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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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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버리기로 결심한 신후는 자신의 정체성이 유라디스 은하를 살아가는 류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왜냐면 발할라를 성공시켰을 때 누군가가 그에게 전생과 현생 어느 쪽을 선택할거냐고 물어본다면, 자신만만하게 “제가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지만 가족들을 위해서 전부 다 포기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졌 때문이다.
현재 그는 유라디스 은하에서도 가족이라고 부를만한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그런 그에게 전생과 현생 한 쪽만을 고르라고 질문을 던지는 건 아이에게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를 물어보는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질문.
물론, 양아치 근성을 가지고 있는 그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봤을 때 저를 더 사랑해주고 재정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분을 따라가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내렸다.
그래도 자식새끼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는 욕을 들으면 아원자의 영역에 진입한 양심이라도 찢어지게 아플 것이기 때문에, 그는 발할라를 성공했을 때 들어준다고 하는 신의 소원을 전부 전생의 가족들을 위해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갑작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브륜힐트와의 공동생활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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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독스와 사우스포.
정통파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오소독스라는 단어는 권투에서는 주로 오른손으로 스트레이트 주먹을 날리는 권투 선수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하지만 오소독스라는 상징 자체가 포함하고 있는 의미들을 나열해보면 세계의 주류, 아버지의 유산을 계승하는 장남, 기득권, 정석 같은 다양한 내용들까지 그 내용을 확대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현대 사회에 스포츠라는 분야가 정착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소독스는 상당히 권위적인 형태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가부장적인 사회 체제가 무너지고 개인주의가 정착되면서 오소독스가 무너지게 되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스포츠 세계에서 왼손잡이들의 활약이 오른손잡이들을 무너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면서“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약하잖아? 난 오른손잡이라서 불리해!”라는 사회인식 자체를 상당히 많이 바꾸게 된 것이 차별을 약화시켜온 계기라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왼손잡이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소수이고 불리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라틴어인 오소독스와는 다르게 사우스포는 영어로 남쪽 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같은 권투용어지만 오소독스는 역사가 깊고 라틴어에서 유래된 반면에 사우스포는 영어, 그것도 야구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고개를 갸웃거려볼만하다.
원래는 사우스포가 아니라 같은 라틴어로 왼손잡이를 시니스터라고 부르는데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사악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야구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왼손잡이를 당연하다는 듯이 사악하다는 이름으로 불러온 게 인류라는 것이다.
비주류, 방탕한 차남, 소외계층, 편법 등의 이미지를 가져다가 붙이는 것은 물론이며 종교 재판에서까지 왼손잡이들은 악마의 끄나풀이라고 부르는 등,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종 차별만큼이나 왼손잡이들에 대한 탄압의 역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뿌리가 깊다.
어쩌다가 그런 차별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유래가 깊은 차별이다 보니 왼손잡이가 어째서 탄압받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이유에도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데, 요약하자면 집단생활에서 왼손잡이의 존재가 방해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하자면 밥을 먹는 손이 어느 쪽이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보통 오른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 된다.
차별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뭉쳐서 하는 단체 생활에서는 밥을 먹는 손이 다르면 서로의 어깨가 부딪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전쟁을 할 때도 창을 잡는 손이 달라질 경우에는 빽빽한 방진(팔랑크스)을 형성할 때 대열에 커다란 빈틈이 발생하게 된다.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라서 사람의 인력으로 거대한 공사를 벌이게 되면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사용하는 손이 다르다는 데서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모두가 왼손으로 밥을 먹고 창을 잡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인류는 다른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보다는, 아주 쉽고 편리한 해결책으로 그냥 왼손잡이를 탄압하기로 결정했다.
단체로 밥을 먹을 때 방해된다, 포진하는 데 방해된다, 공동 작업을 하는 데 방해된다.
왼손잡이는 꺼져라.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더 많았다면 상황은 정 반대가 되었겠지만 어쨌든 양쪽 팔을 멀쩡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의 왼쪽 손을 몇 대에 걸쳐서 잔인하게 탄압하고 차별해 온 덕분에 세계의 질서라는 것도 대부분 오소독스들에게 맞춰서 재구성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오소독스들은 자신들이 이미 오소독스의 사회를 살아가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왼손잡이들이 자신들을 위한 제품들을 비싸게 주고 구입해야 하는지를 모르게 되었지만 말이다.
류안은 양손잡이였지만 오소독스의 사회를 살아왔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손은 오른쪽 손이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 또한 오른쪽 손.
프로게이머의 경우에는 오른쪽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키보드의 자판 역시도 번갈아서 두드리기 때문에, 게임을 할 때도 왼쪽 손보다는 오른쪽 손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볼 때 그는 대부분의 전생과 현생의 인생 대부분을 왼손잡이, 사람들이 시니스터라고 부르는 영역에서 살아왔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 자체가 그랬고 부모님이 원하는 인생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왔으며, 게임을 하거나 전쟁을 할 때도 정석보다는 변칙적인 기책과 꼼수에 의존하면서 승리를 날로 챙기려는 경향이 강했다.
실력이 바탕이 되는 도박적인 플레이.
반면에 브륜힐트는 류안과는 정 반대의 스타일이었다.
니벨룽겐의 반지에 등장하는 그녀의 이미지를 보면 오딘의 명령을 거역하는가 하면 악녀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시니스터 같은 포스를 뿜어낸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행동에 이르게 된 계기에는 사실 궁극적으로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 오소독스의 완고함과 독선적인 성격이 바탕에 존재하고 있다.
물론, 이 이론이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확실한 건 그녀의 성격이 류안이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라는 것.
입장이 비슷하기는 그녀도 마찬가지.
달라도 지나치게 다른 두 부류.
두 사람이 서로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강아지 파와 고양이 파, 부먹파와 찍먹파, 탐폰파와 생리대 파, 등등.
서로의 존재를 용서하려야 용서할 수가 없는 극단적인 성격 차이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아찔한 동거생활은 마치 파국을 맞이하기 직전의 위태로운 부부생활처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위태롭게 진행되어 나갔다.
두 사람의 싸움에서 초반 신경전에서는 류안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는데다가 압도적인 무력까지 보유하고 있는 브륜힐트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사람의 몸에는 오행의 기운을 관장하며 각 기운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신체기관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오장五臟이며 각 부위로 흡수되는 오행의 기운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수련하는 것이…….]
“저는 지금 오장五臟이 없어서 그렇게 말씀하셔봤자 잘 모르겠는……크아아악!”
파지지직!!
농담을 던지기가 무섭게 날아오는 전격에 류안은 말 그대로 영혼까지 저려오는 충격을 받으면서 몸부림쳤다.
[누누이 말하지만 발언에는 신중을 기하라.]
그녀가 진행하는 수련은 가차가 없었다.
류안의 깨달음이나 이해에는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오행을 다스리는 방법과 이론, 구결을 머릿속으로 때려 박았으며, 운기조식을 통한 소주천이나 대주천조차 진기도인을 통해서 강제로 몇 바퀴 돌려준 다음에 그 길을 따라서 마나를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가 조금이라도 다른 짓을 하거나 잡생각을 한다면 용서 없이 고문을 가했고 진도가 생각보다 느려진다 싶으면, 벌모세수를 하고 난 다음에는 임독양맥이니 생사현관까지 무지막지하기 이를 데 없는 마나를 쑤셔 넣으면서 강제로 뚫어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터무니없는 고통에 시달리고는 가슴을 감싸면서 훌쩍거리던 류안.
“흑흑흑흑, 더는 들어가지 않는다니까 강제로 생사현관을 뚫어버리다니 이런 짐승……크아아악!!”
파지지직!
[필멸자의 영혼은 백魄의 사념에 지나치게 많이 오염되어있다. 혼魂이라는 것은 본디 순수하고 자유로운 것. 또한 고결한 것. 그리고 신령스러운 것. 필멸자가 귀魄가 지닌 미련과 번뇌를 씻어버리고 수련에 집중한다면 얼마든지 보다 넓은 그릇을 지닌 뛰어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몸과는 학습하는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녀가 가르치는 방식은 철저하게 정도의 이론에 따르는 정통적인 학습법이었다.
“어째 제 속에 잠들어있는 번뇌를 털어버리라고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제 아이덴티티에서 번뇌를 빼면 남는 게 별로……크아아아악!! 세상에나 맙소사 짜릿해!!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파지지직!
반면에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사파의 프로페셔널한 시정잡배를 연상시키는 류안.
대부분의 폭력에는 비굴하게 굴복하면서 자비를 구걸하는 그였지만 분명히 방어기제강화의 도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짧으면 하루에 한 번, 길면 3일에 한 번씩 그렇게 오뚜기처럼 일어나며 말도 안 되는 드립으로 브륜힐트의 고문을 유도해 내었다.
덕분에 점점 더 지쳐가는 쪽은 오히려 브륜힐트.
아무리 정신방어능력이 뛰어나고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마음을 보유하고 있는 고위의 존재라고는 하지만, 오딘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신들이 그러하듯이 그녀 역시도 감정에 지배당하는 존재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류안에 대한 혐오도라는 것은 바퀴벌레 이하.
마음 같아서는 언제든지 존재를 소멸시키고 싶다는 유혹이 무럭무럭 솟구쳐 올랐지만, 사실 그녀는 예전에 그에게 암시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그를 죽일 수가 없는 특수한 제약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세계에서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류안을 죽이는 것은 오딘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그에 대한 수련을 가속시켰고, 그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과 생각을 감시해 왔다.
하지만 하루 24시간 온갖 기발한 발상이나 망상이 소용돌이치는 그의 머릿속을 살펴본다는 건 비유하자면, 속도 제한이 없는 롤러코스트에 탑승하는 행위.
태생부터 오소독스인 그녀에게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카오스하고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이 조금씩 류안 바이러스(?)로 오염되고 있었다.
검은 것을 가까이하면 검게 되고, 붉은 것을 가까이하면 붉게 된다는 고사에 희생양이 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류안이 던지는 농담에 자신도 모르게 농담으로 받아치려고 한다든지, 평소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괴짜스러운 발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거나 하는 그야말로 인간적의 행위들에 오염되면서 부동심이 흔들리는 것을 깨닫고는 식은땀을 흘리는 일도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차라리 필멸자가 생각하는 걸 멈추도록 하는 건……지, 지금 내가 무슨 발상을 하는 거지? 젠장. 나를 이렇게까지 혼란에 휩싸이게 만들다니 이 카오스한 존재는 도대체…….’
그녀가 이렇게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이 수련을 시작한 지 3개월 정도가 흐른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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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줄 후기
저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제가 부먹파인지 찍먹파인지는 밝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단 아닙니다. 탄압하지 마세요.
코멘트 답변
일도 바쁜데 3월 7일하고 9일에 예비군 훈련 일정이 잡혔습니다.
참고로 5년차입니다.
주 7일 14kb의 연재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당분간 안정적인 보유분량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코멘트 답변을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