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3 ----------------------------------------------
지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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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 철썩, 철썩!
살과 살을 부딪치는 소리와 여자들이 토해내는 야릇한 신음소리가 실내를 가득 메웠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뜨거운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수증기로 변하고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채취들이 후각을 마비시킨다.
키스와, 키스가 오고가는 사이에는 전력질주를 마친 다음처럼 단내가 풍기고 가슴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들이 유두를 타고 상대방의 메마른 입술로 떨어져 내렸다.
1명의 남자와 10명의 미녀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볼 하렘의 중심에 서있지만 정작 그 장본인은 여자들의 애액으로 범벅이 된 손을 간신히 끄집어내며, 필사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살려……푸우읍, 으읍, 읍!]
‘꺄아아! 암컷들에게 강제로 범해지는 주인님도 멋있어! 궁지에 몰려서 발버둥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힘내라, 힘내라 정글레인저!’
도대체 누구의 편인지를 짐작할 수가 없는 응원.
유리는 류안이 정글레인저들에게 윤간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사실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그를 구출해내는 일은 문제도 아니다.
‘이게 다 주인님을 위한 거야. 조금 많이 짜내진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게다가 이번 기회에 새로운 플레이에 각성할지도 모르잖아? 헤헤헤, 나중에 이 사실을 알면 주인님이 칭찬해주실까? 매도해주실까? 가능하면 매도해주셨으면 좋겠는데……아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양쪽의 볼을 붙잡고는 헤실 거리는 그녀와는 다르게 류안은 신체의 각 파츠(?)들을 제압당하고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못하는 수준.
그를 양쪽으로 끌어안고 드러누운 2명의 여자 대원들은 혓바닥과 손가락으로 그를 애무하면서 전립선을 자극해 성욕과 발기를 촉진시켰으며, 그의 위에 올라탄 여자들은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흑염룡을 탐닉하고 둔부를 흔들어나갔다.
철썩, 철썩, 철썩!
크오오오, 크오오오오!
그 난폭한 행위에 고통으로 절규하는 흑염룡.
[아흑, 좋아! 이 깜찍한 물건이 내부에서 꿈틀거리면서 휘저어대고 있어. 굉장해!]
동시에 다른 여자는 그의 얼굴을 깔고 앉으면서 강제로 커닐링구스를 강요해 온다.
[조금 더 세게, 거기에요, 제 콩알을 살짝 깨물어주세요. 하윽!]
[으으으으읍!(커닐링구스가 아니라 살려달라고 외치는 거야!)]
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를 하나씩 차지한 여자들은 그의 손이나 발을 다양한 방법으로 자위의 도구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자리가 없어 밀려난 여자들은 서로를 위로하면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한 명의 여자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이 딜도가 장착된 팬츠를 차려입고 돌아온다.
그의 엉덩이를 아주아주 유심히 쳐다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그녀.
[저 탱글탱글하고 뽀송뽀송한 엉덩이 좀 봐……이 빅 매그넘으로 청년막을 뚫어주면 어떤 섹시한 울음소리를 터트려 줄까? 후후후후.]
[크으으읍, 으읍?!(청년막 같은 거 없습니다. 없거든요?!)]
자신의 순결(?)을 노린다는 소리에 발버둥을 치면서 경기를 일으키는 그.
“하으으윽! 주인님이, 주인님이 암캐들한테 능욕당하고 있어!”
사면초가나 다름이 없는 주인의 위기에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유리.
그 광란의 파티에 개입할 생각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보였지만 잠시 후에는 그의 신체에서 발생하는 이상을 감지하고는 순식간에 표정이 돌변했다.
‘주인님의 상태가 뭔가 이상해. 저건 도대체?’
생각은 짧았고 대응은 빨랐다.
“블라인드 네트!”
[꺄악, 뭐, 뭐야?]
[갑자기 눈이 안보여!]
심연의 악마가 지닌 능력으로 여자 대원들의 눈을 어둠으로 가려버린 그녀는 입고 있던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는 양쪽 팔목에 휘감겨있는 브레이슬릿에 마나를 주입시켰다.
지이이잉! 철컥.
순식간에 양손을 감싸는 건틀렛으로 변형되면서 양손가락의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 사이트.
유리는 그 손가락을 제각각 미세하게 컨트롤하면서 여자 대원들의 목 부위를 중점적으로 조준해 나간다.
“공교롭게도 딱 열 명이네?”
투쾅!!
타다다다닥!
털썩!
막대기를 두드리는 것 같은 총성과 함께 골격근을 이완시키는 즉효성의 특수한 마취탄을 얻어맞고는 술에 취한 사람들처럼 바닥으로 쓰러져 버리는 여자들.
“이거 좀 비싼 건데. 히잉!”
전쟁터에서 흔히 사용하는 공짜 마나탄과는 다르게 스마트 탄환이라고 불리며 레이저 유도에 따라서 자동으로 궤적을 바꾸며 날아가는 특수한 탄, 거기에 집어넣는 마취제 또한 거대생명체를 상대로 할 때나 사용하는 비싸고 강력한 물건이다.
계산대로라면 그녀들은 적어도 10시간 이상은 세상모르고 잠들게 뻔한 일.
여러 가지 조건과 꼼수가 겹치기는 했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10명의 정글레인저를 단숨에 쓰러트린 그녀는 재빠르게 류안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전신의 마나가 제멋대로 폭주하고 있어. 이건……설마, 리미트 브레이크? 아니야……뭔가가 달라. 흐름이, 순환하고 있는 틀림없는데, 이렇게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순환하다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심연의 악마가 지닌 능력으로 마나의 흐름을 살펴보던 그녀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파괴할 기세로 제멋대로 날뛰는 미증유의 패도적인 힘을 목격하고 자신도 모르게 손에서 땀이 쥐어지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신체가 박살나도 10번은 더 박살나야만 정상인 비정상적인 현상.
호기심과 걱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류안을 돕기 위해 자신의 손을 명문으로 가져가기가 무섭게, 새로운 마나를 존재를 확인한 그 괴물은 이빨을 드러내면서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아아!!
파지직!
“꺄아아악!”
다급하게 손을 빼냈지만 손이 저릿저릿해질 정도로 마나를 빼앗겨버린 유리.
‘단순하게 마나만 빼앗긴 게 아니야. 손을 대는 순간에 터무니없이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의 형상이 너무나도 선명한 잔상으로 남아있어. 잘못하면 심연의 악마까지 잡아먹힐 정도로……이런 일이 가능한 괴물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니. 주인님의 정체는 도대체?’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몇 년 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공포라는 감정에 입술을 깨물며 부르르 떨던 그녀는 잠시 후에는 자신이 [진짜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환희를 느끼면서 부르르 떨었다.
“어쩌면 이 분은, 이 분이야말로 우리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고 찾아 헤매던 심연의 왕을 지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그릇일지도 몰라…….”
***
“이상하네. 평소와는 뭔가 다른데 혹시 고유능력 발동을 이상하게 해서 뭔가 잘못된 걸까?”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있는 강가의 어귀에서 눈을 뜬 류안은 게임의 타이틀을 고르라고 말하거나, 어떤 미니게임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지 않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중얼거렸다.
후우우우우.
“아, 추워.”
스산하게 불어오는 강가의 바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감돈다.
일부러 무시하고 있지만 강을 바라볼 때마다 원인을 짐작할 수가 없는 불길함과 불쾌감이 그를 자극해 왔다.
터무니없이 조용했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으면서 물결조차 일어나지 않는 강.
어째서인지 그 곳을 바라볼 때마다 물 속에 잠들어있는 망자들이 한숨과 탄식으로 귓가에 속삭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비쥬얼 적으로는 스쿨드를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죽음이라는 단어를 진하게 연상시키는 장소.
마치 신화속에 나오는 삼도천, 또는 스틱스 강처럼 넘어가려고 시도하거나 접근하기만 해도 피안의 세계로 인도해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류안은, 잘 모르는 건 건드리지 말라는 지식인들의 경고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딱히 무서워서 그러는 건 아니지만 저기로 함부로 접근하지는 않겠어. 끝내주는 미녀라도 나타나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도 아닌데 일부러 위험에 뛰어들을 필요는 없잖아?”
마치 어드벤처 게임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누군가를 향해서 혼잣말로 변명을 늘어놓은 그는, 강가의 근처에서 적당한 자리를 잡고 걸터앉으면서 그 상황에 뭔가 변화가 일어나기만을 계속해서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화려한 문양과 장식을 한 거대한 바이킹의 배가 그의 눈앞으로 접근해 온다.
수많은 노가 좌우에 달려 배를 움직이고 있지만 누구도 그 노를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존재하는 사람이라고는 오직 배의 중앙에 고고한 자세로 앉아있는 백발의 미녀.
언젠가 꿈에서 본 스쿨드와 비슷한 갑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일어날 시간이군.”
자신이 활약할 시간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감지한 흑염룡이 함께 기지개를 피려고 했지만 첫 대면부터 함부로 위엄을 과시했다가는 뺨맞기 딱 좋았기 때문에, 류안은 마음속으로 불경을 외우면서 아들놈을 진정시켰다.
쿠구구궁. 쿵!
배를 정박시키자 역시 자동으로 내려지는 다리.
‘표정도 없고, 눈동자도 싸늘하고 엄청나게 차가운 인상이군.’
아무런 굴곡도 없다는 새하얀 지평선의 땅. 툰드라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모습에 류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승선乘船하거라. 필멸자여…….]
입은 열리지 않았다.
“크으으윽!”
강렬한 파장과 함께 머릿속을 진동시키며 울려 퍼지는 목소리.
류안은 어지러운 증상에 시달리면서 경악했다.
‘젠장, 방어기제강화가……작동하지 않는다고?’
[이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 백魄과 분리된 필멸자여 그대는 이곳에서 아무런 능력의 비호를 받을 수가 없노라…….]
그가 느끼는 고통을 배려한 조치인지 이번에는 어느 정도 감당을 할 수 있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온다.
“백이 뭡니까?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겠구나.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내 이름은 브륜힐트. 오딘을 섬기는 발키리의 일인이다.]
‘브륜힐트? 니벨룽겐의 반지에 등장하는 그 브륜힐트를 말하는 건가?’
전생에서도 워낙 유명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대중적인 이름.
게다가 류안은 문화생활을 해보자는 드립을 치던 어떤 프로게이머 선배에게 강제로 끌려가서는, 장장 15시간동안 펼쳐지는 오페라를 라이브로 전부 감상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자세하게 알고 있는 편이었다.
물론, 워낙에 길고 지루한 내용이라서 절반은 수면으로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드문드문 생각나는 기억 속에서 그녀의 이미지라는 건.
‘원작자가 브륜힐트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있나?’
였다.
음악이 아름답다거나 비극이 아름답고 애절하다거나 그런 작품성에 대한 논의보다는 그저 그녀가 불쌍하고 안타까웠던 기억만이 새록새록 솟아오르는 류안이다.
‘뭐, 인간 세상에 전해지는 내용이라는 건 실제와는 다르다고 그랬으니까 사실은 또 모르지……어라, 그러고 보니까?’
“생각해보니까 저한테는 이미 스쿨드라는 전속 담당자가 있는데요. 저를 지명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녀의 허락도 받지 않고 함부로 세컨드를 만드는 건…….”
세컨드라는 발언에서 브륜힐트의 손바닥이 그를 향한다.
투쾅!
장난스러운 동작인데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폭발이 지근거리에서 일어나면서 튕겨져 나오는 파편들이, 정확하게 계산된 것처럼 양쪽 팔과 다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4군데의 생체기를 만들어 냈다.
[생각의 자유는 허락해주마. 필멸자여……하지만 나는 스쿨드와는 다르다. 말에는 언령言?이 깃드는 법. 발언에는 신중을 기하라. 이 세계에서 그대의 혼魂이 죽으면 육신과 백魄또한 영원히 사라질지니. 경고하건데 의심하지 말고 승선하라. 필멸자여…….]
스쿨드와는 다르게 장난이나 유머에는 한 치의 용서도 없는 냉엄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
그럴 마음만 생긴다면 언제든지 자신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겠다는 경고였기 때문에 류안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머릿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잭. 찰리 채플린은 죽었어. 코미디언이……죽었다고……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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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줄 후기
생각해보니까 어제는 윤년이고 오늘은 3.1절이네요. 그리고 그 다음날은 흑흑...
1일 1연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분량을 10kb정도로 조정해볼까 고민중입니다. 일단 써보고 힘들겠다 싶으면 그렇게 진행할게요.
코멘트 답변
연재보유량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은 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