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36화 (136/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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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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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지직!

“크아아아악!”

파지지지직!

“캬오오오오!!”

파지지지지직!

“아, 안 돼. 더 이상은……전기충격으로 가버렷!!!”

브륜힐트는 끊임없이 별 괴상망측한 생각들이 뿜어져 나오는 류안의 머릿속을 감상하면서 멍한 상태로 조건반사적으로 그를 고문해 나갔다.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마다 강도를 조금씩 더 세게.

하지만 지나치게 그 행위에 몰두한 나머지 적당히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너무 강력한 공격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파지지지지지직!

“…….”

‘이제야 조용해졌군.’

류안이 생각을 멈추자 그런 생각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쉰 브륜힐트였지만, 그것이 소멸되기 직전의 영혼에게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면서 그의 제압을 풀어주었다.

털썩.

“버, 범인은 브륜힐…….”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으면서도 후대에게 다잉 메세지를 남기려고 움직이는 그.

그것마저도 농담이라는 사실을 읽어낸 브륜힐트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심정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뱉어내고야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이라니 도대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피로감에 휩싸이는 그녀였지만 그대로 내버려두면 회복하지 못하고 소멸해버릴 게 뻔했기 때문에 서둘러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치유하기에는 상태가 너무 위독해. 뭔가 주물呪物이 될 만한 것을 찾아내야만…….’

천리안을 사용해서 주변의 환경을 조사하던 그녀는 이내 양지바른 장소에서 정기를 간직하고 있는 느릅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엠블라(Embla)의 전신인가? 이것이라면…….’

다음 순간에 순간이동을 한 그녀는 느릅나무의 가지를 잘라내고는 다시 류안의 곁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의식이 남아있다면 들어라. 필멸자여……쇠는 물을 살리고 나무를 이기는 법. 오행五行의 순환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조화를 터득하고 그것을 다스리는 묘리일지니……필멸자여, 그대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대에게 내려진 신성神性을 수련하는 게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라.]

브륜힐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공에서 한 자루의 검을 뽑아내었다.

그람Gram.

찬란하게 빛나는 승리의 검을 뽑아낸 그녀는 오행의 능력을 발동시키면서 느룹나무의 가지를 잘라내었다.

양쪽으로 잘려나간 가지는 마치 자석에 같은 극을 가져다가 된 것처럼 서로를 밀어내면서 하나는 아래로, 또 하나는 위로 상승했다.

떨어진 가지는 바닥을 파내면서 사람이 하나 들어갈 수 있는 구덩이를 만들어내고, 허공으로 올라간 나뭇가지에서는 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구덩이를 메웠다.

조그마한 샘을 만들어낸 브륜힐트는 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

[에이프(eir)의 숨결이여 이곳에 깃들라.]

맑고 투명한 샘이 이내 신비로운 에메랄드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치유의 여신과 수기水氣의 능력이 결합되어 있는 회복의 샘.

브륜힐트는 류안의 혼을 허공으로 들어 올려서 그곳으로 집어넣고는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서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정양靜養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

그녀가 떠나고 얼마 후.

조각구름이 흘러가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3개월 만에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류안은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죽고 싶다. 지금도 죽을 것 같지만 조금 더 격렬하게 죽고 싶다.”

브륜힐트는 그를 번뇌의 덩어리라고 부른다.

아닌 게 아니라 이승에서도 메디컬 체크를 통해서 섹스중독과 게임중독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그.

그에게는 외부의 어떤 자극도 실감을 할 수가 없는 영혼의 상태라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다.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이야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발생하는 것이니까 상관이 없다지만, 아무리 음란한 상상을 해도 흑염룡이 발기하지를 않으니 흥이 생겨나지를 않는다.

머릿속으로 온갖 게임을 하는 상상을 해도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그 정크junk함을 재현해내지는 못했다.

극심한 욕구불만과 그것으로 인한 의욕 상실.

사실, 그가 지난 3개월 동안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유일한 감각이라고는 브륜힐트가 선물해주는[영혼까지 찌릿찌릿]전기 충격이었는데, 그 짜릿함과 그녀를 놀려먹는 일만이 거의 유일한 낙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프거나 죽는 걸 기본적으로는 싫어하는 그는 자기 나름대로는 안 얻어맞으려고 발버둥을 친 결과가 이 모양 이 꼴이지만.

브륜힐트는 자신의 공격이 단순하게 고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번뇌를 털어 내주는 참선의 일종이라고 주장했지만, 소멸의 위험은 진짜였기 때문에 착한 아이들은 집에서는 따라하면 안 된다.

don't try this at home.

솨아아아아-.

한 줄기 바람이 주변을 휩쓸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게 흘러 지나간다.

회복의 샘에 몸을 담그고 있는 그는 영혼의 피로와 고통이 씻어져나가는 게 기분 좋다고 생각했다.

“멸망한 세계라고 하지만 평화롭기만 하네. 뭐……쳇.”

브륜힐트는 미니게임이 만들어 낸 이 세계가 발할라에 실패한 세계라는 사실을 이야기 해줬다.

도전자들과 인류가 시대의 갈망을 해소하지 못하고 갈망 자체가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바람에 종말을 맞이하게 된 세계.

종말이 찾아오면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그에게는 녹음이 우거지고 오행의 기운도 풍부한, 평화로운 섬의 모습이라는 게 어딘가 오활하다는 느낌을 가져다가 주는 걸 감출 수 없었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브륜힐트의 설명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그것을 납득하는 것은 감정의 문제.

그는 지나치게 올바른 그녀에게 투덜거리고 싶었을 뿐이다.

이 세계를 멸망시킨 갈망의 정체는 죽은 사람들을 되살리고 싶다는 소망이 원인이었다.

류안이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어딘가 불길하다고 생각한 안개의 정체가 다름 아닌 이 세계를 살아온 모든 생명체들이 망령 집단.

그 안개는 브륜힐트가 머물고 이 섬을 제외한 전 세계를 휘감고 있다.

같은 영체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그들을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건 전부 다 미니게임이 그의 정신과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서 간섭한 영향이라고 한다.

‘나는 좀비나 괴물들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어째서 이놈의 미니게임은 내가 망령들을 목격하는 걸 두려워 할 거라는 판단을 내렸을까?’

19금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접속 차단이 떠버린 심정이기에 류안은 쓸데없이 간섭이 심한 미니게임에게 그렇게 투덜거렸다.

어쨌든 한 사령술사가 지나치게 오버하는 바람에 전 인류가 안개와도 같은 아주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망자로 변해버렸는데, 마치 좀비처럼 망자들에게 습격당한 생명체들도 망자로 변해버리고 퇴치하는 방법도 굉장히 까다롭다고 한다.

물론, 발키리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어쨌든 그런 무시무시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에는 여전히 수많은 종류의 식물들과 곤충, 동물들이 먹이사슬의 법칙에 따라서 순환하며 살아가고는 있다.

문제는 가끔씩 그런 무리들 중에서 어떤 집단이 진화를 통해서 지성을 갖추는 집단을 형성하기라도 하면, 예외 없이 망자들에게 공격을 받으면서 멸종당하게 된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망자들이 그들을 공격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을 살려달라는 것.

물에 빠진 사람이 구해주려는 사람을 물에 빠트리는 것처럼 그들도 필사적이라는 소리였지만, 그들의 그런 이기적인 행위 덕분에 이 세계에는 미래영겁 어떤 문명도 발생할 수 없다는 게  브륜힐트의 설명이다.

오직 현상을 유지하는 것 밖에는 미래가 없는 닫혀버린 사회의 종말.

브륜힐트는 그것이 전부 다 백魄에 얽매인 자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재의 류안에게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혼魂이니, 백魄이니……귀鬼니, 신神이니……그런 게 다 알게 뭐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왜 사람들이 죽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살아가는지를 이해하겠어. 영혼의 인생(?)은 거지같아!’

브륜힐트는 인류가 어떻게 창조되었고 영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발할라의 신들과는 별도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창조해 낸 창조주가 따로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창조주는 신이며 인간, 악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었는데 그 숨결의 정체가 다름 아닌 영혼이라는 녀석이다.

브륜힐트는 이 녀석을 신성神性이라고도 부른다.

흔히 사람이 태어날 때는 두개골이 닫혀있지 않고 열려진 상태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은 갓 태어난 아기들이 모두 창조주의 숨결 즉 신성神性을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개골이 닫히면서 영혼이라는 녀석은 필멸자의 규격에 맞춰서 자동으로 변형되어 가는데, 문제는 인간다운 자연스러움 삶(류안의 입장에서는 그랬지만 브륜힐트의 표현을 따르면 번뇌와 욕망으로 가득한 삶)이라는 녀석이 신성을 갈고닦기는커녕 오욕칠정으로 덕지덕지 덮어버린다는 게 문제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갈고 닦으면서 자기 성찰과 수행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SS급의 능력 경지에 도달하면서, 프로모션을 통해서 신성을 깨우고 갈고 닦으면서 발전시키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죽고 난 다음에는 이미 인간에게 맞춰서 변질되어버린 신성.

영혼이라는 녀석이 어떻게 활동을 하느냐는 것이다.

브륜힐트는 그것을 혼백魂魄이라고 설명했다.

‘세트 버거라면 세트 버거답게 함께 움직이란 말이야. 왜 괜히 따로따로 움직이면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거야?’

백魄이라는 것은 브륜힐트가 설명했듯이 육체에 남아있는 사람의 잔류사념 같은 물건으로, 사람의 능력을 실질적으로 보관하고는 있지만 아무런 의지가 남아있지 않은 빈껍데기 같은 것이다.

고대의 중국인들은 이 백魄이라는 녀석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하고 난 다음에 이 녀석들의 활동을 귀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이것저것 끼워 넣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답게 돌아갈 귀歸라는 의미도 가져다가 붙였다.

한자가 계속해서 나오니까 복잡하게 들리지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죽은 시체는 땅에 묻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그 말대로 백魄은 사람의 시체와 함께 땅에 썩으며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환생의 흐름에 합류하게 된다.

그런데 이 귀鬼라는 녀석이 도깨비라는 의미라던가 괴물이라던가 하는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면, 슬슬 이 백魄이라는 녀석도 뭔가 심상치가 않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세상에는 이 녀석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하는 아주 유명한 놈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의 정체가 바로 네크로맨서니 사령술사니 하는 놈들이다.

데스나이트라던가 스켈레톤, 구울, 좀비 등등.

시체를 가지고 하는 장난들은 대부분이 이 백魄을 조종하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백魄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에 있는 혼魂이라는 녀석의 입장이다.

류안이 투덜거렸듯이 이 둘은 세트버거.

합쳐서 혼백.

죽은 다음에는 분리되어 돌아다니지만 사실은 분리된 것이 분리된 게 아니라고 할 수가 있는 오묘한 상태.

백魄것인 듯 백魄것아닌 백魄것 같은 혼魂

“내 영혼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강신후의 모습 그대로인 것도 전부 다 이 빌어먹을 혼백에 관한 문제 때문이라고…….”

============================ 작품 후기 ============================

몇 줄 후기

설명충 설명충해서 죄송합니다.

혼백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이후로 작품을 감상하면서 혼란이 안 일어날 것 같아서...

그래서 일부러 더 혼란스럽게 적었습니...크흠.

코멘트 답변

3월 10일까지 잠정 휴식입니다.

그래도 코멘트는 전부 다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봐서 여유가 되면 저한테 질문하는 내용들에는 답변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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