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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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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드만큼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브륜힐트는 내가 이 세계에 온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나는 현재 S급의 성교 능력을 SS급으로 진화시키기 위해서 특별한 훈련을 받기 위해서 영혼만을 소환 당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세계가 또 다른 발할라의 모습이라고 했다.
‘발할라 속의 발할라라니. 팽이를 돌리면 영원히 돌아갈 기세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사람의 혼魂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과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재의 본질이다. 그 사람이 생전에 지니고 있는 능력은 모두 백魄과 함께 육신에서 머무른다. 하지만, 혼이 없다면 백과 육신은 단순한 빈껍데기에 불과할 뿐.]
“싱글입니까?”
스컹!
보이지 않는 칼날에 앞머리가 약간 짧아진다.
질문을 하기도 전에 답변이 돌아오는 바람에 농담으로 노선을 전환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젠장, 서러워서 빨리 강해지던가 해야지.”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생각을 하고 말할게요.’
[말과 생각이 반대로 나왔구나, 필멸자여…….]
내가 질문하려고 했던 건 어째서 영혼에는 아무런 능력이 없느냐는 내용이었지만, 보아하니 그녀는 그 대답으로 모든 설명을 끝냈다는 식이다.
백魄이라는 개념을 기존의 상식대로 이해하자면 사람의 신체에 남아있는 잔류사념이라는 식으로 이해할 수가 있었다. 생전의 의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혼이 빠져나간 상태였기에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는 상태.
그러니 백만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사실상 워킹 데드나 마찬가지다.
내 경우에는 방어기제강화의 도움인지 류안의 잔류사념에 영향을 받았던 적은 없지만 어떤 음식이 더 맛있다거나, 생전 처음 듣는 음악이 귀에 익다거나 하는 식으로 미약하게나마 잔류사념의 영향을 받은 적은 있다.
하지만 혼의 경우에는 능력이 없다는 건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소리였다.
‘지금까지 존에 진입하면서 영혼들의 능력을 신나게 가지고 왔는데 이제 와서 뭔 소리야?’
그런 생각과 함께 브륜힐트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생각을 읽고 있음에도 대답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알아서 이해하라는 태도다.
그래서 알아서 이해하기로 했다.
괜히 질문을 던졌다가 죽기는 싫었으니까.
‘기억과 정신이라……능력이라는 건 자신이 학습해 온 연습의 성과물이니까. 그것만 있으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가 있는 거 아닐까?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지.’
생각해보면 발할라를 시작할 때부터 계속해서 가지고 있던 의문이기는 했다.
사람의 영혼과 신체, 아니 혼과 백.
어느 쪽이 능력의 주체일까?
성교 능력이야 신체의 성능이 아주 큰 역할을 해주니 그 주체가 신체에 있다고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기억 속에서 그 숙련된 기술과 이해마저도 사라지는 것은 아닐 터.
‘브륜힐트의 말은 영혼이 단순하게 능력의 기록보관소에 불과하다는 소리 같군.’
[잘 이해했군. 스스로의 영혼을 각성시키지 않은 필멸자의 영혼에는 아무런 능력이 깃들지는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과 필멸자를 나누는 차이일지니…….]
“그 말씀은……영혼 자체에도 능력을 새기는 게 가능하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저를 이 세계에 소환하신 이유도…….]
[짐작하는 내용은 맞다. 하지만 이 세계를 만들어낸 것은 내가 아니라 필멸자, 그대 자신이다.]
“제가 만들었다고요?”
기억에 없는 범죄(?)라서 억울했다.
[모르겠는가? 이 세계와 시련, 그리고 나의 소환 또한 전부 필멸자가 오딘의 권능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본래대로라면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지만……필멸자에게 이런 이적을 허락하는 것도 전부 그분의 깊으신 뜻이 있다고 믿을 뿐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브륜힐트의 설명을 들은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현재 내 신체(류안의 몸)는 극도의 위기상황으로 인해서 생존본능에 따라서 초월적인 능력의 폭주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미니게임을 발동시켰는데, 문제는 그 미니게임 자체가 내 생존본능과 폭주에 호응을 한 모양인지 성공 보상인 버프 효과를 담보로 잡고는 강제로 프로모션을 진행시켰다.
그러면서 오딘의 권능을 멋대로 가지고 와서는 자신의 권한을 뛰어넘는 월권을 행사해 통상적으로는 있을 수가 없는 기적을 실현시켰는데, 정리하자면 미니게임의 클리어 보상이 프로모션의 성공이고 실패는 존재의 소멸이라는 일생일대의 한 판 승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뜬금없는 프로모션이라니 행운이라면 행운이지만 이건…….’
스쿨드나 루치아의 충고대로라면 프로모션이 끝나는 순간에는 육체와 영혼의 괴리가 사라지면서 영혼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능력도 전부 다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브륜힐트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악의 경우에는 내 정신의 주체라고 할 수가 있는 강신후가 간직하고 있던 능력들이 사라지면서, 그에 관련되어 있는 기억도 함께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면서 과거의 존재가 지니고 있던 파편들을 내버린다는 것.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소식이었다.
“혹시라도 제가 이 도전을 취소하는 방법은…….”
[죽음 외에는 없다.]
“그렇겠죠? 젠장…….”
SS급의 아이돌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델린도 프로모션에 실패해서 죽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쩔 수 없지.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SS급 성교 능력이라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잖아? 손에 있는 걸 버려야 새로운 걸 얻는다고 했으니……이제는 털어버려야 하는 타이밍인지도 모르지.’
각오를 정한 나는 브륜힐트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겪어야 하는 시련이라는 게 뭡니까?”
[오기조원五氣朝元을 수련해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오기조……네? 어, 저기 죄송한데 제가 귀가 안 좋아서 그런지 뭔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요?”
[잘못 듣지 않았다.]
확인사살을 당한 나는 충격으로 잠시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제가 전생에 무협지를 제대로 읽은 게 사실이라면 그게 아마 평범한 사람들은 수백 년을 수련해야만 도달하는 경지로 알고 있는데……제가 3류는 아니라도, 기껏해야 2류 수준인데 난이도가 조금 심각하게 높은 건…….”
[이 기준은 내가 정한 것이 아니다.]
이 세계를 만든 게 그녀가 아니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소리. 그러면서 범인의 정체도 자연스럽게 밝혀졌기 때문에, 나는 내 스스로의 멱살을 잡으면서 시비를 걸었다.
“너 도대체 왜 그랬어? 미니 게임. 이런 쓰레기 같은 능력이…….”
[걱정하지 말거라. 이 세계에서 몇 백 년을 지낸다고 하더라도 저쪽 세계에서는 순간에 불과할지니.]
“오오오오. 그렇다면 엄청난 이득이……아니지 않습니까? 어디로 도착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수백 년이라고요? 아무리 정신이 젊어진다고 해도 정신이 다 늙어빠진 할아버지가 되어가지고 돌아가라는 말씀입니까? 여자라도 있으면……아니, 있기는 하지만……그래도.”
스컹!
내 말이 무엇이 의미하는지를 알아챘는지 이번에는 옆머리를 다듬어주는 브륜힐트.
하지만 이번에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태도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면서 다음과 같이 격려의 말을 꺼냈다.
[최선을 다하도록.]
“이런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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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조원五氣朝元
화기火氣, 수기水氣, 목기木氣, 금기金氣, 토기土氣
오행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는 경지라고 하며 무협지에서는 흔히 이 단계에 이르면 정수리에서 5개의 고리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대자연의 진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주변 환경이 파괴되지만 않는다면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내공을 끌어올 수가 있다고 하며, 다른 이름으로는 지구의 자연을 지키는 캡틴……은 아니고 어쨌든 무시무시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내공수련으로는 거의 최고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볼 수가 있는 경지라서 현재 내가 수련하고 있는 라테르나 마기카로는 몇 백 년을 노력해도 가능할지 말지를 장담할 수가 없는 영역.
사실 미니게임이 이런 빌어먹을 경지에 도달하라고 한 데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존재했다.
프로모션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대개 S급의 능력을 극한으로 수련하면서 동시에 의도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자신이 그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자연스럽게 마련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인 성공확률이 약 10%
90%의 사람들은 프로모션에 실패하면서 동시에 리미트 브레이크(주화입마와 비슷한 상태)현상에 시달리게 되는데, 발자크의 경우도 그랬지만 그 상태에 도달한다는 건 죽는다는 것과 동음이의어라고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프로모션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S급의 성교 능력에 대한 이해도 불완전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도전에 휘말리고 말았다.
덕분에 신체와 영혼들의 충돌이 평범한 프로모션의 수십 배에 이르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터무니없는 규모로 진행되는 바람에 그 흐름의 폭주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제어능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모양이다.
미니게임 나름대로는 술자를 보호하기 위한 융통성이 있는 조치일지는 모르겠지만 원하지도 않는 터무니없는 노가다를 실현해야만 하는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프로모션을 하면 환골탈태를 한다고 그랬는데……오기조원에 도달하려면 환골탈태를 적어도 3번은 해야 되는 거 아닐까? 이 뭐……대장장이가 만든 퀘스트 아이템을 구하려고 전설템을 상납해야 하는 기분이라니.’
브륜힐트의 배를 타고 도착한 장소는 오행의 기운을 수련하는 데 가장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무인도였다.
사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고 오직 동물들과 식물들만 무성한 장소.
그나마 다행이라면 영혼상태의 나는 먹지 않아도 되고 잠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지만 신기하게도 욕구만은 살아있을 때와 다름이 없어서, 먹고도 싶고. 잠들고도 싶고, 여자와도 음란한 짓을 하고 싶다는 다양한 욕구들이 무럭무럭 솟구쳐 올랐다.
고자 상태라는 게 문제였지만…….
절망적인 상태에 직면한 나는 극도의 노가다 게임을 한다는 기분으로 수행에 매진하고 또 매진했다.
영혼 상태의 나는 대부분 물리 공격에는 면역이 되었다.
내공심법은 여전히 라테르나 마기카를 사용했지만 오행의 기운을 생전보다 더 선명하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가 있어서, 그 기운을 어떻게 이용하고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되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오기조원에 도달하기에는 요원했지만 나는 수행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5가지의 기운을 조화롭게 수련시키면서 새로운 마나연공법으로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연공법을 창안하는 데에는 내 훈련교관으로 있는 브륜힐트의 스파르타적인 훈련이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일체의 자비심도 없이 나를 무자비하게 굴렸다.
그녀 또한 아스가르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빠르게 내가 오기조원을 달성해야만 했기 때문에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더 무서운 건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를 죽여도 상관이 없다는 사실.
그녀가 나를 살려두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오딘을 존중해서 그렇지만 가끔씩은 사고사로 위장해서 죽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는 말을 한다고 죽인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함부로 작업을 걸 수도 없는 상황.
그래서 나는 이 마나연공법을 shm(somebody help me)라고 이름 붙였다.
어쨌든 수백 년이 걸리는 수행이 수십 년으로 줄어들게 될 정도로 내 수행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어차피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면 무지막지한 마나량을 보유해서 돌아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결심을 흔들리게 만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브륜힐트의 입에서 들어버리고 말았다.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오기조원의 경지는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 작품 후기 ============================
1줄 후기
오늘은 좀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환장하게 바쁘네요. ㄷㄷ
코멘트 답변
오늘도 넘어갑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