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38화 (138/291)

0138 ----------------------------------------------

지상편

***

그로부터 6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류안은 마나보유량 만으로는 거의 초절정고수에 근접하는 양을 보유하게 되었다.

유라디스 은하의 수치로 계산해보면 약 2만.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율리안 중장이 가지고 있는 마나가 약 4~5만이라고 하는데 수치로는 아직 그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평범한 우주군의 파일럿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2천이라는 마나량을 생각하면 그 10배나 되는 마나량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겨우 9개월의 수행으로 그런 경지를 쌓았으니 수십 년 동안이나 그런 수행을 반복한다면, 율리안의 마나량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해 보였다.

그쯤에서 류안은 브륜힐트의 지도 덕분에 오행의 기운을 제어하면서 동시에 마나를 축적시키는 SHM(somebody help me)이라는 마나연공법을 완성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모든 것이 순조로움 그 이상으로 느껴지는 성과였지만 실속을 살펴보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브륜힐트는 자신이 원했던 결과물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질되어버린 류안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을 수련시켜도 오기조원을 달성할 수가 없어.’

이론적으로는 자신의 방법이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서 잘못된 것이었는지 무엇인가가 결정적으로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신의 방법을 고집했지만, 설상가상으로 류안은 오행의 수련을 거부하면서 그녀에게 계속해서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을 알려달라면서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아, 진짜. 누님. 우리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숨기지 말고 툭 털어놓읍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영체 상태에서 물리세계에 간섭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면……크아아아악!”

브륜힐트는 손바닥을 들어서 그에게 다시 전격을 날렸다.

‘죽일 수 없다는 제약이 이렇게까지 성가시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오딘의 권능이 만들어낸 제약은 그녀에게 포괄적으로 간섭을 하고 있어서 죽음이라는 의미가 단순하게 영혼의 소멸에만 관련되어 있지는 않고, 그의 자유의지 자체를 구속하려는 행위에도 브레이크가 걸려져 있었다.

다른 존재들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노는 것은 주로 악마들이나 어둠의 존재들이 즐겨 쓰는 방법이기는 했지만, 그녀 또한 작정하고 마음을 먹는다면 필멸자 개인의 의사를 완벽하게 제압해버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

하지만 그렇게 의사결정권 자체가 변질당하는 것은 존재로서의 죽음을 상징하기 때문에, 브륜힐트는 류안의 정신을 왜곡하지는 못하고 끊임없이 채찍질을 하면서 그에게 공부하라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는 방식 밖에는 사용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얻어맞으면서 조금씩 내성이 생기는 모양인지 그의 저항도 역시 나날이 강력해져갔다.

파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악! 아프기는 한데 조금 색다른 고통은 없습니까? 레파토리가 너무 똑같으니까 이제는 슬슬 질리……크아아아악!”

[큭!]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도발에 다시 한 번 평정심이 뒤흔들리는 그녀.

조금 전에도 수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단순한 고문에 가까운 수법으로 고통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건방지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가 주장하기를.

[어차피 마음이 전부 다 읽히는 판에 숨겨봤자 뭐합니까? 언령이고 나발이고 이게 제 생긴 모습이니까, 생긴 대로 살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요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브륜힐트는 고통의 강도를 늘려가면서, 분골착근이며 불개미들이 전신을 파먹는 고통을 류안의 정신으로 집적 주입시키면서 그를 고문했다.

참선의 의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순하게 설득이라는 핑계로 이루어졌던 고문.

덕분에 발키리가 진지하게 마음먹고 선물해주는 고문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그는, 눈물 콧물을 전부 쏟아내면서 살려달라고 구걸하면서 며칠 동안 얌전하게 굴었지만 이내 다시 한 번 들고 일어나면서 그녀에게 대적했다.

“킁, 훌쩍. 이제는 제가 꺾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때도 된 거 아닙니까? 보아하니까 오기조원의 수련도 별로 진전이 없는 모양이고……이제 그만 풀어주시고 저한테 물리세계에 간섭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기왕이면 흑염룡을 부활시키는 방법도 알려주시고요. 그렇게만 해주시면 덤으로 오기조원의 수련도 겸사겸사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 부질없는 짓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필멸자여! 그대 또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목적일 터. 그렇다면 오행의 수련을 계속하고 깨달음에 집중하는 것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요구에 얼이 빠진 브륜힐트는 자신도 모르게 변명하는 태도로 그렇게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지난 9개월 동안 뼈저리게 느낀 사실인데. 저라는 녀석은 욕망을 억누르고 살아가면 뭘 해도 제대로 되지가 않더라고요. 지금도 본체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브륜힐트님을 껴안고……으흐흐흐.”

[……!!]

입가로 흐르는 침을 스윽 닦아내면서 음흉한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 말로는 설명을 할 수가 없는 오한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 바람에 더더욱 신이 난 류안.

“아니, 왜 그렇게까지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본능을 부정하시는 겁니까? 하여간 누가 만년 처녀가 아니라고 할까봐 완강하시기는, 저한테 맡겨주시면 제가 책임지고 브륜힐트님께 필멸자들의 사랑을 가르쳐……끄아아아아아! 페이탈리티!!!”

파지지지직!!

그의 도발에 완전히 넘어가버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그를 거의 소멸시켜버릴 수준의 공격을 날려버렸다.

치이이익!

[괘, 괜찮은가? 필멸자여……]

다급하게 질문을 던졌지만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 그.

“훗……이 정도로는 이제 저를 꺾을 수는 없습니다.”

[머, 멀쩡하다고?]

“그거 아십니까? 피가 나던지 말거나 상처를 계속해서 긁어대고 있으면 처음에는 아프고 쓰린 것 같으면서도 점점 더 짜릿한 쾌감이 느껴진다는 것을 마조히스트는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건 줄 알았는데, 만들어지는……거였……커헉!”

정신이 오락가락하는지 헛소리를 중얼거리던 그는 잠시 동안은 멀쩡한 척을 했지만 결국에는 버텨내지 못하고 다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한숨을 내쉰 브륜힐트는 이제는 거의 습관적으로 그를 에이프의 권능을 담아낸 회복의 샘으로 집어던졌지만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이제 단순하게 피로함만은 아니다.

그녀는 류안이 기절했다는 사실 자체에 안도하는 자신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만약에 필멸자가 내 공격을 정말로 멀쩡하게 견뎌냈다면……’

그리고 그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의 뒷이야기를 떠올리자 마치 바퀴벌레들이 전신을 기어 다니는 것 같은 소름을 느끼면서 몸을 부르르 떨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 돼. 필멸자가 정말로 고집을 꺾지 않고서 계속해서 저항을 한다면 언젠가는 정말로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어.’

그녀는 어떤 최악의 가정을 떠올리면서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말았다.

필멸자는 아직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신들이나 발키리, 또는 악마나 마신이라고 불리는 거창한 존재들은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신들이 그처럼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들의 일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그들을 피해서 몸을 숨기고 있는 이유도 전부 그 약점들을 인간들이 알아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

그래서 그들은 가능하면 인간들의 일에는 직접 개입을 하지 않고 끊임없이 대리인을 내세우면서 그들과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브륜힐트는 비상하게 머리회전이 빠른 류안이 만약에라도 그 방법을 찾아내는 사태가 견딜 수 없이 두려웠다.

‘좋아.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필멸자의 말을 한 번 믿어보도록 하지. 하루라도 빠르게 오기조원을 달성시키고 그의 곁에서 떨어져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

얼마 후.

에이프의 샘에서 정신을 차린 류안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약간 어색한 자세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브륜힐트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그녀를 보자마자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말을 여과 없이 집어던진다.

“브륜힐트님. 필멸자한테 부끄러운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옷을 입고 다니십니까? 물도 뜨듯하니 좋은데 같이 들어와서 혼욕이나 즐기시는 게…….”

[알겠다.]

“좋습니다. 그렇게 순순히 나오셔야……네?”

자신의 말을 정말로 받아드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수락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귀를 의심하던 류안.

다음 순간에 브륜힐트는 양손을 모으더니 불과 한 순간에 자신이 입고 있는 모든 무장들을 사라지게 만들면서 자신의 새하얀 나신을 주저 없이 드러내었다.

“어, 어버버…….”

달빛을 받으면서 신비롭게 빛나고 있는 그녀의 피부는 티끌 한 점 없이 깨끗했다.

막 지상으로 강림한 여신처럼 군더더기라고는 한 점도 없이 아름다운 그녀.

그녀는 마치 수도승처럼 경건한 모습으로 한 쪽 발부터 천천히 자신의 몸을 에이프의 샘으로 집어넣았다.

찰랑.

영혼밖에 없는 류안과는 다르게 신체神體로 형성되어 있는 그녀의 행동에 맞춰서 조그마한 파문이 일어난다.

샘 속으로 들어온 브륜힐트는 별다른 수치심도 느끼지 않는 모양인지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류안을 멀뚱멀뚱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현재 그는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침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하면서 그대로 굳어버린 상황.

무심코 그의 생각을 읽어 내려가던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인가? 필멸자여……그대가 그토록 갈구하던 것이 이것이 아니었던가?]

한동안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던 류안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샘의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멸망해버린 발할라의 세계에서 한 영혼의 비통하기 이를 데 없는 절규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염룡아, 제발 일어나라! 설렁탕을 사왔다고 그러잖아. 지금 브륜힐트가 알몸으로 들어왔는데 맥없이 누워만 있을 거야?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아이고, 젠장.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운수가 좋더라니!!!”

만질 수도 없는 땅바닥을 몇 번이나 내리치면서 꺼이꺼이 울음을 터트리던 류안은 잠시 후에는 훌쩍거리면서 다시 에이프의 샘으로 돌아와서는 그녀와 마주앉았다.

[필멸자들의 사고방식은 역시나 이해할 수가 없군. 그대는 어찌하여 보다 상승의 무리와 조화의 비술을 배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시적인 음양의 조화에 집착하는 건가?]

“그게 다 브륜힐트님이 처녀라서 뭘 모르니까 그러시는 겁니다. 아니지, 생각해보니까 제가 알고 있는 북유럽신화가 사실이라면 신들도 다들 신나게 하는 거 아닙니까? 원시적인 음양의 조화.”

[그대가 무엇을 상상하는지는 알겠지만 신들이 그들의 자녀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아니, 생각해보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군. 그대의 말대로……원시적인 음양의 조화를 아주 열광적으로 옹호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 분의 방법이 정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 저도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 알 것 같습니다. 저한테 정말로 끝내주는 발할라의 임무를 내려주신 분이기도 하죠. 그 분이 바로…….”

두 사람이 공통된 이름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이름을 열려고 하는 순간에 당사자가 직접 그들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안녕~~. 지금 나 불렀어?”

여신 프레이야의 강림이었다.

============================ 작품 후기 ============================

몇줄 후기

이래저래 무리한 것 같아서 내일 하루는 쉬도록 하겠습니다.

머리가 빙빙 도네요.

연재보유분량이 딱 1편 더 있기는 한데 내일 모래 예비군 훈련받는 날에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상 예비군 훈련으로 하루 쉬는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살려주세요.

코멘트 답변

오늘도 쉬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