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트라이엄프-132화 (13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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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편

[당분간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말고 숨어있으라고 한 것 같은데?]

출연 순서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등장하면서 끼어드는 유리의 만행에 류안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녀를 위협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은신했어요. 제 특기분야가 잠입과 은신이잖아요? 파티걸로 위장하면서 계속해서 얼굴을 바꿨는데도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파, 파티걸로 위장하고 있었다고?]

[네, 덕분에 주인님과도 세 번이나 즐기고……후후후. 아,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님이 당부하셨던 대로 다른 남자들은 제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했으니까. 아, 그리고 여자 친구분과 하는 이야기도 전부 들었습니다. 하아아아, 그렇게 로맨틱한 이야기를 중얼거리다니 제 마음을 불바다로 만드는 피터 팬 같으신 분!]

살까지 섞었는데도 유리의 잠입과 은신을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소름 돋았지만, 그것보다도 마지막에 꺼낸 한 단어가 더 류안의 신경을 자극했다.

[내가 했던 이야기를 전부 듣고 있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나한테 싸이코패스라고 욕한 거야?]

[아니요, 싸이코패스라고 칭찬한 건데요?]

[…….]

즉답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기 때문에 류안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현재 그녀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정신을 제압당하고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면서도 복종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저주상태에 빠졌다.

그것이 얼마나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는지를 알고 있는 이상에는 그녀가 자신을 배신하거나,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 카오스한 정신세계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자신의 수행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하는 류안이다.

반면에 파이즈리 봉사를 하던 카스티야는 난데없는 펜져스의 등장에 당황하는 눈치.

[페, 펜져스를 부하로 만드신 겁니까?]

지나치게 놀라는 그녀의 반응을 잠시 이해하지 못하던 류안이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가 겪는 혼란이 정체를 파악했다.

[아, 그렇군. 너는 아직도 유리의 진짜 모습을 목격하지 못했지? 하, 이것도 웃긴다면 웃기는 일이네. 자기가 어떤 최면에 걸렸는지도 모르고…….]

그가 무심코 진실을 털어놓으려는 순간에 유리는 재빠르게 카스티야의 얼굴을 붙잡고는 그녀와 눈동자를 마주치면서 의식을 마취시켜버렸다.

[일부러? 일부러 그러신 거죠? 하으으윽, 저를 이렇게 놀라게 만들다니 무심한 듯 잔인하신  역시, 나의 주인님! 상태가 불안정한 노예에게 최면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녀 하나의 정신을 지배하는데 거의 모든 정신력을 사용하고 있어요. 한 번이라도 풀리면 끝장이라는 걸 알면서 저를 괴롭히다니……멋져요, 잔인하세요, 최고예요! 가버려요!!]

그녀는 상당히 진땀을 뺀 기색이면서도 류안의 괴롭힘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지만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다.

[미안. 네 능력이 워낙 신통방통해서 무심코 방심했어.]

[하흐흑! 사과하지 마세요. 주인님처럼 만인지악에 서실 분이 사과라니?! 아니, 이건 어쩌면 제 정신을 흐트러트리려는 정신 공격. 역시나 잔인하고 멋지신 분!]

뭐라고 해도 좋은(?)쪽으로 받아들이면서 행복해하는 그녀가 두려워지는 류안이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는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정글레인저의 여자 대원들과 잠자리를 가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너는 지금 정신력을 대부분 카스티야한테 사용하고 있잖아?]

[훗, 여자의 배에는 달콤한 걸 받아들이는 영역이 따로 존재한다는 거 모르세요? 물론, 주인님의 유전자를 받아들이는 영역도 따로 있지…….]

[음담패설은 적당히 하고 본론을 말해.]

[네! 어쨌든 제 암시능력은 정신력하고는 다르게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가 있어요. 거기에 환몽초까지 사용하면 과도하게 흥분을 하지 않는 이상은 암시에서 깨어나지 못하거든요.]

[하지만……바로 옆에서 사람이 덮쳐지는데도 괜찮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주인님! 이래보여도 제가 암시능력을 사용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고요. 별달리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그냥,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라.”라고 암시를 걸면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져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거든요. 그 변화가 자기 자신한테 영향을 주기 전까지는 말이죠.]

[오오오오! 역시나 마인드 컨트롤, 치트키잖아!]

……라고 좋아하던 시절이 류안에게도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현재.

처음에는 전생의 어느 에로게임의 위대한 스승님이 그러했듯이 자신 또한 남자들의 판타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류안이다.

하지만 암시는 애무를 시작하는 순간에 풀려버렸고 유리의 말실수로 인해서 욕망의 리미터까지 풀려버린 정글레인저의 여자 대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냥감을 포위하는 늑대들처럼 사방을 둘러싸고 슬금슬금 포위망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크읏, 젠장. 여기까지인가…….”

“죄송해요, 주인님! 부디 이 쓸모없는 암캐에게 벌을 내려주세요! 지금 당장, 주인님의 그 늠름한 물건으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세요!”

[하악하악]

[엉망진창이라니……꿀꺽.]

용서를 비는 그녀의 외침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여자 대원들의 음심을 한층 더 부채질한다.

“야, 솔직하게 말해! 너 내 편 아니지? 어떻게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일마다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버리냐?!”

“그러니까 체벌을…….”

“됐으니까. 입 다물고 가만히나 있어!”

“하으윽! 방치 플레이라니 그렇게 잔인하고도 멋진 포상을…….”

유리까지 여자 대원들에게 가세하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낼 수 있었지만, 사면초가와도 같은 궁지에 몰린 류안은 알몸으로 둘러싸고 있는 여자들을 바라보면서 진땀을 흘리고 말았다.

‘젠장, 설마 내가 여자들을 두려워하는 날이 올 줄이야.’

“지, 진정하세요. 환자분들 얌전하게 기다려 주시면 순서대로 진료를…….”

일단 평화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잘 들어. 내가 왼쪽에서 치고 들어갈 테니까 너는 오른쪽, 너는 후방에서 퇴로를 차단하는 거야.]

[네, 대위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누가 하는 건가요?]

[야,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지. 좋은 남자는 선임부터 먹는 게 예의 아니냐?]

[아 진짜, 치사하게 남자 가지고 서열을 따지는 게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다가 거시기가 말라버리기라도 하면 대위님이 책임지실 겁니까?]

[어쭈, 너 오랜만에 남자랑 한다고 아주 보이는 게 없는 눈치다?]

본격적으로 포획작전을 계획하면서 누가 먼저 자신을 덮칠까에 대한 문제를 두고 싸움을 시작하는 모습에는 소름이 돋고 말았다.

큐우우웅.

덕분에 겁을 집어먹고는 순식간에 움츠러드는 흑염룡.

류안은 자신이 건방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야님. 제게 힘을 주세요…….’

S급의 성교능력을 믿고 지나치게 건방지게 행동하던 그였지만 오늘만큼 자신의 능력과 흑염룡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일은 난생 처음이었다. 덕분에, 주제파악을 하지 못하고 수련(?)을 게을리 하던 지난날의 후회가 물밀 듯이 몰려오는 상태.

‘흑염룡이 한계를 드러냈던 게 청풍명월이었던가? 그 때 상대했던 여자들의 숫자를 생각하면……젠장, 평범한 방법으로는 이 10명을 상대하는 것도 벅차겠군.’

류안은 문득 유리의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아르티에의 모습을 살폈다.

카스티야에게 입수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녀는 정글레인저의 파워풀한 FEMDOM여전사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아직까지도 남자의 손길을 모르는 천연의 백치미를 가지고 있는 기적과도 같은 존재라고 한다.

그래서 음담패설의 절반은 알아듣지도 못하고 혹시라도 알아들으면 얼굴이 붉어지면서 자리를 피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취미는 꽃꽂이와 독서, 음악 감상. 밤에 잠들 때에는 어린 시절부터 소중하게 보관해 온 곰돌이 인형을 끌어안아야만 한다는 국가 지정의 천연기념물 같은 천생 소녀(물론, 성인이다)라고 한다.

그는 그녀에게 남자를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면서 전의를 끌어올렸다.

‘그래, 남자가 태어나서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프레이야님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무력하게 무너질 수는 없어. 비록 이 선택이 수라의 길이라고 할지라도……난, 이 시궁창 속을 헤치고 전진해 나가겠어!’

철혈의 의지를 불태우는 그의 각오에 맞춰서 흑염룡 또한 그의 마음에 화답하듯이 다시 한 번 기지개를 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필멸자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당황했는지 얼굴들이 붉어지면서 군침을 삼키는 FEMDOM의 여전사들.

웅성웅성.

[세상에……아까 전보다 훨씬 더 커졌잖아?]

[이게 꿈이야, 생시야? 도대체 저런 남자가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걸까…….]

지금까지 상대해 온 여자들과는 다르게 류안의 흑염룡을 탐욕스럽게 쳐다보는 모습이, 역시나 그의 전투가 만만치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암시해 주었다. 덕분에 그는 자신이 이 전투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아르티에)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른 환자들을 진료하는 동안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환몽초의 아로마 캔들이 녹아버리기 전에 당신의 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네, 기다릴게요.”

꿈꾸는 듯한 몽롱한 눈동자로 대답하는(실제로도 정신이 나간 상태였지만)아르티에의 모습에 만족하면서 전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류안.

“하으으윽! 멋있어요 주인님, 저도 같이 범하고 능욕해주세요!”

“너는 나중에…….”

달려드는 유리의 이마를 밀어내면서 그렇게 대답한 류안은 자신을 향해서 당장이라도 달려들 자세를 취해오는 여자 대원들을 바라보면서 기합을 넣었다.

‘선빵필승, 순간 가속!’

“어머나, 어머나!”

대위라고 불리던 여성은 류안이 자신을 향해서 질주해 들어오자 웬 떡이냐는 듯이 양손을 펼치면서 그를 끌어안으려고 시도했다. 미인은 미인이지만, 다른 대원들에 비하면 나이도 많았고 노땅 취급을 받는 게 보이던 그녀.

류안은 그녀가 한 마리의 맹수로 돌변해서 자신을 으스러트리기 직전에 턱을 붙잡으면서 시선을 맞추고는 그윽한 눈동자로 바라보면서 달콤한 말을 귓가로 속삭여 주었다.

“마드모아젤, 사랑스러운 그대의 입술에 키스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제, 제가 사랑스러운 마드뭐라……흐으읍! 하읏, 츄르릅, 츄웁. 하아…….”

격렬한 키스를 마치고는 몽롱한 표정으로 변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류안.

‘좋아. 자고로 예전부터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말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고 했어!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전생에서는 낡아빠진 수법이라도 여기서 통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금진리 싸움의 정석 한 놈만 패라는 말을 실천하려고 그녀의 성감대를 애무하며 버터어를 시전하려고 했던 류안이지만, 그 작전은 자신의 팔목을 잡아버리는 다른 여자 대원의 손길로 막혀버리고 말았다.

꽈아아악!

‘크으윽, 소, 손목이 끊어질 것 같아. 무슨 놈의 악력이…….’

“저도 키스 좋아하는데…….”

수줍은 척 내숭을 떨면서 소녀처럼 부끄럽다는 듯이 말하고는 있지만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단단히 붙잡은 손은 강철처럼 단단했다.

“이런 니미럴 썅것을 봤나, 지금 이 분께서 나랑 먼저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신 거 모르겠냐? 잡것이, 애가 눈치가 없어요. 눈치가…….”

“에이, 어쩌다보니 실수로 그쪽으로 걸음이 옮겨진 거겠죠. 아까 전에 저와 할 때는 얼마나 부드럽고 젠틀했는데…….”

“젠틀은 개뿔! 됐어, 뭘 여기까지 와서 내숭들을 떨고 그래?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자지…….대위님은 키스나 하면서 분위기나 잡으세요. 저는 역시 저 늠름한 물건을…….”

“앗, 저 미친년이!!”

“화, 환자분들 진정하세요. 진정하고 순서를……젠장!”

1대1은커녕 집단으로 윤간당할 위기에 처하자 류안은 다급하게 미니게임의 발동을 외쳤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그 고유능력을 발동시키는 키워드는 처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살려줘요, 미니게임몽!’

============================ 작품 후기 ============================

1줄 후기

역간물과 개그를 싫어하는 분들은 죄송합니다. 약간 길어지는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니까 기대해주세요.

코멘트 답변

벌레// 후후후후. 결과적으로는 맛있게 잘 먹을겁니다.

이문세// 헤헤헷.

물고기인간// 제가 설명을 좀 두루뭉술하게 썼는데 마나연공법에 미용효과가 있다고 하기보다는, 여자들이 미용효과가 없는 마나연공법은 익히지 않으려고 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나연공법의 종류는 무궁무진 하니까요.

한뫼사람// 개그는 진지와 감동을 위한 디딤돌이죠!

올랜// ㄷㄷㄷㄷ

teadow// 그러게 말입니다.(뻔뻔)

as6ew// 그러게요. 저도 궁금하네요(뻔뻔)

Dunkel// 아쉬워 하기에는 아직 이르...(크흠)

NeoGGM// 아닙니다. 역윤간입니다(진지)

지악/// 아, 제가 나름대로 의도가 있어서 일부러 좀 혼란스럽게 내보낸 캐릭터입니다. 소설 자체가 좀 실험적이라서 이것저것 튀어나오는 게 좀 당황스럽죠? 죄송합니다.

평범하게살고파// MC가 애무를 시작할 때까지만 먹히는 겁니다. 사실 그 이상으로 가면 좀 공략하는 재미가 떨어질까봐...이미 공략한 여자들에게는 사용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힉// 펜져스를 감옥에 가두면 사실은 자기가 그놈들과 함께 갇히는 거라는 명언이 있죠. 후후후.

시원한바람s// 기억 안 나는 게 정상입니다. 갑툭튀한 애 맞거든요.

KeinHoof// 안 됩니다. 못 도와줘요, 절벽에서 밀어버립니다.

노스아스터// 주인공의 존재이유를 거는 일생일대의 승부!

쌈커// ㅋㅋㅋ

때구니™// 크리링!!

하룡// 기억이 맞습니다. 약간 혼란스러울실 거예요. ㅎㅎ

Lizad// 아닙니다. 제가 일부러 그렇게 쓴 게 사실이니까요.

inno0822// 성교가 sss급이면 뭐 벌써...게임 끝이죠. 후후후후.

rmswnrjs// 분신술!!

만능의자// 코멘트가 콩번 반복된다!

가식적썩소// 감사합니다. 요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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