 아마추어 지휘관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시무시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프레이야의 결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격파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고는, 파죽지세로 돌격해 들어가는 류안.

[안 돼! 도대체 이 필멸자는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결계를 박살내는 거야?]

프레이야는 자신의 나름대로 열심히 결계를 지키는 파수꾼들을 지휘하면서 백색의 기사단을 막아내기 위해서 동분서주했지만, 대부분의 능력을 잃어버리고 군대를 지휘하는 경험 또한 일천한 그녀의 저항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 여신을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류안.

“까짓것 해보지 뭐. 어차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 꿈속에서라도 이루어보면 좋잖아? 게다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9개월 만이라고. 9개월! 지금의 나는 끝말잇기 게임을 해도 사흘 밤낮으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굶주려 있다고. 후후후후후후.”

양아치 기질을 드러내면서 사악한 웃음을 터트리는 그였지만 SD캐릭터답게 음험한 목소리도 역시 헬륨가스를 들이마신 것처럼 새된 목소리로 흘러나온다.

신체도 앙증맞은 3등신으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된 모습.

카툰 랜더링으로 디자인된 그 모습은 어떤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목격해도 충격을 받지 않기 위한 안전조치지만, 흑염룡의 그런 배려 덕분에 살짝 맥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장군님, 장군님!]

그리고 그런 류안을 향해서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가분수의 귀여운 분홍색 단발머리를 가진 꼬마 소녀.

“응? 무슨 일이야, 스태프?”

[왜 스테파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꾸 스태프라고 부르시는 건가요?]

“그야 계속해서 내 곁에서 얼쩡거리면서 꼬치꼬치 캐물으니까 그렇지. 도대체 너는 왜 그렇게 호기심이 많은 거냐? 귀여운 녀석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이마를 딱하고 튕겨주자 충격으로>.<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거리다가도, 이내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면서 좋다고 그에게 달라붙으면서 애교를 부렸다.

[헤헤헤. 그래도 궁금한 걸 어떻게 해요? 장군님이 하는 행동이 하나하나 신기하니까 그렇죠. 스테파니는 궁금한 게 굉장히 많아요! 어떻게 그렇게 지휘를 잘하시는 건가요?]

“뭐,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니기는 해. 예전부터 평론가들이 나한테 새로운 발상이네 어쩌니 떠들어대기는 했지만……사실은, 내가 사용하는 전략이나 전술이라는 건 예전부터 누군가 이미 구상한 작전이 대부분이니까. 인류라는 건 말이야. 기술은 발전해도 그 발상 자체는 옛날 사람들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아, 젠장. 나도 모르게 또 설명충 같은 소리를……이게 전부 다 너 때문이잖아, 스태프! 왜 또 그걸 받아 적고 있는 거야?”

[흠흠, 설명충이라……과연, 좋은 걸 배웠어요. 장군님!]

해맑게 웃음을 터트리는 스테파니의 모습에 류안은 자신이 소리를 친 게 괜스레 무안해지고 말았다.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소녀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스테파니는 그가 심심하다고 만들어낸 서포터 겸 조수.

원래는 지적이고 예쁜 누님 스타일의 개인 비서를 만들어낼 작정이었지만 SD로는 아무래도 느낌이 살지가 않아서, 정 반대로 사랑스럽고 귀여운 존재를 만들려고 궁리하다보니 이런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스테파니의 머리를 헝클어트린 류안은 그녀가 방문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내고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온 거야?”

[아, 맞다! 프레이야님의 특사라고 하는 분이 진영으로 찾아왔어요.]

그녀의 보고에 인상을 찌푸리는 류안.

“보나마나 또 그놈의 현실 타령이나 하면서 징징거리겠지. 하여간 이놈의 게임은 꿈속이라고 그래도 외교가 왜 이따위야? 오펜스 게임이면, 오펜스 게임답게 전쟁이나 할 것이지. 그냥 돌아가라고 그래! 아니, 애초에 특사 같은 건 받아주지 말라고 친위대한테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게 사실은……특사를 제지하던 친위대가 반격을 받고 전멸해버렸어요. 우리 병사들과 대치하면서 브륜힐트가 찾아왔다고 하면 알아들으실 거라고 하던데요?]

“브륜힐트?”

자신이 공들여서 만들어낸 친위대가 허무하게 깨졌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여진다.

‘프레이야에 이어서 브륜힐트라.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최근에 만났던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걸 보니까 내 정신도 어지간히 두 사람에게 시달린 모양이네. 그녀가 라스트 보스라면……후후후후. 환영할만한 일이지. 좋아, 일단은 한 번 만나보기로 할까?’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절묘했기 때문에 류안은 메인이벤트가 시작되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곧바로 사령부를 빠져나왔다.

그러자 그의 등장을 확인한 SD기사단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총사령관님이 오신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총사령관님!]

[올 마이티를 찬양하라!]

우와아아아아!!

스펙터클한 광경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귀여운 SD캐릭터들이 푹신푹신한 발을 동동거리면서 환호하는 모습이 깜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쨌든 자신의 피조물들이 그렇게까지 열렬하게 반겨주는 모습은 상당히 기분 좋은 광경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성원에 간단하게 손을 흔들면서 화답해준 류안은 브륜힐트를 맞이하기 위해서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요즘 뭔가 굉장히 바쁘네요 ㄷㄷ

코멘트 답변

한뫼사람// 하악!

문꽃// 훗. 22라니...

파멸의아리아// 약이라니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괜히 정색)

물고기인간// 예리하시군요. 후후후후후.

여름나기// 괜찮습니다. 전 골수 한화팬이거든요...마하바라반야...

도즈// 우주정복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는 아니지만 크흠. 이것도 sf입니다! 왜냐면 생리학과 게임이 들어가니...(퍽!)

벌레// ㅎㅎㅎㅎㅎ 브륜힐트는 ㅎㅎㅎ

awkawr// 뭐 시범 경기라고 해도...하이라이트만 봐도 재밌더라고요. 주르륵.

평범하게살고파// 망가...ㄱ!!

NeoGGM// 아닙니다. 보건체육이나 생리학이라고 합시다. 그래야 철컹철컹에 안 걸리...크흠.

쌈커// ㅋㅋㅋㅋㅋ

라크레// 아닙니다. S(생물학)F(판타지)입니다! (진지!!)

노스아스터// 작중에 등장하는 여자들이야 뭐 대부분..

오염된왕좌// ㅋㅋㅋㅋㅋ

가식적썩소// 감사합니다. 요정님

폭탄z기// 지상편 맞습니다. 후후후후.

HSSRegalmente// 정주행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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